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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에서 지난 4월 17일까지 진행된 이경혜 작가와의 대화 내용을 담아왔어요.
작가와 독자에게 즐거운 시간이었는데요!
아쉽게도 참여하지 못하신 분들과도 같이 나누고 싶은 내용입니다.
마음이 듬뿍 담긴 댓글 달아주신 작가님과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bjw1009 님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가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축하드려요~~!! 제가 작가님께 여쭙고 싶은 것은.. 작가님께서 책을 쓰시게된 계기를 듣고싶어요^^ 그리고 작가님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책 또는 책의 구절은 무엇인가요?? 제가 제일 처음으로 질문하게 되어 무지 기뻐요~!!ㅋ
ㄴ 이경혜 작가
반가워요!^^ 저도 첫 답변을 쓰게 되어 무지 기뻐요~!! 축하도 감사하고요. 제가 글을 쓰게 된 첫 계기라 하면 어렸을 때의 외로움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초등학교를 집에서 떨어진 곳으로 다니게 되면서 동네 친구들과 멀어졌고, 학교의 친구들과는 친해지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1,2학년을 연한 색연필로 칠해진 아이처럼(지금 제 기억에 남은 이미지가 그래요) 다녔지요. 학교에선 말없이 조용히 있다가 집에 오면 혼자 골방으로 들어가서 내내 있었어요. 작은 한옥집엔 툇마루를 막아서 만든,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골방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아이들이 다 나가서 하루 종일 뛰어놀 때라 제가 그 방에 들어가 있어도 식구들은 나가노는 줄로만 알았어요. 그 방에는 여러가지 잡지며, 오래된 책들이 잔뜩 쌓여 있어서 저는 뜻도 모르는 그것들만 줄곧 읽다가 상상에 빠지다가 학교에 가면 쉬는 시간마다 도서실에 가서 또 책만 읽고....그렇게 읽는 것이 넘치다 보니까 나도 무언가를 끼적거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산수공책에 동화 비슷한 것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글을 쓰는 데 서서히 중독이 되어 결국 평생 그 중독 증상에 빠지게 되다 보니 책도 쓰게 되었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은 너무 많아 얘기할 수가 없어요. 우선 한 권만 말씀드린다면 마르께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말씀드릴게요.(다른 분이 질문하면 또 다른 책 말씀드리고요.) 이 책이라면 모든 귀절을 좋아하지만 예를 들어 한 귀절만 얘기한다면 이런 식의 문장이에요. '삼베 수의를 입히고, 안에 보랏빛 가장자리 장식이 달린 벨벳을 붙인 관에 넣어, 보기에도 근사한 유해를 만들어 성대한 장례를 치뤄 구더기에게 보낼 참이었다' 산자와 죽은자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역사적 비극조차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내는 이 책을 저는 정말 좋아한답니다.^^
ㄴ bjw1009 님
이렇게 까지 좋은 답변을 해주시다니!!ㅠㅠ 감동 먹었어요^^제가 졸업한 중학교의 도서부장인데, 내일 오랫만에 후배들이랑 사서선생님을 만나러 가는데 자랑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써주세요~!!
ㄴ 이경혜 작가
제가 고맙죠!^^ bjw1009님 아니었으면 저는 댓글 달 기회도 없을 뻔했잖아요? 용기를 내서 첫 질문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ㄴ bjw1009 님
ㅎㅎ 왠지 쑥스러운데요ㅋ 요즘도 매일 가방에 [그 녀석 덕분에]를 들고 다니며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맘 같아서는 날 잡고 다 읽을 생각이었는데 곧 시험기간이라 읽을 시간이 많이 없어서 슬프네요ㅠㅠ
ㄴ 이경혜 작가
곧 시험이군요? 재미있게 공부하셔서 원하는 성적 올리세요!^^ '그 녀석 덕분에' 덕분에 시험 잘 치실 거에요! (그 책 바퀴 그림을 세 번 문지르고 시험을 치면 시험을 아주 잘 친다는 말도 안되는 전설을 제가 지금 막 만들었거든요!ㅋㅋ) 이곳에서 1등 하셨으니까 시험도 1등 하세요!^^
ㄴ bjw1009 님
ㅎ지금 따끈따끈하게 [그 녀석 덕분에]를 다 읽었어요ㅋㅋ 너무 좋아서 낼부터 만나는 친구들 마다 다 읽으라고 추천을 해야겠어요ㅋ 그리고 혹시 바퀴 한마리만 구해주실 수 있으신가요ㅠㅠ 마지막에는 난생 처음으로 줄치면서 까지 읽게됐어요ㅋㅋ
그리고 열심히 공부해서 꼭 성적 올리고 말거에요ㅋㅋㅋ그리고 낼 부터 공부하기 전에 꼭 바퀴 그림을 쓰다듬고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팍 드는데요??ㅋㅋㅋ
ㄴ 이경혜 작가
마음 열고 잘 읽어주셔서 고마워요!^^하지만 시험 때 시간을 빼앗아서 미안하네요. 그만큼 더 좋은 결과 얻기를!^^ 바퀴는 아파트소독업체에서 다 소탕해버려서 구해드릴 수가 없지만 그대신 마음의 응원을 보낼게요!! 책 표지의 마법의 바퀴가 정말 효력을 발생하는지, 나중에 결과 나오면 꼭 알려주세요.ㅎㅎ
ㄴ bjw1009 님
시간을 뺏다뇨!ㅋ 저는 원래 공부할때 옆에 좋은 책이 한권도 없으면 의욕이 안 생겨서 못하는 타입이에요ㅋㅋ'여기까지 풀고, 책읽어야지'하는데 책이 없으면 그냥 열심히 안하게 되더라고요ㅋㅋ
hahnju1 님
이 경혜 작가님, 여기 댓글에 개인적인 글을 올려도 될지 잠시 머뭇거리다 반가운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저를 기억하지는 못하시겠지만 작가님과 중학교 2학년때쯤 같은반이었던 노은주(지금은 개명을 했지만)입니다. 그때도 늘 혼자 조용하면서 문학소녀테가 넘쳐나 언젠가는 작가로 만날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제 아이들도 15, 17살 이니 청소년기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믿음이 가고 청소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네요. 앞으로도 청소년을 위한 성장소설을 통해 꾸준히 만나기 바랍니다.
ㄴ 이경혜 작가
중학교 2학년 때면 장대순 샘 반? 맞죠? 너무 너무 반가워요!^^(사실 반말 써야 하는데, 팔짝팔짝 뛰면서ㅎㅎ) 기억해줘서 고마워요. 난 학교 졸업하고 하도 파란만장하게 살다 보니 학교 때 친구들 기억이 통 안 나요. 대학 때 친구도 기억을 못해서 친구들을 섭섭하게 한답니다. 그러니 너무 서운해하진 말아요. 그나저나 여기 말고 내 메일로 연락 한 번 줘요. 편하게 얘기하게요. lotuscat@naver.com으로요. 꼭요!^^
k041500 님
안녕하세요? 이 경혜작가님~ 이렇게 서면으로 처음 뵙는 것 같네요. 작가라는 직업상 여행도 많이 다니셨을 것 같은데 너무 좋으시겠어요. 혹시 제일 기억에 남는 여행장소가 있다면 추천 좀 해주세요. 그 장소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시면 더욱 좋구요.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만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ㄴ 이경혜 작가
저는 바다와 배를 참 좋아해요. 그래서 컨테이너선을 타고 큰 바다들을 누빈 기억을 결코 잊을 수가 없어요. 작가들에게 해양 체험을 하게 해주기 위해 기업에서 제공한 프로그램이라 다른 작가들과 함께 다녀왔는데요. 바다 위의 모든 순간을 잊을 수가 없지만 그중에서도 끝없이 펼쳐진 푸르디 푸른 인도양을 지날 때는 황홀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답니다. 여행 장소라는 말과는 좀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그 인도양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높은 갑판에 앉아 날개가 달린 환상적인 물고기인 날치떼들이 비상하고 낙하하는 모습을 아득하게 내려다보곤 했지요. 언젠가는 바다와 배에 대한 얘기를 꼭 쓰고 싶습니다.^^
libera 님
안녕하세요. 작가님께 궁금한 두 가지가 있어요. 작가님이 제일 재밌게 본, 그러니까 내용의 유쾌함을 떠나 가장 인상깊게 본 청소년 책은 어떤게 있나요? 그리고 어린시절에 겪었던 힘든 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리움과 추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 때가 좋았어'라고 회상할 수 있는... 그 일이 어떤 것이냐,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작가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_+
ㄴ 이경혜 작가
답변이 늦어져 죄송해요.^^ 가장 인상깊게 본 청소년 책이라....저는 이런 질문이 사실 좀 어려워요. '가장'이란 말이 붙으면 그쪽 책을 다 읽은 다음에야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또 '청소년 책'이라고 하면 어떤 게 청소년 책일까, 하는 질문부터 하게 돼서요.^^
제가 체계적으로 책을 읽은 게 아니고, 더구나 청소년 책은 많이 읽지도 않는데다 우연히 접하는 것들을 주로 읽기 때문에 '가장'이란 말을 붙이기는 좀 힘들지만 그래도 지금 '우연히' 생각나는 인상 깊은 책으로는 가네시로 카즈키의 'GO'와 '레벌루션 NO.3'가 떠오르네요. 재일교포 작가인데 이 작가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우리나라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진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어린 시절에 겪었던 힘든 일이 시간이 지난다고 그냥 그리움과 추억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요. 그렇게 '발효'되는 일이 제법 있기는 해요.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무언가 반드시 어떤 경로와 절차를 겪어서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세월'이란 효소만으로는 멋지게 발효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세월도 큰 힘을 지닌 효소이지만 그것만으론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기억이 될 수도 있어요. 더구나 어린 시절의 상처는 평생 그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답니다. 제 생각으로는 그 아픔에 '정면대결'이라는 효소가 더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해요. 어둡고 무거운 그 기억을, 상처를, 바람 잘 통하는 그늘에 펼쳐놓고 똑바로 눈뜨고 바라보는 일, 그게 정면대결이겠죠. 그렇게 피하지 말고 바라보다보면 그때의 아픔이 살아나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가슴이 찢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도망치지 않고 버티는 거지요. 그러고 나면 그것은 멋진 효소가 되어 그 기억들을 '그리움과 추억'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의 가장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어주기도 하지요. 그러나 몹시 힘든 일, 잘못하면 그것을 다시 들여다보다 더 큰 상처가 생길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긴 할 거예요. 그래도 그것을 딛고 나가야만 사람은 성장하게 되고, 산다는 일의 가장 큰 충만감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요?
