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흘러가야 할 영산강이 멈추어 선 자리에서 순례길이 시작되었습다. 영산강이 멈추어 선 이자리가 바로 영산강 운하가 시작될 자리입니다. 흐르던 물이 멈추어서고 수질이 변하는 현장에서도 그들은 운하를 주장하였을 것입니다.
<영산강의 흐름이 멈춘 하구둑에서부터 생명의 강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식목일에 영산강 순례를 시작하며>
오늘부터 순례단은 영산강 수계의 순례길을 시작하였습니다. 영산강 수계는 전라남도 담양의 병풍산 가마골에서 발원하며, 남쪽으로 약 120km를 흘러 광주와 나주 무안을 지나 순례단의 첫 걸음이 시작되는 영산강 하구언을 거쳐 서해로 흘러갑니다. 영산강 유역에는 넓게 펼쳐진 전남평야가 펼쳐져 있습니다.
영산강에 운하를 만든다는 계획이 있으나, 실상 그 계획은 타당성이 없다는 경부운하보다 더 망상에 가까운 계획입니다. 영산강 하구에서 시작하여 광주지역의 광신대교까지가 범위라는 내용 이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계획입니다.
영산강 운하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업이지만, 명칭조차 무엇으로 지칭하여야 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영산강 운하와 관련한 문제점은 오늘부터 순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순례단의 영산강 순례 출발은 지역 시민사회․종교계의 순례길 출발행사로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50일 간의 1500리 한강-낙동강 순례길이 생명의 강을 찾아가고, 우리의 내면에 깃든 생명평화의 씨앗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영산강 순례길은 그 씨앗을 보다 많은 이들과 공유하며 나누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오늘 순례단 출발 행사는 오후 2시부터 영산강 하구언 인근에 위치한 카누경기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목포와 광주 전남 지역에서 오신 100여분의 지역 사회단체 회원 및 종교인들이 자리를 함께 하였으며, 문인들의 시낭송과 더불어 생명의 소리를 담은 풀피리 공연, 영산강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생명들의 억울함과 희생을 풀어주기 위한 살풀이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순례단의 영산강 순례길을 축하하기 위한 서한태 박사님의 격려말씀과 정철운 선생님과 윤준하 운하백지화국민행동 공동대표의 연대발언, 이필완 순례 단장님의 감사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순례길 출발 행사를 마치며 순례단은 참여자들과 함께 영산강을 모시는 큰 절을 한 후 영산강 순례의 첫발걸음을 시작하였습니다. 순례단의 첫 걸음이 시작된 곳은 영산강 하구 제방 옆에 만들어지는 신도시 건설 현장이었습니다. 과거 하천변 습지대였을 그곳은 온통 파헤쳐지고 공사차량만 분주하더군요. 상류에서 흘러내려오면서 소하천을 만나고 지천을 만나면서 불어난 강물이 지나던 그 길을 이제는 아파트가 주인인 양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영산강 하구둑에서 2km 지점의 상류에는 영산대교가 있습니다. 무안군 일로읍과 대불공단을 철도로 연결하는 연산대교는 호남선 일로~대불~신외항간 총 17.6km의 서남권신산업지대철도건설사업중 1단계로 추진해온 12.4km 단선철도 건설사업으로 1997년 9월 공사 착공이후 1,767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하여 영산대교(L3,294m), 대불터널(L2,264m), 대불고가(L365m) 등의 공사를 통해 지난 2004년 개통되었다 합니다.
