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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보기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매바우
보육원에서 형제처럼 자란 고아 우천과 미카엘은 함께 성장하면서 풀리지 않는 종교적 갈등을 겪는다. 신부가 된 미카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천은 기어코 출가한다. 어느 날 사승인 노승 청송과 1박2일의 화두여행을 떠난 우천은 청송의 인자한 가르침으로 오랜 화두를 풀고 깨달음을 얻는다. 우천은 친구인 신부 미카엘을 찾아간다.
진정한 나는 나의 의식너머에
큰스님 청송과 제자 우천스님의 1박 2일 '부처여행' 여정을 담은 이 영화는 불교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성경과의 교집합을 주제로 하고 있다. 즉, 종교 간 형식은 인정하되 서로 반목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윤용진 감독의 첫 작품이기도 한 영화 '할'은 무엇보다도 수려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87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산천은 캐논, 두산 등 기업들의 상업 광고를 맡은 중견 CF감독으로서의 경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제자 우천은 깨달음을 얻고자 불가에 귀의하지만, 형은 천주교 신부님이다. 고아원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자란 두 형제가 종교의 문제로 잠시 떨어져 있게 되는 것이다. 하느님의 뜻을 알기 위해 부처를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의지로 부처 수업을 떠나게 되지만, 쉽게 알 수는 없을 터. 우천은 큰스님에게 계속 "깨달음이 무어냐?"고 묻지만, 스승 청송은 알 수 없는 말로 답을 대신한다.
총 7교시로 나누어진 부처수업에 맞추어 영화도 단막극 형식으로 전개된다. 각 수업의 장면들은 스승과 제자의 대화 내용 혹은 우천의 지난 시절 등으로 구성되며, 이를 요약해 보여주는 성경 구절로 마무리 지어진다. 종교 교리가 주는 가르침의 본질을 전달하고자 하는 윤감독의 의지가 엿보인다.
윤감독은 또한, 종교드라마로써 대중들의 삶과 인생에 대한 고민에 대한 답을 '깨달음'으로 설정하고 이에 대해 관객과의 소통을 의도하고 있다. 영화 중간 중간에 보여지는 정지컷은 관객의 시선과 함께 정신을 집중시켜 마치 명상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그러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머릿 속에 하나의 답이 떠오른다. 관객은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영화와 함께 호흡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할'은 모두 캐논 DSLR MARK 2로 촬영했다. 영상 촬영 트렌드의 첨단에 서있으면서 비용도 줄이는 독립영화 '할'의 개봉을 기다리는 이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사색의 계절 가을에 삶의 철학을 전하는 독립영화 '할'이 관객이 마음속에 조용한 연꽃 한 송이를 선사하기를 기대해 본다.
/ 글 박필선
사진 영상 출처 DAUM영화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