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9)
2009-04-05 18:12:35
일시 : 2009년 4월 3일(금) 오후 10:00~ 4월 4일(토) 저녁 까지
참석자 : 도다리(대장), 은수 문수 경림 한음 민영 인섭 학희
10시가 조금 지나자 우리 멤버 8명 전원이 서초구민회관 앞에 다 모였다.
은수, 문수, 경림, 학희, 한음(덕영), 민영, 인섭 그리고 나.
다솜 산악회에서 준비한 사량도행 산악회 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인섭이는 등산복 차림으로 저녁 약속에 2차까지 마치고 소주 몇 잔을 마셨는지 목소리 톤이 평소보다 약간 높다.
복정역에서 타기로 하였던 재봉이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함께 동행하기가 어렵다며 조심해 다녀 오란 말로 미안함을 대신한다.
고향이 고성인 광용이도 사정상 가지 못하는 마음을 집에서 담근 술 한 병에 담아 복정역까지 전송하러 나왔다. 정말 고맙다.
새벽 4시 삼천포 항이다.
2팀으로 나누어 인근 식당에서 카레밥, 짜장밥 혹은 호박죽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가 준비 되었다.
일반 식당은 문을 열 시간이 아니어선지 반찬가게에 우리 아침 식사를 부탁한 모양이다.
간이 무릎 높이 일자 식탁을 가운데 두고 목욕탕 의자에 엉덩이를 의지하며 서로 마주 보고한번에 20명이 식사를 한다.
이른 새벽에 이렇게라도 밥을 먹이려는 주최측의 노력이 가상타.
식사 후에는 인근 경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벽에 갓 잡아 온 생선류 등을 차례로 올려 놓으며 전혀 알아 듣지 못할 말과
손짓으로 싼 놈은 싸게 비싼 놈은 비싸게 값을 메기고, 팔린 생선은 끌어 내고, 또 새로운 물건이 올려지고…….
왁짜지껄 참 이런 게 세상 사는 것이로구나.
내가 사는 삶과 저 사람들이 이 새벽에 시작하는 삶은 어디에서 서로 공통점으로 만나나?
6시 20분 경, 사량도 행 일신호가 삼천포항을 밀치고 나간다.
이른 아침이긴 해도 바깥 바람이 크게 찹지 않다. 담배 한대를 피우며 멀리 켜켜이 안개 속에 숨은 섬을 바라보니 고향에 온 듯 하다.
사량도는 경남 통영시 사량면에 속한 섬 중에 하나다. 통영시 소속 이긴 하나 고성 앞 바다에 있어 예전엔 고성군 소속인 적도 있다고 한다. 북쪽으로 고성의 상족암이 있고 동쪽으로 통영시 도산면과 산양읍이 위아래로 있으며, 남으로 멀리 통영시 욕지면이 놓여있다. 산양읍 위로 멀지 않은 곳에 내 고향 한산도도 있다. 사량도는 삼천포항에서 40분 정도 걸린다.
7시 경, 사량도 윗섬 돈지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10여분 신변 정리를 하고 7시 10분경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우리 30산우회가 선두에 섰다.
길은 마을 옆으로 물이 마른 계곡을 왼쪽에 두고 밭 사이로 난 조그만 소로를 따라 산 속으로 숨어 들어간다.
길 가에는 벚꽃도 피었고, 밭 한 귀퉁이에는 노란 유채가 봄이 왔음을 알려 주고 있다.
해모가지란 곳까지 제법 경사진 언덕을 차고 올라가니 겹쳐 입었던 옷을 벗지 않을 수 없다.
여기까지 앞장서서 가던 다솜 등반대장이 여기부터는 자기를 앞서 가야만 옥녀봉을 넘어 갈 수 있다며 다그치기 시작한다.
여기부터는 산세가 좀 다르다. 지금껏 어느 산에서도 보지 못했던 바위 산이다.
섬 전체의 바위가 얇게는 5mm 정도, 두껍게는 70~80cm에 이르는 수직으로 선 절리로 구성되어 있는 듯 하다. 그렇다고 제주도에서처럼 주상절리는 아니고 판상절리라고 해야 하나? 그러다 보니 산 능선이 모두 날이 선 칼 바위다.
지리망산이 보이는 능선에 올라서니 좌우로 확 트인 바다와 섬 경치가 왜 사량도 지리망산이 100대 인기명산중 25번째에 올라 오게 되었는지 짐작이 간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좌우로 섬 과 바다가 어우러진 전망은 일반 등산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절경이 아닐 수 없다. 호수 같이 잔잔한 섬 사이의 바닷길, 멀리 뿌연 바다 안개 너머로 켜켜이 겹쳐 보이는 섬들. 저 선 너머 어디엔가 내 고향 한산도가 있는데…….
