최초의 인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성경은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고 선언한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in our image)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in our likeness)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공중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 1:26-27). 그밖에도 성경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줄기차게 표현하고 있다(창 5:1-2; 창 9:6; 고전 11:7; 약 3:9; 롬 8:29; 고후 3:18; 엡 4:23-24; 골 3:10).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나온다. 구약성경은 하나님을 형상화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음에도(출 20:4-5), 굳이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했다고 묘사한 까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성경적 인간관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특성은 고대 근동지방의 인간관과 비교해볼 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최초의 창조서사시로 알려진 「에누마 엘리쉬」에 보면, 인간은 신의 노예 신분으로 창조되었는데, 더군다나 반역자 킹구(Kingu)의 피로 인간을 만들었다고 묘사하고 있다.
그에 비해 성경의 인간 창조는 인간의 존엄성을 한껏 드높여준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말이 함축하는 중요한 의미는 어느 누구도 다른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해서는 안 되며, 반대로 누군가에 의해 박탈당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은 “신의 창조 질서 안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와 하나님과의 긴밀한 관계를 나타내는 선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성경이 말하려는 의도는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고 닮아가야 할 권리와 책임이 있는 존재라는 데 있다. 따라서 “인간은 신을 알고 사랑하고 순종할 뿐 아니라 신의 형상을 지닌 동료 인간들을 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본받고 따라가야 할 본래의 모습인 하나님의 형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것이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2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