당시 철도청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철도교통망 연결에 의해 “단기적으로 지역 내의 신문용지 10만톤, 비료 3.5만톤 등 연간 13.5만톤을 철도로 수송하고 장기적으로는 유연탄 15만톤, 철판코일 13만톤 등 철도수송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 합니다. 하지만, 이 화물철도는 현재 철도로도 수송할 물동량이 없어 약 4km 구간이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합니다. 화물물동량이 없어 4km 남은 철도 구간도 연결하지 않는 상황에서 운하를 만들어 화물을 실어 나르겠다는 주장이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참고로 영순대교 높이는 매우 낮습니다. 화물선이 영순대교를 지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래 사진은 제방길을 걸어가는 순례단이 영순대교 밑을 통과하는 모습입니다. 제방 높이를 고려해도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순례길 여정은 영산강 하구언에서 시작하여 무안에서 흘러오는 남창천을 지나 새롭게 다리가 만들어지는 지점까지 걸어와 진행 된 이후, “오늘은 식목일입니다. 앞으로 마음의 뜻을 모아 열흘 영산강을 걷습니다. 아름답고 행복한 순례, 생명을 모시고 생명을 살리는 걸음입니다. 강을 걸으면서 우리의 어리석음을 보았고 강에서 생명의 위대함을 보았습니다. 앞으로의 행보에 건강과 평화를 주시고 길을 인도하여 주시옵소서”라는 종교환경회의 양재성 목사님의 기도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영산강 호남운하>
오늘 순례단은 그동안의 걸음과 앞으로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을 생각하며, 영산강 출발 선언문을 발표하였습니다. 김포용화사 주지스님인 지관스님께서 발표하신 선언문을 통해 순례단은 “하구둑으로 몸통이 잘린 채 죽어가는 영산강의 아픈 몸으로 순례를 시작하며, 썩은 강물 속에 주검처럼 떠오르는 ‘호남운하’의 실체를 낱낱이 확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생명의 논리가 아니라 국민들을 기만하는 정치논리로 오염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간파할 것이며, 스스로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고 국토해양부의 홍보실로 전락한 환경부의 행태와 국민 참정권을 무시하고 오히려 공명선거를 해치는 듯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운하 관련 유권해석에 대해서도 죽어가는 영산강의 이름으로 엄중히 경고할 것”이며,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종교인 100일 순례도 혹시 총선의 불법선거운동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선관위에 되묻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사실 순례단은 길을 걷는 여정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정치판의 꾼들이 내뱉어대는 무수한 이야기에서부터 언필칭 운하 전문가들의 이야기, 국토를 살리는 환경부가 아니라 운하 건설 홍보부로 전락하고 있는 환경부 소식,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제한하면서 운하와 관련한 논의는 선거 기간 동안 금지하라는 선관위까지 폐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소식을 듣곤 합니다.
그러나 순례단은 이들의 이야기에 일희일비하지는 않겠습니다. 순례단은 “영산강이라는 거대한 거울을 통해 우리사회는 지금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되물으며 생명과 평화의 길을 끊임없이 모색할 것”입니다. 그리고 순례단의 발걸음은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생명평화의 세상을 현실화하면서 대운하 전면 백지화의 그날이 올 때까지, 생명의 근원인 강과 산과 바다가 맑고 푸르게 되살아날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마침내 유달산의 봄기운이 영산강을 따라 북상하고 있습니다. 우리 순례단도 이 환한 봄날의 꽃피는 속도로, 유장한 강물의 속도로 한 발 한 발 따라 나서겠습니다. 순례단의 발걸음에 생명과 평화의 마음이 모여 거대한 생명의 강물이 이루어질 때까지 많은 참여를 요청드립니다.
<영산강의 하구언과 운하>
영산강 운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오늘 우리가 걸어가는 영산강과 하구언에 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영산강 수계는 한강과 낙동강에 비해 발원지에서 바다에 이르는 거리는 짧지만, 고대부터 영산강 유역의 드넓은 평야에 풍부한 생명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물이 자연스레 흘러가던 그 길에 농지를 만들고 도시를 만들면서 홍수를 예방하고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영산강 개발 2단계 사업을 실시하여 간척사업을 진행하면서 넓기만 하였던 하구를 막아버린 지역입니다. 1982년 12월 영암군 삼호면 산호리와 무안군 삼향면 옥암리 부흥산 사이에 길이 2천4백58m, 높이 20m의 영산강 하구둑과 1천8백92미터의 진입도로가 만들어졌습니다.
담양에서 발원하여 약 400리의 길을 유구하게 흘러오던 영산강이 영산호라는 흐름이 멈춘 영산호가 되면서, 농업용수와 식수를 확보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수질오염을 걱정하게 된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제 영산강 하구둑의 해수유통을 통한 수질 개선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간이 자연의 거대한 순환을 제어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서 시작하였던 영산강 개발 사업. 흘러가던 강물이 멈추면 물이 썩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거스르려던 인간의 오만함이 다시 자연의 손을 빌려 치유하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영산강과 영산호의 수질오염과 운하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영산강 순례길에서 별도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운하 추진론자들은 영산강에 화물선을 띄워 배로 나르겠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동량이 있어야 하는데, 목포에서 나주, 나주에서 목포, 나주에서 광주로 가는 물동량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고, 육로 및 철도로 수송이 가능한지 포화 상태인지를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앞서 이야기 하였듯이 철도도 화물 물동량이 없어 연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 영산강 운하는 84km의 아주 짧은 거리(차량으로 오래 걸려도 1시간 30분 거리)를 12시간 정도가 걸린다는 화물선으로 수송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화물 수송을 이야기 하면서 느림의 미학을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입니다.
