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은 한해살이 풀이다. 씨앗에 든 씨젖을 먹는, 식량작물이다. 씨앗을 뿌린 후 그 결실을 거두는 기간이 60∼80일로 여느 식량작물에 비해 짧다. 거친 땅에서도 잘 자라며 병과 벌레가 잘 붙지 않는다.
이런 장점 덕에 메밀은 우리 민족이 이 땅에서 수천 년을 버티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봄에 작물을 심었다가 자연재해로 거둘 것이 없을 지경이 되면 논밭을 갈아엎고 메밀을 심었다.
서리 내리기 전 70일 정도의 기간만 있으면 메밀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황작물로서의 이미지 탓에메밀은 강원도 산골의 가난한 농가에서나 먹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 영양적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건강 음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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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운데에 있는 것은 메밀의 겉껍데기를 제거한 것이다. 메밀쌀이라 한다.
2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방앗간 장면이다. '이효석 문학의 숲'에 가면 소설 속의 여러 장면을
이런 식으로 연출해놓았다.
3 메밀의 꽃은 희고 줄기는 붉으며 잎은 녹색이다. 멀리서 보는 메밀꽃만 예쁜 것은 아니다. |
국수는 메밀국수였다

메밀은 우리 땅에 삼국시대 이전부터 재배되었다. 딱딱한 겉껍데기를 제거하면 분말을 쉬 만들 수
있어 국수와 묵, 부침개 재료로 널리 쓰였다. 한반도는 밀 재배 적지가 아니라 밀 생산량은
극히 적었다. 그러니까, 한국전쟁 이후 미국에서 밀이 대량으로 들어오기 이전까지 메밀은 이 밀의
역할을 대신하였다고 할 수 있다. 남한에서는 메밀로 만드는 국수류는 평양냉면, 막국수라 하여 밀로 뽑은 국수와 구별하지만 북한에서는 아직도 메밀로 만드는 면 요리들을 그냥 국수라고 부른다.
메밀은 환경적응력이 뛰어나 한반도 전체에서 잘 자란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보면 남부지방이
재배적지일 수 있다. 따라서 196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남부지방에서 많이 재배하였다.
근래 메밀의 주산지로 강원도가 굳어진 것은 경사지고 거친 산간지가 대부분인 강원도 땅에 재배
할 만한 작물로 메밀 외 마땅한 것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1970년대 들어 막국수, 메밀묵,
메밀부침개 등이 강원도의 향토음식으로 알려지면서 이 지역에서의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봉평과 이효석, 그리고 메밀

봉평은 강원도 평창군에 있는 면 단위의 조그만 산골 마을이다. 우리는 메밀이라고 하면 으레 봉평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문학가 이효석 덕이다. 한국문학의 한 걸작으로 꼽히는 [메밀꽃 필 무렵]이 봉평을 배경으로 쓰였으며, 그가 태어난 곳도 봉평이다. [메밀꽃 필 무렵]은 오래 전부터 교과서에 실려 있어 온 국민이 그 소설을 읽었다고 볼 수 있는데, 소설 속의 메밀밭 풍경 묘사가 빼어나게 아름다워 온 국민이 봉평에 대해 '문학적 향수'를 지니고 있고, 그래서 메밀이라 하면 으레 봉평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 봉평에 메밀 농사가 특히 흔했던 것은 아니다. 여느 강원 산골과 마찬가지로 여러 작물들이 심어지는 농촌일 뿐이었다. 1975년 영동고속도로가 뚫리고 1980년대 마이카 붐이 일면서 봉평을 찾는 문학순례자들이 늘면서 사정은 급변하였다. 1990년대에 들면서 특별난 행사가 없음에도 메밀꽃이 필 무렵이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들었다. 이 즈음에 봄에도 개화하는 메밀 품종이 보급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봉평의 논밭과 도로변이 온통 메밀꽃으로 장식되었다. 이는 경관 조성용으로서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봉평산 메밀 수요가 급증하여 농가소득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현재 봉평의 메밀 가공 공장들은 봉평에서 생산되는 메밀로도 그 양이 부족하여 타지역의 메밀까지 매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메밀의 본디 맛

