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인출신 방과후강사’
1. 직업군인 ... 전역
난 꿈이 없었다. 23년을 근무한 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사관학교를 졸업하였지만 진짜 군인이 되지 못한 것 같아 나라를 위해 죽을 생각으로 특수부대를 지원했고, 남자들의 의리와 정이 좋아서 남들은 잠시 거쳐 가는 특수부대 근무를 본인이 원하여 17년을 하였다. 또한 진급이 내 인생에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해군 대학을 한 달 남기고 자퇴 하여 결국 진급도 누락되었다.
전역 전 5급 군무원 특채시험에서 떨어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하던 중, 무슨 일이든지 해보자며 GS편의점에서 1시간에 3700원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였다. 쉽다고 생각했던 편의점 일에 하루하루 손이 거칠어졌고, 저녁 9시면 졸려서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4개월 일을 하며 나는 ‘역시 세상에 쉽고 편하게 돈 버는 일은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전역 군 간부 대상의 전직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을 하고, 1주일에 1번씩 열심히 교육을 다니던 중, 취업상담에서 군 컨설턴트로부터 “가슴 뛰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세요.”라는 말을 처음 들은 이후, 몇 년 전 비싼 학원 다니면서 수학점수 50점 받은 딸을, 퇴근후 한 달 가르치고 100점 받았을 때가 회상되었고, 교육 관련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 근처에 있는 학원마다 전화를 걸었다.
“제가 학원 강사를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2. '가슴 뛰는 일'... 수학강사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무작정 뛰어들었다.
충남 태안에서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초보강사를 받아준 원장님께 모르는 문제를 물어가며, 초등학생을 몇 달 가르치고, 인천으로 이사와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강사 자리를 알아보던 중, 어느 학원에서는 하루 만에 그만두게 되었고, 결국 분위기 좋은 작은 보습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매일같이 학원 청소 30분씩 하고, 짧은 점심시간도 아껴가며 아이들을 보충해주고, 젊은 여자 원장님 말 잘 들으며 10개월을 있다가 쫓겨 나오게 되었다. 이유는 내가 아이들 push 하며 힘들게 공부시키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리고 그 원장님은 나에게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맞지 않는 것 같다며 하지 말라“는 말까지 하였다. 속으로 내심 걱정도 많이 했었지만 일단 나는 아이들이 좋았고, 가르치는 일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에 후회 한다 해도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행복한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강사로서의 경험이 필요했고, 나는 강사채용 사이트에 보수 100만원으로 강사신청을 하였다. 며칠 후 방과후 강사 제의를 받게 되었고, 부천 00초등학교에서 ‘창의수학’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리고 수령한 첫 달 봉급 87만원.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 아니었고, 난 내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내가 오래전부터 하고 싶어 하는 일이었고, 핵심을 정확히 집어 집중한다면 잘 될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 핵심은,
A. 내 아들, 딸이라고 생각하며 가르친다.
진심은 결국 통한다고 생각했고, 40대 중반의 나이에 학생들을 처음 가르친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나 스스로도 많이 공부하고, 노력했다. 학생들 개인 성격과 공부습관, 자율성이 있는지 없는지 등을 정확히 파악해서 개인별로 다르게 공부를 시켰다.
B. 재미있게 공부한다.
저학년을 대상으로 ½은 공부하고, ½은 내가 개발한 암산퀴즈나 수학게임을 하고 교구 등을 가지고 놀았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무척 재미있어 했고, 싫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C. 성적을 향상시킨다.
아무리 훌륭한 선생이라도 외적으로 학부모에게 보여 지는 것은, 성적뿐이 없기 때문에 성적은 다른 이유가 필요 없었다. 시험 1달 전부터 서서히 어려운 문제 위주로, 학생들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꾸준히 준비한 결과 학생들 90%이상 성적이 향상되었다.
D. 문자, 전화, 상담을 성의껏 한다.
2달에 1번 정도씩 특히 시험 후에는 꼭 학생 부모님들과 모두 통화하고, 문자도 자주하고, 특별한 경우 개별적으로 많은 상담을 하였다. 또 학습 결과 분석을 반기 1번씩 10쪽 분량으로 작성해서 드렸더니 모두들 좋아하고, 감사하다고 하였다.
3. 즐겁고, 신나는 ‘창의수학’ 교실
오전에 우리 집 아이들(고2,중1) 차로 등교시키고, 오전에 수업준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11시경 집을 나선다. 음악 들으며 책 읽으며 전철, 버스 갈아타고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세상을 느끼며, 나의 예쁜 천사들을 만나러 간다. 1시부터 수업이지만 아이들은 30분전부터 내 교실에 모여들어 참새들이 지저귀듯 이 얘기 저 얘기 많은 말들을 쏟아낸다. 그리고 공부가 시작되면 나로 인해 점점 더 똑똑해지고, 사고가 깊어지는 아이들은 즐겁게 공부를 하고, 난 행복한 마음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요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이 너무 즐겁다. 20년 넘게 일한 군을 나와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돈을 떠나서 내가 좋아하는, 가슴 뛰는 일을 한 번 해보자며 시작했던 강사의 길..