운하 추진론자들은 그 짧은 거리에 운하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이유가 궁색하다 보니 여러 가지 수식어를 붙이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관광 이야기가 나옵니다. 혹시 그 분들이 영산강 하구둑 인근의 나불도 국민관광단지의 비어있는 유람선을 타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오늘 순례길부터 영산강 운하의 문제점을 차례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영산강이 흘러가야 할 길에 대해 마음을 모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오늘은 영산강 순례의 첫날인 관계로 많은 분들이 참여하였습니다. 그동안 영산강 보전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오신 김정봉님은 “순례는 강 살리기를 위해 당연히 참가해야 할 일”이라고 하시면서 “운하에 대해 경제성과, 관광개발 등을 운운하는데 도대체 맞지 않는 얘기이며, 특히 수질악화에 문제가 심히 우려된다”고 걱정하였습니다. 또한 운하와 관련하여 지역에서 ”그동안 영산강 운하반대 현판식, 발대식, 서울대 김정욱 교수님 초청강연회를 여는 등 활동을 해왔었고 앞으로도 강 네트워크와 연대하여 활동을 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혀주셨습니다.
오늘 하루 일정에 여러 수녀님들과 함께 참여하신 광주본원까리따스 수도회의 오양자 수녀님은 “환경파괴, 경제적 손실, 그리고 종교적 차원에서 하느님 창조보전질서에 위배 되는 운하 건설을 저지해야 한다.”며 운하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셨습니다. 문제점을 지적하셨습니다. 그리고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를 열심히 하는 일입니다만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고마우신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명박 정부에게 “자연질서를 파괴하지 말고, 또 순리를 그르치면서 억지로 일을 추진하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하셨습니다.
김중행님은 운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시면서 , “현재 우리 강의 현황에 대해 시민들이 함께 바라보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마디 남기시기를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재산을 나라에 헌납하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운하만은 철회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셨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영순강 순례의 첫날인 오늘 순례단에서는 단장이신 이필완 목사 / 김민해 목사 / 양재성 목사 / 김규봉 신부 / 최종수 신부 / 문규현 신부 / 문정현 신부 / 최상석 신부 / 김경일 신부 / 홍현두 교무 / 김현길 교무 / 수경스님 / 도법스님 / 연관 스님 / 지관 스님 / 박남준 시인 / 이원규 시인이 함께하였습니다.
하루 순례길 동참자로는 전남지역 생태운동의 큰 어른이신 서한태 박사님을 비롯하여 약 100여분이 참석하였습니다. 목포생협, 종교환경회의 관계자와 김포불교환경연대,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목포환경운동연합, 영산강살리기운동본부,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국강살리기네트워크, 광주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분들이 함께하였으며, 원불교목포교당과 광주본원까리따스수도회, 광주종교환경회의, 광주전남정의평화위원회 등 관계자분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그리고 영산강 출발 행사에 함께 하였던 참석자분들이 오늘 하루 순례길에 동참하여 영산강 하구지역을 걸었습니다. 오늘 하루 영산강 순례 첫 발걸음을 함께 하셨던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일정 안내>
● 제55일 / 4월 6일(일) : 남창천 다리-비로천 -주렁나루터- 소댕이나루터 -(소하천으로 들어가 작은 다리를 건너)- 화산- 몽탄대교
● 제56일 / 4월 7일(월) : 몽탄대교-몽탄나루터 - 몽강리 - 몽탄면입구 삼거리 - 식영정 - 이사리 - 어오지- 장구부를 돌아- 뒤구지 - (차로이동) - 무안군 .. 구리 - 배다리
● 제57일 / 4월 8일(화) : 배다리 - 사포 (함평천 합류지점) - 함평천따라- 사포교 건너 - 사포나루 - 동강교 - 고문진 나루터 - 중천포
● 제58일 및 59일 / 4월 9일(수)~10일(목) : 총선 및 정비
* 정확한 출발 장소 및 시간은 도보순례단에게 전화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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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보순례 1일 참가 일정과 수칙은 www.saveriver.org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 4. 5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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