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에 불과하지만 벌써 지난해 수준에 육박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홈 평균관중 1만1671명을 기록했던 1999년 이후 5년 만에 최다관중이 점쳐질 정도다.
올 시즌 20게임을 치른 사직구장의 총입장관중은 5월 21일 현재 14만8538명. 게임 평균 7427명이 들어왔다. 이미 2002년 한 해 관중을 훌쩍 넘어섰고, 15만722명이 입장했던 지난해 한시즌 총관중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2184명이 모자라 다음 경기인 28일 사직 SK전에서 지난해 관중수를 무난히 돌파할 게 틀림없다. 지난해 홈 67경기 관중을 21경기 만에 돌파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5만여 관중 중에는 시즌 마지막 당시 삼성 이승엽의 단일시즌 아시아홈런 신기록볼을 잡기 위해 입장한 ‘잠자리채 팬’ 2만여명이 포함돼 있어 실제로 롯데 경기를 즐기기 위해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의 수는 이미 지난해 수를 훨씬 넘어섰다는 평가다.
지난해 9월 17일 한화-롯데전에 겨우 310명이 입장했던 사직구장에 올해 이처럼 구름 관중이 몰려들며 뜨거운 응원열기를 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롯데가 3년 연속 꼴찌의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끈기 있고 화끈한 야구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21일 현재 16승20패4무로 시즌 7위에 머물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보였던 무력함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시즌 초반 두산과의 홈 개막 3연전을 휩쓰는 등 홈에서 원정보다 좋은 승률(0.474)을 보이는 이유도 크다.
롯데가 팬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5월 19일 현대전. 롯데는 3회초까지 9-0으로 뒤지다 막판 힘을 내며 결국 11-8로 아쉽게 패했다. 관중들은 ‘지면서도 이긴 것 같은’기분을 느꼈고, 이튿날에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전날보다 더 많은 7094명이 입장해 선수들의 투지에 힘을 실었고 선수들은 승리로 화답했다.
‘돈 안 쓰는 짠 구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롯데가 공격적 투자로 팬들의 관심을 살린 것도 관중 유치에 단단히 한몫했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일찌감치 ‘젊은’ 양상문 감독(43)을 사령탑에 앉히고 11월 총액 60억원이 훨씬 넘는 거금을 투자해 프리에이전트(FA) 정수근, 이상목을 영입하는 등 공격적 투자를 하며 ‘짠물 구단’의 이미지를 벗었다.
‘구도(球都)’ 부산의 야구 팬들은 이처럼 변화하는 롯데에 희망을 품었고, 그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야구 자체를 즐기며’ 사직구장을 찾고 있다. 부산갈매기를 열창하는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이 사직구장에 메아리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