능선 좌우로 깎아 지른듯한 급경사가 썩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한 발 크게 건너 뛰면 저 아래 마을 앞 바다로 뛰어 들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굳이 착각이 아니라도 좌든 우든 굴러 떨어지기만 하면 결국은 바다까지 순식간에 굴러 내려 갈 것 같은 그런 산세가 계속 이어진다.
어떤 곳은 밧줄을 잡고 오르기도 하고 어떤 곳은 밧줄을 잡고 내려가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경사는 급하지만 그냥 두 손 두발에 의지하며 단 한시도 발의 움직임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산행이다.
해발 379.6미터의 지리산 정상을 지나
달바위산으로 향한다.
이미 숨을 헐떡이며 경사길을 올라 왔기 때문에 더 이상 숨차게 오를 길은 없다. 다만 발 아래를 조심하며 험한 암능으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봉우리를 타면 될 것이다. 이 곳의 진달래 꽃은 타 지역과 확연히 구분이 된다. 꽃이야 같은 진달래지만 타 지역의 진달래가 무릎 아래로 키자 작게 피었지만 이곳은 머리 위로 훌쩍 키가 커져 날 내려다 보며 피어있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같은 분위기가 안 난다.
도중에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을 듯 한 곳에서 잠시 요기를 하기로 하였다. 민영이가 미국 출장길에 사 가지고 온 이상한 땅콩을 안주 삼아, 은수가 챙겨온 맥주 한잔에 경림이가 싸 온 인절미 하나를 먹고 나니 출출하던 배가 금새 든든해 진다.
옥녀봉은 슬픈 전설이 있는 곳이다.
총각이 없는 마을에 노부와 함께 살던 처녀가 겁탈하려고 달려드는 아버지를 피해 이곳 옥녀봉까지 도망쳐 왔다가 떨어져 죽었다는 것인데, 비만 오면 옥녀봉 바위에서 붉은 피가 흘러 내린다고 한다. 그리고 어제 현장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옥녀봉 하산후 12시간 내에 소변을 보면 안 된다는 이상한 괴소문도 돌고 있다고 하니 뭐가 안 되는 것인지 아는 사람은 알려 주기 바랍니다.
옥녀봉 올라가는 길은 완전 수직벽 이어서 밧줄을 잡고 한 명씩 밖에 오를 수가 없다. 산행객이 많을 때에는 여기서 한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옥녀봉은 마치 봉화대처럼 우뚝 솟은 곳이다. 여기서 동서남북 천지 사방을 잘 조망할 수가 있다.
여기서 우리가 타고 갈 대항 선착장은 아침에 내렸던 곤지 선착장과 정반대쪽에 위치하고 30분쯤 걸린다. 지금이 10시 20분. 30분 정도면 선착장에 갈 수 있으니 11시에 출발해도 선창에서 회 한 사라 먹을 시간은 충분하다..
다를 등산화에 양말 까지 벗어 재끼고 족풍욕을 즐긴다.
족풍욕하라니깐 아랫도리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11시반경, 대항 선착장 횟집이다.
다솜 산행대장이 추천하여 왔다만, 제철이 지난 탓인지 멍게 맛이 전혀 아니다. 상큼하고 쌉싸름한 멍게 고유의 향이 전혀 없다. 고성 촌놈, 한산도 촌놈, 진해 촌놈이 득실거리니 해산물 입맛이 장난이 아니다.
소주와 광용이가 준비해준 술을 다 비우니 떠날 시간이다.
삼천포 항에 가서 다시 점심 겸해서 먹기로 하고 간단히 마무리 하였다.
다시 삼천포 항이다, 버스가 3시에 출발한다니 1시간 15분 밖에 여유가 없다.
작전상 다솜 산악대장과 총무 허선생을 우리 술자리로 끌어 들여 맘 놓고 뒷풀이를 즐기기로 하였다.
잡어회와 멸치 회무침이 마련되었다. 멍게는 현장에서 맛을 보니 짜기만 하지 전혀 향기가 없어 그만 두기로 하였다.
선창가 넙직한 곳에 삥 둘러 앉아 소주가 돌고 맥주가 돌고 민영이가 숨겨 두었던 양주에 한음이 가져온 데낄라까지 동원되었다.
학희와 경림이는 진주에 있는 종민이와 영석이를 봐야 한다며 일찍 자리를 털고 일어 난다.
사량도 등산은 정말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산행이다. 등산의 재미에 주변 경관 그리고 좋은 친구들
모두 욕 마이 바따.
2009년 4월 5일 도다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