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구나, 잘 왔다.
네 덕에 우리 사무실에 생기가 도는 구나.
여기 전 상무님, 이쪽의 이분은 김 부장님,
원 전무님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출근 하시는데,
나와 전 상무님 또 원 전무님 우리 세 사람이 공동 대표라 할 수 있다,
직책은 내가 사장이지만 세 사람이 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으니,
나중에라도 혹 실수 하거나 하면 안 된다,
자! 이리 나와 봐, 여기 주목 하세요,
이야기는 들었겠지만 내 며느리 될 사람입니다.
은행원출신이라 사무능력은 의심 않아도 될 겁니다,
몇 명 안 되는 직원이니,
화목하게 서로 협조하며 잘 지내기 바랍니다.”
은숙은 현장 직원과 달리 사무직이라, 정길이 들려보니 벌써 퇴근했다.
숙소에 돌아가 자신의 방 보다 은숙의 방을 노크한다,
은숙은 자신의 방안에 앉아 뭔가를 정리하고 있었다.
“나보다 먼저 끝나니까 어째 그러네,
은숙이는 사무실에 근무하니까 더럽지 않지만,
땀에, 먼지에 쩌 든 내 얼굴은 안 그래서,
어디 씻을 장소를 만들어서 지저분한 내 얼굴을 보이지 말아야 하는데,
어때? 너무 더럽고 지저분하지? 내게 대해 있었던 매력이 싹 사라지지?”
“아니, 안 그래요. 씩씩해 보이고 더 남자다워 보여요,
오빠는 진흙 속에 빛나는 진주라니까
왜? 아! 여자에게 쓰는 말이라고?
아니요, 남녀 관계없이 쓴다고요,
어서 씻고 저녁 먹으러 가요,
아니 오빠하고 같이 먹으려고 아직 안 먹었어,
갈아입을 옷 준비할게요.”
은숙과 밥상을 대하고 앉아 그 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정길은 내가 이렇게 행운의 사나이가 되었다니 하며, 자신의 행복을 못 미더워 한다,
앞에 앉아있는 그림같이
아름답게 보이는 은숙이 마치 천사 같다.
“나는 나에게 이런 황공한 날이 올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다른 때 보다 오늘은 구름 위에서 사는 신선이라고 하던가?
그런 기분으로 시간이 지나더라고, 갑자기
떨어지면 이거 어쩌나 하고 진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니까,
글쎄. 응? 안 믿어?
진짜라니까 믿어 줘. 응?”
‘정말 이게 꿈같아,
무슨 일이 한꺼번에 이리 잘 풀리는 것인지?
사람이 아니고 누군가 보이지 않는 이가 전적으로 도와주는 것 같아.’
저녁식사를 마치고 현장을 벗어나, 한적한 바닷가를 찾았다,
두 사람이 거닐면서 손을 꼭 잡는다,
은숙이 어깨를 살포시 정길의 어깨에 대고, 아름답게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이 행복이 영원하기를 빈다.
“사람들이 전부 은숙이를 쳐다보니까 내가 어깨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 하하하하
내가 굉장히 잘난 사람이 된 기분이야,
무슨 과거에 급제한 이 도령같이 말이지,
음, 어허 물러 서거라. 음, 허 어! 하하하.”
“물러가라. 장원급제 나가신다, 호호호
오빠, 나도 그래, 세상 모든 여자들아 봐라,
내 잘난 신랑 어떠냐? 너무 부럽지? 하고, 정말이야, 우리는 이래서 천생연분인가 봐,
자기 잘난 체 하는 것과 나도 꼭 닮았잖아?
이만 들어가자.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하네,
원석씨가 샘내겠다.”
“술집 몰려 있는 길을 통해서 가면 지름길이라 빠르고,
저쪽 언덕 옆으로 가면 돌아 가는 길이라서 시간이 걸리는데 어디로 갈까?
응? 언덕 옆길로 가자고?
좋아 은숙이와 나는 서로 마음이 하나라니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음! 그러면 어디 좋은 곳이 없나?
은숙이와 뽀뽀를 할 만한 근사한 장소가?
지금 은숙이를 마시고 싶어서, 너무 갈증이 심하거든.”
“오빠, 여기는 사람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곳이야,
좀 참아, 괜히 들켜서 창피당할
수 있다고요, 내 방에 가서 하면 돼, 알았지?
봐요! 저기 사람들이 여기를 쳐다보고 있잖아.”
“아니 내 마누라하고 키스를 하는데, 누구에게 부끄럽다고 그래?
보라면 보라지 뭐! 아, 흠흠 사람이 보이네.”
