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경기도 용인시에 하반기 분양 큰 장이 열린다.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용인시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7600여 가구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2224가구)에 비해 세 배가 넘는 수치다. 반기별로는 2008년 상반기(1만2500가구) 이후 최대 물량이다.
가격 회복세가 불을 지피고 있는 양상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용인시 아파트값은 3.3㎡당 977만원으로 2013년 8월 저점(3.3㎡당 923만원) 대비 5.9% 올랐다. 지난해 말 3억2000만원 전후에 거래되던 수지구 풍덕천동 현대성우8차 59㎡(이하 전용면적)는 현재 3억6000만~3억7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거래량도 느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5월 용인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92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638건)보다 20% 이상 늘었다.
최근 분양시장 분위기도 괜찮다. 순위 내 마감단지가 늘고 있고 단기간에 '완판'되는 단지도 잇따른다. 올 상반기 용인시에서 분양된 단지는 10곳, 이 중 4곳이 1순위에서 청약 마감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용인시에서 분양된 단지(8곳) 중 1순위 마감 아파트가 전무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이다.
지난 3월 대림산업이 수지구 풍덕천동에 선보인 e편한세상 수지는 1순위에서 평균 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계약 사흘 만에 모두 팔렸다. 현대엔지니어링이 4월 기흥역세권지구에 내놓은 힐스테이트 기흥도 1순위에서 3.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용인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는 건 무엇보다 굵직한 교통 호재가 있기 때문이다. 내년 2월 개통하는 지하철 신분당선 연장구간(분당 정자~수원 광교)이 용인을 지난다. 동천역과 수지역, 성복역 등이 뚫리는데, 이를 통해 서울 강남까지 3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인근 판교 등에서 수요가 느는 점도 이유다. 수지구 성복동 S공인 관계자는 "판교테크노밸리 근무자들이 신규 분양과 관련된 문의를 종종 한다"며 "판교 일대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뛰자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용인 새 아파트를 구하는 게 낫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올 하반기 경기도 용인시에 분양 큰 장이 선다. 사진은 용인시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집값 상승…1순위 마감 잇따라건설사들도 이런 분위기를 타고 분양물량을 쏟아낸다. 수지구 물량이 많다. 한화건설이 9월 상현동에서 용인상현 꿈에그린 아파트를 선보인다. 84~101㎡형 552가구 규모다. 지하철 신분당선 연장선 상현역(가칭)이 가깝다. 인근에 매봉·서원·심곡초, 서원중이 있어 교육환경이 좋다.
같은 달 롯데건설은 성복동 대형 물류창고 부지에 복합단지 롯데캐슬 성복(가칭)을 분양한다. 아파트는 84~101㎡형 2300여 가구, 오피스텔은 30㎡ 안팎 650여 실 규모다. 단지에 대형마트·영화관·쇼핑몰 등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지하철 신분당선 성복역(가칭)과 연결된다.
기흥역세권 물량도 눈에 띈다. 기흥역세권은 기흥구 구갈동 일대 24만7000여 ㎡가 환지 방식으로 개발되는 지역이다. 포스코건설은 8월 기흥역세권지구 3-1블록에서 ㅊ기흥역 더샵을 분양한다. 72~172㎡형 아파트 1219가구와 59㎡ 주거용 오피스텔 175실 등 1394가구로 구성된다. 초고층(지상 47층)으로 지어지는 게 특징이다. 지하철 분당선과 에버라인 환승역인 기흥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처인구에서도 분양물량이 나온다. 포스코건설은 10월 처인구 역삼지구 R1-4블록에 더샵 아파트 2446가구를 내놓는다. 에버라인 용인시청역이나 명지대역을 통해 기흥역(분당선)으로 환승하면 강남까지 50분대에 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용인 일대 분위기가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역세권이냐 아니냐에 따라 온도 차가 크다"며 "실수요가 아닌 투자 목적의 접근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