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3월17일.
1주일간 국가보안법 용의자로 불법 구금후
사돈네 팔촌까지,주위의 친구들까지 적색분자 관련 조사를
다 긑낸후 무협의로 풀러난 나는 맨 먼저 술 친구를 찾았습니다.
고인이 된 "정석기" 친구입니다.
"부들마" 모임.부어라! 들어라! 마셔라!의 시작으로
월산동주막집,양동 삼거리집,송정리 홍창기대포집 등등....
그런후 법원근처에 아예,술집 "양산박"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친구는 막걸리가 아침식사고
막걸리가 점심식사고, 막걸리가 저녁식사 였습니다.
돈 몇푼 생기면 내돈,니돈 할것없이
술값 내기가 바뻤습니다.
서른 일곱나이에 술타령을 하다 보니
세상사가 태평성사라,
치마입은 아낙은 모두가 양귀비라,
술에 취하면 만사형통의 신수라,
그런데 그 친구는 술안주를 멀리 하다보니
그로 인해 제 명을 다 못 채우고 떠났으니,
칠순나이 내곁에 없으니 슬프기 짝이 없습니다.
어떤 때는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를
어떤 때는 윤심덕의 "사의 찬미"를
또 어떤 때는 교가를 우렁차게 불러도 보았습니다.
비운의 선배 임동규의 동생 임동원과
셋이서 송정리 오일장터에서 어울릴 때는
"동백아가씨"유행가 를 목청 떨어지게 불러도 보았습니다.
나중에 많은 친구들과 합석도 많았지만,
주인공 석기가 떠나고 나니 뿔뿔이 해어졌습니다.
얼마전에는 노시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종로3가 쌉밥집에서 술 한 잔 하자고 하소연(?)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나,
박그녀가 후광선생,무현이 친구를 욕할때면,
더욱 술 친구 생각이 납니다.
한국인의 쏠림현상은
수구골통세력들의 강남부자촌 귀족(?)들에게
아부하는 근성까지 생겼습니다.
35년전 국세청 법인세 조사계장 친구가 하는 충고,
"재벌들이 산땅 옆에 한마지기 땅을 사 놓아도 때돈이 된다!"는 말,
아닌게 아니라 그 계장친구는 무역센타앞 한전옆에 200평을 땅을 사서
단층짜리"우래옥 설렁탕집"을 만들어 마누라에게 운영하고 나서
최근 그 땅과 업소을 처분하여 천억대 부자대열에 올랐다니....
그런데 그런 친구는 진짜 술 친구는 못 되더라구요,
본청감사에 부산동래세무서 총무과장으로 쫒겨났을때
소갈비 대접도 하고 외로울때 술친구,그녀(?)접대도 해 주었는데....
좋은 친구는 망월동 안가에 먼저 가 있고
기다리는 광주친구는 8월에 온다고 하더니 소식도 없고
서울친구들은
이 나이에도 가진놈들에게
아부하기에 바쁘고
그래도 고향친구, 술 친구가
마냥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