인적이 없는 곳에 이르자,
정길이 은숙을 돌려 세워 그녀의 입술을 찾는다,
은숙도 기다렸다는 듯 두 사람은 한참이 지나도록,
아니 서로가 갈증이 풀리기까지 떨어질 줄을 모른다,
시간이 지나 아쉬운 듯 서로를 쳐다보다 문득 하늘을 보니,
아직 크게 어둡지는 않았지만 밤이 깊어가는 터라,
둘이는 손을 꼭 잡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공사현장의 불빛이 보이는 곳에 거의 이르러서 앞을 보니,
그들 연인들이 가야하는 좁은 야산 길에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며,
덩치가 큰 장정 다섯이 술 냄새를 풍기며 그들의 앞으로 걸어온다,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니 우리에게 시비를 안 걸으면 가만 안 둬, 하는 얼굴이다,
정길이 긴장을 한다,
싸움은 어릴 때 외에는 해본 적이 없지만, 김 부장에게 배운 무예가 있기에,
또 장 일병에게 몸을 단련하는 운동을 배워 계속했기 때문에 두렵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은숙을 걱정해서 조용하게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행여 은숙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정길이 이를 악문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전에 너희의 생명은 보장 못한다 하는 얼굴로 그들을 본다,
그들은 숫자를 믿는 외에도, 어딘가 싸움 한 가락은 할 줄 아는 자신 있는 얼굴들이다,
사전에 작정하고 연인들이나,
공사장에서 산책 나온 노가다 인부들을 등치려 노리고 나온 건달들이다,
이렇게 좋은 먹이를 그들이 그냥 보낼 리가 없다,
거기에 여자의 얼굴을 보니 정신이 아찔할 정도의 미녀다,
옆에 선 허약해 보이는놈이, 제법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는데 헛웃음이 나온다,
요즘 전국적으로 깡패들을 잡아 국토 건설 대에 보내는 참이라,
몇 가지 폭행건과,
강도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놈들끼리 작당을 해서 노가다 판으로 들어 온 거다,
경찰에서도 공사현장은 큰 난동이 없는 한 건드리지 않기에,
잠잠해 지기까지 시간을 때우며 보내고 있었다.
이들은 앞에 보이는 한 쌍에게 술값이나 뜯으려 했는데,
눈이 부신 아름다운 여자를 보니 욕심이 생겨 버렸다,
보기만 했는데도, 욕망이 생겨, 저 허약한 놈을 겁을 좀 줘서 쫓아버리고,
데리고 놀아야겠다는 생각이 그들의 생각에 일치가 되었다,
이 여자는 어디에 숨겨두고, 질릴 때까지 데리고 놀다 버리고 가면된다,
만약 말썽이 생기면, 전국 어디에나 있는, 다른 공사현장으로 도망 가버리면 된다는 것이,
그들의 일치된 생각이었고, 벌써부터 자신들의 노리개가 될,
여자의 나신을 머리에 그리고 있는 것 이다,
정길의 눈에 저들의 탐욕스러운 모습이,
마치 며칠 굶은 사람이 앞에 음식을 보며 침을 흘리는 것 같이 보인다,
역겨움이 목까지 치밀어 오른다,
더러운 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처음의 생각에는 만약 싸우게 된다면 약간의 혼만 내려던 것이 놈들이 발정된 암컷을 보고,
침을 흘리는 더러운 들개 같은 모습을 보고는,
손을 쓰게 되면 아예, 저들의 정신을 개조해야겠다는 생각에,
투지와 함께 결의를 새롭게 한다,
‘덩치가 다섯 명이라, 인상들이 좋지 않은데, 만사에 준비하면 나잖아!
우선 몸에 긴장을 풀고, 태연한 표정, 항문에 힘을 주고,
그냥 아무 일없이 지나가면 너희에게 좋을 텐데, 그냥가거라,
나 지금 너희들의 더러운 표정만 보고도, 기분이 몹시 안 좋아!
그러니 그냥 지나가라 제발,
하 참 나! 저놈들의 표정을 보니 이미 작정한 모습들이야,
웬만하면 참겠지만, 은숙이에게 수작을 부린다면,
그 때는 네 놈들 몸 한 군데 어디가 부러지거나 성치 못할 것을 각오해야 할 거다.’
“오빠 저 사람들이 심한 말을 하더라도,
시비를 걸더라도, 못들은 체 하고 가는 거다?
알았지?
나 오빠 싸우는 거 싫어, 가만히 지나가자 응? 제발 빌게요,
쳐다보지도 말고 그냥 조용히 지나가 알았지?”
‘그게 은숙이 말대로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
저놈들은 이미 시비 걸으려고 작정을 하고 있는 것이
내 눈에 티가 나게 보이는 걸 참 나.’
대장 격인 덩치가 정길을 바라보는바,
호리호리한 놈이 눈매를 날카롭게 하여 자신들을 쳐다본다,
순간 싸움에 이력이 나 있는 자신의 예감에 이것은 좋지 않다,
피해야 한다, 하는 마음이 들어, 내가 오늘 왜 그러지?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며, 정길을 다시 한 번 쳐다본다,
마음속으로 전에 이렇게 예감이 안 좋을 때,
당했던 일이 생각나서 동생들 에게 그냥 가자고 하려는 찰나에,
막내가 이미 앞으로 나서며 시비를 걸고 있었다.
“어이, 형씨!
이런 촌에서 아름다운 아가씨와 데이트라, 너무 그림이 조~ 쑤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어디 가까운데 가서 술 한 잔 같이 안 할 라우?
아가씨, 어때?
같이 한 잔하면서, 그 아름다운 얼굴을 감상할 기회를 우리들에게 좀 나누어 주는 것이?
형씨 우리들 마음 이해하지? 서로 좋은 것이 좋은 거잖아?”
정길이 못 들은 체 하며,
은숙을 안고 저들과 사이를 두고 지나가려 하자,
한 놈이 그의 어깨를 잡는다,
정길이 손을 쓰려다, 은숙의 말을 일단 들어주기로 했다,
완력을 써서 잡았기에 잡힌 어깨가 아프다, 순간 이걸 그냥! 하다가 다시 한 번 참는다.
“어어 그냥 지나가면 안 되지.
기껏 좋게 말하는데, 시침 떼고 가면 우리가 너무 섭섭하겠다는 생각 안 들어?
형씨, 쇳가루가 있으면, 술도 한 잔하고,
나누어 써가면서 우리 서로 인생을 진지하게 얘기 해 보자고.”
“아! 타향에서 서럽네,
우리가 이런 괄시 받을 짓을 쟤들에게 했다는 건가?
이봐 형씨?
그래? 그렇다는 거야? 뭐야? 야!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