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거세법’ 도입할 필요 있다
‘제2의 조두순 사건’이 벌어진 지 한 달도 못 돼 7세 여자 어린이가 대낮에 자기 집에서 성폭행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폐쇄회로(CC)TV가 한 대도 없는 동네, 거기다 부모가 맞벌이 나가 혼자 있는 아이를 계획적으로 노렸다고 한다. 그동안 무수히 쏟아내 놓은 대책들이 별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다. 아동 대상 성범죄의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전자발찌 착용 기간과 대상을 늘리는 등 수많은 해법을 동원했지만 도무지 백약(百藥)이 무효인 상황이다. 우리 아이들을 극악무도한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고려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국회에서 이른바 ‘화학적 거세법’을 검토 중인 건 그래서다.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해 성욕을 억제시키는 방안이다. 어린이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범인들이 대개 소아성애증(小兒性愛症)의 특성을 지닌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런 병을 가졌다면 20, 30년 징역형에 처한들 출소하기 무섭게 욕구를 채우려 들 테니 말이다.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인권(人權)을 과하게 침해하는 것이란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들에게 짓밟혀 평생을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피해자들의 고통을 더 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게 우리 사회의 중론이다. 한 명당 연간 300여만원의 비용이 지속적으로 든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되지만 아이들을 지킬 수만 있다면 돈이 문제가 아닐 것이다.
다만 미국·덴마크 등 이 제도를 시행 중인 외국의 전례를 볼 때 몇몇 부작용이 있는 게 사실이다. 약물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약물 투입기간이 끝나자 곧장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나왔다. 이미 출소한 성범죄자를 찾아내 한 달 내지 몇 달에 한번씩 꾸준히 약물을 투여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동 대상 성범죄자들을 사회에서 영구 격리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화학적 거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회에서 관련법 처리 절차가 원만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법 시행 이전에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에 대한 보완책도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다.
2010.06.29 [중앙일보] 사설
‘화학적 거세법’ 내년 7월 시행 전 개정·보완돼야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한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법(화학적 거세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치료를 통한 성범죄 예방에 목적을 둔 당초 의원 발의안과 달리 처벌에 중점을 두면서 인권침해 우려 등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아동 성폭력 사건이 빈발하면서 여론이 들끓자 국회가 졸속으로 입법한 결과다. 의원 발의 후 1년10개월가량 국회 캐비닛 안에서 낮잠을 자다시피하다 수정을 거쳐 하루 만에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된 것이다. 화학적 거세법은 이처럼 내용은 물론 입법과정에도 문제가 있는 만큼 내년 7월 시행 전에 개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화학적 거세법의 가장 큰 문제는 인권침해 소지가 많다는 데 있다. 본인 동의 없이도 화학적 거세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학적 거세는 인체에 약물을 투여하는 만큼 신체형(身體刑)의 성격을 띤다. 따라서 본인의 동의 없이 시행할 경우 ‘자기 결정권’이나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 논란을 일으킬 소지마저 있다. 법원의 선고와 별도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것은 이중처벌에 해당된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가 아동 성폭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타고 법의 실효성만 따진 나머지 인권침해적 요소를 도외시한 것이다.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이 2008년 화학적 거세법안을 발의했을 때 입법이 적극 추진되지 못한 것도 법의 필요성에 앞서 이런 부작용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안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화학적 거세의 실효성에 대한 연구와 검토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는 외국에서도 실효성 논란은 분분하다고 한다. 또 약물투여와 함께 심리치료와 교화교육을 의무화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화학적 거세는 약물투여가 중단되면 남성호르몬이 전처럼 다시 분비되기 때문에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심리·행동치료 등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약물투여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 있지 않다. 투여할 약물로 알려진 루프론은 우울증과 현기증, 두통 같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학적 거세는 ‘거세’라는 말의 의미와 달리 성범죄 재발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만능수단일 수 없다.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법을 시행하다가는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2010-07-06 경향신문
첫댓글 의견 분포 ; 전체 20명 중 찬성 13명, 반대 4명, 유보 3명
10월 4일 찬반토론 직전 의견 분포 ; 전체 21명 중 찬성 10명, 반대 5명, 유보 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