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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08
S#1. #영신방
화면 밝아지면.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해 채 눈도 못 뜨고 있는 부스스한 머리의 봄이 얼굴이 있다.
영신 : (자꾸 쓰러져 누우려는 봄이의 얼굴을 꼭 잡고) 봄아.....이 봄.....보옴!!
봄 : (간신히 한 쪽 눈만 힘겹게 뜨고 잠에 취해 영신을 보다가...다시 무거운 눈꺼풀을 못 이기고 눈을 감는)
영신 : (봄이의 뺨을 탁탁탁 손바닥으로 치며) 따알....좀 일어나 보자......엄마가 할 얘기가 있어......
딱 일초만 눈 좀 떠보자, 우리 딸.
봄 : (다시 이 쪽 눈, 저쪽 눈 번갈아 뜨지만....힘들다. 다시 감는)
영신 : 어, 박 지성 오빠! 안녕하세요!
봄 : (그 소리에 눈 감은 채 움찔!!)
영신 : (봄이 표정 살피며) 박 지성 오빠!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저희요, 오빠가 2대 빵으루 대빵 멋지게 골 넣는 거 다 봤어요....와아! 진짜 멋져서 죽는 줄 알았어요.
봄 : (눈 번쩍 뜨며) 3대 빵!.....찰튼하구는 2대 빵! 아스톤 빌라하구는 3대 빵!
영신 : (씨익 웃으며) 깼어?
봄 : (열심히 두리번거리면서) 또 뻥 쳤지? 박 지성 오빠 온 거 또 뻥이지?
영신 : (약 올리듯) 뻥인 거 알면서 번번이 속네, 우리 봄이는.
봄 : (씨이.....표정) 나 잘래. (누우려는데)
영신 : (봄이의 뒷 머리를 탁 잡아 다시 일으켜 앉히며) 엄마 지금 일 나가야 되거든.....
아침부터 김 작업 한다구 빨리 나오래. 지금.
봄 : (짜증 섞인) 허으으으엉...오늘 일요일이야아아.
영신 : 그래, 일요일에 늦잠두 못 자게 해서 미안한데......엄마 나가니까 할아버지 아침 좀 챙겨 드려.
니 늦잠 땜에 할아버지 아침 쫄쫄 굶게 할거야? 명색이 천산데?
봄 : (잔뜩 짜증 묻었지만...그래도 일어나려고 눈 비비며) 알았어. 챙겨 드리면 되잖아.
영신 : 아유, 착하다, 우리 봄....냉장고에 할아버지꺼랑 니꺼 미수 가루 타서 너놓구, 밀폐통에 토마토랑 참외랑
썰어서 너놨구......(잠깐 머뭇하다) 아랫방 아저씨 토스트는 상 위에 뒀어.
커피는 아저씨한테 알아서 타 먹으라 그래.
봄 : 알았어어. (잠 깨려고 눈 크게 뜨려고 노력하는)
영신 : (봄이 얼굴을 두 손으로 쓰다듬으며) 엄마가 진짜 니 빽 믿구 산다.....우리 딸 없었음 어떡할 뻔 했냐?
(하더니 봄이의 얼굴을 잡고 입술에 쪽 입을 맞춘다)
봄 : 으.....술 냄새.....(잠 확 깨서 야단 치는) 술 먹었어, 엄마?!!
영신 : (움찔.....자라목이 되는)
봄 : 못살아, 못살아.....엄마 땜에 진짜 내가 못 살아!
영신 : .........잘못했어어......다신....안 먹을거야. 앞으룬.....
S#2. #영신 마당
영신, 팔에 작업용 토씨 끼고, 작업복 차림으로 나온다.
밖으로 나가려다 기서방, 흘끗 보는......
그러다.... “으....쪽팔려” 중얼거리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고 밖으로 나간다.
S#3. #마을 길 (고씨 부인 밭 일각)
영신, 술 때문에 쓰린 속을 어루만지며....부지런히 걸음 옮겨가고 있다.
박씨(E) : 뭐하는 거야, 자식아! 빨리 보건소로 옮겨야지!!...........고모!!
기서(E) : 지금 옮기면, 가다가 죽어요!
영신 : (무슨 일인가 소리가 나는 쪽을 보는데....근처 밭에 기서와 박씨의 모습, 어렴풋이 보인다)
기서, 다시 인공호흡을 시도하지만, 숨이 들어가지지 않는다.
도움 될만한 게 없나....빠르게 주변을 훑어보는.....옆으로 새참 다라이가 눈에 띈다.
기서, 새참 다라이를 뒤져 보면 참외 두개와 함께 놓여 있는 과도 보인다.
기서, 과도를 집어 들고, 박씨 옷 윗주머니에 꽂힌 볼펜(모나미 볼펜)을 빼서 든다.
박씨 : 뭐....뭐하는 거야, 지금?
기서 : (차분하게 볼펜 몸통을 분해하며) 라이터!
박씨 : 뭐?
기서 : 라이터 없어요?!!
박씨 : (얼떨떨한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주머니에서 라이터 꺼내 내민다)
기서 : (볼펜 몸통 분해 끝내고 라이터로 과도를 소독한다)
박씨 : 아...아니....그....(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덜덜 떨며 보고만 있는)
영신 : (옆으로 온다.....무슨 일인가?.....눈이 동그래서 보는)
기서 : (소독한 과도를 들어 고씨 부인 목 부위를 세로로 절개 하는데, 피가 솟구친다)
영신 : (흠칫! 끔찍함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 돌리는 위로)
박씨(E) : 야! 지금 뭐하는 거야?!!!
영신 : (천천히 고개 돌려 다시 기서와 고씨 부인을 본다..... 잔뜩 겁먹은 표정 역력한)
기서 : (피나는 부위를 손으로 억지로 누르며 더 절개한 후 볼펜 몸통을 집어넣고 입으로 숨을 불어 넣는다)
박씨 : (하얗게 얼어 말도 못하고 있고)
고씨 부인의 목에선 피가 계속 나면서 바닥으로 흘러 내린다.
기서, 경동맥을 만져보는데, 맥박이 만져지지 않는다.
표정이 급격히 창백해진 기서, 심장 마사지를 시작한다.
볼펜에 숨을 불어 넣는 것과 심장 마사지를 동시에 하지만, 이미 가망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영신, 당혹스런 표정으로 기서와 고씨 부인을 보고 있다. 저도 모르게 불끈 쥔 주먹에 힘이 들어가 있다.
기서, 심장 마사지를 하던 손....점점 느려 진다.
이마에 맺혀 오는 식은 땀.....거칠어지는 숨 소리..... 절망감이 짙어지는 눈빛....
그래도 기서, 다시 있는 힘을 다해 심장 마사지를 하고, 볼펜에 숨을 불어 넣는다.
박씨, 눈이 동그래서 기서와 고씨 부인을 번갈아 보고.
영신,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긴장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데.
심장 마사지를 하던 기서의 손이 딱 멈춘다.
멍한 표정으로.....고씨 부인의 코에 손을 가져다 대서 호흡을 확인하고.....
다시 경동맥을 확인하는 기서......넋 나간 사람처럼 완전히 멍하니.....창백해진다.
박씨 : 왜 가만 있어? 마사지.....심장 마사지 왜 안 해?!!!
기서 : (고씨 부인을 보는....멍한 동공)
영신 : (숨이 멎은 듯한 긴장감 어린 표정)
박씨 : (멍한 기서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왜 갑자기 가만 있냐구?!!........뭐든 해야 할 거 아냐?!!
갑자기 왜 두 손 놓고 가만 있냐구, 자식아?!!!
기서 : (여전히 멍하게 고씨 부인에게만 눈길 주고)
박씨 : 이 자식이 미쳤나.....손 놓구 이러구 있음 어떡해애?!!
기서 : (멍한).................
박씨 :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다가 자기가 심장 마사지를 한다....무서워서 덜덜 떨며 )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이렇게.....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영신 : (숨이 멎은 표정으로 보는)
기서 : (멍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가 박씨의 팔을 탁 잡는다... 그만 하라고!)
박씨 : (기서 보는.....그제야 무서운 일이 일어났음을 예감한다. 숨도 쉬어지지 않는 표정으로) 왜?......뭐?
기서 : (멍한 표정으로 입고 있던 윗도리 벗더니......고씨 부인의 얼굴 위로 덮어준다)
영신 : (그 모습에 그제야....영신도 무서운 일이 일어났음을 깨닫는다....충격 받는)
박씨 : (하얗게 굳어서) 뭐...뭐야, 지금?.......우...우리 ..고모....도...돌아 가신거야?
기서 : (멍한...........)
박씨 : (믿고 싶지 않다) 우리 고모......돌아가신 거냐구?!!
기서 : (멍한 채.......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영신 : (저도 모르게 온 몸에 힘이 빠져 나가며 털석 주저앉아 버린다)
박씨 : 이...돌팔이 새끼가......(기서의 멱살을 와락 잡는다) 내가 그러니까 보건소로 옮기쟀잖아!
돌팔이 주제에 니가 뭘 안다구!! 사람이나 죽일 줄 알지, 니가 뭘 안다구....
