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한국적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
우연히 듣게 된 영화 제목 <파묘>
동료와 지인 등 봤다고들 하니 궁금증에 나도 관람해볼까 싶었다.
영화는 메가박스와 CGV 등 여러 극장에서 상영하는 모양이다. 그중 가깝고, 할인 상품권도 가지고 있는 성수 메가박스를 찾았다.
영화 파묘
감독: 장재현
출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외
개봉: 2024. 02. 22.
러닝타임: 134분(2시간 14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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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묘 줄거리 소개
미국 LA의 한 갑부 집안에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가 발작하듯 울어대는 증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
의학적으로는 원인이 불명이라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어찌저찌 한국의 무당에게 의뢰를 하게 된다. 👨⚕️
“묫바람입니다. 돈 쓰고 사람 써야죠.”
🙇♀️ 화림(김고은)은 아기에게 휘파람을 불어 영을 자극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 집안 대대로 문제가 있음을 간파한다. 알고 보니, 그 병은 집안 장손에게 대물림되어 온 것.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형까지. 최근 형님은 환청과 고통에 시달리다 자살했고, 이제 그 증상이 둘째와 그의 갓난쟁이 아들에게까지 발현된 것.
화림은 증조부 묘에 문제가 있다는 것, 소위 ‘묫바람’이 들었다고 판단해 이장을 권한다. 그리고 지원군으로 잘 알고 지내는 이들을 호출한다.
“나도 배고파요. 이분도 고프실 거고.”
💀⚱️ 그중 한 명은 무려 전직 대통령 염까지 해봤다는 전문 장의사 영근(유해진)이다. 유해를 수습하는 게 전문적이라 그가 왜 유명한지 짐작할 수 있다. 틀리가 없다는 것까지 디테일하게 잡더라고.
“악지 중에 악지야!”
더불어 이장과 파묘를 해야 하니, 지관이 빠질 수 없다. 바로 40년 경력의 전문 풍수사 상덕(최민식)이다. 그는 흙을 먹어 명당 여부를 가려내는 기예를 보여주는데, 퍼포먼스가 인상 깊다. 그런데 일행이 묘지에 갔을 때, 풍수사 상덕이 심상치 않다며 이 일에서 손을 털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 🪦💀
묘지가 위치한 곳은 절 보국사 인근의 산, 그것도 구불구불한 길과 으스스한 나무 등 생긴 모양새가 비전문가 눈으로 봐도 명당은 결코 아닌 곳인데 가는 길 도중 불온하게 여우 무리의 심상치 않은 출몰을 마주하기도 한다.
더구나 LA 갑부 집안은 뭐가 그리 캥기는지 무덤에서 꺼낸 관을 바로 화장해달라 요구한다.
👩🦯 오, 긴장감! 오, 불길함! 오, 이 찜찜함! 와, 이거 대강 봐도 견적 나오지 않음?
하지만 포기하자니 LA 사는 집안이 제시한 보수가 억수로 많았다. 포기하기 아까울 정도로.
그러나 그냥 접자니 내 자식 좀 살려달라는 부친의 애원이 눈에 밟혔다. 똑같이 자식 둔 입장에서.
결국 풍수사 상덕은 장의사 영근과 함께 화림과 봉길 팀에 합류한다. 그리고 이장을 위해 묘를 파는 것, 즉 영화 제목처럼 ‘파묘’를 하게 되는데.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화림과 봉길은 굿과 함께 파묘를 진행하기로 한다. 봉분 열리고, 관도 나오고, 별일도 없는 것 같고(?)
여하튼 그렇게 무사히 끝나는 것 같던 파묘는 갑자기 내린 비로 인해 틀어지기 시작한다. 몰랐는데 비 올 때 화장하면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한다. 고인이 좋은 곳에 못 간단다.
