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세례 (1588)
코르넬리스 반 하를렘
코르넬리스 반 하를렘(Cornelis Van Haarlem, 1562-1638)은
네덜란드 하를렘 출신의 플랑드르 매너리즘과 바로크 시기의 화가다.
그는 그룹 초상화로 명성을 얻었으며
16세기 후반 네덜란드에 누드화를 유행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코르넬리스는 이외에도 종교적인 주제나 신화적인 주제의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프라하의 루돌프 2세의 궁정 화가로 일했으며
하를렘 아카데미를 설립해 후학을 양성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그가 1588년에 그렸고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그리스도의 세례>는
마태오복음 3장 13-17절, 마르코복음 1장 9-11절,
루카복음 3장 21-22절이 그 배경이다.
이 거대한 그림은 당시에 중앙 회랑의 중심 벽에 걸렸던 작품으로
미술전문가들조차 깜짝 놀라게 만든 작품이다.
제목과 그림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1983년이 되어서야 루브르박물관이 소장하게 되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림이다.
이 그림은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나자렛에서 오시어,
요르단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마르 1,9)는 성경내용을 주제로 한 것이다.
이 내용은 작품 속 저 멀리 뒤 쪽으로 밀려나 매우 작게 묘사되어 있다.
어둡고 희미하지만 나무와 나무 사이 요르단 강에
갈대로 엮은 십자가를 매고 있는 세례자 요한과
그 아래 몸을 숙이고 있는 그리스도를 볼 수 있다.
세례자 요한은 오른손을 들어 그리스도에게 세례수를 뿌리고 있고,
그리스도는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겸손하게 세례를 받고 있다.
성경에 물에서 올라오신 예수님께서는 곧 하늘이 갈라지며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당신께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이어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 1,10-11)라고 기록되어 있듯이
하늘에서는 신비로운 빛줄기가 내려오고
그리스도의 머리 위로 비둘기 한 마리가 날고 있다.
그리스도의 머리 위로 성령과 성부도 나타나신 것이다.
화면의 전경으로는 중요 부위만 겨우 가린 바다의 신들과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자연신들이 나체의 모습으로 배치되어 있다.
전경에 배치된 이들은 세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 하객들이다.
정면 맨 앞에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바다의 신의 발바닥을 보면
더럽혀진 점 외에도 굳은살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등장은 신들 역시도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표현된 것이다.
코르넬리스 반 하를렘은 이 작품을 통해
남자의 인체 구조에 대해 깊이 연구한 결과를 자유롭게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