기서 : (박씨에게 멱살이 잡힌 채 힘없이 흔들리다가.....문득 고개 돌리다...영신과 시선을 마주친다)
영신 : (하얗게 얼어 바들바들 떨며......안타깝게 기서를 보는)
기서 : (멍한 표정으로 영신을 보는)
박씨 : (눈물이 철철 흐르며) 너, 일부러 죽였지? 그 땅문서가 뺏구 싶어서 우리 고모 일부러 죽인거지?
그치?!! 이 살인자 새끼야!!
기서 : ......(영신에게서 천천히 시선을 거둔다.......멍한)
영신 : (안타까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박씨 : (기서의 멱살을 놓더니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열고 112를 누르며).....겨....경찰서죠?
여...여기 어떤 살인자 새끼가......사..사람을 죽였거든요.....빠...빨리 좀 와 주세요.
기서 : (흠칫 보는...박씨의 살인자라는 말에 심한 충격을 받는다....예전에 아버지가 당했던 그 심한 충격과 배신감.....
그 느낌과 비슷하다. 눈빛이 심하게 일렁이는 위로)
보호자(E) : 이 의사 새끼가 내 마누랄 죽였어! 이 새끼가 죽였어!!
S#4. #플래시백 (병원 복도, 4년전)
기서(인턴 시절, 양치질하며 칫솔 입에 물고), 어리둥절한 표정 지으며 앞을 보고 있는데,
기서 옆으로 이동 침대(시트를 환자의 머리 끝까지 덮은)가 지나간다.
딸로 보이는 여자(20대 초반), “엄마” 부르며 침대를 잡고 따라가고.
보호자(50대, 험악한 인상), 준호(가운 입은)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 있다.
준호의 먹먹한 시선은 줄곧 이동 침대를 향하고 있다.
보호자 : 이 살인자 새끼야! 내 마누라 살려내!! 내 마누라 살려내애!!!!
준호 : (어떤 반항도 하지 않은 채....이동 침대를 보다가 문득 기서와 시선이 마주치는)
기서 :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칫솔 입에서 빼며)....아버지.........
S#5. #고씨 부인 밭
예전의 당혹스러웠던 기서의 눈빛과 현재의 기서의 절망어린 눈빛 O.L.되는.
영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암담함으로 기서에게 시선 떼지 않고 있는.
박씨(E) : (전화하는)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구요! 어서 빨리 좀 와 달라구요!!!
E) : 사이렌 소리
S#6. #선착장 앞
건너편 육지로부터 도착한 배에서 경찰 패트롤카 두 대, 사이렌을 울리며 내려서.... 달려 간다.
마을 사람들, 무슨 일인가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
S#7. #보건소 마당
보건소 문 벌컥 열리며, 하얗게 굳은 종수, 뛰쳐 나온다.
“말도 안돼....말도 안돼......”중얼거리며 밖으로 급하게 달려 나가는.
뒤이어 새파래진 소란도 “선생니임” 부르며 뛰어나온다.
바들바들 떨며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심하게 뛰기 시작하는 가슴을 안고 스르르 주저 앉는.
S#8. #고씨 부인 밭 일각
영신, 여전히 주저앉은 채 기서에게 안타까운 눈길 주고 있다. (영신 뒤로 패트롤 카 두 대, 서 있고)
기서, 혼이 빠져 나간 듯 멍하고 허탈한 표정으로 흙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모든 걸 체념한듯.....잠시나마 사람을 믿었던, 마음을 열었던 스스로를 자학하듯.
박씨 : (땅을 치며 통곡하는) 아이구.......불쌍한 우리 고모.......평생을 뼈 빠지게 일만 하다가.......
호강 한번 못 해보고오오.......이렇게 허무하게에에....하필이면 그것도 길바닥에서 이렇게 비명 횡사를 하시네.......
아이구.....원통해서 어떡하나...... 절통해서 어떡하 나.......
마을 사람들, 어느 새 우르르 모여 들어 구경하며 기서를 가리키며
“저 놈이 죽였대” “정말이야?” 하며 따가운 눈총 주며 수군거린다.
경찰1(제복 차림), 기서의 윗옷을 들춰 고씨 부인의 얼굴을 확인하고, 경찰 2에게 “증거물 확보 해” 얘기하고 있다.
경찰2, 장갑을 끼고, 피 묻은 과도를 비닐 봉지에 담는다.
경찰3, 현장 사진 열심히 찍고 있고.
기서 : (멍한 채 그대로)
영신 : (안타깝게 보는데)
종수 : (숨이 턱에 닿아 기서쪽으로 달려온다. 기서에게 당혹스런 시선 주고, 고씨 부인쪽으로 다가가
고씨 부인의 경동맥부터 확인한다.)
경찰1 : 뭡니까?
종수 : 오...오 종숩니다. 보건소 의삽니다. (경동맥을 만져보고는 정말 죽었구나...손톱과 발톱에 청색증이 짙어진 것을 보고
질식사를 감지하며 창백해지는......한쪽에 놓인 피 묻은 볼펜 몸통과 증거물로 들고 있는 과도에 시선을 준다)
이때, 엠브란스 도착하고.
구급 대원들, 고씨 부인을 들것에 실어 옮기고......구급 차에 태워 떠나는 동안.
경찰1 : (기서를 가리키며 박씨에게 묻는) 이 분이 저 과도로 아주머닐 살해한 게 맞습니까?
기서 : (멍하고.......)
영신 : (흠칫....살해라구?)
종수 :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박씨를 보는데)
박씨 : (눈물이 범벅 된, 바들바들 정신이 없다.) 네.......갑자기 이 과도로....목을 콱 따 갖구.....이 놈이 죽였어요!!
이 살인자 자식이 목을 찔러서 우리 고몰 죽였어요!!
종수 : (O.L.) 아저씨!!!
기서 : (그 말에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여전히 멍한)
영신 : (당황 하는....바들바들 떨며......)
경찰1 : (기서에게) 목격자 분 말이 맞습니까?
기서 : (멍한)
경찰1 : 목격자분 말이 맞아요?
영신 : (아니라고 해요.....자기가 고개 절래절래 젓는)
기서 : .......
박씨 : 내 눈으로 봤다니까 왜 사람 말은 안 믿어? 내 눈으로 직접 봤다잖아요!! 이 자식이 죽였다니까!!
기서 : (여전히 멍한......위로 종수(E)) 아저씨이!!
종수 : (경찰1 에게) 이 분 의삽니다. 여기 이 과도도 그렇고, 볼펜도 그렇고.....
의료 행위를 응급 소생술을 하던 중이었던 거 같애요. 죽이려던 게 아니구 살리려구. (....하는데)
기서 : (O.L. 격앙되지 않게 담담하게) 맞아요. 제가 죽인 거.
영신 : !! (어이가 없는)
종수 : 선배님!!!
기서 : (차가울만큼 담담하게) 제가....죽였습니다. 아주머니. (어느새 인술을 베푸는 의사가 돼버린 자신에 대한 자학과
어쩌면 자신의 처치가 고씨 부인을 죽음으로 몰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예전의 오만 불손 거만함에서 변한)
박씨 : (부인할 줄 알았는데......오히려 당혹스럽다)....거...것 봐요....지...지가 죽였다잖아.
경찰1, 경찰2에게 눈빛 주면, 경찰2, 기서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
영신 : (헉! 숨이 막히는)
종수 : (바들바들 떨며 항의하는) 의....의사라잖아요, 이 분!!......수갑 풀어요! 이게 뭐하는 짓이야? 수갑 당장 풀어요!!!
(기서의 수갑을 자기가 풀려고 하는데)
경찰1 : 진정하세요. (종수를 잡으며 제지하고, 경찰2에게 눈빛 주면)
경찰2 : (기서를 일으켜 세우며 패트롤카 쪽으로 데려간다)
기서 : (모든 걸 체념한 듯 담담하고.....싸늘하고.....얼음장처럼 차갑다.)
박씨 : (기서가 수갑까지 차자 자기도 솔직히 당혹스럽다)
종수 : (경찰1에게 제지 당하며....계속 소리치는) 수갑 풀라구요! 수갑 풀란 말야!! (경찰1에게) 이건 아니죠, 형사님!!
사람 살리려던 의사한테 이러면 안되죠!! 이건 아니라구요! 아니라구요오!!!
영신 : (하얗게 질려 바들바들.......)
종수의 항의가 이어지는 동안 기서, 패트롤카 뒷자리에 태워진다.
종수 : (박씨에게 사정하는) 아니잖아요....그런 거 아니었잖아요.......살리려고 그랬던 거잖아요......
말씀 좀 해주세요, 아저씨...
박씨 : (자기도 약간은 겁이 나 울먹이며) 아냐....저 자식이 죽였어..........내가 보건소로 옮기자 그랬는데......
내 말 안 듣구 저 자식이 죽였어. (부정하듯 고개 세차게 내젓는다)
영신 : (땅이 내려앉는 듯한 절망감에 여전히 주저 앉은 채.......)
경찰1 : (박씨에게) 목격자 진술이 필요하니까 선생님두 함께 가 주시죠.
(경찰3, 와서 박씨를 인도해 기서와 다른 패트롤 카에 박씨를 태운다)
기서를 태운 패트롤카(경찰1이 조수석에, 경찰2가 뒷자리에 기서와 함께 탔다. 경찰4, 운전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종수,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허탈하게 가는 차를 보는....패닉에 빠진 듯한.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영신의 옆을 스쳐 지나는 패트롤카.
