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곡리 몽야 선생 작업실에서
그동안 만든 토기를 불에다 구웠다.
1주일마다 하나둘씩 만든 게
두 달이 되니 제법 모였다.
마당을 얕게 파서 그릇을 쌓은 다음
바깥쪽에서부터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그래야지 그릇이 서서히 달구어져서
깨지지 않는다고 했다.
날이 흐려 오히려 나았다.
한창 불이 붙었을 때
빗방울이 뚝뚝 떨어져 잠시 마음을 졸였지만
비는 오는 것도 아니고 안 오는 것도 아닌,
누구 말마따나 시적시적대는 터여서
불을 지르고 때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그릇을 굽는 동안
손가락만 빨 수는 없다.
불기둥 앞에서 물러나
상을 준비한다.
뒤꼍에서 상추를 뜯어 흐르는 물에 씻고
원천 형님이 손수 빚은 동동주와
문형당 형님이 몸소 담근 겉절이에 곁들여 낸다.
또 한쪽에서는
토기 굽느라 나온 숯에다,
경치도 좋다는 문경,
맛도 있다는 돼지앞다리살을 굽는다.
이웃에 사는 백발처녀도 건너오고
단발머리 사진작가 내외도 찾아오고
깻모를 심던 선생님 모친도 나오셨다.
모두들 둘러서서
잔을 높이 들고 소성(燒成) 성공을 외치는데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탁, 퍽, 턱......
불구덩이에서 그릇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온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한마디씩 내지른다.
끼약, 아이구, 에그머니......
한 순배 두 순배
술잔이 돌아가는 사이
비도 듣고 불이 잦아든다.
긴 장대로 토기를 하나씩 건져낸다.
만든 것을 물에 넣었다 톱밥에 묻어 두기도 하고
식을 때까지 그대로 두기도 한다는데,
귀찮은 관계로 그냥 두었으니
식히는 쪽을 선택한 셈이다.
그냥 두는 것도 선택은 선택이다.
연잎 모양 화분 받침만
동강이 나서 못쓰게 되었다.
나머지는 다 건졌다.
그러나 성한 것은 하나도 없다.
항아리는 밑바닥에 금이 가고
화분 굽은 떨어져 나가고
화병도 군데군데 갈라졌다.
신문지에 하나씩 싸서
상자에 담아 집으로 온다.
감상할 양으로 죽 늘어놓아 본다.
토기와 화기가 어울려
특이한 색감을 만들어 냈다.
초가집 부엌 아궁이 같은 색감이다.
입술이 도툼한 항아리와
목이 잘룩한 화병을
잘 보이는 자리에 놓아둔다.
자태가 수굿하다.
뒷벽에 테이프로 슬쩍 붙여 둔
난초 포기가
보는 위치에 따라
항아리에도 담기고
화병에도 담긴다.
금 가고
깨진 것들이지만
나름대로 쓸모가 있다.
이를 일러
無用之用이라고 하는가.
쓸모없는 그릇을
이슥도록 들여다본다.
2009. 홍차 |
첫댓글 잘난 물건은 팔아도 못난 풀건은 팔지도 않으니 세상에 제일 귀한 물건이지요.
이른바 무가지보
멋진 시간 보내시고 계십니다. ^^*
석기 시대로 돌아가 보았지요.^^*
혹시..? 송곡리가 김천의 남면 송곡리 인가요? ... 얼핏 그 어디에 가마로 도자기를 굽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혹시나 해서요...
충남 공주군 반포면 송곡리입니다.
아 참.. 소성(燒成)을 위하여.... 건배를....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