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死角地帶)'라는 말을 가끔씩 듣는다. '죽을 사(死)', '구석 각(角)'을 쓴 '사각(死角)'은, 죽은 구석지의 땅이라는 의미로 군사 용어로는 '사정(射程) 거리 안에 있으면서도 장애물 따위로 총알이 미치지 못하는 범위'를 일컬으나 일반적으로는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눈길이나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일이나 범위'라는 의미로 쓰인다.
'죽을 사(死)'는 죽기를 무릅쓰고 쓰는 힘인 사력(死力), 목숨을 걸고 지키는 일인 사수(死守), 죽고 사는 것은 운명에 달려 있다는 '사생유명(死生有命)', 먹으면 죽는 독약인 사약(死藥), 죽은 사람과 다친 사람을 일컫는 사상자(死傷者) 등에 쓰인다. 각(角)은 '뿔'이라는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다투다' '각도' '뿔피리' 등의 의미도 있다. 사슴의 뿔인 녹각(鹿角), 머리끝이라는 뜻으로 뛰어난 재능을 일컫는 두각(頭角), 예리한 각이라는 뜻으로 직각보다 작은 각을 일컫는 예각(銳角), 북과 나발인 고각(鼓角) 등이 그 예이다.
쓰이지 않는 법령이나 문서를 ‘사문(死文)’이라 하고,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겪고 겨우 살아남을 ‘구사일생(九死一生)’이라 하며, 세 남녀, 세 사람, 세 단체 사이의 관계를 일러 ‘삼각관계(三角關係)’라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가 싫다고 기피한 3D 업종의 현장에서 밤낮 없이 일하고 있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월급을 못 받거나 폭행당하며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없도록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