ㄴ libera 님
저도 질문을 그리 했는데...딱히 '청소년 소설'이라고 장르를 구분짓는걸 좋아하지 않아요. 어떻게 나눠야 할지도 모르겠고. 언급하신 책들 저도 모두 읽어봤어요. 재밌더라고요~ 옛날의 일들은 어떤건 나중에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하지만 생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 되기도 하죠. 답변 고맙습니다+ㅁ+
ㄴ 이경혜 작가
아, 다 읽으신 책을 얘기했네요.^^ 옛날 일들에 대해선 제가 너무 잘난척하고 얘기하지 않았나 싶네요. 너그러이 이해해 주세요. 제가 그런 경험이 많아서....^^
myungjung2 님
십대의 이야기를 쓰시려면 그 시기의 마음을 더 잘 알아야 할텐데 아무리 그 시기를 지나왔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을텐데요
이 작품의 십대들의 심리를 더 잘 묘사하기위해 특별히 하셨던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십대들의 인터뷰 혹은 주변의 실제 인물들을 모델로 한달지...)
ㄴ 이경혜 작가
그렇지요. 그게 퍽 힘든 일이에요.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10대'라는 게 본질적으론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5천년 전에 파피루스에 새겨진 말에도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라고 써있다잖아요? 그때의 '요즘 아이들'이라면 지금 우리에겐 따질 수도 없는 옛날 옛적 할아버지 할머니인데 말이에요. 그러니까 겉으로 보면 태도도 다르고, 말씨도 다르고, 심지어는 쓰는 말까지 다르지만 저는 본질적으로 '10대'란 똑같다고 여겨지는 거예요. 그건 바로 누군가를 의지해야만 되는 아이의 시기에서 스스로 독립하려고 하는 어른의 세계로 넘어가는 단계, 그래서 나는 누구인지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시달리고, 한 인간으로 제대로 성장하기 위한 육체적 정신적 본능 앞에 몸부림치는 시기. 그것은 지금까지 무비판적으로 몸담았던 세계에 대해 격렬하게 반항하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그 점에선 그 시기를 오래 전에 지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거든요. 저 역시 그랬고요. 단지 나이 든 사람들은 자기가 그랬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을 뿐이에요. 그런데 저는 다행스럽게도 그때 제가 그랬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어요. 그러니까 제 속에 그때의 저의 한 부분이 아직 살아있다고나 해야할까, 그래서 그 아이를 꺼내어 글을 쓰는 거지요. (가령, 내가 지금 시기 이런 조건에서 사춘기를 보낸다면, 하는 가정을 세우는 거지요.)그렇기 때문에 마음, 심리는 어렵지 않아요. 어려운 것은 겉부분, 껍질에 해당하는 거지요. 요즘 아이들의 말투나 생활, 그런 것들. 그런 것들은 그때 그때 필요하다 싶은 것들을 찾아요. 청소년을 다룬 책이나 청소년들이 직접 쓴 책을 찾아 읽기도 하고, 인터넷 공간에서 찾아보기도 하고, 주변에 아이들이 있으면 물어보거나 살펴보기도 하고.... 그러나 저는 껍질보다는 본질적인 게 더 중요하다고 여겨요. 그게 통하면 껍질에선 좀 시차가 느껴져도 다들 공감해주거든요. 제 착각인지는 몰라도....ㅎㅎ
morning 님
이경혜 작가님의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읽고난 후의 느낌이 다시 밀려오는 듯 합니다. 저는 자칭 타칭 청소년 소설 매니아랍니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이렇게 청소년 소설에 관심이 끊이지 않는 것은 아마도 저의 그 시절에 대한 미련 혹은 풀리지 않은 무엇인가 남아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저는 우리 나라 청소년 소설 외에도 외국의 청소년 소설도 많이 읽는데 확실히 다른 점을 많이 느낍니다. 외국의 청소년 소설들은 한작가의 작품일지라도 작품에 따라 독창적이랄까, 매우 구별되는 이야기들을 소재로 하는 것을 봅니다. 그에 비해 우리 나라 작품들은 비슷비슷한 이야기들, 소재들이라고 할까요? 그런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보시는지요? 그리고 좋아하시는 외국 작가, 그리고 국내 작가로 어떤 분들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ㄴ 이경혜 작가
정말 그래요.^^ 우리는 평생 시기마다 겪어야 될 것들이 있나 봐요. 그것에 대해 충분히 겪지 못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먹게 되더라고요.^^ 학창시절 때 라디오 따위를 무시했던 사람이 늙어서 라디오 프로그램 매니어가 되기도 하고, 청춘시절 연애하는 걸 소름끼쳐 하던 사람은 늙어서도 반드시 그걸 어떻게든 찾아서 풀더라고요. 그런데 청소년 소설 매니아시라니, 이건 참 멋지네요. 감사하고요!^^
질문하신 외국 청소년 소설과 한국 청소년 소설의 차이점은 저도 강하게 느끼는 점인데, 그것이 어디서 비롯된 건지 사실 저도 궁금해요. 일단 드는 생각으로는 그들의 세계가 넓다는 점이에요.(물론 이것도 나라마다 다르겠지만요. 일단 영미권소설이나 가까운 일본 소설만 봐도 그래요.) 아주 다양한 작가군이 있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자신들의 마음에서 충분히 숙성되고, 정말 쓰고 싶은 얘기를 쓰는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우리는 무어랄까, 저도 포함된 얘기입니다만 다루는 세계가 아주 좁고, 한번 어떤 풍조가 퍼지면 다들 비슷한 걸 쓴다고나 할까, 그런 점이 있어요. 일부러 따라하는 게 아니라 한 시대의 풍조가 좁은 나라, 단일한 문화권 안에서 저절로 젖어들어 그렇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런 점이 문제이긴 하지만 기실 우리나라의 청소년 문학이란 건 역사가 아주 짧잖아요? 우리가 청소년일 때는 하이틴 로맨스 외에 청소년 소설이란 건 아주 드물었어요. 그 짧은 역사에 비하면 지금 대단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니까 우리나라 작품들도 앞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할 거예요. 저도 노력할게요!^^
좋아하는 작가는 너무너무 많아요 지금 떠오르는 작가만 해도 도스토예프스키, 마르께스, 아옌데, 다자이 오사무, 나쓰메 소세키, 쿤데라, 레이먼드 카바, 실비아 플러스, 버지니아 울프, 뒤라스......우리나라 작가로는 박경리, 오정희, 김지원, 최정희, 박민규....등등이 있어요.^^
Pulcherrima 님
이경혜 작가님 책을 시작으로 '청소년 소설(?)'이라는 것을 읽기 시작했어요. 저에게도 영원히 스무살로 남은 친구가 있어서 더 깊이 와 닿았습니다. 작가라는 사람은 어떻게 건드리면 터져버릴까봐 꼭꼭 감추고 있는 그 마음들을- 어쩌면 그 자신도 어째서인지 설명하기 어려운 속내를 그렇게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일까 궁금한게 참 많았는데... 다른 님들의 질문에 달아주신 친절한 답변을 읽으니 이해가 되네요. 전 가끔 작품 속 주인공의 경험이 작가의 경험인줄 착각할 때가 있는데요... 혹시 작가님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지... 이런 것을 물으면 실례가 될까요?
ㄴ 이경혜 작가
이런 말씀을 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이럴 때면 글쓰는 사람으로서 큰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작품 속 주인공을 작가와 동일시하거나 경험을 작가의 경험으로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저 역시 그렇게 읽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까지 있으면서도 그럴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건 어쩌면 그만큼 그 작가가 실감나게 써서 그런 것일 테고, 아니면 책을 읽는 우리가 너무 몰입해서 그런 것일 테니 가끔은 그런 경험을 혼자서 살짝 해보는 것도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무리 사소설적인 글을 써도 경험이 소설이 될 때는 반드시 변형이 생기고, 또 아무리 전혀 다른 인물이나 얘기를 써도 결국 모든 소설은 그 작가의 얘기일 수밖에 없지요. 그러니까 어떤 소설도 작가의 얘기는 아닌 것이고, 또 어떤 소설도 작가의 얘기가 아닌 건 아니랍니다.ㅎㅎ
봉봉공주 님
작가님! 반갑습니다. 저 역시 '어느날 내가..'를 읽고 청소년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습작을 열심히 하는 지망생이지만 언젠가 작가님처럼 아이들에게 꼭 읽히는 책을 내고 싶답니다.
10대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어요. 자료조사하는 작가님만의 노하우라던가 청소년 소설을 쓰기위해 책읽기 외에 어떤 공부를 따로 하시는지고 궁금하네요. 아... 직접 뵐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참 좋겠는데요... 새 책도 꼭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늘 즐겁게 작업하시고 좋은 작품 쭈욱~~ 부탁드려요!
