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토요일 오후 옥수골농원을 경유하여 물통을 싣고 해발 천여미터의 화악터널앞에 서니 맞은편 응봉의 북동능선이 3일전 내린 황사비(?)가 고스란히 눈으로 뒤바뀌어 내린듯 하이얀 춘설을 뒤집어 쓰고 반갑게 맞이한다.
바람이 무척이나 차다.
약수를 담는 손에 한기가 한줌 베어 나오는듯 하다.
찬기운에 실운현까지 오르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고즈넉한 화악산 자락을 뒤로하며 내려서는데 도로우측의 촛대바위 부근의 조그마한 산사태(아마도 해빙기의 흔한...)를 수습하느라 중장비 차량들의 소란스런 굉음만이 정적을 가르고...
2.옥수골농원 별채의 구름다리 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니 별빛만이 반짝이고 무학봉 능선이 밑그림을 그리는가 싶더니 그위로 화악산의 육중한 덩치가 겹쳐지며 마치 조폭의 어께마냥 그로테스크하게 와닿는다.
지난 겨울을 보내며 훌쩍 커버린 잣나무가 밤바람에 춤을 추는가 싶더니 이내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3.일요일 아침6시에 일어나 식사를 한후 반암골의 덕골입구로 접어들었다.(08;00)
폴을 잡아쥔 손이 시릴 정도로 공기가 차갑고 인적없는 계곡가에는 이름모를 산새들만이 이른아침의 인기척에 놀란듯 허공을 갈짓자로 휘젓는다.
오솔길 한편에는 2미터가 넘는 억새군락이 이제막 떠오른 아침햇살을 빨아들이며 기지개를 펴는듯 살랑이고 어느새 발걸음은 쌍소나무를 지나 민가터에 다달은다.(09;00)
샘터에서 물을 채우며 휴식후 더덕재배밭을 지나 도마치봉 동쪽안부로 나아가니 길가에 고로쇠약수 체취호스와 물통이 간간히 보이기도 한다.
고로쇠 물맛을 맛볼 요량으로 비닐자루에 손을 갖다대니 추운 날씨탓인듯 꽁꽁 얼어있어 괜한 입맛만 다신꼴이 되었다.
고개마루에서 비로소 반암산 주릉으로 접어드니 갑자기 바람이 심해지고 일단의 단체등산객들의 소란스러움이 이제까지의 정적을 가른다.
정상에 도착하여(10;30) 간식을 든후 북서능으로 하여 하산길을 잡아 덤불과 희미한 급경사를 위험스레(?) 통과하여 도로가쯤에 다달으니 드릎나무 군락의 새순이 물이 오르는듯 몽우리져 있다.
쌍소나무에 도착하니(12;00) 바람이 잦아들고 오전햇살에 흙길이 질척거린다.15분여 더내려와 폭포위 암반에서 계곡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휴식을 취하며 무심코 물가 가장자리의 물웅덩이를 바라보니 수많은 개구리알들이 5월의 불도화마냥 무리지어 새봄을 한창 잉태하고 있는 중이었다.바야흐로 생명의 계절,봄은 이렇듯 소리없이 우리곁에 와있슴을 느낀 3월 넷째주의 반암산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