그동안 ‘가르침’, ‘창의성’, ‘수학’, ‘수업방법’, ‘교사의 도’, ‘사고력’, ‘놀이’와 관련된 책도 백여 권 읽으며 연구하고, ‘창의수학’과 관련된 여러 가지 프로그램(암산퀴즈, 수학놀이 및 게임, 집중력 훈련, 창의력퀴즈, 교구활용수업, 야외수업...)도 나름대로 개발/연구해서 계속 만들어내고, 철저히 수업 준비하고, 교구도 계속 구입하고, 부모님과 상담도 잘하고, 열심히 즐겁게 일을 하니 결국 재수강율 80% 이상이 되었다. 내 아이들이라 생각하면서 따뜻하게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의 진심이 전해지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아이들의 눈빛과 행동에서 느낄 수가 있다. 또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하니 내가 먼저 신이 난다.
창의수학 교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공부보다도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다. 혼자만 잘하지 말고 친구들과 함께 잘되라고 누누이 얘기한 결과, 서로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는 모습은 이제 자연스런 장면이 되었다. 아이들이 서로 도우며 함께 발전하고 배려심까지 배우길 내심 기대한다.
요즘 수업 중 자주하는 말은 꿈, 도전, 정직 그리고 행복이다.
“꿈을 가지고 항상 도전하고, 정직하면 행복한 사람이 된다.” “점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과정이 있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아주 잘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실수,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다. 세상에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너무나도 많이 있기 때문에...
4. 나의 도전과 행복 찾기
방과후 강사를 시작한지 2년 10개월이 지났다.
2010년 1월 ‘창의수학’반을 개설하여 26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 98명으로 늘었다. 또 우수강사 표창도 3년 연속 받았고, 올해는 학교 부탁으로 저소득 자녀를 가르치는 토요일 놀이수학도 맡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실패해도 계속해서 도전하라고 말을 하며 나 자신도 도전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작년에 창의영재수학과 자기주도 학습 지도자자격증을 취득하였고, 교육박람회와 교구 교육에 계속해서 참가하고 있으며, 올 여름에는 인천 주안 도서관 특강 프로그램과 인하대 평생학습관 어린이강좌(놀이수학)도 개설하였고, 현재는 강의에 도움이 되는 도서관 평생교육 강의를 들으러 다니며, 교구수학으로 학원에서 특강을 하려고 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다.
계속해서 도전하며, 즐겁게 찾아다니니까 내 앞에 새로운 세계가 계속해서 열렸다. 학원/방과후강사, 평생학습강의, 강사모집사업, 학원특강, 교구프랜차이즈, 과외..등등
이렇듯 토요일도 열심히 일하며 바빠져서 몸은 힘들지만, 수입도 처음보다 4배 정도 늘었고 무엇보다도 큰 성취감에 마음이 너무 즐겁다. 나이도 너무 많고, 경력이 많지 않은 내가 학교에서 인기 있는 방과후강사로 성공했다고 주위에서 말을 많이 한다.
강사생활 초기에 아이들이 말 안 듣고, 힘이 들 때면 ‘군 고급장교 출신인 내가 어린이들 가르치는 이런 일을 해야 하나?’ 하며 한 번씩 후회스러운 기분이 들었는데 잘 참고 여기까지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수학강사로써 살아 남기위해서 중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으며, 또 강사를 원하는 예비 선생님을 모집해 지난 4년간 얻은 나의 노하우를 알려주려는 교육사업도 준비 중에 있다.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공부를 하며 무엇보다도 교육이라는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고, 또 집에서 사춘기 아들과 소통이 잘되고 있어서 너무 기쁘다.
나는 가르치는 일을 늦게 시작한 나이 많은 창의수학 강사이지만 이제야 정말 보람되고, 내게 맞는 즐거운 일을 찾은 것 같아 마음이 정말 뿌듯하다. 어서 내일이 빨리 오기를 매일 저녁 기다린다.
지금 난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고, 내 꿈이 있어 너무 행복하다.
첫댓글 제고26회 동기 카페로 퍼간다. 허용되있으니 불펌아니다 !!
박정호 우리 동기의 수기야. 해군 특수부대 전역하고 학원강사로 재취업하여 가슴뛰게 하는 행복한 일을 하는 좋은 친구다 !
정호야~~ 홧팅~~
나. 전공수학인데. ㅋ ㅋ 나도 퇴직후 해 볼까. 수학이 아닌. 산수라도. 성적을 올리는 비법을 난 아는뎅. 고발만 않당하면. 한손엔 책 한손엔 홍두께. 모 고등학교에서 배운 비법이당. ㅍ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