ㄴ 이경혜 작가
봉봉공주님,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언젠가 꼭 좋은 작품 쓰셔서 책으로 만날 수 있기를 빌겠습니다. 그런데 10대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요. 윗글에서 썼듯이 기본적으로 어느 시대의 10대나 10대는 본질적인 면에서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해서 내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볼 따름입니다. 실제 10대들을 만나면 소통할 자신은 없어요. 그건 또 다른 문제로 여겨져요. 그래서자료조사에 대한 저만의 노하우는 없어요. 청소년 소설을 쓸 때 가능한 아이들이 직접 쓴 책이나 블로그, 홈피등을 무작위로 좀 보기는 해요. 지금 시기 아이들의 생생한 모습이나 목소리를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요. 그러나 어디까지나 내 속의 10대 시절에 물어보는 게 기본이지요. 그 아이를 책 속 아이의 환경에 데려다 놓는 작업이 제 청소년 소설 작업이 될 거예요. 뭐, 그건 동화든 일반소설이든 다 마찬가지지만요. 책읽기 외에 할 수 있는 작업은 가능한 모든 경우에 마음을 열고, 편견없이 대하려고 노력하는 것, 꼭 청소년들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세상 사람, 세상 만물 모두에 대해서 마음을 여는 것, 그러려고 노력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결국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청소년에 대한 이해도 높이는 것이라고 믿어요. 새롭고도 멋진 글, 꼭 쓰시길 빕니다!^^
오즈 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6학년 딸아이를 둔 엄마랍니다.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찾다가 우연히 작가님의 책 중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읽게 되었어요.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하기 전에 먼저 읽어보곤 하거든요. 내용이 좀 무거운 면이 있어서 아직 아이에게 읽으라고 하지는 못했답니다. 충격이 클까봐서요.
사실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했답니다. 저는 비교적 아이에게 지금밖에 누릴 수 없는 자유를 맘껏 누리게 해주고 싶은 엄마라서 아이를 학원같은데 매어놓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다보니 공부를 못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뛰어나지도 않아요. 요즘 한국사회의 학습 분위기를 볼때 그냥 이렇게 놓아두는 것이 작가선생님은 괜찮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본인이 공부를 원한다면 정말 하게 될까해서요. 어느정도는 강요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너무 어려운 질문을 드리는거죠? ^^;
늘 건강하시고 우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 많이 써주세요. 감사합니다!
ㄴ 이경혜 작가
예, 6학년 아이들도 많이 읽긴 하지만 중학생이 되어 읽는 게 더 좋을 거예요. 아이가 읽기를 원한다면 엄마도 같이 읽고 함께 얘기하는 것도 좋겠지요. 사실 아이들은 제 나이보다 나이가 많은 주인공이 나오는 책을 선호하니까요. 그리고 오즈님이 겪는 갈등과 고민은 사실 지금 우리 나라 의식있는 부모들이 거의 겪는 갈등일 거예요.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전혀 문제없이 괜찮다고 생각하고, 강요는 조금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분들께 함부로 장담하기는 어려운 얘기지요.
오즈님 질문을 제가 다시 해석해 보면, '이렇게 마음대로 놀게 놔뒀다가 나중에 대학을 가기 위해 갑자기 공부해도 문제가 없을까?' 이런 뜻일텐데 거기에 대해서라면 저는 사실 아는 바가 없습니다.^^(하지만 '강요'는 아무리 강도가 약하더라도 효과면에서는 가장 나쁠 거예요. 지혜를 짜내셔서 어떻게든 공부의 재미를 찾게 해주시는 게 가장 좋을 텐데, 그 중에는 책읽는 기쁨을 '전염'시키는 것도 큰 부분일 겁니다.) 같은 말이라도 의미를 달리 해석하면 이런 얘기를 할 수도 있겠죠.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게 놔두면 학교 성적 같은 건 안 좋을지 몰라도 정말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진짜 공부'를 하기에는 훨씬 좋지 않을까?'하고요. 그런데 여기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한국사회의 학습 분위기'라는 컨베이어 벨트에 아이를 올려놓지 않으려는 용기 말입니다. 한번 올라가면 중간에 내려오기는 굉장히 힘듭니다. 아예 올라가지 말아야만 자기 주관대로 해나갈 수 있는 길입니다.^^
저는 가끔 어머니들에게 그런 말씀을 드립니다. 자식에게 '더 큰 욕심'을 내라고요. 제가 볼 때 '일류대학 가고, 좋은 직장 취직해서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것은 자식에게 거는 소박한 기대입니다. '더 큰 욕심'이라면 예를 들어 이런 것입니다. '세상 눈치 안 보고, 제 멋대로, 행복하게,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창의적으로 사는 것' 같은 거지요. 그 길이 훨씬 힘드니까요. 지금 우리나라 중상류층의 지나치게 과열된 '기이한 사교육 풍토'는 개성있고 창의력이 넘치는 아이들을 모두 표준화된 평범한 시민으로 만드는 참으로 우려되는 모습입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신의 삶을 희생해가며, '미래의 비틀즈'도, '피카소'도, '채플린'도 죄다 평범한 대학생, 회사원으로 만들기 위해 기를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너무 산만하게 말해서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이쪽 문제에는 워낙 불만이 많다보니....ㅋㅋ
아무튼 오즈님, 제가 볼 때는 지금 잘 하시고 계십니다. 앞으로도 아이에게 공부를 시킬 생각보다는 아이가 정말 하고 싶어하는 것, 잘 할 가능성이 비치는 것 등을 잘 찾아낼 수 있도록 더욱 찬찬히 살펴보시면서 아이의 성장을 잘 지켜봐주세요!^^ 결국 길은 아이 스스로 찾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ㄴ 오즈 님
작가님, 여러말씀 감사드려요~
사실 정답이란게 없는 질문이지만 작가님이 해주시는 말씀같은 것도 반복해서 들으면 제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더라구요. 이번 소설집도 꼭 챙겨보아야겠어요. 감사드립니다.
은희맘 님
신작이 나온다니 무척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국제도서전에서 아이들과 저자와의 대화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이야기 들었던 기억이 엇그제 같네요. 좀 기간이 됐는데 말이죠.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청소년 문학하면 아직도 아이들과 함께 많이 보는 편인데 우리나라 정서와 맞는 책을 더 즐겨보는 편이에요. 외국번역본은 공감이 덜해서 말이죠. 작가님은 글쓰기위해 어떤 분야의 책을 많이 보시나요? 그리고 한 달의 몇 권 정도의 독서를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강의도 나가시고 작가활동도 하실려면 시간도 부족할텐데 말이죠.
ㄴ 이경혜 작가
아, 그러면 나중에 사인할 때 얼굴 뵌 분이겠네요. 반갑습니다!^^ 이렇게 질문도 또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책을 마구잡이로 읽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는데 지금은 더 심합니다. 글쓰기 위해 읽는다는 건 결국 살기 위해 읽는다는 말이라(아주 구체적인 자료 조사를 위해 읽는 책을 뺀다면) 따로 구분하기가 힘들죠. 그 모든 생각과 행동, 삶의 경험이 모두 글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니까요. 문학 서적(소설, 시, 동화, 평론, 수필)을 주로 읽지만 과학, 특히 천문학과 동물학, 뇌관련 책도 좋아하고요. 그외에도 미술, 음악, 영화, 역사, 사주 운명, 별자리, 명상, 불교, 심리학, 인테리어, 패션, 미용(마지막 세 부분은 책을 읽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등등 책이라고 생긴 것은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에요. 좀 작가답지 않은 독서 경향을 가지고 있답니다. ㅎ
ㅎ 한 달에 몇 권이란 건 대중이 없어요. 완독한 책은 수첩에 적어놓는데 대충 일 년에 70권에서 100권 정도 읽는 것 같아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책 읽는 것을 가장 좋아해서 전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을 지나치는 일이 아주 흔하죠. 잠들기 전에 누워서 읽는 것도 참 좋아해요.
아이들 어릴 때는 살림 살고 일하느라 늘 시간이 없어 허둥댔기 때문에 집에서 어쩌다 책을 읽으면 어이없게도 마음속에 죄책감이 들곤 했어요. 그 버릇이 아직도 남아서 집에서는 책을 편하게 잘 못 읽어요. 그래서 어떤 글을 시작할 때면 그 관련 책을 마음껏 읽을 생각이 먼저 들어 행복해지곤 하죠. 그럴 때는 '지금은 일로 읽는 거니까'하고 생각할 수 있어서 죄책감을 털어버릴 수 있거든요.ㅎㅎ 참 어쩌다 이렇게 나쁜 습관이 들었는지!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쓰려고 생각할 때도 '이제 성장소설을 실컷 읽겠구나!'하는 생각에 마구 가슴이 설렜던 기억이 나요.^^
뻑공 님
와아~~ 가방 진짜 특이하고 이쁘네요... ^^
근데 저는 질문보다는 책에 대한 느낌을 살짜쿵 말씀드리고 싶어요. 몇년전에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가슴이 어찌나 답답하고 멀미가 날 것 같은지요. 우리는 분명 그런 생각을 한번쯤을 해봤을거에요. 내가 죽었다면?...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주인공 소년이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고 그런 글을(일기장?) 썼다는 점에서, 섬뜩했어요. 누가 그렇게 만들었지? 왜 거기까지 몰아갔지? 하는 고민이 들더라구요.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말도 안되는 이유로 방치, 혹은 다그침이 아니었나 싶은.. 많이 안타까웠어요.
지금은 <그 녀석 덕분에> 읽고 있습니다, 처음 몇페이지를 펼쳤는데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해야하나 고민이 되네요. 그런데 작가님... 한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면서 고나계자들, 주변인들, 그리고 독자들에게 참 많은 이야기를 들으실 것 같아요. 그런데요. 저는 절대적으로 작가님이 원하시는 쓰시고 싶은 글을 써주시기를 항상 바라요. 다른이가 좋아할만한 그런 글이 아니라, 작가님이 들려주고 싶으신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ㄴ 이경혜 작가
아이들이 시체놀이를 하면서 논다는 걸 알았을 때, 그리고 아이들이 올린 기상천외한 시체놀이 사진들을 보면서 참 아이들의 생명력이란 건 놀랍다고 느꼈댔어요. 자신들의 기계적(기계적이란 건 생명이 없는 죽음의 세계지요.)이고 타성적인, 생명을 거스르는 생활에 대해 통쾌한 상징적 놀이로 대응하는 것이잖아요? 물론 뻑공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놀이를 만들어낼 만큼 죽음 같은 삶을 그들에게 준 어른들의 잘못은 크지만 저는 그것을 넘어서는 아이들의 빛나는 생명력을 보고 경탄하기도 했답니다.
