蔘말리는 처녀들(1938년 9월 17일 동아일보 소개)
제목 : 동원(動員)돤 오백부녀(五百婦女)
폭양하(曝陽下)에 제삼(製蔘) 여공은 인조견 복을 곱게 입어 일운 풍기인삼제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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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39,9.17 |
글 : 이보요 봉독할매! 우리조는 언제 드가는기요? 글게 말일시더. 우애든동 아죽 안부르네요. 저봐 남의조는 드가니더 아고 좀떠들어써치를 말믄 어떠이껴
조합사무실의 시계가 일십 번을 치자 문안에는 감독이 높이서서 한조 두조 차례로 불러들이기 시작하면 문밖에 욱-몰려선 이입 저입에선 서로들 조장을 찾으며 찢코 까불고들 왼통 야단법석이다. 작년까지는 오는대로 막 불러 들이든 것을 너무 어수선하야 올해부터는 동리마다 사람수효대로 열명씩 한조를 꾸미어 그중에 한사람을 뽑아 조장을 삼아서는 모든일을 총괄하고 1조의 전책임을 알아보도록 되어있다. 차례차례로 들어가길 마친다음에 조장이 삼업자에게서 몇 뿌리 주는대로 헤어서 받아다간 자기조에 평균이 나누어 준다. 그러면 대竹칼을들고 물에대강씻어다가 죽피를깍기 시작 하는 것이다 이구석에선 삼깍이에 두 손에 불어나는가하면 또 한편으로는 구석에서 삼을 매달아 발리우기에 허리춤이 녹은해진다.
또 한편으로 발길을 돌리면 삼뿌리 등을 뭉쳐서 씻노라고 뜨거운 볕에 어깨가 밝아케 타오름을 볼수가 있다. 황금은 만능이라 지금와서 왼세상은 돈앞에 두무릎을 꿈고 가진 행동을 다하고 잇거니와 이런곳에서보면 더한층 돈이 조코도 무섭고 기마킨것이라는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글쎄, 요즘같이 뜨거운 볓에 아무 가리움도없이 그냥 흙마당에를 주저앉아 땀을 줄줄 흘리면서 성답지 않게 그것을 한뿌리 두뿌리 깍노라서 여북고 뵐것이냐만 그나마 큰것으로여겨 남보다 한뿌리라도 뒤지지 않으려고 아픈고개 한번을 쳐들어보지 못하고 가쁜숨을 쉬는 그 낭자娘子들 뉘라서 살이 귀하고 목숨이 보배인줄을 다시금 깊이 느껴지지 안을가 보냐.여기에는 보기보다 실제로 더 애타는 심정이였다. 새벽에 나와서 대개 일이 끝나기는 오후 3시 4시쯤인데 7,8시간이면 노동으로서도 상당한 시간이었만 그러케 고되게 하고나면 한사람앞에 쥐어지는 돈은 물경최고가 삼삽전, 보통이 2십칠,팔전이다.
이 얼마나 기마킨 실정이런고 2,3십전 그것은 극히 적은 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네들에게 있어서는 단돈 2,3 전도 큰것임을 몰라서는 안된다. 그러케 하로 이틀 모은돈으로 그네들은 가진 희망을 거기에 불여놓는다. 우리집 엇놈이는 고무신이 떠러젓는데..햐는 걱정도 그돈으로 풀기를 믿고 요사이 그 비싼 광목에 단한자라도 사두려는 부녀자의 마음이 적은 돈이나마 힘든 노력으로얻어지기를 비는것이다.
그러므로 저녁때 그들이 헤어져 나올때 보면 저마다 거리를 흩어져 제각금 전방앞에서 무거운 발을 멈추고 행여나 일전한푼이라도 모둘가하고 고개들을 기웃거린다. 역시 생각하면 가만히 앉아서 속만 태우는것 보담은 아무리 힘은들지언정 단돈 2,3십번일망정 내손으로 벌어쓴다는것이 그들에게있어서 즐거움이라면 또한 큰 즐거움이라라..
그러나 또한가지 모를일은 근네들의 옷차림이 너무도 도에 지나침이다. 저저마다 사람만흔곳에 나가는 여자왼 마음에서인가. 어찌그리도 인조견옷이 만흔것고?
김인순 선배님께서 정리하신 글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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