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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머니들은 늘 그랬지요.
안방에 앉아서 드시기보다는 부뚜막에서 홀로 식은 밥이나 누룽지를 드시고,
생선은 다 발려서 자식들 주고 어머니는 머리가 제일 맛있다며 머리만 빨아 드시고,
돼지고기 두루치기는 김치가 고기보다 더 맛있다며 김치만 드시고 고기는 우리가 먹고
계란은 원래 싫어하신다며 안 드시고 후라이해서 다 자식들에게만 먹여주니.....
하여튼 좋고 맛난건 원래 싫어하시고 나쁘고 거친것만 좋아하는 욕심없이 소박한 어머니인줄 알았습니다.
철부지 때는 정말 그런 줄만 알았다가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야, 그것도 한참 뒤에서나 그 진심을 알게됩니다.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니가 요즘 무척 약해지셨다.
병원에 가는 횟수도 늘었을 뿐더러 입원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병원에서 퇴원도 하셨겠다 몸도 전보다는 좀 나아진듯 싶다는 전화목소리에 기분이 좋다.
그래서 퇴원 기념 겸 원기를 회복하시라는 의미에서 맛있는 거 한번 사드리려고 고향에 갔습니다.
강릉 가는 차안에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머니가 무얼 좋아하시는지 금방 떠오르지 않으니 여때껏 산게 헛살았다는 생각과 이런 불효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옆에 동료직원에게 물었다.
"뭘 사드리면 좋아하실까요?"
소고기? 갈비? 생선회? 오리진흙구이? 등등 무엇무엇이 더 좋을거라고 운운하다가....
결론이 나질 않아 농담겸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어머니는 원래 고기는 좋아하지 않고 계란후라도 좋아하지 않고 밥은 식은 밥이나 누룽지를 좋아 하시고 생선은 가운데 토막이나 꼬리보다는 머리를 유난히도 좋아하셨지...... 그럼 그걸로 대접해 드리면 되겠네. 하하하"
이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하하하
강릉가는 길은, 어머니 건강이 전보다는 쇠약해졌지만 그래도 퇴원도 하셨고 맛난거 사드린다는 생각에 내내 기분 좋은 여행길이 었다.
컴컴한 고향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가 말씀하시기를,
"너 온다고 해서 생태 한마리 사왔다. 그거 끓여주마. 잠깐만 기다려라."
오랜만에 어머니와 단 둘이서 받은 겸상에 생태국이 올라왔는데.....
내 국그릇엔 생태 가운데 토막과 꼬리가, 어머니 국그릇에 머리와 무 쪽만 가득하다.
"생태가 모자라요? 왜 머리만 떠 왔어요?"
"몸통이 뭐가 맛있겠냐, 난 머리가 제일 맛있더라. 너나 많이 먹어라"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예전처럼 머리뼈를 빨아 드신다.
아까 오면서 차안에서 동료직원과 했던 말이 생각나서 순간 울컥 복받쳐오는데 눈물을 참느라고 혼났습니다.
그리고 찡하니 몇 숟가락 떠먹고 있는데 또,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식성과 추억까지 말씀하시며 생선 머리뼈를 빨고 계신 늙은 어머니의 얼굴을 쳐다보다
난 그만 소변이 급하다고 화장실로 뛰어갔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내일 무얼 사드려야 할까요??
아부지, 이젠 아버지께는 그런 기회조차 없는 건가요??
첫댓글 하느님이 넘 손이 모자라고 바쁘셔서 인간을 잘 돌볼수가 없기에 대신 어머니 라는 존재를 만드셨다는데.. 참말인듯 싶습니다.. 이렇게 무조건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사랑을 보면.. 오늘 저녁식탁엔 알이 통통히들어앉은 생선가운데토막을 제 앞접시에 덜어놓고 (어떻게 해야하나..침이라도 발라놔야하나..ㅎㅎ)
자식의 머리가 희끗해져도 아직도 어머니는 엄마이고 싶으신가봅니다. 잘 해드려야 할텐데....전,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편치못합니다. 여름소나기님은 잘 하실거 같네요
아고~ 이 아침에 가슴이..ㅠㅠ 예전의 어머님들은 모두 그러하셨지요..^^ 전화라도 자주 드리세요..거리가 먼 사람들은 목소리라도 들려 드리고 안부라도 여쭙는 수 밖에는 없지요..이 아침에 마음내려 놓고갑니다.^^
그러게요, 전화는 맨날 손에 들고 살면서도 (그래서 이름마저 핸드폰인데...) 그게 잘 안되네요.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 아침에 돌아가신 친정어머님 생각납니다 우리의 어머님들은 다아 그러셨나봅니다 그런데 세 아이를 둔 나도 엄마이기에... 나도 엄마에게 배운대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글을 읽으면서 새 느끼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자식에게는 무조건 사랑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면서 **
부모에게 배운 것을 자식에게 베풀어 주는게 바로 인류를 보존해온 원동력이라고 합니다. 아침부터 우울한 기분 들게하여 죄송합니다. 다음에 밝은 글 올리겠습니다.
선생님,ㅎㅎ 제가 맘이 무척 약하거든요, 또 울고 말았지모예요. 흑흑.. 그렇지만 어머님 생각한것과 어머님 뵈러 간것이 효자네요. 가끔 뵈러가세요, 고기(어떤 종류든) 사들고요..푹끓여 드시게요. 왜냐면 이가 약하시거든요.ㅎㅎㅎ
안녕하세용. 오랜만이지요? 누군가하고 한참 헤멨네요.ㅎㅎㅎ...옛날의 닉은 정겨웠는데 지금의 닉은 세련되어 보이네요. 같이 16좌 산행하던 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말씀대로 빈손으로 가기보단는 꼭 사들고 가겠습니다. 물렁한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