<그 녀석 덕분에>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셔도 될 거예요. 맨 앞의 소설만 그중 좀 진지한 분위기(그래도 가벼워요)고, 나머지 글들은 다 경쾌한 톤이에요. 때론 코믹하기도 하고요. ^^
마지막 말씀은 정말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저는 그렇게 해왔고, 그렇게밖에 못 쓸 것 같아요. 생겨먹기가....ㅎㅎ 물론 책이 나오기 전에 원고를 넘긴 뒤 편집자분들과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의견은 들어요. 왜냐면 남의 글은 잘 보여도 자기 글은 잘 안 보이기 때문에 일단 원고를 완성한 뒤에는 객관적 의견이 크게 도움이 되거든요. 하지만 제가 동의하지 않는 의견을 받아들인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제가 쓰고 싶은 글만을 썼어요. 창작만은.
겨울아이 님
중학생인 아들이 책읽는데 빠져서 저녁을 굶었다네요. 학생인 저는 공부하러 밖에 나와있었는데, 저녁밥을 챙겨주지 못한 엄마로서 미안하기도 하고.. 책에 빠져서 배고픈것도 잊은 아들이 부럽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독서마라톤에 참여할 예정이어서 어떤 책을 추천해줄까 고민이 되어요. 좋은 책은 스승과 같아서 아이 인생의 등불이 될거라 믿는데, 이 기회에 선생님께 좋은 책 추천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참고로 제 아들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좋아하고, 분량에 상관없이 두꺼운 책도 잘 읽는편이랍니다.
또 한가지, 선생님이 정말 힘들 때(죽고 싶을만큼) 위안을 얻고 힘을 얻는 방법이 알고 싶습니다.
ㄴ 이경혜 작가
참 보기 좋은 어머니와 아들의 모습이네요!^^ 학생 엄마의 아드님다운 걸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좋아한다니 위베르 레브 외 3인이 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란 책을 권해 드릴게요. 우주의 탄생에서 인류의 미래까지 질문과 답을 엮어놓은 책인데, 천문학, 생물학, 인류학의 최고 과학자들이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아주 쉽고도 '아름답게'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책입니다. 경이롭고 황홀한 책이에요. 책을 많이 읽은 학생 같으니 중학생이지만 읽어낼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 질문에 대해 답변을 드린다면, 제 경우는 혼자 길을 떠납니다. 어딘가에 혼자 숨으러 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내 자신을 들여다 보고, 내 고통을 들여다 보며 스스로 상처를 핥아 치료를 하곤 합니다. 끝없이 생각을 하기도 하고, 끝없이 울기도 하고, 무언가를 끄적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스스로 피 흘리는 걸 멈추게 한 다음에야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지요. 그때까지는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힘들었던 일은 절친한 친구들에게도 늘 지난 다음에나 얘기하게 되지요. 그러고 보니 제 방식은 들짐승들을 닮았군요.^^
ksaks12 님
안녕하세요. 미래 설계를 앞에 두고 가족들과 갈등을 겪고 있어 많이 혼란스러운 10대 입니다. 저는 가봤자 빚쟁이나 되고 백수나 되는 대학에 뭐 하러 가느냐고 제가 하고 싶은 공부가 있을 때 그때 대학이 의미가 있는 곳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무조건 대학엘 가야한다는 생각이 없어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평생 책상에 앉아 공부 하다가 또 책상에 앉아 업무보다 쓸쓸하게 퇴장하는 인생을 살기 싫어서 방황중입니다. 아빠는 공부는 학생의 의무라는데 아빠가 말하는 공부는 학교 성적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학교성적 따내는게 학생의 의무라니, 도대체 어떤 사람이 지어놨는지 원. 공부는 학교가 아니라 도서관에서 해야 그게 진정한 공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등학교는 대안학교 진학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빠는 공부를 안 하면 그럼 뭐 명확하게 하고 싶은 거 있느냐고 묻는데요. 저는 명확하게 하고 싶은 게 없는 상태입니다. 희망직업도 없습니다. 이래보이니까 제가 좀 막사는 10대 같은 데 (ㅋㅋ) 저는 지금 당장 희망직업을 정해 놓아야 한다는 말에 절대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희망직업을 정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게 다 대학 학과 정하려고 혹은 공부 자극제가 아닌가요. 그게 정말 꿈일까요. 오늘이랑 내일의 마음이 다른 변덕쟁이 10대의 한순간에 하고 싶다! 생각든 직업을 10대 내내 바라보아야 하는 건가요. 10대는 무한 가능성이라는데, 아직 15년 안팎으로 밖에 못살았는데 평생 갈 직업을 정해놓는 게 말이 되나요. 저는 대신 관심분야를 곰곰이 생각하는 중입니다. 요즘에는 미술사랑 역사 그리고 문학에 무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요.
이렇게 생각하고는 있는데 많이 불안합니다. 그래서 청소년 소설에 많이 기대고 있지요. 제 편을 들어주는 이가 주위에 없거든요. 친구들도 저를 별난 놈 취급해요. 좋은 직장 가져서 적당한때 결혼하는 게 최고! 라는 집안은 말도 못하지요. 제가 너무 무모한가 싶다가도 다양한 삶이 공존하는 현대사회에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도 맞부딪힙니다. 저에게 조언좀 해주세요. 하다못해 응원이라도 받고 싶네요. 하루하루가 고민의 연속입니다. 오늘 도서관 들러서 책빌릴건데, 이경혜님 작품을 꼭 빌려야 겠네요 ㅋㅋ 사읽는걸 좋아하는데 주머니가 가볍습니다..
ㄴ 이경혜 작가
ksaks12님, 글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어요. 무엇보다 '막 사는 10대' 같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아요. 오히려 보기 드물게 생각이 깊고, 주관이 뚜렷한 진지한 10대를 만나서 반가워요. 물론 저는 '막 사는 10대'도 아주 좋아합니다만....ㅎㅎ 저 역시 중, 고등학교 때 님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이 시시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랬다가 무언가 중고등학교와는 다른 공부를 해보고 싶었고, 대학시절이라는 학창 시절도 누리고 싶어서 진학을 마음먹게 되었지요. 그래서 저는 님의 생각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대학에 무조건 가야 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학교 공부 속에 '진정한 공부'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저 역시 몹시 회의적입니다. 그런데 대학 공부가 굉장히 도움이 되는 분야가 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님이 지금 관심을 보이는 미술사, 역사, 문학은 대학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분야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분야들 또한 대학을 가지 않고도 독학으로 얼마든 더 독창적인 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선택과 책임은 아무리 어려도 각자의 몫이지요. 나중에 자신의 인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누군가를 탓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10대에 평생 갈 직업을 정해놓는 게 무리라는 말에도 동의합니다. 그 역시 그보다 어린 시절에 자기 갈 길을 택하는 경우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요. 저같은 경우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장래 희망을 물었을 때 '문학가와 알뜰한 엄마'라고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ㅎㅎ 하지만 고등학교 땐 문학은 혼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럴듯하고 더 멋져 보이는 번역 문학을 하겠다고 희망을 바꾸었고, 20대엔 시대가 하도 험악하여 문학이 사치스럽다고 생각하여 꾹꾹 억누른 채 다른 일들을 하였습니다. 제가 다시 글을 떠날 수 없다고 깨달은 게 30대였고, 그때부터는 삶의 고달픔 속에서도 조금씩 그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렇듯이 자신의 길을 찾는 일은 평생에 걸쳐 이루어지는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단 하나의 길만을 걷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야말로 그때 '꽂히는' 일에 매번 열정적으로 마음을 열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대학 자체도 모색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긴 인생에서 자기에게 가장 맞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말입니다. 저는 물론 님의 편입니다. 님처럼 진지하게 자신의 인생을 모색하는 사람이라면 아무것도 걱정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 가든 안 가든 자기 주관이 뚜렷하게 멋진 일을 찾아내 누구보다 풍부한 인생을 살아낼 거라 믿어집니다. 그러나 단지 '대학'이라는 가능성도 너무 단순하게 버려버리지 말라고 말씀을 드리는 것뿐입니다. (제 소설에 많이 나오듯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입시 공부 때문에 미루고 포기하는 일에 대해선 제가 강력하
게 비판합니다. 정말 지금 간절히 원하는 일이 있고, 그것의 성취에 입시 공부나 대학에 가는 게 쓸데없다고 여겨지면 그 길을 택하는 게 현명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님의 경우는 그와는 좀 다르지요.) 가봤자 빚쟁이나 되고 백수나 되는 것만이 대학의 전부는 아니랍니다. 결과적으로 그럴 수는 있지만 '과정'이 있지요.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자유롭게, 생계와 생활에서 벗어나(설사 학비를 버느라고 고된 알바를 할지라도 그 성격은 다릅니다) 학문과 인생에 전념할 수 있는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도 가장 다양하게 접해보고 고민해볼 수 있는 곳이지요. 지금 대학이 아무리 취직학원처럼 변했다 할지라도 본인이 하기 나름으로 그런 것들을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처럼 다니다가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여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 제 얘기는 꼭 대학에 가라는 말이 아니라 미리 단정지어 잘라내지는 말라는 얘기입니다. 제가 제 딸들에
게 했던 충고로 간단하게나마 답변을 정리해 볼게요.
