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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해달랬더니 "증명사진 자세가 좋다"며 한사코 정자세를 취한 김태진 신부. 그는 "새로운 노래로 주님을 찬미하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
아름다운 성지와 순교자 영성을 노래로
수원교구 어농성지(경기도 이천시 모가면)를 지키는 김태진 신부는
성지 순교자를 두고 "우리 어르신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라고 부른다.
외출할 일이 생기면 "할머니 할아버지들,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우렁차게 인사하고,
일을 보고 들어오면 너른 성지를 향해 "다녀왔습니다"라고 외친다.
성지에 온 지도 벌써 5년째. 김 신부는 "성지를 거닐다 보면,
성지 곳곳에 배어있는 우리 어르신들(순교자) 정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면 순교자분들이 같이 불러주시곤 한다"고 웃음 지었다.
신학생 시절부터 생활성가를 작사,
작곡해 온 그는 최근 성지에서 생활을 노래한 5집 음반
'성지의 삶-순교자의 향기 그리스도의 승리'를 선보였다.
성지의 하루와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물론 성지 순교자의 영성을 고스란히 담았다.
국악풍의 음악에서부터 신 나는 댄스 장르,
잔잔한 묵상 노래까지 15개 곡은 저마다 다른 분위기를 띠고 있다.
순교정신으로 음반을 제작했다고 말한 김 신부는 5년 만에 내놓은 곡에 매우 만족해했다.
9월 순교자성월에 맞춰 음반을 내놓고 싶었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마지막까지 곡을 다듬느라 발매 시기가 늦어졌다.
"제가 만족하지 못한 음악을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수가 있겠어요.
그리고 제 음악은 제가 만드는 게 아니에요.
주님께서 주시는 곡이니 다 대단한 곡들이에요. 하하하."
5집 음반 주제곡은 2번 곡 '성지의 밤'이다.
곡은 하느님의 종 윤유일 순교자 유언
"천만 번 죽을지라도 저 십자 형틀에 묶이신 분을 모독할 수 없소"
에서 영감을 얻어 작사, 작곡했다.
"달빛 먹은 철쭉, 선홍빛인 것이 그분들 뿌린 땀과 눈물, 피를 닮았네요.
순교자들 마음은 솔향기로 날리고,
시냇물 소리 순교자들의 끝없는 고백으로 흐르네.
천만 번 죽을지라도 저 십자가에 달리신 분을 외면할 수 없다오.
천만 번 죽을지라도 저 십자가에 못 박힌 분을 배반할 수 없다오…."
(성지의 밤 가사 중에서)
순교자의 결연한 의지를 구성진 가락으로 노래한 김 신부는 모든 곡을 직접 불렀다.
예전 음반들은 생활성가 가수들과 나눠 부르기도 했지만,
순교자들에게 바치는 이번 음반만큼은 모두 다 불러야만 할 것 같아서다.
"성지에 와서 한국 천주교회사를 제대로 공부하게 됐어요.
정말 눈물겨운 순교사가 많아요.
성호밖에 그을 줄 몰라도 순교하신 할머니도 계시고,
젖먹이 아이를 두고도 순교를 택한 아버지도 계시고요.
그런 분들이 잊히지 않도록 우리가 잘 지켜야죠.
물론 하느님께선 다 기억하고 계시겠지만요."
김 신부는 "성가는 부르는 게 아니라 삶을 사는 것"이라며 "
노래를 듣는 분들께서 순교자를 떠올리며 가까운 성지로 순례를 떠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왕이면 어농성지로 오시라"며 크게 웃었다.
음반 판매 수익금은 전액 어농성지 발전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CD 1만 원. 구입 및 문의 : 031-636-4061, 천주교어농성지
- 평화신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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