그리하여 손 없는 날 화장하기로 하고, 관은 잠시 어느 병원 영안실에 신세를 지게 된다. 그런데 향나무로 된 의리삐까한, 그 고급스러운 관짝을 알아본 관리인이 갑자기 도굴꾼, 아니 도관꾼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전직을 해버리고, 그 탐욕의 손길로 인해 오래된 관이 스르륵 턱 열리고 ... ⚰️
👻 무언가, 나와서는 안 될, 겁나 흉한 것이 나오게 되면서
화림과 봉길, 상덕과 영근 일행은 본격적으로 흉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형님, 나, 동티 났나 봐.”
사실 흉조는 진즉부터 있었다. 무덤 뒷수습하는데, 몸은 뱀이요, 얼굴은 여자인 괴상한 것이 튀어나왔던 것. 괴이한 비주얼답지 않게 인부가 휘두른 삽에 맞아 깨꼬닥!
그 후,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질 않나, 인부는 기이한 병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저건 또 뭐야.”
🙇♂️ 법사이자 악사인 봉길(이도현)은 관짝 열리면서 짜잔 등장한 할아버지 귀신을 발견하고, 이 긴박한 사건을 모두에게 알린다. 한편 할아버지 귀신은 자기 안 챙겨준 후손을 아작 내려고 찾아다닌다.
문 열어달라는 괴담 체험에, 빙의에, 봉길이 신주가 되어 그 영감 귀신을 자기 몸에 불러들여 붙잡으려 하지만, 할아버지 귀신은 이성이 완전 날아간 상태였다. 온갖 난리를 통해 줄줄이 저세상 입장권을 발부받는 참사가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그 영감 귀신이 나라 팔아먹은 친일파요, 의뢰인은 그 후손이라는 게 밝혀지고.
끝내 아기까지 해코지를 하려는 매국노 영감 귀신을 막고자 관짝을 확 화장해버리게 된다. 그렇게 일은 끝나는 듯했지만 ...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고.”
터가 너무 수상해서 조사를 하던 상덕이 무덤 under the 무덤, 관짝 밑에 웬 거대한 석관, 일명 첩장된 것을, 그것도 수직으로 세워진 걸 발견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된다.
하나같이 비장한 표정으로 사진에 찍힌 도굴꾼들, 도굴단 이름도 비장미 넘치게 철혈단. 그리고 그들이 파내려 한 무덤, 그 안에 숨겨진 일제의 음험하고 치밀한 계략. 🇰🇷
세로로 파묻힌 관에서 나온 괴상한 존재로 인해 몇 명이 죽고, 몇 명이 생사를 오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정체는 오니. 본래 생전에는 꽤 유명한 무장이었으나, 일본의 무속인 음양사에 의해 출신성분값 못하고 생뚱맞게 남의 나라까지 와서 말뚝으로 박힌, 일본의 정령과 도깨비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존재.
과연 화림과 봉길, 상덕과 영근은 이 괴생명체 같은 일본발 요괴를 물리칠 수 있을까?
🎦🍿 자고로 영화관에 가면 팝콘은 기본이다. 에티켓이고 예의인 법!
나는 영화 보다가 내가 영 못 알아듣는 일본어 나올 때마다 두세 개씩 먹었다. 자막이 안 보여! 볼 수 없어! 🎞️🍿
영화 <파묘>는 장재현 감독의 작품이다. 이 감독님, 오컬트 장르에서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전 작품으로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가 있다고 한다.
물론 나는 그 두 영화 모두 본 적 없다.
참고로 인터넷상에서 역대급 캐스팅이라 호평받는 김고은, 이도현, 최민식, 유해진 배우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다.
폼 나게 말해서, 작품 외적인 요소 다 떼고 그저 영화로만 본다고 우기고 싶지만
사실 관심이 없는 것뿐이다.
작품의 내용이나 흥미로운 전개 등에만 집중할 따름이다.
👩🦯 그런 점에서 영화 <파묘’는 무속, 풍수지리, 음양오행 등 한국적인 오컬트 소재를 꽤나 잘 살린 영화라고 하겠다. 특히 지저분한 귀신이 안 나온다는 점에서 내 취향이었다.