기서 : (시선을 돌리다.....차창 밖에 주저 앉아 있는 영신과 시선을 마주친다)
영신 : (어느 새 눈물이 그렁해져...왜 그랬냐고...왜 거짓말을 하냐고....하는 표정으로 안타깝게 기서를 본다)
기서 : (냉정하리만치 담담하게.......영신을 보다가 앞으로 다시 시선 돌린다...눈빛이 차갑다.)
영신 : (가슴이 콱 막힌다.....안타까움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기서를 태운 패트롤 카, 앞이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한
영신의 시선을 벗어나.....점점.....점점......멀어져 간다.
S#9. # 석현 임시 사무실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한 임시 사무실.
팩스와 컴퓨터, 전화 놓여 있고, 벽에는 토지 매입 상황을 알려주는 지적도와 리조트 조감도 붙어 있다.
직원들 10명 정도 회의 테이블에 둘러 앉아 있고. (6회 등장한 직원들 있다)
석현, 직원들 앞에 서서 보드판에 붙여진 사업 진척 상황표를 가리키며 지시하고 있다.
(토지매입 진척상황, 관련규제법 내용, 시공일자, 리조트 설계도등으로 된 상황표)
석현 : 지주 작업팀은 앞으로 한 달을 목표로 매입 작업 마무리에 박차를 가해 주십시요..(담당직원들 끄덕이고)
인허가 담당은 지역 내 지주들과 기관장들 간담회, 실수 없이 준비해 주시구요. (담당 직원, 꾸벅하고)
착공까지 앞으로 두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각자 맡은 일.....(하는데)
직원1 : (벌컥 문 열고 들어서며) 팀장님! 큰일 났습니다!!
석현 : ?
S#10. #석현 차안/ 마을 길
몹시 당황한 석현, 다급하게 차를 몰아가고 있다.
팽팽한 긴장감으로 손바닥으로 얼굴을 쓰는 석현....낯익은 사람의 등을 보고 흠칫 눈빛 흔들린다.
저 앞으로 여전히 바닥에 주저 앉은 채 일어날 줄 모르는 영신의 등이 보인다.
밭에는 종수도 망연자실 여전히 주저 앉아 있고,
소란, “어뜩해....어뜩해요, 선생님....”하며 옆에서 울먹이고 있다.
모여 있던 사람들은 다 떠났다.
석현, 한쪽으로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려서서 영신의 등을 본다.
말없이 영신의 등을 보다가......영신을 그대로 스쳐 종수와 소란이 있는 곳으로 오는 석현.
영신 : (자신에겐 아는 체도 않고 자신을 스쳐서 가는 석현의 등을.....멍하니 보는)
석현 : (소란에게) 누나!
소란 : 석현아!......어뜩해.........민기서 선생님.....살인죄루 경찰에 잡혀 가셨어......살인이 뭐야? 살인이?!!.....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어?.....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어?!!
석현 : (서늘한 표정으로......침착함 잃지 않고....혼란스러움이 남아 있는 현장을 본다....여기 저기 핏자국이 남아 있고,
새참 다라이도 엉망이 되어 있고, 해체된 볼펜 심도 보이고)
종수 : (툭) 이런 일이.......(벌떡 일어선다) 있어선 안되지!
소란 : 선생님!!!
종수 : 이건 아냐......이건 아냐, 정말.....세상이 뒤집혀두.... 이건 아냐아....(뛰다시피 해서 급하게 간다)
소란 : 선생님!! (부르며 따라가다가 영신에게) 영신아...너두 그만 가.....
영신 : (멍하니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소란 : (안타깝게 보다가 종수를 쫓아 가며) 선생니임!!!
석현 : (종수와 소란이 멀어지자 영신 앞으로 다가가며) 영신아!
영신 : (천천히 시선 들어 석현을 보는....눈빛은 멍하다)
석현 : (손을 내밀어 준다.....이 손을 잡고 일어나라고)
영신 : (그 손 잡을 생각 않고 시선 내리며.....자기 자신에게 말하듯 중얼거리는) 너 바보야?
석현 : (무슨 소린가....)
영신 : (바들바들 떨며 스스로에게 말하는) 아니라구 말하지.........너두 봤잖아........
죽인 게 아니구.....살리려고 그랬던 거라구......말하지.....
석현 : (흠칫) !!
영신 : 바보 같은 게......등신 같은 게.......(뭔가 생각이 들었는지 벌떡 일어서더니...
석현은 마치 없는 사람처럼 눈길도 안 주고, 휙 돌아서 걸음 빨리 해서 걸어간다)
석현 : (몹시 씁쓸한.....시선은 허위허위 걸어가는 영신에게 두고, 핸드폰 꺼내 전화하는)
.....최석현입니다. 회장님과 통화를 좀 하고 싶은데요?
S#11. #건너편 육지 길
패트롤카 두 대, 나란히 달리고 있다.
S#12. #패트롤카 안
수갑을 찬 기서, 눈을 감고 머리를 시트에 기대 있다.......차갑게 굳어 있는.
종수(E) : 민 선배 잘못이 아냐.
S#13. #보건소
종수, 컴퓨터 모니터 화면으로 고씨 부인 진료 기록을 보고 있다.
소란, 옆에서 어딘가 열심히 전화를 걸고 있다.
종수 : (눈은 모니터를 향하고 소란에게 말하는) 이전에 천식 발작이 있었구, 이미 청색증이 와 있었어....
상기도 폐쇄가 와서 인공 호흡을 해도 소용이 없으니까, 기관 절개를 한걸거야....(소란 보며) 민 선밴
아주머닐 살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tracheostomy(주:트라키오스토미:기관절개)를 시행한 거 뿐이예요.
사용할 수 있 는 최선의 도구루.
소란 : (위기가 닥치자 물 만난 고기처럼 침착하고 해박하게 변한 종수가 새삼 다시 놀랍다....
종수를 빤히 보다가 저편에서 전화를 받자)....여보세요....대명 병원이죠? 예, 여긴 푸른도 보건지손데요.
저희 선생님 바꿔 드릴께요. 잠깐만요.....(종수에게 전화기 건네며) 선생님, 여기!
종수 : (전화 받으며) 안녕하세요. 오종수라고 합니다. ...저희 마을 주민 중에 박 희자씨 진료 기록 좀 열람 할 수 있을까요?
.......몹시 중요한 일이라 그렇습니다.......예, 압니다. 알지만....워낙 중요한 사안이라서......
(갑자기 소리치는) 원칙같은 소리 하구 있네!! 의사 한분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단 말야, 지금!!
소란 :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종수의 모습에 다시 깜짝 놀라 당황해서 보는)...선생님!!!
종수 : (얼굴이 벌개져 식식거리는)
S#14. #영신 마당
허위 허위 걸어오던 영신, 뭔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기서방 앞에 봄이가 서서 뭔가를 연습하고 있다.
봄 : 그니까요, 내가 “김기사~” 하면 아저씨가 “네! 싸모님!" 하구, ”노래 불러봐. 어숴~" 하면 아저씨가 ”네, 싸모님“
하구 노래 부르면 되는 거거든요?
영신 : .........봄아!
봄 : (돌아 보는) 엄마!!.....왜 이렇게 빨리 왔어?
영신 : 아저씨 방 앞에서 뭐해?
봄 : 부탁하는 연습........낼 모레 현장 학습가서 장기 자랑 하는데, 나하구 편 좀 먹어 주세요. 부탁 할려구.
영신 : ......너랑 편 먹을 사람이 없어?
봄 : 응....용주오빠는 보람이랑 편 먹구, 태창이랑 지선이랑 편 먹구, 나만 편이 없어.
영신 : ........
봄 : 선생님은 할아버지 모시구 오랬는데......똥 싸면 어떡해? 미스타리?
영신 : 두섭이 삼춘, 하는 일 없이 맨날 놀잖아.....두섭이 삼춘한테 부탁해.
봄 : 아저씨두 하는 일 없이 맨날 놀잖아.
영신 : 아저씨가 왜 놀아? (자기도 모르게 표정 굳어 단호하게) 아저씬 의사 선생님이야!!
봄 : 왜 화를 내구 그래?
영신 : .....미안해.....화낸 거 아냐.....(방쪽으로 가며) 엄마, 잠깐 어디 좀 갔다 올테니까, 할아버지랑 놀아 드리구 있어.
힘들면 두섭이 삼촌 할머니한테 도와 달라 그러구.
봄 : 아저씬 어디 갔어, 엄마?.....미스타리가 아저씨 토스트 잽싸 다 먹어버렸는데.
영신 : 엄마가 아저씨 데릴러 가, 지금.
S#15. #육지 길/ 석현 차안
석현, 운전해서 가고 있다. 이어폰 꽂고 핸드폰 통화하고 있다.
혜정(F) : 민기서.......내 아들이야.
석현 : (자기도 모르게 끼익 브레이크 밟으며 차를 멈춘다.....비상등 켜고....몹시 당황한)
혜정(F) : 4년 전에 딸 아이 보내구......하나 남은 내 아들이야, 민 기서!
석현 : (기가 막히고......어이가 없다)
S#16. #혜정 회장실
혜정, 무선 전화기 들고 창밖을 보며 통화하고 있다.
혜정 : (애써 냉정하게) 이번 일은 못 들은 걸루 하고 싶은데......지가 벌인 일이니까 기서 스스로 지 힘으루 알아서
수습하라구 해. (전화기 끊고 한숨 뱉고는 잠깐 망설이다 준호에게 전화한다)......나예요. 운전 중이예요?......
