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이온수, 미네랄, 뱀독…화장품의 원료가 되다
언젠가부터 '예쁘다', '멋지다'는 말보다는 '어려 보인다'는 말이 칭찬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아름다움을 넘어 젊음을 쫓고 있는 현시대를 대변하는 것처럼 들린다. 클레오파트라가 행했던 비법들이 어느덧 화장품의 원료로 쓰이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과학적인 요소들까지 합세해 뷰티 코스메틱 업계를 발칵 뒤집고 있다. 언제나 끊임없이 젊고 건강한 아름다운 얼굴을 갖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욕구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부노화는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현상이다. 그중 자연노화는 20대가 지나면 찾아오는데 표피층, 진피층, 피하지방층으로 구성된 피부 전 층의 두께가 얇아지며, 탄력을 잃어가는 것을 말한다. 또 햇빛에 많이 노출되는 부위인 얼굴, 손 등의 노화가 진행되는데 이것을 광노화라고 한다. 이처럼 나이를 먹고 노화가 진행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나이를 먹는 것을 막을 수 없기에 노화가 되는 과정을 지연시켜주고자 하는 목적이 바로 안티에이징이다.
안티에이징은 뷰티 코스메틱 업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관심을 갖는 분야다. 화장품 업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여성들의 안티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집중투자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업계의 발 빠른 움직임은 여성들에게 안티에이징의 개념을 확고히 하는 데 한 몫 했다.
특히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안티에이징 관련 상품들이 보다 다양해졌다. 주름개선을 위한 제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했고, 뒤이어 천연 재료를 이용하거나 유전자, 줄기세포를 원료로 한 과학적인 연구를 통한 안티에이징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안티에이징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안티에이징'이라는 이름으로 보다 효과적이라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아름다움과 젊음을 위한 프리미엄 안티에이징 제품에는 어떤 원료들이 숨어있는 것일까.
"화장품은 깐깐하게 고르는 편이다. 장기간 촬영을 하다 보면 피로를 느끼고, 피부까지도 쉽게 지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이를 먹어가면서 화장품은 꼼꼼하게 따지는 편이다."
톱스타 고현정은 4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고 생기 있는 피부와 미모로 화장품 모델로서 최고의 가치를 자랑한다. 그의 말처럼 몸 상태와 얼굴은 직결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 안티에이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리엔케이(Re:NK)는 얼마 전 고기능 셀 화장품을 선보이며 론칭 행사를 펼쳤다. 리엔케이에서 특허를 받은 성분인 에너셀™ (Enercell™)은 피부 속 가장 깊은 층까지 에너지 성분이 흡수되는 것으로 2중 캡슐로 이뤄졌다. 이 성분은 피부 친화 성분의 겉 캡슐이 피부 속으로 흡수되는 것을 돕고, 피부 속에서 내부 캡슐이 또 한 번 분해돼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활성화시켜 노화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안을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주성분은 음이온수다.
화장품 원료의 70% 이상은 물이기 때문에 그 주요한 성분을 음이온수로 채웠다. 음이온수는 작은 물입자로 피부에 효과적으로 침투하여 피부가 원하는 유효 성분의 피부 흡수율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손상되기 쉬운 피부 장벽에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음이온수에 이어 온천수도 등장했다. 화장품 브랜드 비쉬(VICHY)도 아쿠알리아 떼르말 세럼을 내세우며 수분 보습력이 뛰어남을 강조했다. 아쿠알리아 떼르말 세럼의 주성분은 아쿠아바이오릴. 여기에 15가지 희소 미네랄이 함유된 온천수가 더해졌다. 비쉬 측은 "피부 세포 깊은 곳까지 수분과 영양을 공급해 피부 세포를 활성화하고 피부 스스로의 보유력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했다.