'대학 안 가도 좋다. 나는 대학에서 대단한 학문을 배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공부를 해볼 수 있고, 많은 자극을 받을 수 있다. 그 과정 자체가 인생의 좋은 공부이다. 또한 인생에서 유일하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당장 대학을 안 가더라도 언젠가 다른 일을 하다가라도 마음이 내키거나 여유가 생길 때 어느 떄고 한번은 대학 공부를 해보기 바란다.' 힘내세요, ksaks12님! 무엇을 결정하든 님의 결정이라면 저는 지지합니다! 어떤 결정이든
깊이 생각해서 나온 것일 테고, 잘 해낼 자세와 능력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제 충고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빌겠습니다.^^
(한번에 천자까지만 올라가서 잘라서 올리게 되었어요.^^)
민성맘 님
작가님이 쓰신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는 정말 충격적으로 읽었어요. 시체놀이에 대해 읽고는 저도 바로 시체놀이란걸 시작하게 됬죠. 내가 죽는다면 다른사람들이 나를 보고 뭐라 말하고 뭐라 생각할까, 무슨일이 생길까 등을 생각해보며 현재에 더 충실하게 되더라구요. 죽고나서 미련이 남을만한 것들은 미리미리 저질러 보기도 하고 최선을 다해보기도 하고. 제가 워낙 바른 생활로만 살아온 범생이 엄마라 아이들의 사춘기 방황등을 보면 정말 이해가 안되고 어찌해야봏을지 모르겠더라구요. 내 아들이 왜 나를 안닮고 이렇게 이상해져가는거지 싶어 억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작가님은 청소년 소설을 쓰시니 아이들과 많이 가까우시겠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좀더 이해하고 가까이 다가갈수있을까요?
ㄴ 이경혜 작가
세상에서 가장 답답하고 싫은 풍경 중의 하나는 자식이 부모를 고대로 쏙 닮는 것입니다. 생각도 모습도 풀빵처럼 똑같아서 부모 말 반항 한번 안하고, 부모 말에 무조건 고개 끄떡이고 맞장구치고, 그래서 부모와 똑같이 살다 갑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는 시냇물이 흘러서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 게 아니라 시냇물이 졸아들어 웅덩이가 되는 걸 보는 것만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아드님이 엄마를 안 닮고 '이상'하다면 '내가 정말 잘 키웠구나!'하고 기뻐하셔야 된답니다.^^ 나와 다른 이상한 아들 때문에 억울하고, 슬픈 그 과정을 통해 부모도 성장하는 것이고, 아들은 부모보다 폭넓은 인생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범생이로 살아온 엄마보다 사춘기에 방황하는 아들의 인생은 훨씬 폭이 넓지 않나요? 아주 잘 키우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드님은 지금 자신의 영혼을 넓히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힘드시고, 걱정도 되고 할 것입니다. 저 역시 딸들을 키우며 그런 과정을 겪었습니다. 제가 키워온 방식에 대해 회의하고 후회한 적도 있었고요. 하지만 그 과정은 아이나 부모 모두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었어요. 저는 제 딸들이 아니었으면 정말 고리타분하고 꽉 막힌 사람이었을 거예요. 이만큼이라도 폭이 넓어진 건 아이들의 탓이 큽니다. 청소년 소설을 쓰고, 학생들한테 '어떻게 저희 마음을 그렇게 잘 아세요?'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게 된 것도 제 딸들 덕분에 성장해서 그렇게 된 것이랍니다.
그러니 아드님은 지금 더 멋진 청년으로 자라기 위한 통과의례를 겪는 거라 여기시고 애정의 눈으로 지켜봐주세요. '나는 지금 네가 이해가 되지 않아 슬프고 걱정된다. 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해보겠다.'는 지금의 마음도 말로든 글로든 전달해보세요. 그리고 혹시라도 위급한 일이 있을 때면 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꼭 부탁을 하세요. 어머님이 아드님을 믿어주면 아드님도 마음을 열지 몰라요.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 시기는 부모에게서 벗어나 독립적인 인간이 되려고 몸부림치는 시기이니 부모도 그것을 감내해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볼 때 아드님은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을 겪는 것이랍니다. 이 시기에 너무 얌전하고 모범생인 학생이 오히려 걱정스러운 지도 몰라요. 그쪽이 사실 비정상에 가깝거든요.^^ 그런데 사실 겉으로 그렇게 보이는 학생들도 속으로는 보이지 않는 몸부림을 다 치고 있는 것일 거예요. 단지 좀더 타협적일 뿐.
그리고 청소년 소설뿐만 아니라 소설이나 영화를 많이 보세요. 민성맘님께서 좋아하는 일도 더 열심히 하시고요. 그러면 인간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뿐더러 아드님에 대해서 너무 전전긍긍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게 서로에게 분명 더 좋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iserve 님
안녕하세요 작가님 뵙게 되어 고맙고 반갑습니다 아주 아주 큰 솥에다 식지 않는 밥을 지어 놓고 필요한 사람들마다 제 숟가락 들고 퍼먹게 해주시는 것 같아 참 훌륭하시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이제 이렇게 통하게 되었으니 둘러 앉아 밥 퍼먹는 식구가 된 기분입니다 이때다 싶을 땐 꼭 손아귀에 들려 줄 튼튼한 숟가락 하나 잊지 않고 간직할께요 매일은 아니겠지만 가끔씩은 작가님의 밥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아주 거칠고 원시적인 잡곡밥을 좋아 한답니다 그런 밥을 먹을 기회가 자주 없어서 문제지만요 작가님의 책 속에는 입맛에 맞는 공기밥이 넉넉하게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하나씩 뚜껑을 열어 보겠습니다 오랫동안 밥을 지어 주시려면 몸이 튼튼해야 되니까 너무 무리하셔서 심신건강을 해치시는 건 아주 곤란합니다 그래서 여쭙고 싶은데요 건강은 어떠신지요 물론 좋으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잘 드러나진 않아도 근본적으로 중요한 문제라서 가벼운 마음으로-잠깐 즐거우셔도 좋고요-여쭤봅니다 아주 아주 좋은 컨디션이 되어야 저희들한테 지어 줄 밥이 맛있을텐데 특별하게 가지고 계신 건강관이나 관리법은 혹 없으신지요 몸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면 아무거라도 재미 있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몇 번은 생각해 봤는데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가 실제 내 문제가 되었을 때를 상정해 보기도 하거든요 허술하게 보낸 오늘하고 너무나 똑같겠지만 언제쯤 그 날이 올지 그 때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뭐 그런 사항에 대해서는 생각이 어떠하실지 궁금하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드리는 저의 말씀 모두는 작가님의 작품이 필요한 독자로서 작품의 산실인 작가님의 심신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작은 관심입니다 내가 있지 않고는 세상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데요 그렇다고 나만 아는 이기주의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니구요 떵떵거리고 살진 못하더라도 자기 생각만 지킬 수 있다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도 큰 성공이라 생각하기도 한답니다 세상은 바라보기만 해도 너무 아름다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서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고맙습니다
ㄴ 이경혜 작가
저도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어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지 모르겠습니다. iserve 님의 따뜻한 말씀은 정말 뭉클하네요.^^실제론 다 식어 꼬들꼬들한 밥이나 한술씩 드리는 것 같아 송구스러운데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도 걱정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저는 본래가 운동을 귀찮게 여기고 뒹굴면서 책이나 읽고 글이나 끼적이는 게으른 성품인데 어쩌다 보니 생긴대로 못 살고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해오면서 살아왔습니다. 그 덕에 십 몇 년 전에 많이 아팠던 적이 있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인생관이 바뀌어 그 뒤로는 상당히 '나를 챙기며' 살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글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그 일은 아주 다행스런 일이었지요. 운동은 다 좋아하지 않지만 걷는 것만은 아주 좋아해서 기회가 되면 잘 걷고, 마음이 힘들 때면 108배도 곧잘 합니다. 특별한 건강관이나 관리법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이라 큰일에는 대범한 게 그나마 제 건강을 지켜준 것 같습니다.(작은 일에는 오히려 안달복달합니다만....ㅎㅎ) 아직 큰 병은 없지만 추위에 아주 약해서 늘 감기를 끼고 삽니다. 이제 날도 많이 풀렸으니 걷는 일도 다시 시작해야겠네요. 이렇게 걱정해주시는 분들을 생각해서라도요.^^ 그리고 '그날'은 언제 올지 알 수 없지만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생각만은 어릴 때부터 해왔습니다. 주변에 아픈 사람이 많아서 어릴 때부터 병원에서 간호하는 일이 많다 보니 그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지요. 그날,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며, '괜찮았어, 그만하면 맘에 들어,',이렇게 생각하며 세상을 뜨게 되기를 바라고, 어린 학생들에게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하곤 합니다. 죽음이란 곧 삶과 이어진 문제니까요. 세상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애쓰라고 말이지요. 저도 그러려고 애씁니다. 어쩌면 그게 유일한 제 삶의 태도인지도 모릅니다. (말이 좀 이상합니다만....)
iserve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 님의 마음에 꼭 드는 인생을 걸어나가시기 바랍니다!^^ 따뜻한 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뻑공 님
주말동안에 <그 녀석 덕분에>를 다 읽었어요.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어요. 뭐랄까, 굳이 청소년문학 같지 않다는 느낌?(나쁜 느낌이 아니라요) 그동안은 중학생이나 고1 정도가 그 대상인 책들을 많이 읽어서인지 이번 책은 어른으로 가는 그 길목의 중간쯤에 서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어요. 특히 그 안의 단편들 중에서도 마지막 <그 녀석 덕분에> 읽으면서는 마음이 더 열리는 기분이더라구요. 마지막 양호와 희진의 선택이 좀 뜻밖이었어요.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보면 마무리는 역시 건전하고 착하게 이러이러하게 견디는 쪽으로 들려왔었던 이야기라면, 이번 책의 그 아이들의 선택은 뜻밖이었으면서 동시에 개운했어요. 어쩌면 읽는 우리들도 마음 한편으로는 그런 선택을 하기를 바랐던게 아닐까 싶은...
