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국문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봉사차원에서 시작했었다.
일주일에 한번뿐인 수업인데...이왕하는거 대충 하기 싫은 이 강박적인 성격때문에 목요일 밤..금요일 오전엔 나름대로 자료 찾느라 분주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도하고..또 재미있게 가르치려 하다보니...욕심이 과한게다...
다음학기엔 바쁘다 핑계대고 못한다 해야지...그러던게 벌써 3년째다....
교문앞에서..또는 길 가다가 내가 가르친 아이들을 만날라치면 어김없이..."안녕~"...
옆에 있는 친구는 피식 웃으며 "존댓말을 가르쳐야지..어른한테 안녕이 뭐니..어떻게 가르치는거야....".....핀잔이다....
사실..난 분명히 "안녕하세요"..다섯글자를 가르쳤는데 말이다..
근데..난 그나마 아이들이 한국말로 인사맛을 하는게 귀엽기만 하다...
성탄을 일주일 앞둔 수업시간에는 <성탄카드만들기>수업을 했다.
모두들 들뜬 얼굴로 내가 준비해간 여러가지 성탄모양 도안에 색칠도하고..오리고...한글로 성탄축하메세지도 쓰고....
그런데 아이들이 <성탄절> 글자는 아는데 그 의미는 모르고 있었다...
누가 태어난 날일까? 하고 묻는말에 딱 한 명 "예수"라고 대답만 했지 예수가 누군지..왜 태어났는지...아니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생일이라고 말하다가 혼자 피식 웃고 말았다..
이러다가 공안에 잡혀가는거 아냐?...ㅋㅋ......
어쨌거나 .....
미술교육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중국학교에서의 성탄카드만들기 한글수업은 그야말로 대박났다.
각자 이쁘게 색칠한 그림을 카드에 양면테잎으로 붙여주는 작업을 마지막으로 하면서...길게 줄 선 아이들에게 질문했다..
"누가 태어난 날이라고?" "예수"
"뫠 태어나셨다고?" "우리를 구원하기위해"
대답해주는 아이들에게만 양면테잎을 붙여주니 모두들 큰 소리로 서로 대답하느라 안달이다...ㅋㅋ..
한글수업을 하면서 이렇게 재밌고 또 흐뭇한 수업은 처음이었다....
티없이 맑은 아이들에게 나의 작은 수고가 기쁨이 되었으면 하고...
더불어 주님의 은총이 그 아이들에게도 함께 하시기를 빌어본다....
|
첫댓글 정성들여 가꾸어 가던 텃밭에 드디어 작은 씨앗을 뿌리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햇빛을 주시고 비를 내리시는 분은 주님이시니 주님만 계신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싹이 트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