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SBS의 드라마 천년지애가 끝이 났을 때...
어떻게 보면 예상대로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스지의 어머니와 부여주가 일본에서 만나고...
타스지의 어머니가 부여주가 "직접 쓴" 일기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리고, 그 "계룡산과 지리산 등에 들어가서 공부한 박사님"이 분석하신 그 "일기장" 속에... 부여주가 21세기에 와서 만난 사람들의 이름들이 (당연히 -_-*)기록되어 있었다는 내용에서...
결국, 부여주가 자신의 시대로 돌아가서 자신의 나라를 멸망시킨 신라의 왕족(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외손자던가... 그러니까...)인 김유석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대신, 그와 그리고 그의 부하들과 함께 (요 얼마전 아키히토 천황의 "내 조상은 백제인이요~"라는 발언을 바탕으로 한 것이겠지만...) 왜에 있는 (그녀의 친척인) 천황일가를 만나서 도움을 청하러 가는 내용으로 결말이 남에 그러했다...
근데,
왠지... 그 마지막 내용에서의 김유석의 행위들이 낮설지가 않았다.
부여주가 21세기에서 다시 그들의 시대로 돌아오던 순간...
절벽에서 뛰어내린 부여주의 시체라도 찾으려던 김유석과 병사들 앞에 벌어지던... 하늘의 수상한 움직임과 그로인한 기상변동...
그 때문에, "철수~!"를 처절하게 외쳐야 하던 그의 행동...
그러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횃불을 쳐든 기병대를 수색대로 내보내어 강가를 뒤지게 하던 장면... (정말로, 이 부분이 명장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OST와 어우러지면서... 정말 의미심장함이 곁들여진 훌륭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리고, "겨우 찾아낸 살아있는 부여주"와 함께...
왜로 건너가는 배의 선미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버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선택을 하도록 "강요했었을" 여인에게...
오히려, 그녀가 자신을 받아들여주었음을 말없이 미소로 답하며 고마워하던... 그래서, 바닷바람에 몸이 시릴 그녀에게 자신의 망토를 벗어주던... 그의 모습에서...
웬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그러한 생각이 떠올랐다.
어떻게 보면, 캐나다에 있을 적에...
이 나라에서의 삶을 지긋지긋해하신 아버지의 뜻대로...
가족들이 모두 거기서 정착할 수 있도록 자리를 잡는 댓가로...
그녀와의... 나의 "(이제는 역사책 속에서 찾아야 하는 나라인) 남부슬라브라는 나라의 공주"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나에게 극우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심어주신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랬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그러지를 못했다.
그녀를 위하여 모든 공부를 때려치고,
오직 그녀 나라에서의 전쟁과 (그 원인이 된) 그 역사를 연구하는데...
모든 것을 바쳐댔건만...
결국, 그녀의 마음은 이미 다른 남자에게로 떠난 상태였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어느날 우연히 다시 만나...
그녀에게 다시 시작할 것을 요구하던 나에게...
자신의 잠바를 벗고... 춥다고 그러면서...
나에게 다시 기회를 주었음에도...
나는 그녀에게... (김유석이 했던 것과 달리)...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자신의 여친에게 하는 것과 달리)... 나의 코트를 벗어주지 않았다.
너무 멍청하게도... 나는... "왜 그럼 잠바를 벗고있는거야?"라고 물었으니...
정말로... 멍청했다.
아들이 생기면, 반드시... 여자가 춥다고 하면 옷을 벗어주라고 교육하겠다는 결심이 이때부터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그녀를 위해서 그 시점까지의 나의 모든 이데올로기를 뒤집었다.
물론, 완전히 다 뒤집힌 것은 아니나...
"시장사회주의" 혹은 (부분적으로) "노동자자주관리제"라는 사회주의 시스템으로 대표되어지는 유고슬라비아공산당지도자인 요셉 브로즈 티토를 흠모하며 연구하기 시작하였고,
지난 1980년대의 반공시대와 냉전시대 동안... 나 자신의 영원한 동맹국이자 이상국가였던 미국을 향하여,
아니... 그 나라의 대통령과 행정부관리들 등을 향하여...,
나의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펜"의 시대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다고 해서... 그녀가... 이미 다른 세계로 떠나버린 그녀가... 영영 돌아올리는 없겠지...
이젠, 그 드라마도 종영하였으니...
나도 나의 일상으로 돌아갈련다.
물론, 너무 많이 와서... 힘들겠다만...
그래도, 나도 더이상...
단지 이 나라 때문이 아닌... 미국에 의해 피해를 입은 여러 나라들 중 한 나라를 위해 키보드를 두들기는 지식인에서...
평범한 한 사내로서...
돌아와야겠다.
이젠 평범하게 살아야지...
가급적...
그녀가 돌아올리 없으니...
그리고, 더이상 기대도 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