민 기서, 그 망할 자식....(눈에 눈 물이 그렁해지며) 이젠 백 프로 내 아들이기만 한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는 당신 아들이데요?.....누구도 어쩔 수 없는....당신, 민준호 아들이야....(눈물이 흘러 내린다)
S#17. #경찰서 강력계 사무실(행정구역의 큰 도시에 위치한....예를 들면 목포 정도)
수갑 찬 기서, 사복 형사1 앞에서 심문 받고 있다. 무서울만치 무표정하고 담담하다.
한쪽에서 다른 형사2, 갓 20세쯤 되어 보이는 한 날라리를 취조하고 있다.
형사1 : (박씨가 미리 쓴 진술서를 넘기며 읽으며) 조사를 받을 시 변호사의 참석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기서 : (O.L.) 필요 없어요, 그딴 거.
형사 : (스윽 보다가....조서 넘기며) 사망자 보호자 측에선 살인이라고 주장하는데.....의사양반이라면서요?
정말로 응급소생술을 하다가 사망한 거면 혹 과실이 입증 돼도 업무상 과실 치사에 해당 됩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응급 소생술을 시행 중이었습니까?
기서 : (어떤 대답도 않는데)..........
형사2(E) : 뭐 이딴 후레 자식이 다 있냐? 자식이 돼 갖구 어떻게 아버지를 패, 이 자식아!!
기서 : (흠칫하며 소리나는 옆으로 시선을 돌린다)
날라리 : (뻔뻔한 표정으로 삐딱하게 앉아 풍선 껌까지 질겅질겅 씹으며)
누가 아버지야? 아버지 같지도 않은 게 무슨 아버지야?
기서 : (눈빛이 부르르 떨린다)
형사1 : (책상을 탕탕 치며) 민기서씨!!
기서 : (대답 않고 날라리 쪽만 시선 주고 있는데)
날나리 : (어이 없어하는 형사2 앞에서 풍선 껌까지 불며) 아버지 짓을 해야 아버지지....지가 나한테 뭘 해준 게 있다구...
(하는데)
기서,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날라리가 앉은 의자를 사정없이 걷어차 버린다.
날라리, 의자와 함께 바닥으로 나뒹군다. 날라리, “야! 뭐야?” 소리치는데.
기서, “너한테 꼭 뭘 해줘야 아버지야? 아버진 그냥 아버지야, 이 개새끼야!! ”하며
의자를 들어 날라리에게 내려 치려 하는데....
형사1,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잠깐 당황해 있다가 “뭐하는 짓이야?” 하며 기서를 만류하며 잡는다.
기서, “놔! ” 소리치며 형사1의 손길을 거칠게 뿌리치며 하자, 다른 형사도 와서 기서를 붙들며 말린다.
카메라 빠지면, 경찰서 문 입구에서 그런 기서를 답답하고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석현이 있다.
S#18. #유치장안
기서, 유치장 안에 앉아 있다.
벽에 등을 기댄 채 모든걸 체념한 듯....허탈하고 허허로운 표정.
S#19. #경찰서밖 로비
석현, 한쪽에서 괴롭게 얼굴 부비고 있다.
이때, 석현 뒤로(석현이 등을 보이고 서 있는 자세) 영신, 경찰서쪽으로 허위허위 걸어 들어간다. 석현을 보지 못했다.
석현, 문득 시선 돌리다가.....누구에겐가 강력계 사무실을 묻고 있는 영신을 발견하고, 흠칫하는 표정 되는.
S#20. #경찰서안
영신, 형사1 앞에 앉아 있다.
형사1 : 아가씨 말은 알겠는데.....다른 목격자측에서 워낙 완강하게 살인이라고 주장하구.....
일단 본인두 자기가 죽였다구 시인을 하니까....
영신 : (안타깝게 호소하는 O.L.) 그렇지가 않아요.....제가 다 봤어요......처음에 인공호흡을 하다 안되니까......
어쩔 수 없이.....살리려고 그랬던 거예요. 살인 같은 거 아녜요......그런 거 아니예요, 아저씨......
그 분, 얼마나 얼마나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신데요? 보람이 아빠두 살려 주시구, 춘천댁 아주머니두....
(하는데 저도 모르게 울컥하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 한다)
석현 : (한쪽에서 그런 영신을 지켜보고 있는)
S#21. #경찰서 밖
영신, 멍하니 서 있다......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이때, 영신 앞으로 내밀어 지는 음료수 캔.
영신, 기운 없이 고개 돌려 보면.....석현이 서 있다.
석현 : (영신의 손에 음료수 캔 잡혀 주며) 걱정 마. 살인죄로 기소 되진 않을거야.
영신 : (흠칫 보는)
석현 : 의료 행위 도중 과실로 사망한 것이 입증되면 의사 면허를 잃게 될 수는 있겠지만.
영신 : ..........
석현 : (초췌한 영신을 보며).......밥은....먹구 다니는 거냐?
영신 : ........
석현 : ......(말하기 죽기보다 싫지만, 힘겹게 뱉는)....민기서.....만나 볼래?
영신 : .........(천천히 고개 젓는.......)
S#22. #유치장안
멍하고 허허로운 눈빛의 기서, 천천히 눈을 감는다.
S#23. #석현 차안/ 선착장 (푸른도 건너편 육지의. 늦은 오후)
석현, 배를 타기 위해 차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다.
저 앞으로 등을 보인 채 망연자실 바다를 보고 있는 영신을 본다.
석현, 차에서 내려 영신 쪽으로 걸어간다. 겉옷을 벗어서 영신의 어깨에 덮어주는데......
영신, 석현의 옷을 다시 걷어.....석현에게 내민다.
영신 : ....괜찮아. 안 추워.
석현 : (어쩔 수 없이 받아 들며 당혹스러운데)
이때, 크락션 소리 빠앙 울린다.
석현, 돌아보면, 대기하고 있는 한 자동차에서 종수, 내려선다.
종수 : (석현에게 꾸벅 목례하고) 봄이 엄마 맞구나.....
영신 : (그제야 돌아보는)
종수 : (약간 들떠서) 고필두씨 아주머니가 치료 받았던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예요. 민 선배가 잘 못한 거 아니었어요.
과실 치사도 아니예요, 이건!!
영신 : ! (눈빛 반짝)
석현 : ! (표정에 희망이 스치는)
종수 : 그 집 아저씨 등쌀에 후두 부종이 있는 상태에서 억지로 퇴원도 한 모양인데......
농약을 살포하다 증상이 더 악화 됐던 거 같애요. 그때 즉시 호흡을 돌려 놓지 않으면
어떡해두 돌아가시는 상황이었어요.
영신 : (그래....그렇지......눈빛이 흔들리는)
석현 : (심각하게 듣고)
종수 : 그 상황에서 아무 처치도 않고 외면했다면....... 의사로써 오히려 비난 받아 마땅했겠죠.
영신 : .........(긴장했던 온 몸에....힘이 쑥 빠져 나가는 것 같다.)
석현 : 그럼 무죄로 풀려 날 수 있는 겁니까?
종수 : (그 말에 다시 절망적인 표정으로 고개 저으며) 상황은 있는데, 증거가 없어요......
고필두씨가 증언만 해주시면 되는데....
석현 : ......증언.....요?....
종수 : 네. 아침에 농약 치러 가기 전에 분명히 어떤 증상이 있었을 거예요.
후두 부종 때문에 목이 쉬었다거나....얼굴이 부었다거나.....
영신 : (희망이 눈빛에 어리며) 그럼......증언....해달라구 그럼 되잖아요.
종수 : 그렇게 되면 아픈 사람을 억지로 퇴원시키구, 병원 경고 무시하고 농약 밭으루 내몬 사람이 자기라는 걸
인정해야 되는데......자기가 그 손가락질을 다 받아야 되는데.....그래 주겠어요? 약 먹지 않은 이상?
영신 : (다시......절망감이 어리는)
석현 : (그런 영신을 보는.....)
S#24. #경찰서 유치장 안
눈을 꾹 감은 기서,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
봄(E) : (목소리 낮춰 소근거리는) 아저씬 무슨 죄를 졌어요?
S#25. #플래시백 (영신 마당, 낮)
봄동이를 업은 봄이, 덩달이에게 “많이 먹어, 이 덩달!” 하며 개밥 주고 있다가 기서쪽으로 흘끗 고개를 돌린다.
봄 : (소근거리듯) 무슨 죄를 졌냐구요, 아저씨는?
기서 : (기서방 마루에 앉아 어이없는 표정으로 봄이 보며) 뭐, 임마?
봄 : (누가 없나 두리번거리며 기서 쪽으로 다가온다. 다시 휙휙 두리번거리고 목소리 낮춰) 아저씨두 사실은 천사잖아요.
기서 : (어리 둥절)
봄 : 이건 비밀인데.....나두 천사거든요...(주위에 누가 없나 다시 두리번거리는)
기서 : ?
봄 : 어디서 왔어요, 아저씨는? 무슨 죄를 짓구 쫓겨 났어요?
기서 : (점점 어이없어) 너 뭐 잘못 먹었냐?
봄 : 아뇨, 잘못 안 먹었구요오.....그니까, 난 하늘 나라 천산데 하느님 말을 좀 안 듣구 속을 썩여 가지구
우리 엄마 딸루 태어났거든요오..