난 귀신도 좀 위생적인 친구들이 좋다.
괜히 이상한 이물질 뚝뚝 흘리거나, 손톱 샤샤샥 길거나, 머리칼은 치렁치렁 산발한 귀신 친구들은 비위생적이라 싫다.
우리 시대 파악 좀 하자? 코로나 팬데믹이라고, 니들 알지?
🔎 또 무속적인 것을 연출할 때 마치 음악처럼 자연스레 연출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오늘에야 무속이 일상과 동떨어졌지, 본래 무속은 우리네 삶 속에 자연히 스며든 어떤 생활상과 비슷했다.
사물놀이의 지신밟기, 처용무나 사자탈춤, 도깨비를 내쫓는 노랫말, 문상 갔다가 바로 집에 오지 말고 어디 들렀다 오라는 당부, 떡국에 담긴 오행사상 등 민속놀이나 예술 행위, 식생활과 일상사에 은연중 들어 있는 게 다 무속이란 말이지.
또 이따금 나오는 유머 코드도 웃겼다. 특히 제물로 가져온 닭을 보면서 얘 안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한편, 치킨은 참 좋아한다는 게 밝혀지는 부분. 🐓🍗
연기력도 진짜 프로페셔널 같았다. 특히 경문 외거나 굿할 때, 귀만 쫑긋할 수밖에 없는 내가 봐도 현직 무속업 종사자 같았다. 빙의가 되거나 신주가 되는 연기도 진짜 실감이 났다.
아빠가 장면 전환이나 전개가 속도감 있고, 영상미가 아주 잘 빠졌다고 하는데, 그쪽은 시각장애인인 내게는 불투명한 영역이라 그냥 그렇구나 한다.
느티나무, 일명 당산나무로 통하는 주목이 작품 끝에서 큰 역할을 했다. 도깨비나 요괴 등이 제일 무서워하는 말피 역시도.
또 음양오행사상에 대한 배경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작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가 침구와 한방을 배우면서 오행 개념은 아주 잘 익혔지.
단, 그런 면에서 영화 <파묘>를 보러 갈 거라면, 미리 유튜브나 인터넷 후기 보면서 스토리 전개 공부하고 가는 걸 추천한다. 스포를 당할지언정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그 편이 더 낫다.
영화 <파묘>는 오컬트 소재뿐 아니라 민족의 역사, 자연 사상, 미래 지향적인 부분 등 많은 것을 담아낸 것 같다.
물론 정치색이니 민족주의니 하는 부분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인터넷 후기를 보면, 그런 대목이 좀 호불호 갈리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민족의 한’을 승화시켜 단순한 민족주의가 아닌, 죄와 처벌, 선과 악, 내 추억이 서린 땅, 내 후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밟고, 살아가다가, 묻힐 땅을 아끼는 정신 등을 함께 녹여낸 점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 🪦⚱️⚰️ 🇰🇷🌺
PS1. 영화 후기 쓰면서 나온 대사는 영화 보면서 인상에 남은 걸 기억에 의존해 적은 것이다. 원문 대사와 틀릴 수 있다.
PS2. 성수 메가박스 영화관 설비는 좀 그랬다. 키오스크가 고장이 나서 티켓 발권이 안 되지 않나, 키오스크에 ‘고장’이라는 표시도 없고. 시설 관리에 신경 좀 써야 할 듯.
PS3. 동생아, 요청한 영화 후기 썼다. 잘 보고 댓글로 감상 남겨라~
첫댓글 한민족의 정서를 후벼파는 듯한 조상에 대한 예의를 처절하게 지적했다.
또한 피해의식속에 배척과 증오심 만으론 격변의 국제정세에 대처가 미진할 수밖에. 이젠 미래로 향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장을 제시함에 박수 보낸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간만에 좋은 한국영화를 접하게 되어 행복했다.
날씨 풀리면 부모님 산소에
다녀 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