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부인과 함께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1)씨는 최근 상계동 D아파트(79㎡)에 월세로 입주했다. 전세 아파트를 알아보기 위해 보름 남짓 인근 부동산을 뒤졌지만 물건이 없어 궁여지책으로 월세를 찾은 것이다.
#2. 서울 서초구 잠원동 H아파트(115㎡)에 세 들어 살고 있는 권모(44)씨는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전셋값이 2년 전보다 8000만원 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권씨는 “한꺼번에 목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고 아이들 교육 문제 등으로 이사 가기도 어려운 형편이어서 전세금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는 방법을 집주인과 협의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고 물건도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주택 월세시장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세입자들로서는 매달 임대료를 내야 하는 게 부담스러워 전세를 선호하지만 전세금을 올려 줄 돈이 부족하거나 전세 물건이 없어 월세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여기에다 집주인들이 임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월세 비중이 압도적인 오피스텔은 물론 전통적으로 전세 임대가 많았던 아파트마저 전세난을 틈타 월세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전셋값 뛰니 월세라도…=서울 강남구 청담동 삼성1차아파트 82㎡형 임대료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 140만~150만원 선이다. 두 달 전보다 보증금 변동없이 월세가 10만~20만원 가량 뛰었다.
삼성동 서광아파트 102㎡형도 월세가 올 들어 10만원 올라 180만~190만원 선(보증금 5000만원 기준)이다. 청담동 청담공인 이정례 실장은 “전세 물건이 워낙 귀해 사글셋집이라도 구하겠다는 세입자가 늘면서 월셋값도 오름세”라고 전했다.
동대문구 장안동 래미안2차 82㎡형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 100만원 선으로 작년 말보다 15만~20만원 올랐다. 인근 R공인 관계자는 “전세가 주류를 이루던 1~2년 전만 해도 월세가 나가는데 한 달은 족히 걸렸으나 지금은 사흘 만에 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월세 계약이 늘면서 주택 신규 임대차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에서 이뤄진 주택 임대차계약 중 월세(보증부 월세+순수 월세) 비중은 38.7%로 일년 전(38.2%)보다 늘었다. 그만큼 전세 계약 비중은 준 것이다.
대표적인 월세 상품인 오피스텔 임대시장도 강세다. 최근 몇년 새 공급인 크게 준 데다 아파트 전셋값과 오피스(업무용 빌딩) 임대료가 오르자 대체 상품으로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때문이다. 서초구 서초동 풍림아이원매직 82㎡형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40만~180만원이다.
6개월 전보다 월세가 40만~70만원 가량 뛰었다. 마포구 공덕동 신영지웰 49㎡형도 올 들어 5만원 가량 올라 월 75만원 선이다. 공덕동 신영지웰공인 정희정 사장은 “월세가 일년 전보다 꽤 많이 올랐는 데도 계약은 바로 이뤄진다”고 전했다.
◇월세시장 왜 꿈틀대나=아파트 전세 물건 부족과 전셋값 상승 영향이 크다.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전셋값은 일년 새 3.5% 올랐다. 노원구 상계동 대산공인 윤해숙 실장은 “아파트 전셋값 상승으로 목돈 마련에 부담을 느낀 신혼부부나 독신자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찾거나 아예 오피스텔로 눈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집주인들도 매달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한다. 전세 보증금을 은행에 예치해 이자를 받는 것보다 월세를 놓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 실제로 서울의 경우 월세이율(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이자율)은 올 1월 현재 0.88%(연간 이율 10.5%)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배 가량 높다. 하나은행 김창수 재테크팀장은 "양도세 부담 때문에 팔지 않고 대신 전세를 월세로 바꿔 종합부동산세 등 늘어난 세금 부담을 충당하려는 다주택자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독신자 등 1인 가구 증가도 월세시장 확대에 한몫한다. 평균 결혼 정년기가 늦어지고 ‘나 홀로’ 젊은이가 늘면서 전세보다 목돈 마련 부담이 덜한 월세를 찾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월세 구할 때 유의할 점=주택 면적에 따라 관리비 차이가 난다. 수입에 맞는 크기의 집을 고르는 게 좋다.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은 맞벌이의 경우는 중앙난방보다 개별난방이 더 경제적이다. 전용률(공급면적 중 거주공간으로 사용되는 비율)·주차 면적·일조권 확보 여부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월세 계약자들도 계약 전에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봐야 한다. 등기부 상의 주인 명의와 임대차 계약서의 계약자 명의가 동일한지 살펴야 한다. 소유자의 대리인과 계약할 때는 집주인의 인감이 찍힌 위임장을 꼭 받아둬야 한다. 위임장을 받지 않고 대리인과 계약을 했다가 자칫하면 보증금 전액을 날릴 수 있다.
계약 후에는 확정일자를 받아둬야 한다. 그래야 집주인이 월세를 임의로 올려도 임대차 기간(2년) 동안 보호받을 수 있다. 또 계약 후 생긴 저당권에 대해서도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
<서울 지역 주택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 증가세> (단위:%, 월세는 보증부 월세+순수 월세) 전세 월세 2007년 1월 61.8 38.2 12월 61.5 38.5 2008년 1월 61.3 38.7 자료:국민은행
<월셋집 고를 때 짚어야 할 점은> -도로와 너무 가까운 곳은 피해야. 소음·매연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 -전용률·주차 면적·일조권 확보 여부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벽면·천장·장판 등에 곰팡이 없는지 확인해야 -계약 전 해당 주택의 등기부등본 꼼꼼히 확인해야 -계약은 등기부상 부동산 소유자 본인과 직접하는 게 좋아 -계약자가 주인 아니고 대리인 경우 주인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받아둬야 -근저당권·가등기·가입류·가처분 등의 권리 관계도 따져봐야 -전세처럼 확정일자를 받아 두는 게 좋아
조철현 기자[choch@joongang.co.kr] |
2008년 02월 19일 18시 09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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