기서 : (황당한)
봄 : 아저씬 무슨 죄를 져 갖구 아저씨로 태어났어요? 아저씨두 하느님 말 안 듣구 속썩였어요?
기서 : (기가 막히고 어이없는)
봄 : 우리 엄마 그러는데요, 지금부터 착한 일 100개만 하면 다시 천사가 된대요.
기서 : (어이없어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 나오는)
봄 : 아저씬 보람이 아빠 살려줬으니까 인제 구십 아홉 개만 착한 일 하면 돼요.
기서 : (어이도 없고....대꾸 할 말이 없어 빤히 봄이를 보는)
봄 : 난 벌써 열 개도 넘게 했는데.....(뻐기듯 헤헤 웃고 격려하듯 기서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힘 내세요! 천사 아저씨!!....빠샤!!!!
S#26. #유치장 안
기서, 눈을 번쩍 뜬다. 울컥하며 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생각을 떨쳐 버리려는 듯 고개 저으며.....눈을 감아 버리는.
S#27. #마을 길 (푸른도의)
영신, 허탈한 표정으로 털레털게 걸어가고 있다.
툭툭툭.....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얼마쯤 뒤떨어져 석현의 차가 뒤쫓아 오고 있다.
S#28. #석현 차안
석현, 안타까운 표정으로 영신의 등을 보며 차를 운전해 간다.
빗줄기 점점 굵어지기 시작한다. 석현,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멈춘다.
기어 P에 놓고.
S#29. #마을 길
석현, 트렁크에서 우산 꺼내서 들고 영신 쪽으로 간다.
우산을 펴서 영신에게 씌워 주는....
영신 : (석현을 본다. 어떤 감정도 없는 담담한 눈빛)
석현 : (그 담담한 눈빛이 더 가슴 무너진다.)
영신 : (석현에게서 시선 거두고 앞을 보며 걸어간다)
석현 : (영신에게만 우산 씌워주며 따라 간다.....자기는 흠뻑 젖는다)
영신 : (석현은 옆에 없는 사람처럼 앞만 보고 걸어가는데, 핸드폰 울린다. 발신자 확인하고 걸어가며 핸드폰받는) 어, 봄아.
석현 : ..........
봄(F) : 클났어, 엄마....미스타리 가......석현이 삼춘이랑만 알까기 할거라구 또 땡깡부려. 밥도 안 먹구......어뜩해?
영신 : ........엄마 지금 가니까, 니가 좀만 더 할아버지 달래구 있어........비두 오구 안돼. 꼼짝 말구 있어. 엄마 금방 가.
석현 : ........
영신 : 그래, 고마워, 우리 딸. (핸드폰 닫고 앞만 보며 걸어가는)
석현 : (여전히 영신에게 우산 받쳐 준 채 같이 옆에서 걸어가는)
영신 : .......
석현 : .......
S#30. #영신 집 앞
영신, 발걸음을 멈추고, 그제야 석현을 본다.
석현, 흠뻑 젖어서 영신을 본다.
영신 : (뭐라고 말하려다 그만 두고.......뒤도 돌아보지 않고 “할아버지! 봄아!” 부르며 방쪽으로 뛰어 간다)
석현 : (서운함 삼키며......씁쓸한 표정으로 보는.....)
S#31. # 영신집 외경(밤)
여전히 비, 거세게 내리고 있다.
봄(E) : 김 기사~ 김 기사~
S#32. #영신방
영신, 멍한 표정으로 이노인과 봄이를 본다. 신경은 온통 기서에 가 있다.
이노인 : (봄이 머리 핀 양쪽에 꽂은, 초코파이 먹으며 천진하게 봄이만 보고 있는)
봄 : (이 노인과 마주 앉아) 뭘 멀뚱히 보구만 있어? “네! 싸모님!” 그렇게 말해야지!
이노인 : (남은 초코파이를 한 입에 다 넣어버린다)
봄 : 아우, 참.....초코파이 좀 그만 먹구 “네! 싸모님!” 해보라니까!!
영신 : (멍하니.....넋나간 사람처럼)
이노인 : (다시 다른 초코파이 봉지 뜯는데)
봄 : (휙 뺏으며) 나 인제 미스타리랑 안 논다?
이노인 : (그제야) 네! 싸모님!
봄 : 좋았어.....“김 기사~노래 좀 불러봐, 어숴어~” (하는데)
이노인 : (봄이 이마를 탁 때리며) 초코파이 내놔! 메주야!! (하며 초코파이를 휙 뺏어 가 먹는다)
봄 : 아, 진짜......미스타리는 초코파이하구 나하구 물에 빠지면 초코파이부터 구해 줄거지?
이노인 : 응.....(하며 천진하게 고개 끄덕이는)
봄 : (으이 씨...흘기고 영신 보며) 두섭이 삼춘은 그날 서울에 옷 사러 갈거래. 아저씨 언제 와, 엄마?
영신 : (멍하니)
봄 : (영신 얼굴에 바짝 자기 얼굴 대고) 아저씨 왜 안 오냐구!! 엄마가 데꾸 온다 그랬잖아!!
영신 : (그제야 당혹스럽게 봄이를 보는)
봄 : 아저씨 어디 갔어어?!!
영신 : ......어......저기...저어기.....
봄 : 저기 어디? .....저기 어디이?!!!
영신 : ...........(곤혹스럽게 봄이를 보는)
S#33. #영신 마당
영신, 방문 열고 나온다. 쪼그리고 앉아 마당에 내리는 비를 멍하니 본다.
방 안에서는 봄이의 목소리 들려온다.
봄(E) : 미스타리! 그럼 우리 ‘주연아~’ 그거 하까?.....(흉내 내는) 주연아~선생...주연아...선생...주연아! 선생님이~‘
영신 : (문득 떠오르는)
종수(E) : 상황은 있는데, 증거가 없어요......고필두씨가 증언만 해주시면 되는데....
영신 : (벌떡 일어난다)
S#34. #고씨 집 앞
우산을 쓴 영신, 고씨 집 앞으로 걸어온다. 대문 열려 있다.
영신, 심호흡하고 대문 앞으로 다가가다가 뭔가 발견하고 몹시 당황한다.
S#35. #고씨 마당
석현, 마당 한 가운에 무릎 꿇고 앉아 있다. 쏟아지는 비, 그대로 맞으며......
고씨(E) : 씨알두 안 먹히는 소리 집어 치우구 꺼져! 당장 꺼져!!!
석현 : 한 젊은 의사의 인생이 걸린 일입니다.....제발 어르신......부탁드립니다.
영신 : (대문 밖에 서서 당혹스럽게 석현을 보고 있는)
S#36. #고씨 방안 (허접하고 조악한)
고씨 부인과 고씨, 함께 찍은 사진(경직된 자세로 앞만 보며 찍은), 걸려 있고.
고씨, 참담한 표정으로 소주병을 놓고 앉아 있다. 빈 소주병 두병 정도 나뒹굴고 있고.
고씨 : 너무너무 건강하구 멀쩡하구 쌩쌩했어 그 여편네!....그 자식이 내 마누라 죽인거야.......
멀쩡한 내 마누라 그 놈이 죽인거야!!
S#37. #유치장 안
기서, 벽에 등을 기댄 채 한 치의 미동도 없이 여전히 눈 감고 있다.
석현(E) : 아저씨 땅을 가지고 싶어서 제가 타짜를 풀었습니다.
S#38. #고씨 마당
석현 : (여전히 빗속에 무릎 꿇고 앉은 채) 어차피 나쁜 놈들한테 뺏기고 말 땅 문서 같애서
제가 먼저 나쁜 놈이 되기루 했습니다. 사기 도박판을 벌려 땅문설 뺏어 오라고 제가 지시했습니다.
그 의사 선생한테.
영신 : (대문 뒤에 서서.......깜짝 놀라는)
S#39. #고씨 방안
고씨, 방에 벌렁 드러누워 있다. 천장을 보는.
석현(E) : 백 프로 이길 수 있는 판을 그 친구가 엎었습니다. 수천 만원, 그 이상의 손해와 불이익까지 감수하면서요!
S#40. #플래시백 (6회 #47. 하우스)
기서 : (화투패 던지며) 다이!!
기서 : (벌떡 일어서 꽁지꾼에게서 서류 뺏어 북북 찢고 땅문서 착착 접어서 고씨의 가슴 팍에 쑤셔 넣고는)
한번만 더 노름판에 이딴 거 들구 나오면 그땐 뼈도 못 추릴 줄 알어! 영감!!
석현(E) : 그런 친굽니다.
S#41. #고씨 마당
석현 : 목적을 위해선 친구 아버지 뒤통수도 얼마든지 칠 수 있는......저하군 인격이 다른 친굽니다.
영신 : (숨이 멎는 것 같다)
S#42. #고씨 방안
고씨, 잠을 자듯 눈을 감아 버린다.
S#43. #고씨 마당
석현 : (그대로 무릎 꿇은 채......) 잘못했습니다. 절 벌주시구......그 친구 살려 주십시오.
영신 : (충격으로 멍한.......)
S#44. #영신집 외경 (이른 아침)
비는 말끔히 그치고, 푸른 여명이 남아 있는 새벽.
S#45. #영신방
봄이와 이노인의 팔을 베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대충 이불만 덮은 상태....