ㄴ 이경혜 작가
마음 열고 잘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인터넷에 리뷰도 쓰셨죠? 잘 읽었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 아이들의 마지막 선택 부분을 저도 참 좋아해요. 제가 <작가의 말>에도 썼지만 이 글은 '크게' 세 번을 고쳤는데 마지막 대목은 언제나 같았어요. 단지 단편으로 썼을 때는 희진이는 이름으로만 처리되고 나오지 않았고, 양호 역시 드럼을 좋아하는 아이로 나올 뿐 밴드에 대해선 나오지 않았어요. 그러다 중편으로 고치면서, 첫번째 두번 째 고쳐 쓸 때 양호가 밴드했다는 얘기가 나와요. 하지만 언급만 될 뿐 구체적인 공연은 묘사되지 않지요.그때까지는 고쳐 쓰면서 울지 않았어요. 그런데 다 쓰고 났는데 울음이 터지더라고요. 그건 그 아이들의 막막한 앞날이 가슴 아파서였어요. 자기들이 좋아하는 길을 용감하게 선택했지만 어른으로서의 나는 그애들이 겪을 힘든 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던 거지요. 제가 무책임한 선택을 하게 한 것만 같아서(사실은 그애들이 한 건데.....ㅎㅎ) 미안하고 미안했어요. 그러다 마지막으로 달라붙어 고치면서 마지막 공연 부분 묘사가 들어가게 되는데 그때는 쓰면서 엉엉 울었어요. 도대체 어디서 울었다는 거야, 하고 어이없게 생각되시겠지만 저는 그냥 쓰면서 도취되어 혼자 울고 웃고 잘 하거든요.ㅎㅎ 독자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저 혼자서 말이에요.^^ 마지막 공연 부분 묘사를 할 때는 정말로 그애들과 제가 딱 한몸이 되는 일체감을 깊게 느꼈지요. 그 탓에 그애들 속으로 들어갔다 나와선지 그때는 쓸 때는 울었어도 쓰고 나선 마음이 좋기만 하더라고요. 그애들이 걱정되지 않았어요. 그애들은 어른의 눈으론 어떻게 보이든 자기들 마음에 드는 삶을 멋지게 꾸려갈 거란 믿음이 생겼으니까요. 그 황홀감과 기쁨으로 '작가의 말'도 다시 썼던 거랍니다.ㅎㅎ 실제로야 이러기가 좀 어렵겠어요? 저는 소설 속에서라도 완전한 자유를 주고 싶고, 제 자신이 누리고 싶었던 거예요. 바퀴 변신체가 모든 책임과 의무를 다해주니 우리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자유롭게 선택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 선택을 좋아하는 분을 만나니 참 기쁩니다.^^
정말로 그 아이들이 지금 어디쯤 날고 있을지 저도 몹시 궁금하네요.^^
tataby22 님
지금도 벚꽃을 보면 그가 생각납니다. 선생님의 책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도 책제목의 어떤 이끌림도 있었지만 아마 겉표지의 벚꽃때문에 읽기 시작했을꺼예요. 2005년도에 서른 셋의 시동생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 4월 8일이 그의 기일이죠. 지금도 그를 생각하며 글을 쓰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데... 아들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심정은 말할것도 없겠죠. 저는 다행히 <어느날~~>을 읽고 많은 위로와 위안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 집에 갑자기 찾아온 박쥐를 보며 '미가야'를 떠올리게 되니... 선생님의 열렬한 팬입니다.^^ 이번에 선생님의 책이 곧 출간 된단 소문을 듣고는 미래의 독자 카페에 연재하셨던 글이 출간될줄 나름의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 <그 녀석 덕분에>를 보고는 뜻밖이였어요. 한창 더 성숙해진 이야기속의 그들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고민에 빠져보기도 하고 설레임에 얼굴이 붉그스레 해지기도 했었답니다.
Reading is sexy!라는 말씀에 완전 공감하는 장면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하구요...며칠전 벤치에 앉아 다리를 꼬고 두꺼운 책을 읽던 은발의 그녀는 나이를 넘어서서 너무도 섹시했기에.... 이제는 바퀴를 보고서도 선생님 생각이 날것 같은데... 음... 바퀴를 손바닥으로 딱하니 못 칠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녀석 덕분에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들에 한동안 빠져들것 같습니다.
답변이 주어지는 책이 아닌 물음을 던져주는 책이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ㄴ 이경혜 작가
tataby2님, 늦게 답 드려 죄송합니다. 어제는 왜 그렇게 졸렸는지 모르겠어요.ㅎㅎ 간단히 쓸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기가 싫어서 이렇게 미루었다 답변 드리는 것이니 이해해 주세요. 왜냐면 님의 글을 읽으면서 예전에 쓰셨던 리뷰가 떠올라서 더욱 반가웠거든요. 예전에 '어느 날'에 대해 리뷰 쓰시면서 그 분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으셨지요? 그 이야기가 몹시 인상적이어서 글을 읽는 순간, 기억이 났답니다.(혹시 아니라면 정말 죄송합니다. 제 기억에는 분명한 것 같지만 하도 오래 전에 본 글이라.....) 다시 이렇게 질문 주셔서, 그리고 시동생님의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승에서 이름 한 번만 불러도 저승에 전달이 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요.
오늘 저도 달빛과 전등불빛을 동시에 받고 있는 벚꽃을 올 들어 처음으로 봤는데, 4월 8일이 그분의 기일이었군요. 벚꽃 필 때 세상을 떠난 서른 셋의 청년이라니, 듣기만 해도 가슴이 찡합니다. 저도 이젠 벚꽃이 필 때면 그 분이 떠오를 것 같아요. 박쥐가 집에 깃들면 복이 넘친다던데, 시골에 사시나요? 어떻게 박쥐가 다 찾아왔을까요? 혹시 그 분이?^^
제가 쓴 책들을 이리 좋아해주시니 너무 좋아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바퀴는 댁에 찾아가지 않기를.....ㅎㅎ 답변이 아닌 물음을 던져주는 책으로 이해해주시니 그 점도 정말 기쁩니다. 저는 그런 책을 쓰고 싶거든요. 언제나.....
올해도 벚꽃이 환하게 펴서 그 분의 기억을 환하게, 환하게 떠올리게 해주기를 바랍니다. 그 어머님의 심정은 감히 넘겨 짚을 수도 없어서 그저 가슴만 아프지만....
ㄴtataby22 님
선생님이께서 제 리뷰 읽으셨다니 가슴이 콩닥콩닥 거려요.ㅎㅎ(저 맞습니다.^^ ) 시골에 사는 것은 아니나 바로 뒤에 산이 있어 아마 거기에서 날아오지 않았나 싶어요. (시외곽이여서 그런지 아직 까마귀, 수리부엉이등이 서식하고 있지요. 고라니들과 꿩들도 있구요. 그리큰산도 아닌데 그곳에 터를 잡고 사는 녀석들이 정말 대견스럽고 기특합니다.정말 신기해서 박쥐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사진 몇장 찍어두었었죠.ㅎㅎ) 그때 선생님께서 댓글에 박쥐는 복 있는 영물이라 말씀하셔서 기운 듬뿍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ㅎㅎㅎ 정성스런 답변 감사드립니다. 책을 통해 자주 뵈었으면 하는 소망 한 가득^^**
ㄴ 이경혜 작가
아, 제 기억이 맞았군요. 정말 반갑고, 고맙습니다!^^ 박쥐가 찾아드는 복스런 집이 대체 어느 동네인지 매우궁금해요.ㅎㅎ 까마귀, 부엉이, 고라니, 제가 좋아하는 녀석들이 다 살고 있군요. 꿩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만....^^ 그 녀석들 보시면 제 안부도 좀 전해주세요.^^
smh0012 님
그 녀석 덕분에 읽고 있는데요. 어디서 이 책의 아이디어를 처음 얻으셨는지요?저희 딸은 만화나 이야기 쓰는거에 관심이 있는데 제가 엄마로서 해줄거나, 어디에 더 관심을 가져서 조언해 주면 좋을 지? 한 말씀 듣고 싶습니다.
ㄴ 이경혜 작가
우선 답변이 늦어져 죄송하단 말씀 먼저 드리고요.^^ 그 이야기의 아이디어는 우리 옛 이야기 중 쥐가 변신한 얘기에서 처음 얻었어요. 그 얘기를 모티브 삼아 정체성에 대한 얘기를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어요. 그런데 지금 시기, 도시에서라면 쥐보다는 바퀴가 어울리겠다고 생각하여 그런 상상을 해보았지요.
따님이 만화나 이야기 쓰는 거에 관심이 많다면 만화책을 많이 구해주고, 가능하면 엄마도 같이 읽고 서로 낄낄거리고(괜히 독후감 같은 거 끌어내려고 하지 마시고^^), 따님이 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보여주기 싫어하면 절대 몰래 훔쳐 보지 마시고^^), 그러는 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따님의 관심이나 취향이 바뀌면 또 똑같이..... 아이들의 관심은 자주 바뀌지요. 그러나 매번 그 관심이 영원할 것처럼 같이 열중하세요. 그러다 또 바뀌면 또 새롭게..... 제 말이 정답은 아니지만 제 의견은 그렇답니다,
ㄴ smh0012
고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정말 현명하시고 똑똑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바퀴벌레 나오는 곳 읽고 있습니다. 더 읽고 서평 쓸께요.
