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7일 문화회관에서 시문학상 시상식, 시낭송 대회 함께 개최 - 대상에‘프란치스코의 아침’강희근 시인, 우수상 이지엽, 하 린 시인
고 고흥군은 지난 7일 종합문화회관 동초 김연수실에서 전국의 문인들과 낭송가, 수상자등 300여 명이 참석참석한 가운데 올해 처음 제정 시행한 ‘고흥군 송수권 시문학상 시상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문학상 시상식에 앞서 열린 송수권 시인 시낭송대회에 참여한 시낭송가 50명의 아름다운 시낭송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시낭송에 이어 ‘송수권 시인 소개 동영상’, ‘시문학상 제정 경과보고’, 그리고 ‘시낭송대회 시상’과 ‘시문학상 시상’ 순으로 진행됐다. 송수권 시문학상은 지난 9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응모한 총 219명의 작품(기성 91점, 신인 1,280편)의 심사를 거쳐 강희근 시인의「프란치스코의 아침」이 대상에 선정되어 수상과 함께 상금 3천만 원의 주인공이 되었다. 또한 우수상에는 이지엽 시인의「빨래두레밥상」과 하린 시인의 「서민생존헌장」이 선정되어 각각 상금 1천만 원을, 장려상에는 정지윤 시인의「물속의 집 외」와 조수일 시인의「늪은 외」가 선정되어 각각 5백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특히 이날 시상식에서는 대상을 수상한 강희근 시인이 고흥의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발전기금으로 상금의 일부인 500만원을 박병종 군수에게 전달해 행사의 의미를 더욱 뜻깊게 했다. 강희근 시인은 이번 대회 대상작 ‘프란치스코의 아침’을 참가자에게 전달하는 부대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박병종 군수는 “이번 시문학상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질 뻔한 작품들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었다”며 “지방문단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지역문화의 가치와 정체성을 찾는 뜻깊은 대회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군은 고흥출신의 한국 최고 서정시인이며, 순수문학 대가인 평전 송수권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문학 발전과 지역문학의 저변 확대를 위하여 내실 있고 공정한 대회로 육성하여 지역 문학 발전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김성철 기자 mycom1000@hanmail.net
다음은 기념사진 및 송수권 시 낭송대회 동영상
송수권 시 낭송대회 동영상
지리산 뻐꾹새
-송 수 권
여러 산 봉우리에 여러 마리의 뻐꾸기가 울음 울어 떼로 울음 울어 석 석 삼년도 봄을 더 넘겨서야 나는 길뜬 설움에 맛이 들고 그것이 실상은 한 마리의 뻐꾹새임을 알아 냈다
智異山下 한 봉우리에 숨은 실제의 뻐꾹새가 한 울음을 토해 내면 뒷산 봉우리가 받아 넘기고 또 뒷산 봉우리가 받아 넘기고 그래서 여러 마리의 뻐꾹새로 울음 우는 것을 알았다
智異山中 저 연연한 산봉우리들이 다 울고 나서 오래 남은 추스림 끝에 비로소 한 소리 없는 강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섬진강 섬진강 그 힘센 물줄기가 하동 쪽 남해를 흘러들어 남해군도의 여러 작은 섬을 밀어 올리는 것을 보았다
봄 하룻날 그 눈물 다 슬리어서 지리산 하에서 울던 한 마리 뻐꾹새 울음이 이승의 서러운 맨 마지막 빛깔로 남아 이 세석(細石) 철쭉꽃밭을 다 태우는 것을 보았다
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날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 옴을
여승
- 송수권
어느 해 봄날이던가, 밖에서는 살구꽃 그림자에 뿌여니 흙바람이 끼고 나는 하루 종일 방 안에 누워서 고뿔을 앓았다. 문을 열면 도진다 하여 손가락에 침을 발라 가며 장지문에 구멍을 뚫어 토방 아래 고깔 쓴 여승이 서서 염불 외는 것을 내다보았다 그 고랑이 깊은 음색과 설움에 진 눈동자 창백한 얼굴 나는 처음 황홀했던 마음을 무어라 표현할 순 없지만 우리 집 처마 끝에 걸린 그 수그린 낮달의 포름한 향내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너무 애지고 막막하여져서 사립을 벗어나 먼발치로 바리때를 든 여승의 뒤를 따라 돌며 동구 밖까지 나섰다 여승은 네거리 큰 갈림길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뒤돌아보고 우는 듯 웃는 듯 얼굴상을 지었다 (도련님, 소승에겐 너무 과분한 적선입니다. 이젠 바람이 찹사운데 그만 들어가 보셔얍지요.) 나는 무엇을 잘못하여 들킨 사람처럼 마주 서서 합장을 하고 오던 길로 되돌아 뛰어오며 열에 흐들히 젖은 얼굴에 마구 흙바람이 일고 있음을 알았다 그 뒤로 나는 여승이 우리들 손이 닿지 못하는 먼 절간 속에 산다는 것을 알았으며 이따금 꿈속에선 지금도 머룻잎 이슬을 털며 산길을 내려오는 여승을 만나곤 한다 나는 아직도 이 세상 모든 사물 앞에서 내 가슴이 그때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으로 넘쳐흐르기를 기도하며 시를 쓴다.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 송 수 권
천고에 몇 번쯤 학이 비껴 날았을 듯한 저 능선들, 날아가다 지쳐 스러졌을 그 학 무덤들 같은 능선들, 오늘은 시끄럽게 시끄럽게 그 능선들의 떼 울음이 창해에 끓어 넘친다.
만상이 잠드는 황혼의 고요 속에 어디로 가는지 저희들끼리 시끄럽게 난다.
浮石寺 무량수전 한 채가 연화장을 이룬 그 능선들의 노을 빛을 되받아 연꽃처럼 활짝 벌고 서해 큰 파도를 일으키고 달려온 善妙 낭자의 발부리도 마지막 그 연꽃 속에 잦아든다.
장엄하다 어둠 속에 한 능선이 자물리고 스러지면서 또 한 능선이 자물리고 스러지면서 하는 것
마침내 태백과 소맥, 兩白이 이곳에서 만나 한 우주율로 쓰러진다.
대숲 바람소리
-송 수 권
대숲 바람 속에는 대숲 바람소리만 흐르는 게 아니라요 서느라운 모시옷 물맛 나는 한 사발의 냉수물에 어리는 우리들의 맑디맑은 사랑
봉당 밑에 깔리는 대숲 바람소리 속에는 대숲 바람소리만 고여 흐르는 게 아니라요 대패랭이 끝에 까부는 오백 년 한숨, 삿갓머리에 후득이는 밤 쏘낙 빗물소리.....
머리에 흰 수건 쓰고 죽창을 깎던, 간 큰 아이들, 황토현을 넘어가던 징소리 꽹과리 소리들.....
남도의 마을마다 질펀하게 깔리는 대숲 바람소리 속에는 흰 연기 자욱한 모닥불 끄으름내, 몽당빗자루도 개터럭도 보리숭년도 땡볕도 얼개빗도 쇠그릇도 문둥이 장타령도 타는 내음.....
아 창호지 문발 틈으로 스미는 남도의 대숲 바람소리 속에는 눈 그쳐 뜨는 새벽별의 푸른 숨소리, 청청한 청청한 댓이파리의 맑은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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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흥신문 원문보기 글쓴이: 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