영신이 없는 동안 이 노인이 치매에 걸리긴 했지만 할아버지의 본능으로 봄이를 돌봐 주었다.
S#46. #고씨 대문 앞/ 고씨 마당
영신, 밤을 그대로 샌 듯 우산 접어서 들고.......마당을 보고 있다.
석현, 그 자세에서 꿈쩍 앉고 무릎 꿇고 앉아 있다.
몸은 여전히 젖어 있고, 추위에 얼굴과 입술이 새파래져 있지만.....어떤 미동도 표정 변화도 없이 꿋꿋한.
이때, 고씨 방문 벌컥 열리며, 고씨 나온다.
고씨 : (몹시 당혹스럽게 석현을 보는)
석현 : (인기척에 천천히 시선을 들어 고씨를 본다.....곧 쓰러질 듯 안색이 창백하다.)
고씨 : (보다가).......미친놈....백날을 그러구 앉아 있어봐라. 내가 눈썹 하나 까딱하나....(다시 휙 방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석현 : (그래도 미동도 않고 꿋꿋하게 앉아 있는)
영신 : (안타까운데)
잠시 후, 고씨 방문 다시 벌컥 열리더니, 고씨, 방문 열고 나온다.
고씨 : 그래! 내가 죽일 놈이다, 그래!! 팅팅 붜서 아프다고 드러누워 있는 여편넬 내가 농약 치라구 내몰았다, 어쩔래?!!....
(눈물이 그렁해) 그렇게 쉽게 갈 줄 내가 어떻게 알어?!!.....꾀병 부리는 줄 알았단 말야, 난!!!
석현 : (그제야 입가에 미소가 돌며......눈에 눈물이 그렁해진다)
영신 : (역시 눈에 눈물이 그렁해진다)
S#47. #유치장 안
밤 사이에 눈에 띄게 초췌해진 기서, 벽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
형사1(E) : 민기서씨!!.....민기서씨!!
기서 : (천천히 눈을 뜬다)
형사1 : 부검 결과 나왔습니다. 사망자 남편분의 결정적 증언도 있었고.......무혐의로 불기소 처분 됐습니다.......
나오셔도 됩니다.
기서 : (그 말에도 어떤 동요도 없는 눈빛)
S#48. #경찰서밖 마당 (낮)
기서, 털레털레 걸어 나온다. 눈부신 햇살에 눈을 찡그리다가....누군가 발견하고 몹시 당황한 표정 짓는.
마당에 준호가 택시를 세우고 서 있다.
준호 : (기서를 향해 안쓰럽고 따뜻한 미소를 짓는)
기서 : (보다가 외면하고 준호를 스쳐 걸어가는데)
준호 : 그 날 일, 후회 안한다, 난!!
기서 : (흠칫 발걸음 멈추는)
준호 : 그 날 그 시간이 다시 돌아온다 그래두 난 똑같은 선택을 할거다!
기서 : (돌아서서 준호를 이해가 안된다는 듯 노려보는)
준호 : 니가 그 아주머니한테 의사로써 최선을 다했듯......나한테도 그게 최선이었으니까!!
기서 : (눈빛이 무섭게 흔들린다. 픽 비웃고) 환자를 죽이는 게 최선이라구요?
환자를 안락사 시키는 게....의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구요?!!!
준호 : 죽인 게 아니라....그만 힘들라구...그만 편히 쉬라구....내 손으루 보내준거다.
기서 : (어이없다는 듯 껄껄 웃다가 표정 싸늘해지며) 그래서, 살인자루 고발 당하구, 세상 모든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받구,
의사라는 직업도 잃구, 마누라한텐 이혼 당하구, 딸은 죽구, 아들은 이 모양 이 꼴루.......
(잠깐 목이 메었다가.....)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구요?!!
준호 : ........정심이 누나....춘천 고아원 시절부터 같이 자란 내 친 누나같은 사람이었다.
기서 : (흠칫.....몰랐던 얘기다)
준호 : .......어차피 다른 사람이 해야 된다면.....내가 하는 게 나을 거 같애서......내 손으루 보내 주는 게 나을 거 같애서.....
누나두 그래 달라구 부탁을 했구......
기서 : (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준호 : (애써 밝게) 타라......니가 있다는 섬까지 태워다 주께.
기서 : ........
준호 : 기서야.
기서 : ........
준호 : 민 기서!
기서 : 섬엔....안 갑니다.
준호 : .......
기서 : (준호 택시 옆으로 오더니 조수석에 오르더니 눈을 감는다)
준호 : (아프게 보다가 운전석에 오른다)
기서를 실은 준호의 차, 경찰서 마당을 천천히 떠나기 시작한다.
카메라 빠지면, 한켠 담 벼락에 영신이 있다.
차마 나타나지는 못하고 한켠에서 숨어서 떠나는 차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는.
카메라, PAN하면 차 운전석에 앉아 그런 영신을 쓸쓸하게 보고 있는 석현이 있다.
S#49. #근처 도로
준호의 택시, 달리고 있다. 저 앞으로 ‘서울’이 표시된 이정표 보인다.
S#50. #준호 차안/도로
준호, 운전하다가 흘끗 옆 좌석을 본다. 기서,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다.
감은 기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준호, 그런 기서를 보다가 다시 앞을 보며 운전하는.....
준호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해 진다.
S#51. #영신집 마당
영신, 털레털레 집 안으로 들어선다. 자기 방 쪽으로 가려다 기서 방쪽을 보는.
S#52. #기서방
영신, 방문을 활짝 연다.
기서의 가방과 옷 가지들, 그대로 널려 있다. 그저 잠깐 자리를 비운 사람처럼.
영신, 왠지 모르게......가슴 한 구석에 구멍이 난 듯 쓸쓸하고....허전하다.....
S#53. #영신 주방
영신, 주방에 들어서서 냉장고 문 열어본다. 식빵 봉지가 눈에 뜨인다.
봄(E) : 학교 다녀왔습니다!
영신 :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식빵 봉지를 열어 식빵 하나를 꺼내 꾸역꾸역 먹는다.)
봄 : (주방 안으로 고개 쑥 내밀고 영신 보며) 어?......(주방 안으로 들어서며) 엄마! 왜 아저씨 식빵 먹어?
영신 : 맛있어서......야, 이거 진짜 맛있다......봄아! 너두 먹어봐. 딥따 맛있어. (식빵 하나를 내민다)
봄 : 안돼애.....왜 남의 걸 맘대루 먹어? (영신이 내민 식빵을 다시 식빵 봉지에 집어 넣으며)
아저씨 개지랄 떨면.... 아니 화 내면 어쩔려구?
영신 : 괜찮아. 아저씨 인제 없어.
봄 : 엉? (그게 무슨 소린가?)
영신 : 아저씨 서울루 가셨어, 봄아.
봄 : (한대 맞은 충격어린 표정) .....뻥 까지 마.
영신 : 뻥 까는 거 아냐....이제 안 오실거야, 우리 집엔.
봄 : (입술을 비죽거린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듯)
영신 : (감정 감추며) 우리 식빵에 딸기 쨈 발라 먹을까?......(일어서서 찬장 뒤지며) 딸기 쨈을 내가 엇다 뒀더라. (하는데)
봄 : (갑자기 우와앙 울음 터뜨린다)
영신 : (당황해서 봄이 보는) 봄아...
봄 : (우와앙 떠나갈 듯 큰소리로 울기 시작하는)
영신 : (당혹스럽게 보는)
S#54. # 기서집 앞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으리으리한)/ 준호 택시안
준호의 택시 와서, 멎는다.
다시 담담하고 차가운 표정이 된 기서, 벨트를 풀고 있다.
준호 : 넌 의사가 천직인 놈이야. 아버지가 알아. 니 애비하군 비교도 안되게 따뜻한 가슴을 가진....(하는데)
기서 : (픽 비웃고 싸늘한 표정으로 준호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차에서 내려 대문 앞으로 가 벨을 누른다)
준호 : (안스럽게 기서를 바라보는)
기서 : (문이 열리자 뒤도 안 돌아보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준호 : (기서가 앉았던 자리를 본다. 수표 30만원이 놓여 있다..........씁쓸한 미소 짓는)
S#55. #생선 작업장 (노을녘)
영신, 마을 아낙네들과 함께 열심히 생선 작업 하고 있다. (생선 배를 따서 내장을 꺼내고 소금을 뿌리는 작업)
기서(E) : 아줌마!....아줌마!!
영신 : (그 소리에 흠칫 손길이 멈춰지며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20대 남자, 한 아낙에게 “아줌마! ”부르며 다가간다.
영신 : (실망하며......내가 왜 이러지?...뺨을 손등으로 톡톡치고 열심히 작업에 매달리는)
S#56. #영신집 외경(밤)
영신(E) : (동화책 읽는)
S#57. # 이 노인방
영신, 동화책 읽어 주고 있다.
이노인, 눈을 꿈뻑꿈뻑하며 천장을 보고 있다가......스르르 눈을 감는다.
영신, 그런 이 노인을 살피다가......책을 놓고, 이불을 다시 다독여 덮어준다.
영신 : 좋은 꿈 꾸세요, 미스타리.
S#58. # 영신방
영신, 방문 열어보면......이불 두 채 나란히 깔려 있지만, 봄이의 모습이 없다.
영신, 의아한.
