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실마을로 문화답사를 다녀왔다. 무실마을은 전주류씨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이번 답사는 사람 수도 적고 가는 곳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어서 소박한 느낌이 나는 게 좋았다.
얼마간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어느 건물 앞 민들레들이 활짝 피어 봄의 향기를 마음껏 뿜어내고 있는 땅 위였다. 노랗게 피어있는 민들레를 보며 여러 설명을 들었다. 흔히 볼 수 있는 민들레들은 대부분 외국 민들레라고 한다. 우리 민들레는 잎이 정확한 화살 모양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화살로 비스무리하게 생긴 것은 우리 민들레에다 교배된 민들레라고 하는데 우리 민들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구별을 잘 못하겠다.
그 민들레가 가득 핀 땅 뒤에 있던 건물은 기양서당이었다. 원래 공부만 하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류의손과 류복기 선생님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고 한다.
그 다음 무실종택을 둘러보고 그 마을을 지키는 서낭당을 보러갔다. 서낭당 앞에는 ‘여기가 무실’이라 쓰여 있었는데 안을 들여다보니 종이 한 장만 덩그렇게 붙여져 있었다.
학봉 김성일 선생님 누나이자 류복기 선생님의 어머니의 ‘정려각’도 보았다. 남편이 죽은 뒤 아주 열정적으로 3년 상을 지내고 스스로 자결하였다는데 과연 남편이 그러한 길을 원했을지 궁금하였다.
그 다음 봉황이 단청을 그렸다는 봉황사로 갔다. 단청을 그리는 동안 아무도 봐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그것을 어기고 봐서 단청을 그리고 있던 봉황이 날아가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봉황새는 사찰의 앞면만 단청을 그리고 뒷면은 남겨두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절 뒷면에는 단청이 없었다. 나는 대웅전 뒤에 있는 산신각에 올라가 기도를 했는데,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절과 산신과의 관계가 궁금하였다.
답사를 마친 후 우리는 쑥을 뜯었다. 그리고 바람이 덜 부는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전을 부쳤다. 부추전, 쑥전, 나중에는 진달래 꽃잎도 위에 같이 얹어 부쳤는데 정말 맛있었다.
치킨도 먹고 전도 먹고 배도 불러 종현이랑 나무작대기를 들고 장난을 쳤다. 펜싱 비슷한 것이었는데 종현이 나뭇가지가 적어도 내 것의 5배 정도 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길다란 것이 탄성도 좋아 땅에 맞고 튕겨 나온 것이 내 눈을 후려 갈겼다. 정말 내 눈에 별이 떨어지는 것 같이 쓰라리고 어질어질 했다. 눈이 정말 돌아갈 것 같이 저절로 눈물이 한 두 방울 맺히는데 옆에서 동생이 “우는 것 아니야?”라고 물었는데 종현이가 “이런 것 같고 안 울어”라고 대답한 것을 듣고는 나오던 눈물도 쑥 들어가 버렸다.
뒷정리를 한 후 우리는 전주류씨 무덤을 보았는데 나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15세 청소년인지라 이 자리가 저 자리 같고 모든 땅이 그냥 그래 보였다. 여러 행사가 겹쳐 인원이 좀 적었지만 화전도 부쳐 먹고 좋은 경험을 하여 즐거웠고 ‘나무 작대기를 가지고 놀면 눈 까진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다시금 깨닫게 된 하루였다.
첫댓글 뭉치의 답사기를 읽으니 어제의 봄 소풍 기억이 새로와 져서 기분 좋으네요. 봉황사 단청 사진을 선물로 올려 봅니다.
산신각과의 관계를 다음에 설명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