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가정 파탄으로 이어져 교민 사회 새로운 문제로 대두
메트로 마닐라 고급주택지에 임대해 사는 A씨(35)는 필리핀에 아들과 함께 온지 2년 만에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 이혼하자는 통보를 받았다. 외로운 타지 생활에 말조차 통하지 않아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여온 A씨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구소개로 남자 접대부가 있다는 업소에 호기심으로 방문한 것이 화근이 됐다. 여기서 만난 필리핀 남자와 만남을 주고 받던 A씨는 깊은 관계로 발전하면서 점점 금전적 요구사항이 많아지자 이를 거부치 못하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다 결국 한국에 있는 남편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혼통보를 받게 된 것.
필리핀 한인 교민사회에 기러기 엄마들의 탈선이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몇 달 전 한인총연합회는 각 교민 언론사에 일부 로컬 마사지 이용 시 교민에 대한 퇴폐주의령을 내렸다. 가정방문 마사지를 표방하는 일부 로컬 업체 중 성매매 등 불법 행위를 공공연히 서비스 하고 있다는 교민들의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인회의 조사 결과 일부 마사지 업체의 성매매 행위가 사실로 밝혀졌고 이 또한 성매매를 빌미로 더 큰 피해사례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점으로 제기 되었다.
마사지 업체 뿐 아니라 남성 접대부가 있는 시내의 A호스트바와 B나이트 클럽의 경우 이미 이곳을 출입하는 일부 기러기 엄마들이 최고의 고객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이곳을 찾는 한국 기러기 엄마들의 경우 대부분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일단 비도덕적인 탈선행위가 반복되면서 이를 빌미로 더 많은 금전적 요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이런 유흥업소뿐 아니라 기러기 엄마들을 유혹하는 손길은 일상생활에도 쉽게 노출 되어 있다. 일부 기러기 엄마들의 경우에는 자신에 집에서 일하는 도우미(운전수, 영어 선생…)와의 비도덕적인 일탈행위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는 소위 카더라 통신이 반드시 근거 없는 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경우 배우자인 남성들이 알게 될 경우 대부분 이혼을 요구해와 가정파탄의 지름길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보수적인 한국 남자들에게 부인의 외도는 분명한 이혼사유에 해당한다. 거기에 본국에서 처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남편들의 허탈감은 이루 표현 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왜 기러기 엄마들이 이렇게 쉽게 무너져 내리는 걸까?
일단 기러기 엄마들 대부분이 필리핀 생활에 언어적 문제로 적응을 하지 못하면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상실감이 크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대답이다. 영어가 안되니 사회생활에 위축이 될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극심한 외로움을 호소한다. 거기에 한국에서 누리던 사회적 지위와 목표 의식의 상실도 크다. 대부분 기러기 엄마들이 한국에서 중산층 이상의 환경에 높은 학업으로 인해 성취욕과 목표의식이 뚜렷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필리핀에 오게 되면서 오로지 자녀교육을 위해 자신의 커리어는 물론 모든 사회관계를 접으면서 ‘자기역할의 상실감’을 겪게 되고 아이들의 간단한 학교 숙제도 못도와주는 ‘무능력감’과 내 인생을 충분히 살고 있지 못하다는 ‘상실감’등 일종의 고립된 특수상황에 높이게 된다는 것. 이들의 외도는 결국 극심한 외로움을 떨치려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일탈행위인 셈이다.
기러기 엄마의 탈선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녀돌보기’라는 기본 역할에만 매여 있지 말고 자기관리 시간을 갖고 뚜렷한 목적과 성취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곳 필리핀의 경우 여성들에게 언제나 개방 되어 있는 부인회를 비롯 각종 NGO 등 봉사단체나 종교 단체들이 활발히 활동 하고 있다. 이런 한국 커뮤니티는 대부분 한국 회원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영어를 못하더라도 쉽게 참가해 활동 할 수 있다. 부인회(339-3001)의 경우 요가나 노래, 그림 강좌는 물론 영어, 따갈로어 강좌를 실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같은 처지에 놓인 기러기 엄마들과의 교류도 가능하기 때문에 타국에서의 외로움 극복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올티가스에서 살고 있는 3년 차 기러기 엄마 C씨는 “남편이 송금해 주는 돈을 아껴가며 자녀들의 뒷바라지에 애쓰는 기러기 엄마들이 대부분인데 극히 일부인 기러기 엄마들의 탈선으로 인해 기러기 엄마들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안타깝고 우려스럽다”고 전하고 “기러기 가족은 본국에서 돈을 벌고 있는 기러기 아빠에게나 먼 이국 땅에서 자녀의 뒷바라지를 책임 지고 있는 기러기 엄마 모두에게 힘든 현실이다. 이럴 때 일수록 서로를 믿고 의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러기 엄마 문제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방관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작게는 가정의 파괴를, 크게는 한국 교민의 자존심 내지는 위상을 깎아 내리는 심각한 문제다. 재외단체 특히 부인회나 코윈 등 여성단체들은 더 이상 필리핀 내 기러기 엄마 문제를 냉소적으로 개인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해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