S#59. #영신 마당
영신, 마루에서 마당으로 내려서다가 뭔가 발견하고 흠칫 당황한다.
봄이, 잠옷 차림으로 봄동이 안고 기서 마루에 멍하니 앉아 있다.
영신 : (어이 없는) 봄아........(봄이 쪽으로 다가가는)
봄 : (영신 돌아보고) 엄마아...
영신 : 여긴 왜 나와 있어? 안 잤어?
봄 : 자는데.........아저씨가 “봄아!” 그러구 불렀어.
영신 : ......(마음이 아리다)
봄 : 아저씨가 분명히 내 이름 불렀는데......아저씨가 없어.
영신 : 꿈꿨구나, 우리 봄이? (봄이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어주는) 춥다. 들어가자.
봄 : (답답한) 꿈이 아니구우, “봄아! 아저씨 왔어! 이리 나와 봐! ” 그러구 불렀어. 아저씨가.
영신 : 그래, 알어....엄마두 들었어.
봄 : 엄마두 들었어?
영신 : 응.........우리 봄이 엄마한테 업혀서 오랜만에 동네 한 바퀴 돌까?
봄 : (헤 웃으며) 정말?.......(하다가 다시 뿌우 입술 내밀며) 아저씨 보구 싶어.
S#60. #기서 욕실
대리석으로 번쩍이는 럭셔리한 욕실.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기서, 욕조 안에 거품 비누 풀고 들어가 있다. 고급 양주를 병째 쥐고 마신다.
기서, 다 잊고 싶다는 듯 꾹 눈을 감는.
S#61. #석현 거실
몹시 피곤하고 지쳐 보이는 석현, 얼굴을 부비며 문 열고 들어선다.
석현모(E) : 좀 팍팍 좀 주물러 봐. 사흘에 피 죽 한 그릇 못 먹었냐? 손목아지 힘이 왜 이렇게 없어?
은희(E) : 팍팍 주무르고 있는데요, 어머니.
석현모(E) : 허리 위로 올라 가 팍팍 좀 밟아봐, 그럼.
석현 : ........
S#62. #석현모 방
은희, 석현모 등 위에 올라가 조심스럽게 아슬아슬......석현모의 허리를 밟고 있다.
석현, 방문 열고 들어선다.
은희 : 어디 갔다 왔어? 핸드폰두 안 받구?
석현 : .....비켜! 내가 하께....(은희 손 잡아 내려주고 자기가 석현모의 허리를 주물러 주는)
석현모 : (석현에게 삐친 마음이 아직도 있다.) 뉘신데 남의 아녀자 허리를 맘대루 주무르시나?.....
은희야! 이 놈 걷어내고 니가 해! 니가!!
석현 : (표정 없이) 은희....아기 가졌어요.
은희 : (흠칫...)
석현모 : (그 말에 눈이 번쩍 뜨이는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앉으며) 뭐...뭐라 그랬어? 방금?
석현 : 은희.....아기 가졌습니다. 어머니.
은희 : (당황하지만.....애써....표정 감추고)
석현 : 당분간 격하게 몸 쓰는 일은 시키지 말구...(하는데)
석현모 : (O.L.) 당근이지.....당근이지.......(은희 손 덥석 잡으며) 세상에 세상에 이 예쁜 거....
니가 결국 나를 살리는구나.....천지 신명님! 고맙습니다....삼신 할머니! 감사합니다.....
만세! 우리 은희 만세! 대한 독립 만세!!
은희 : (미치겠다.....표도 못 내고....석현을 보는데)
석현 : (봄이를 떠올리며.....다시 멍해지는)
영신(E) : (봄이와 함께 노래 부르는)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S#63. # 영신집 뒤쪽 언덕 정도
영신, 봄이를 등에 업어 재우고 있다.
봄이, 눈 말똥말똥하게 뜨고 영신의 등에 얼굴을 묻고 함께 노래를 부른다.
영신, 봄이가 무거워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는.
영신.봄 : 고기 잡는 영신이와 철 모르는 봄 있네.
S#64. #기서방
은은한 조명등이 켜진 방.
기서, 안대하고 침대에 누워 있다.
그 위로 영신과 봄이 노래, 여전히 깔리고 있다.
영신.봄(E) :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기서, 안대를 벗으며 벌떡 일어나 앉았다가....다시 미치겠는 표정으로 벌렁 드러누우며.....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몸을 휙휙 뒤집고 난리가 났다.
불면이 다시 시작 되었다.
영신.봄(E) : 늙은 애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S#65. #짱뚱어 다리 정도 혹은 영신집 뒤쪽 언덕 정도
봄이 어느새 영신의 등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영신, 혼자서 노래를 부른다.
영신 :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애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가사가 마치 기서를 보낸 자신의 심정 같다)
F.O.
S#66. #마을길 (아침. 시간 경과-자막, 한달 후.)
화면 밝아지면.
푸른 보리밭의 물결이 바람을 따라 일렁이고 있다.
보람과 지선, 노래 흥얼거리며 함께 등교하고 있다.
이때, 그들 옆으로 꽃분홍 원피스를 입은 아이 하나가 휙(?) 지나간다.
지선 : (봄이라는 것 몰라보고) 저거 뭐야?
보람 : (헐레벌떡 뛰어가는 꽃 분홍빛 원피스 뒷모습을 뚫어져라 보며) 봄이....같은데?
지선 : (갸웃) 봄이?......지금 몇신데?
보람 : (손에 찬 만화 시계보며) 일곱시 삼십 일분.
지선 : (당연히) 그럼 봄이는 아니지!
보람 : 그치? (그래도 뭔가 이상해서 갸웃)
카메라, 꽃분홍 원피스 아이의 얼굴을 비춘다....봄이다.
머리에 웨이브도 넣고 앙증맞은 꽃 머리띠도 하고 제법 여자 향취(?)가 나는 봄이,
가쁜 숨을 헉헉거리며 열심히 뛰어가고 있다.
S#67. #근처길
태창, 호빵 하나를 입에 물고 걸어가는데, 그런 태창을 추월해서 달려가는 봄이.
태창 : (갸우뚱하다가 봄이 쪽으로 뛰어와 봄이 얼굴 확인하고는 믿기지 않는다듯) 야! 지각 대장!!
봄 : (앞을 보고 열심히 뛰며) 어.
태창 : (어리둥절) 어디 가?
봄 : 학교....(하며 다시 열심히 뛰어간다)
태창 : 니가?! 지금 이 시간에?! (뛰던 것 멈추고 갸웃)
S#68. #학교 교문앞
용주, 교문 안으로 들어서는데.
봄이, 열심히 뛰어 와 교문 안으로 들어서더니.....헉헉거리며 주저 앉는다.
용주 : (눈 앞의 봄이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이 봄!
봄 : (혀를 길게 빼고 힙겹게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오빠.....나.....지각...안 했지?
용주 : 우리가 젤 일등으루 왔을걸?
봄 : 앗싸아.
용주 : (어리 둥절).....너, 왜 그래?
봄 : 우리 아저씨 돌아오면 칭찬 받을려구.
용주 : 엉? (무슨 소리야?)
봄 : 인제 봄이 지각두 안해요.....아저씨한테 자랑 할거다? (씨익 웃는)
S#69. # 기서 사무실
차가운 금속 느낌의 안경을 쓴 기서, (헤어스타일에 변화가 있는, 와이셔츠 소매 걷고)
책상에 앉아 서류 파일을 신경질적으로 넘기고 있다.
그 앞으로 두 손을 모아 쥐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하청업체 사장50대 후반. 허름한 잠바 차림)과 김 비서,
기서 눈치 살피고 있다.
책상 위에 ‘기획 본부장 민기서’ 라는 명패 놓여 있다.
기서 : (서류화일 탁 덮으며)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부로 사장님 회사와는 계약해집니다.
사장 : (당황하며) 본부장님!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어떻게 이렇게 단칼에...(하는데)
기서 : (O.L. 차갑게) 부실 공사로 인한 하자보수 요청이 지금 몇 건입니까? 사장님이 잘못하신 건 생각 못하십니까?
사장 : (애절하게) 그게....차질 없이 준공 날짜에 맞추려다 보니까.....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기회를...(하는데)
기서 : (벌떡 일어나며 O.L.) 지난번 기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휙 밖으로 나가버린다)
사장 : 본부장님! (부르며 따라 나가는)
S#70. # 회사 복도
기서, 엘리베이터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데.
사장, 기서 앞으로 와서 무릎을 꿇는다. 뒤따라 나오던 김비서, 당혹스럽게 보고.
기서 : (표정 변화 없이) 뭐하는 겁니까?
사장 : 살려 주십시오. 이번 한번만 살려주십시오......
우리 종업원들, 가족까지 다 합치면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굶어 죽습니다.
기서 : (O.L 버럭) 협박합니까, 지금?!!...이런 사태가 오기 전에 제대로 하셨어야죠, 그럼!!
사장 : (할 말이 없어....고개를 푹 떨구는데)
김비서 : (안타깝게 보다가....다가오며 조심스럽게)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시죠.
박사장님 회사하곤 회장님께서 회사 창립때부터 거래하신 인연두 있구.....
기서 : (O.L.) 아마추업니까, 김비서님?
김비서 : (당황하는)
기서 : 한 기업에 사활이 달려 있는 일을 인연으루 동정심으루 결정합니까? 배가 불러서 감을 좀 잃으신 거 같은데.....
