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의 나무진료 시대]
은행나무 열매로 지저분해진 공동주택 진입로
단풍이 들기 전 나무에 맺힌 알록달록한 색의 열매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은행나무, 이팝나무, 벚나무 등 열매를 맺는 조경수들은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열매 낙과는 다양한 문제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떨어진 열매의 과육이 길을 지저분하게 만들며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사고 등을 일으킬 수 있어 보행자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지요.
은행나무는 특유의 악취로 인해 사람들의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은행나무는 내공해성이 우수하며, 병해충에 강하고 가을철 노랗게 드는 단풍이 아름다워 가로수와 조경수로 사랑받는 수종입니다. 은행나무는 꽃이 달리기까지 약 2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데, 주로 꽃이 생성되기 이전에 이식되기 때문에 암나무, 수나무 구분 없이 식재돼 왔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은행나무 길은 매년 민원의 대상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열매를 맺지 않는 수나무로 교체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DNA 분석을 통해 유묘 시기에도 암나무와 수나무의 구분이 가능해져 이를 활용한 수나무 식재가 이뤄지고 있답니다. 그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암, 수나무 교체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큰 비용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열매로 인한 불편함 때문에 잘 생육하고 있는 나무를 교체한다는 것에 비난을 받기도 쉬워 쉽게 결정될 일은 아닙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여러 방법이 동원됩니다. 은행나무의 열매가 떨어질 시즌에 맞춰 나무 아래 그물망을 설치해 열매의 낙과를 막거나, 약품을 사용해 열매가 맺히지 않게 하거나, 기계로 열매를 털어낸 뒤 주워 담는 등의 다양한 방법들이지요.
열매로 지저분해진 산책로
가로수와 같은 대규모 식재 면적이 아니라면 공동주택에서는 열매가 떨어지는 시기에 맞춰 열매를 채취하고 물청소를 하는 등 정기적인 청소를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가을철 열매 낙과가 심한 보행로를 중심으로 청소 빈도를 늘리거나 열매를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전용 청소 장비를 도입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입주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죠. 예를 들어 열매를 공동체 활동으로 수확해 활용하는 방안은 낙과 문제를 해결해 주면서 지역 주민들의 협력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들은 일시적인 방편이라 매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로 보입니다.
사진=이윤지
이윤지 나무의사
이 윤 지 l 두솔나무병원 원장. 산림청 정책자문위원회 청년특별위원. 한국가로수협회, 전통숲과나무연구회 총무. ‘나무의사이야기’ 공저.
첫댓글 수목 생태는 자연의 법칙이지만
환경관리 측면에서 애로 사항
극복이 만만치 않은 현실.
열심히 창소 하는 수 밖에....ㅠ
요즘은 나무 아래 인도에는 새똥이 또 많아요.
새똥 청소도 열심히 닦습니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