메밀 음식 중 가장 흔히 먹는 것이 막국수와 평양냉면, 그리고 일본식 소바이다. 그 면의 색깔은 대부분 거무스레하고, 소비자들은 이를 당연한 듯이 여긴다. 메밀에서 우리가 먹는 부위는 씨앗의 씨젖이다. 겉껍데기를 벗기면 씨젖이 나오는데, 이 색깔은 하얗다. 속껍질까지 분쇄를 하면 흐린 회색이 돌기는 하지만 메밀가루는 전반적으로 희다. 따라서 메밀로 뽑는 국수는 흰 것이 맞다. 예전에 분쇄기계가 좋지 않았던 시절에 메밀의 겉껍데기가 메밀가루에 섞이어 거무스레하였는데 지금은 기계가 좋아 겉껍데기 혼입은 없다. 그럼에도 지금의 막국수와 평양냉면, 소바 등의 면이 거무스레한 것은 겉껍데기까지 갈아 넣어 그런 것이다. 메밀 함량이 극히 떨어지는, 즉 밀가루 함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부 메밀국수의 경우 그 색깔을 더하기 위해 색소며 곡물 태운 가루를 넣기도 한다. 메밀의 본디 맛은 하얀 씨젖의 맛에서 나온다. 메밀로 뽑은 국수는 거무스레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메밀은 찰기가 적어 20~30% 밀가루를 섞어 면을 뽑는 게 일반적인데, 이 정도여도 메밀의 향은 충분히 구수하고 곱다.
메밀의 영양
메밀은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기 때문에 변비, 설사, 딸꾹질 등에 효과가 있다. 또 종실에 비하여 어린 식물체의 잎에 루틴(Rutin) 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어 녹채나 약초로 재배하여 동맥경화, 고혈압, 녹내장, 당뇨병, 암 등의 성인병 및 X-ray, 방사능 질병 등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약과 식이요법에 광범위하게 이용될 수 있는 작물로서 기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독을 풀고 염증을 삭이며 가슴 속 열을 아래로 풀어주고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줘 피돌기를 도와준다. 따라서 소화가 안 되거나, 이질, 여성대하, 동맥경화, 고혈압 등과 같은 병에 많이 쓰인다.
사상체질 의학에서는 메밀을 상체에 비해 하체가 약하며 한기를 받으면 종아리가 저리고 다리에 통증을 일으켜 생긴 병으로 발열, 오한이 있는 태양인과 같은 사람에게 좋다고 한다.
메밀의 치근막염 잇몸출혈 및 구취제거 효과 메밀은 일반 화곡류에 없는 필수 미량요소와 비타민류, 특히 비타민 B와 D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잇몸 염증을 없애주므로 건강식으로도 좋다.
메밀의 당뇨병 치료효과 당뇨병은 성인병으로 음식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뇨병 환자를 쓴메밀 식이요법으로 치료한 후 혈액을 분석한 결과 포도당함량은 크게 낮아졌으며, 인슐린이나 당함량을 떨어뜨리는 약을 복용할 때보다도 부작용이 없으며 과다지방 당뇨병 환자에게 특히 효능이 좋다. 한편 환자에게 필요한 영양공급과 치료효과를 겸하고 있어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적합한 식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름철의 건강식 메밀 더위를 먹은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는 별미중의 하나가 바로 메밀로 만든 음식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메밀은 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어 여름철 건강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메밀로 만든 음식 중에는 대표적으로 면 종류인 메밀국수와 메밀냉면이 있으며, 그 밖에도 메밀가루를 반죽해 납작하게 눌러 기름에 부친 메밀부침개, 메밀가루를 물에 풀고 반쯤 끓이다가 술을 조금 넣고 미음처럼 만든 메밀당수, 밀가루와 반씩 섞어 기름에 튀긴 뒤 조청이나 꿀을 바른 메밀산자가 있으며, 집에서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메밀수제비 등이 있다. 특히 메밀묵과 닭고기를 맑은 장국에 넣어 끓인 후 계란을 풀고 고명을 얹은 ‘유탕’이라는 요리는 매우 좋은 보신용 음식이다.
무와 메밀의 궁합 동의보감에서는 메밀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성질은 평하고 냉하며, 맛은 달고 독성이 없어 내장을 튼튼하게 한다. 또 메밀가루 껍질에는 살리실아민과 벤질아민이라는 성분이 있어 사람에게 조금 유해하며, 이런 성분을 제독시켜 주는 가장 좋은 것이 ‘무’이다. 따라서 메밀을 무와 함께 먹어서 소화를 돕고 장의 독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메밀의 활용법 메밀은 줄기와 잎, 껍질까지도 효과가 있어 고혈압과 뇌출혈의 증상치료에 도움이 되며, 껍질을 베갯속으로 사용할 경우 건망증이나 치매를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 메밀가루를 물에 타서 차가운 얼음과 함께 레몬, 꿀 등과 곁들여 미숫가루처럼 타서 마시는 것도 좋다.열이 많은 사람은 메밀국수를 먹을 때 오이나 배를 곁들이면 좋고, 속이 찬 사람은 겨자와 무를 넣어 먹으면 좋다.
부작용 몸이 차고 찬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안되며 때로 설사나 물변을 보는 사람, 저혈압 환자, 평소부터 위장이 허약하고 파리한 사람은 메밀을 피해야 한다. 만약 이런 증상이 있을 때 먹으면 정신이 혼몽해 지고 어지러우며 고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돼지고기나 양고기, 조기와 같이 먹으면 풍을 일으키기도 하며, 눈썹과 머리카락이 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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