ㄴ 이경혜 작가
'정말 현명, 똑똑하다'는 말에 우리 애들이 볼까봐 떨립니다.^^ 저는 젊을 때부터 길치에, 기계치에, 엉뚱하고 어설프고 바보같은 짓을 하도 많이 해서 나중에 치매가 와도 달라진 게 없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라는 말을 아이들한테 듣고 있거든요.ㅎㅎ 그 얘기 들은 친구는, 네가 길 잘 찾게 되면 그게 치매야, 그러더군요.ㅎㅎ
happy463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읽고 왕 팬이되었답니다. 저는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늘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권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작가님이 추천하는 괜찮은 책 몇권만 알려주세요. 저도 읽어보고 아이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어요. (물론 작가님의 책은 이미 구입했어요~!) 그리고, 요건 개인적인 질문인데..쪼기 위에 작가님 말 가방 어디서 구입하셨는지요? 크기도 말 디자인도 완전 제스탈이네용. 요즘 낑낑대며 남자들이 드는 꺼먼 노트북 가방대신 딱 구입하고 싶은 스탈인데 파는곳이 없드라구요..그럼 좋은 밤되세요. 바쁘시다니 밤늦게 로그인해 질문하는 제가 죄송스러워용~!!ㅠㅠ
ㄴ 이경혜 작가
오늘은 집안일로 나갔다 늦게 온 거예요. 괜히 바쁜 척 해서 부담드렸나 봐요. 죄송해요.^^
우선 저 말 가방은 인터넷 중고시장에서 샀어요. 우연히 만난 물건이어서 딱 샀던 거랍니다. 중고치고는 꽤 비싸서 많이 망설였지만 제가 워낙 말을 좋아해서.....중고 시장에서 산 것이니 도움이 되지 못하는 답변이겠네요. 저 말가방이 당첨되시길 빌어드리고 싶은데 앞서 다른 분들도 눈독을 들이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서.....ㅎㅎ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앞에 한 답변들 중에도 몇 권 있고요. 이 블로그 들어오는 대문에도 제가 추천한 책 3권이 떠있고요. 언급하지 않았던 책 중에 지금 떠오르는 건 '파이 이야기'(강추!), '이름없는 너에게' '중학생 여러분(이상운)'''말 안 하기 게임(앤드루 클레먼츠)''방과 후 음표(제목이 정확한지 모르겠어요. 야마다 에이미 작품이에요.) 등이에요. 다른 책들 또 생각나면 올릴게요.^^
오즈 님
happy463님, 말가방이 어디 제품인지 궁금해하시는것 같아 감히 답변드립니다. ^^ 저도 똑같은 스타일은 아니지만 말가방이 있거든요..ㅎㅎ 작가님처럼 저도 말을 좋아해서리.. 저건 라빠레트 제품일거에요. 인터넷에서 라빠레트 검색해보시면 나올거에요. ^^
ㄴ이경혜 작가
하하, 오즈님 정말 감사해요. 이런 답변까지 달아주시니 여기가 정겨운 사랑방 같네요.^^ 참 좋아요!
오즈 님
사진에 쌓여있는 책들 중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책은 저도 좋아하는 책이에요. 100페이지도 되지 않은 얇은 책이 의외로 대단한 파워를 지녔더라구요. 늘상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고 대화하면서 생활하고 있지만 진정한 소통이 아닌 내 이야기만 하고 다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다가 결국 침묵해버린 책 속 인물처럼 고립속에 놓인 현대인들이 한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언뜻 보니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문고판도 몇권 보이네요~ ^^ 제가 저 책들을 참 좋아하거든요. 가지고 다니기 딱 좋은 크기잖아요..ㅎ 저는 특히 <소설처럼>을 너무 인상깊게 읽었답니다. '읽다'라는 동사는 명령문이 먹혀들어가지 않는 동사라는 작가의 말이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요~ ^^
이제야 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리려고 하는데 오늘은 또 날씨가 많이 흐리네요. 작가님, 주말 즐겁게 보내시길요~ ^^
ㄴ 이경혜 작가
흐려도 주말이지요. 감사합니다.^^
<책상>에 대한 의견, 정말 공감합니다. <소설처럼>도 제가 아주 좋아하는 책이고요. 페낙의 작품은 그것말고도 다 좋아요.^^ 안읽은 것까지 무조건 강추입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이론에 기대서요.ㅎㅎ 오즈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June * 님
아이들이 ,있었다면 가장 추천해주고픈 소설이라 생각하며 읽었어요. 화제작이었던 전작은 읽지 못했지만 부끄럽게도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단으로 운 좋게 당첨되어 이번 책을 읽게 되었거든요. 사실 서평을 작성하면서도 '이 나이에 무슨 성장소설 서평은 쓰는거지? '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때의 내 나이의 나를 불러오며 채우다보니 그 서평을 보신 출판사 쪽에서 이렇게 작가님과의 대화 이벤트가 있다고 알려주시지 뭐예요 .
어떠한 말을 건내어야하는지 한참을 고민한 후에야 겨우내 이렇게 덧글을 달고 있지만 제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단편에 대해 궁금했었어요. 이번 책 '그 녀석 덕분에'의 세 번째 단편인 동성애 코드를 넣은 소설이요. 작가님도 혹 그러한 감정을 느꼈었는지 좀 더 깊게 들어가보자면 경험을 토대로 쓰셨는지 궁금해요.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었는걸요. 벚꽃 흩날리는 이 계절, 건필, 무사하시길 바래요 ^^
ㄴ 이경혜 작가
'어느 날'을 안 보시고 '그녀석'을 좋아해주시니 한편으론 더 좋기도 해요.^^ 그런 분들이 많지 않아서요. '그 녀석' 혼자 형님 덕 안 보고 인정 받은 것 같아서요. 감사합니다.^^ 또 '학도호국단장'을 좋아해주셔서 그것도 반가워요. 사실 그 글은 옛날 학생들을 다룬 글이라 좀 뜬금없지 않나 싶어 이번 책에서 뺄 생각까지도 했거든요. 그 글에는 그 '동성애 코드'만 빼곤 제 경험이 많이 들어있긴 해요. 전 사실 그런 코드로 썼다기 보다는 한창 때의 아이들을 이성과 격리시켜 교육시킨다는 게 좀 기형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럼 그때의 넘치는 열정과 에너지는 반드시 어디론가 가게 되지요. 거기다 시국은 그렇게 웃기고.....말도 안 되는 그런 시국과 한창 때 아이들의 열정 사이의 부딪힘 같은 걸 다뤄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의 상황 속에 전지현이란 허구의 인물(여러 명한테서 얻은 에피소드나 인상이 섞여들어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가상의 인물이지요. 반장으로 나오는 화자에는 그래
도 제 경험이 많이 들어 있지만, 책 좋아하고, 교련 못하고, 수류탄 던지기 잼병인....ㅋㅋ)을 넣고 쓰다 보니 어느 새 그 화자가 전지현에게 야릇한 감정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원래 그렇게 쓰려고 한 게 전혀 아니었거든요. 걔들이 그렇게 가더라고요.ㅎㅎ그러니까 그 글을 쓰면서는 전 확실히 그런 감정을 느꼈던 거지요. 그걸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주셔서 아주 기쁩니다.
그 글을 쓰면서 제가 보냈던 그 옛날의 학창 시절 얘기도 앞으로 써볼 수 있겠다는 힘을 좀 얻기도 했답니다.
iserve 님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건강을 돌보는? 독자랍니다 두 아들의 아빠인데 중학교 초등학교 학생인 두 아들을 여지껏 키우면서 참 많은 느낌을 겪고 있지요 없던 아이들을 만들어서 처음 만났을 때의 반가움과 속 썩일 때의 괴로움 한 방에 같이 잠들었을 때의 유대감 등 참 많은 말과 고함을 주고 받으며 알콩달콩 살고 있답니다 두 아들과 저의 사이에는 한 아내가 끼어 있지요 <어느날 내가->를 아내와 제가 읽었는데 쉽지는 않지만 참 좋았습니다 답을 주는 책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책을 쓰고 싶다는 어느 소설가의 이야기에 공감한 적도 있거든요 하나의 사람으로 청소년을 대하고 쉽지 않은 길을 같이 걸어가려는 작가님의 노력에 응원을 보냅니다 더욱 더 많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삶의 길을 찾고 덜 흔들리면서 끝까지 이겨낼 수 있도록 작가님의 소중한 글이 쓰이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좋은 글창고를 발견한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합니다 그럴수록 건강이 중요한 건 알고 계시지요? 108배를 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반가웠습니다 저도 사실 많이 활용하고 있거든요 고집스러운 불교신자가 되고 싶진 않지만 불교에서 많은 걸 배우고 기대고 있습니다 문학적으로도 불교를 사랑하구요 소개해주신 책들도 큰 도움이 됩니다 틈내서 잘 보겠습니다 모쪼록 더 건강하시고 소중한 것으로만 시간을 보내실 수 있기를 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ㄴ 이경혜 작가
앗, 두 아들의 아버님이셨어요? 더욱 반갑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아빠들이 더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1인이라서요.^^ 또한 저는 제 시대로서는 아주 드물게 자상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아버지의 격려를 많이 받고 자란 탓에 더욱 아버지란 존재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답니다.
언제부턴가 몸이 성전이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지만(그 전까지는 몸을 구박만 했어요) 하던 버릇이 어딜 가지 않아서 쉽게는 바뀌지 않네요. 하지만 이런 독자분이 계시니 몸을 소중히 여겨 잘 대하도록 애쓰겠습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두 아드님과 집안의 홍일점인 또 한 분과!^^
ksaks12 님
아 늦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조언 감사드린다고 책읽어보고 올리려고 했는데 시험기간에 아르바이트까지 겹치다보니 학교에서도 못 읽고 집에서도 바로 곯아떨어지니 그게 쉽지가 않네요. 제가 대학을 안갈 것이라는 관념에만 너무 사로잡혀 있지 않았나, 반성도 하고 이경혜 작가님의 진솔한 이야기에 동시에 용기도 얻었습니다. 요새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사고 싶은 게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돈을 모으고 싶었습니다. 툭하면 인터넷에 ‘초등학교3학년이 돈 버는 방법’ 쳐보고 주니어 네x버에 있는 ‘경제야 놀자’에 들락거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제가 벌써 중학교 3학년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한다니 믿기지가 않네요. 2일째인데 일이 바쁘긴 해도 사장님도 착하시고 그렇게 많이 힘들진 않습니다. 뭔가, 내 손으로 돈을 벌고 그 전에 그 가게 안에서 내 손으로 일은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해요.