인체에 해로운 줄만 알았던 독(毒)도 새롭게 태어났다. 뱀독 크림이 나온 것이다. 유럽의 브랜드 미리암케베도(miriamquevedo)사의 씨네이크 안티에이징 크림은 주성분이 바로 뱀독인 펩타이드(peptide)다. 스위스 펜타팜사에서 피부노화에 효과가 우수한 화장품용 보톡스로 개발된 것으로 피부과에서 시술하는 보톡스의 원리와 매우 흡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부세포의 근원적인 문제에 접근해 노화를 개선하고 방지하는 데 본질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피부 세포의 생명 주기를 변화시켜 그 노화 속도를 늦추고, 재생 능력을 더 활성화하는 데 업계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안티에이징은 연령대가 없다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의 속뜻은? 피부 나이를 빗대어 한 말이다.
케이블 채널 올리브의 <겟 잇 뷰티(Get it' Beauty)>에선 26세의 한 여성이 울상을 지었다. 피부나이 측정결과 42세라는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옆의 32세 직장인도 피부나이가 40대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하다. 이들은 왜 피부나이에 예민한 걸까.
중장년층에게만 적용되는 단어였던 안티에이징이 이제 20대 젊은 층에게도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자연스럽기만 했던 노화현상이 이제는 외부 환경에 의해서도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습관, 식생활, 숙면, 스트레스 등 외부적 요인이 피부나이와 직결돼 노화현상을 부추긴다. 젊은 층이 프리미엄 안티에이징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스킨파워 전문가 송민주 씨는 "젊은 층의 안티에이징은 맞춤형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실제 나이가 피부나이와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 스킨파워 케어를 병행하면서 나에게 맞는 안티에이징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킨파워는 외부 손상에 대항하여 젊음을 유지하는 피부 스스로의 힘을 일컫는다. 즉 젊은 나이부터 안티에이징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화장품 브랜드 SK-II는 이에 맞춰 스킨 시그니처 멜팅 리치크림으로 나이대별로 맞춤 프리미엄 안티에이징 제품을 선보였다. 탄력과 윤기, 부드러움 등 나이대별로 각기 다른 개인의 피부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듯 그 효과를 달리 준다는 것이다. 20대를 위한 고기능성 화장품의 출시가 많아진 것도 이 같은 관심 때문이다.
그랜드 성형외과 유상욱 원장도 200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얼리 안티에이징의 확산으로 20대 젊은 층에서부터 프리미엄 안티에이징 열풍이 일었다고 분석했다.
"주름 등의 노화와 관련된 신체적 변화는 개선과 복구보다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젊은 20대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하여 노화의 속도를 늦추려고 하는 것이다. 안티에이징은 젊고 건강한 외모와 활기찬 생활을 위한 것으로, 실제 30대에 20대의 젊음을 원한다면 20대부터 관리하여 노화의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40대에 30대와 같은 미모와 젊음을 유지하려면 30대부터 꾸준히 관리하여야 한다."
즉 노화관리는 탄력과 재생이 가능한 가장 좋은 시기에 시작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분히 여성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터프하게 스킨을 손바닥에 덜어 두 뺨을 내리치던 남성들은 사라졌다. 스킨과 로션을 '토닥토닥' 공들여 발라가며 기능성 제품을 찾는 남성들의 발길이 빨라졌다. 주름, 각질, 미백, 모공 관리 등 남성들만을 위한 프리미엄 안티에이징 화장품이 매장의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노화방지 전문박람회인 '2010 안티에이징 엑스포'가 열려 젊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노화방지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돕는다는 취지에서 열린 이번 엑스포는 뷰티관, 헬스관, 심리관, 행복관, 전통관 등 6개관으로 구성됐다.
병원·의원, 의료기기,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웰빙 농특산물 등 125개의 부스에서 다양한 분야의 안티에이징 관련 상품들이 선보였다. 3일간 진행된 엑스포는 특히 20~30대 젊은 층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행사기간 동안 뷰티관과 헬스관에는 젊은이들이 무료로 피부와 건강 상태를 체크하느라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진료를 받고 진단을 받는지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청하기도 했다.
행사 관계자는 "20~30대 관람객들의 젊게 사는 법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홍삼 등 건강식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며 "안티에이징은 이제 나이와 상관없이 전 연령층의 생활 속에 젖어 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