여기 박사장님 손 잡구 당분간 좀 쉬고 계시든지요. (휙 돌아서 엘리베이터쪽으로 간다)
김비서 : 본부장님!!
기서 : (엘리베이터 도착하자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혜정 : (한쪽에서 그런 기서를 착잡하게 지켜보고 있다)
김비서 : (혜정을 발견하고) 회장님!
혜정 : (착잡한) 쟤, 내 아들 민 기서 맞어?
S#71. #엘리베이터 안
기서, 넥타이를 신경실적으로 당겨 느슨하게 풀고....엘리베이터에 등을 기댄다.....
허허롭고 허탈한 동공.....더욱더 견고하게 마음의 벽을 쌓은 자신의 모습이.....스스로도 사실은....많이...........힘들다.
S#72. #영신방
영신(헤어스타일 변화 있는), 눈에 눈물이 그렁해 TV를 보고 있다.
인형 얼굴에 눈을 붙이는 일을 하던 중이었다. 한쪽에 인형 가득 쌓여 있고.
TV화면 인서트-아프리카 대륙 에이즈 걸린 아이들(다큐멘터리)-
에이즈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 터질 것 같은 눈물을 간신히 참고 있는 영신.
이노인, 소꿉 놀이 공기에 강냉이 담아 먹고 있다가.....스윽 영신을 보다가....영신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TV를 본다.
이노인, 곧 울어버릴 듯한 영신의 표정에 자기도 울 듯이 비죽이는 표정 되더니
벌떡 일어나 TV화면 속 아이를 숟가락으로 사정없이 때린다.
이노인 : 저리 가! 나쁜 바보 똥개야!
영신 : 할아버지!!
이노인 : (손바닥으로 TV화면 마구 때리며) 가아!! 니네 집에 가아! 바보 똥개야!!
영신 : 그러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 미스타리!! (이 노인의 팔을 잡는다) 나쁜 애들이 아니구, 불쌍한 아이들이예요.
이노인 : 아니야! 수운 나쁜 바보 똥개야!! (다시 TV화면을 때리는데)
영신 : 우리 봄이랑 똑 같은 병에 걸린 애들이예요.
이노인 : (그 말에 멀건히 영신을 보는)
영신 : 우리 봄이두....에이즈에 걸렸어요. 할아버지.
이노인 : (따라 하는) 우리 봄이두 에이즈에 걸렸어요?
영신 : 네......저 애들두 똑 같이 우리 봄이처럼.....착하구....아프구....가여운 애들이예요. 때리 지 마세요.
이노인 : 네......잘못했어요....(하고는 상처를 불어주듯 TV화면에 대고 호호 불어 준다)
영신 : (이 노인을 보는 눈빛에.....다시 눈물이 그렁해지는)
이노인 : (TV화면에 대고 얘기하는) 미안해요. 인제 안 때리께요. 우리 봄이두 에이즈에 걸렸어요. (다시 호 불어 주는)
S#73. #두섭 모텔 마당
두섭모, 석류 곤로 놓고 진달래 화전을 부치고 있다.
두섭모 옆에 이노인, 휴대용 자리 깔고 앉아 있다. 소풍 나온 사람처럼.
이노인, 봄동이 마주 앉혀 놓고...봄동이에게도 권하며 진달래 화전을 맛있게 먹고 있다.
두섭모 : (이노인을 촉촉한 눈빛으로 보며) 어쩌면 저렇게 깍아논 밤톨처럼 잘 생겼을까?.....맛있어요? 병국이 오빠?
이노인 : (끄덕이며) 네....미스 송씨!
두섭모 : 오빠 예전에 정신 놓기 전에 젤 좋아하던 음식이 이 진달래 화전이었잖아요.
그래서, 영신이 할머니가 봄만 되면 산으루 들루 진달래 따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노인 : 미스 송씨도 주까요? (화전 하나 들어 두섭모에게 내미는)
두섭모 : 아니예요. 오빠나 많이 드세요.......정신을 놔두 좋아하는 음식은 안 변하는 구나.
다행이네. 다행이야. (촉촉한 눈빛으로 보는데)
두섭 : (외출복 차림으로 모텔 안에서 나오며) 열녀 났네. 열녀 났어.
두섭모 : (흠칫 두섭 보며) 서울 가냐?
두섭 : (진달래 화전 집어 먹으며) 진짜 이해 불가다. 치매 걸린 영감탱이가 그렇게 좋냐?
왜 좋냐, 대체? 저 정신 나간 영감탱이가?
두섭모 : 영감탱이라니.....이눔이 어디서 어른한테...(부침개 뒤집개로 치려는데)
두섭 : 엄마 애정 문제에 간섭할 생각은 없는데, 저 영감탱이가 우리 아버지 되는 일은 절대로 없도록 하자?
플라토닉러브루 끝내!
두섭모 : .......(화전 뒤집으며) 플라스토....같은 소리하구 있네......(혼잣말로 수줍게 중얼거리는) 사람 일을 어떻게 장담해?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인데.....(하는데)
보람모(E) : 이눔의 기집애! 니가 몇 살이야, 지금?!!
이노인 : (화전 먹다가 고개 들어 보는)
S#74. #모텔 마당 밖/ 모텔 마당
보람모, 보람이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고 있다. 보람, 엉덩이 젖어 있다.
한쪽 가게 앞에 아낙네들 서넛, 모여 앉아서 양파까고 있다가 보람 모녀를 본다.
보람모 : 니가 몇 살인데 아직까지 바지에 오줌을 싸?!!....애기야, 니가? 갓난쟁이 애기야?!!
보람 : (우와앙 울음 터뜨리고)
보람모 : 울기는 뭘 잘했다구 울어? (다시 찰싹찰싹 때리며) 뭘 잘했다구, 울어어?!! (하는데)
이노인 : (벌떡 일어나며) 때리지 마세요! 불쌍한 애예요!! 바보 똥개야!!
보람모 : (의아한 듯 보는)
이노인 : (보람모쪽으로 걸어와 보람이를 가엾게 보며) 우리 봄이랑 똑같은 병에 걸렸어요.
착하구 아프구 가여운 애예요. 때리지 마세요.
보람모 : (어리둥절) 네?
두섭모와 두섭, 무슨 일인가 의아한 표정 짓고.
이노인 : 우리 봄이두 에이즈에 걸렸어요. 때리지 마세요. 바보 똥개야!! (보람이 얼굴을 후 불어주고)
S#75. #생선 작업장 앞
영신, 팔에 토시를 끼며 작업장 앞으로 온다.
보람모와 아낙네들, 수군거리고 있다가 영신이 나타나자 흠칫하며 대화를 멈춘다.
영신 : (꾸벅 인사하고 웃으며)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낙네들, 보람모에게 니가 나서 물어보라고 보람모를 떠민다.
보람모, 난감한 표정 짓다가 어쩔 수 없이 영신 앞으로 다가온다.
보람모 : 영신아!......좀 물어볼 말이 있는데.....
영신 : (웃으며) 네, 물어보세요.
보람모 : (난감해 하는) 아우.....그게 참......(아낙네들을 보면, 아낙네들 어서 물어보라고 모션하고)
영신 : (의아한) 뭔데요? 물어보세요. 괜찮아요.
보람모 : (결심하고 용기 내어).......봄이가 에이즈에 걸렸니?......설마.............아니지?
영신 : (순간 안색 창백하게 변한다......손에 들렸던 토시,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져 내리는)
S#76. #호텔 바
은은한 재즈 음악이 흐르는 바.
럭셔리한 양복 차림의 기서, 양주 스트레이트잔으로 마시고 있다. 그 옆으로 종수, 앉아 있다.
종수 : 푸른도라면 이가 갈려서.......안 만나 주실 줄 알았는데......
기서 : (양주잔 비우고) 안 만날려구 했는데, 비서가 실수 했어요.
종수 : (당혹스러운) 박씨 아저씨가 사과하구 싶다구 전해 달라셨어요.
기서 : ......(말없이 술 잔에 잔 채우는)
종수 : 얼마 전에 쓰러져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는데.......재생 불량성 빈혈이랍니다, 박씨아저씨.
기서 : (관심 없다는 듯 잔을 비우는)
종수 : 선생님 억울한 누명 씌운 거, 그거 벌 받아서 그런 거 같다구......많이 힘들어 하고 계세요.
기서 : (피식 웃고 종수의 잔에 양주를 따라준다)
종수 : (멀건히 기서 보며) 서울에서 봐서 그런가.......딴 사람 같다.
기서 : (건조하고) 마셔요.
종수 : (벌떡 일어서며) 박씨 아저씨가 많이 미안해 한다구 그 말씀 전해 드리러 왔습니다.
새벽에 다시 섬에 내려 가야 돼서요. 그만 가보겠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돌아선다)
기서 : (붙잡지 않고 다시 자기 잔에 술을 채우는데)
종수 : (가던 걸음 멈추고 기서를 다시 보며) 봄이네.....푸른도 곧 떠나게 될 거 같애요.
기서 : .........
종수 : 봄이가 HIV보균자였었는데......그게 동네 사람들한테 알려져 가지구......
사람들 원성 땜에 더 이상 있을 수가 없게 됐어요.
기서 : (몹시 당황하지만.......감정은 드러내지 않고)
ENDING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