20대에 문학에 대한 꿈을 잠시 접으셨다고 했지요. 저도 그렇게 현실과 타협할까봐 무섭습니다. 저는 인내심이 매우 없거든요. 지금 하고 있는 공부도 겨우 하는데 청춘을 스펙 쌓기에 홀라당 보내버린다고 생각하면 앞이 캄캄합니다. 돈 많고 불행한 부자보다는 가난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읽던 동화에서는 행복한 것도 좋은데 일단 돈이 많아야지 하고 무심코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네요. 굶더라도 행복 하고 싶습니다. 남들이 안가는 길을 제가 잘 갈 수 있을까, 용기가 아직 충만하진 않은데 지금 10대에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그 용기를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요즘에는 노래가사도 너를 응원한다는 내용이 좋고 엊그제는 시집도 샀어요.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 없다’ 라는 제목의 이문재님께서 엮으신 시집인데 시 옆장에 짤막한 독후감이 있거든요, 엊그제 학교 모의고사에서 내 감상까지 정해줘 버리는 문제를 보고 (지난 몇 년간 별로 의식 안했는데 갑자기 안보였던 게 막 보이네요.) 화가 막 치밀었던 탓인지 저만의 감상을 가지고 싶은 마음에 그걸 안 보려고 노력합니다. 맨 뒤에 ‘시를 엮으며’에 쓰신 이문재님의 말을 보니 이런 제 생각과 같은 말씀을 하시고 계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아 혹시, 제게 힘이 될 만한 문학(시나 소설) 추천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뭔가 글이 횡성수설 하네요. 나중에 결혼식 갔다가 알바 가서 11시에 돌아오는데 그때는 못 쓸 것 같아서 지금 씁니다. 대학은 ‘내가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그때 나이가 설사 60이라도 가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가야한다는 생각을 버렸습니다. 저만의 성장속도가 있으니까요. 블로그가 오늘까지라니 아쉽네요. 블로그가 없어지면 그때는 이경혜님 소설을 보고 위로 받겠습니다. 몸조심하세요. 조언 진짜 감사드려요.
ㄴ 이경혜 작가
제 글이 조금이라도 용기를 드렸다니 저도 기뻐요.^^ 아르바이트도 시작했군요. 무엇이든 자신의 생각대로 소신있게 해나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그런데 한 가지 제 글을 오해한 부분이 있어서 얘기하자면, 제가 20대 때 문학의 꿈을 접었던 건 현실과 타협해서 그런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현실과 더 비타협적이어서 그랬다고나 할까, 그때 시대가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할 만큼 어이없는 시대였거든요. 영화나 책에서나 보았을 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날 때 저는 대학생이었어요. 그렇게 제 20대는 말도 안 되는 독재의 시대였던 거예요. 그런 시대 속에서 문학을 한다는 게 그때의 생각으로는 너무도 이기적이고 사치스럽게만 여겨졌던 거지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 시대의 잘못된 것들을 고쳐가고 싶었고요. 지금 ksacks12님이 이렇게 생각없이 입시에 매달리는 풍토에 반발하듯이 그 또한 그때의 제게는 하나의 이상이었고, 꿈이었어요. 그러니 저는 20대 때야말로 그때의 제 꿈에 올인했던 것이랍니다. 이런 얘기를 굳이 하는 것은, 보통 어른들이 꿈을 품고 살아가는 일을 '젊은 한떄의 일'로 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제가 젊을 때, 그런 얘기를 하는 어른들이 싫었거든요. 그래서 그렇지 않은 어른도 있다는 얘기를 해줘야만 할 것 같아, 어찌 들으면 잘난 척 하는 것 같은 이런 얘기를 일부러 강조해 하는 것이랍니다.
남들이 안 가는 길로만 골라 다니기도 했고, 내 고집대로만 살아오기도 했어요. 물론 먹고 살기 위해 하기 싫은 일도 많이 했지만 그 또한 제게는 더 커다란 꿈을 위해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지난 삶에 대해 큰 후회는 없습니다. 그렇게 살면 대개는 '가난하지만 행복'합니다. 그러다가 사는 형편이 좀 나아지기도 하고요.^^ 지금은 부유하지는 않지만 가난하지도 않고, 행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ksacks12님은 제 생각에 부유하고 행복한 분이 될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그렇게 경제 관념이 높았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젊을 때 고생은 재미삼아 꼭 해보세요. '재미삼아' 하는 게 중요해요. 아무리 힘들어도 마음속으론 '이게 다 내 공부야. 재미삼아 하자.' 이런 생각으로 고생 하세요. 그러면 찌들지는 않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꽃이 져도'는 저도 좋아하는 시묶음집입니다. 좋은 시가 참 많이 들어 있어요. 추천할 책은 앞의 이벤트 화면에서 추천한 <다이브>를 꼭 권하고 싶어요. 꼭 한번 읽어보세요.
이 이벤트는 오늘로 끝나지만 블로그는 <바람의아이들> 출판사의 <미래의 독자> 까페에 보관이 된대요. 그 까페에 가입해주시면 이 다음에 혹 다시 이런 기회가 생기면 자동으로 연락이 갈 거예요. 자신만의 성장 속도에 맞추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인생을 멋지게 살아나가시기를 다시금 빕니다, 화이팅!^^
내풀로 님
인터넷에서 요즘 학생들을 짓누르는 무게감과 슬픔이 너무나 절실히 느껴지는 글을 읽었습니다.
-'학생' 이라는 죄로 '학교' 라는 교도소에서 '교실' 이라는 감옥에 갇혀 '출석부' 라는 죄수명단에 올라 '교복' 이란 죄수복을 입고 '공부'라는 벌을 받고 '졸업' 이란 석방을 기다린다
.-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달려온 아이들이 힘겹게 들어간 대학이 아이들의 마음의 짐을 털어낼 수 있는 출구가 아니라 취업을 향한 또다른 감옥이 되어버리는 현실이 참으로 가슴아픕니다. 작가님의 책에서는 그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토닥이는 손길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아이가 친구 때문에 너무나 힘들어했던 적이 있습니다. ...따라고 하지요.은따, 찐따, 왕따,....낯설고도 무서운 단어들이 참으로 많더군요. 어제까지도 함께 웃고 장난치던 친구가 오늘 다른 아이들과 함께 아이를 외롭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폭력을 당하진 않았지만 그 마음의 상처는 오래오래 남더군요. 새로운 학년이 되어도 친구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할만큼.... 아이에게 어떤 말이 위로가 될지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ㄴ 이경혜 작가
아, 이제 봤어요. 시간이 별로 없군요. 우선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지, 위로부터 드리고 싶어요. 참으로 슬픈 일이지요. 지금 긴 얘기는 못 드리고, . 저도 대답을 알 수 없는 문제지만, 지나고 보니 저도 일종의 왕따였더라고요. 초등학교 1, 2학년 때가 그랬어요. 그 외로움이 저를 작가로 만들었고요. 그럴 수도 있다는 것, 외로움이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것만 우선 말씀드릴게요. 지난 시절의 그 외로움을, 원망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꼭 말해주세요....예술가나 학자 중에는 어린 시절에 상처를 입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랍니다. 그 상처에서 오는 외로움, 슬픔, 그런 것들을 스스로 풀어보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그런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상처는 부끄럽거나 슬픈 것만이 아니라 그를 통해 오히려 그런 아픔을 겪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될 때 보석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 그 사람만의 빛나는 보석으로....그런 얘기를 해주세요. 그런 상처를 겪은 게 자기만이 아니라는 것, 그런 상처 때문에 오히려 예술가나 학자가 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상처는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을 찾아보는 일을 함께 하셔도 좋을 거고요!^^
이경혜 작가
이제 30분 정도 지나면 이 이벤트는 마무리가 되겠지요. 질문은 끝까지 제 성의를 다해 해드리겠지만 혹시 마무리 인사를 못할까봐 미리 인사를 드립니다. 이곳에 댓글 남겨주신 모든 분들, 댓글은 안 남기셨어도 가끔씩 들어와 글을 읽어주신 분들,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분이 댓글을 남겨주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저로선 성의를 다했지만 여러가지로 미진한 답변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새 정이 들었는지, 마무리 멘트를 쓰려니 서운하네요. 저에게는 뜻밖에도 참 즐거운 소통의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기뻐해주셨던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상시적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앞으로도 어쩌다 가끔은 이런 행사를 가질 수 있도록 애써보겠습니다. 여기 들어오신 분들만이라도 앞 댓글에 제가 쓴 <미래의 독자> 까페에 가입해주시면, 그런 행사가 있을 경우 연락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들을 만난 이 시간이 무언가 제게도 큰 흔적을 남길 것 같습니다. 잊지 못할 시간이었거든요. 앞으로 좋은 작품 보여드릴 수 있게, 마음을 늘 들여다보며 살고,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또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다들 건강하시고, 하루 하루 맘에 쏙 드는 날들로 인생을 채워나가시기 바랍니다. 모두들 고맙습니다!^^
출처: http://blog.yes24.com/document/3576587
첫댓글 하나하나 천천히, 느릿느릿 읽고 있는데,,,, 카페on에 이경혜 작가님을 보았어요!!!! (!^!) 하며 스크롤내려서 댓글부터 다는 1인입니다.^^*****
(나도 정말 이 행사 참여하고 싶었지만,,,,,, 책도 안읽었고, 무엇보다 '청소년'이 아니기에...OTL......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편집해 주시니 보기 좋습니다 역시 좋은 책을 가지런하게 간직하고 계신 편집자님답습니다^^
ㅋ제 글이 맨위에 있어서 그런지 기분이 좋은데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