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김광림 작 연출의 슬픈 인연
공연명 슬픈 인연
공연단체 (재)국립극단
작가·연출 김광림
공연기간 2015년 3월 20일~4월 5일
공연장소 명동예술극장
관람일시 3월 22일 오후 3시
명동예술극장에서 김윤철 예술감독, 김광림 작·연출의 <슬픈 인연>을 관람했다.
김광림(1952~)은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불문학과, 그리고 UCLA연극과 대학원 졸업하고, 서울예술전문대학 교수, 극단 연우무대 예술 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원장을 지냈고, 현재 연극원 극작과 교수다.
희곡으로는 <날 보러 와요> <나는 고백한다> <나는 꿈에 장주가 되었다> <집> <저 별이 위험하다> <홍동지는 살어있다> <사랑을 찾아서> <우리나라 우투리> <명성황후> <살인의 추억> 등이 공연되었다.
저서로는 <사랑을 찾아서(희곡집)> <달라진 저승(희곡집)> <어릿광대의 정치학(번역서)>가 있다.
1989년 동아연극상 연출상(수족관), 1993년 백상예술대상 연출상· 작품상· 대상(북어대가리), 1996년 서울연극제 대상(날 보러 와요), 1996년 백상예술대상 희곡상(날 보러 와요), 1996년 한국예술평론가협회 올해의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무대는 상수 쪽에 카페가 카운터와 테이블, 그리고 의자가 있다. 하수 쪽은 객석 가까이에 주인공의 섹스폰 연습실 겸 오디오기기 상점이다. 중앙은 카페 여주인의 거처다. 무대전체에 수십 개의 가로등을 세우고, 이동시키는 독특한 장치이고, 카페 여주인의 거처는 3중의 백색커튼과 사각의 입체조형물로 의자를 대신하고, 첼로를 들여다 배치한다. 배경 가까이 소형 피아노가 있고, 출연자들이 연주를 할 때는 하모니카,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그리고 악보 받침대를 사용한다. 주인공의 부인이 등장을 할 때는 지팡이나 휠체어로 등장한다.
백윤석은 대학시절 한 여인과 만나고 사귀다가 첫 키스를 하게 되고, 다음 만날 약속을 한 날에, 급작스러운 시국사건에 연루된 부친과의 문제로 바로 그 날짜에 관계기관으로 연행되어 갔기에, 만날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향후 여인과 관계가 두절된다.
백윤석은 사법계통의 버젓한 일을 하다가 퇴직을 한 후, 전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오디오상을 하며, 취미로 색소폰 연주를 익힌다. 절친한 친구인 김주삼은 영화감독 지망생이었으나, 현재는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며 짬짬이 하모니카를 분다. 두 친구는 가끔 한 한적한 카페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인다. 그 카페는 미모의 여주인이 운영을 하고, 그 여인은 첼리스트다. 그 카페 여주인의 딸과 김주삼의 아들은 연인관계이고,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기도 했지만, 딸은 상대와의 결혼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우연한 기회에 백윤석과 김주삼이 그 여성 첼리스트 박혜숙의 카페에서 자리를 하게 되고, 혜숙은 윤석에게 낯이 익은 얼굴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윤석의 오디오상점에 혜숙이 불쑥 찾아온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음향기기를 발견하고 자신이 구입하겠노라 한다.
기기를 배달하며 카페에서 다시 만난 윤석에게 혜숙은 30년전의 일을 상기시킨다. 비원에서 두 사람이 만나서 처음 키스를 나누었던 일들을.....
윤석의 기억 속에 혜숙이 되살아나면서, 기억하기 싫은 과거의 시국사건과 부친과의 연관, 그리고 취조관에게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 부친을 간첩이라고 강제로 조서에 서명날인을 한 일들 하나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그 후 부친은 영영 고국을 등지고 살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도.....
게다가 윤석에게는 몸이 불편한 아내가 있다. 파킨슨씨병에 걸렸는지 수족을 떨기 시작하고, 말까지 더듬는 환자로 점점 증세가 심해져 갈 뿐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물론 윤석의 간호가 극진하기 이를 데가 없다. 거기에 또 한 가지, 시국사건 이후 해외로 떠나간 윤석의 부친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자식을 만나고 싶다고....
친구인 주삼과 카페주인 혜숙의 제의로, 그들은 자신들이 연주하는 작은 음악회를 열기로 하고, 월요일마다 모여 연주연습을 하기로 약속한다. 주삼의 아들은 피아노, 혜숙의 딸은 바이올린, 윤석은 색소폰, 주삼은 하모니카로.
그러면서 윤석과 혜숙은 어느새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는 사이로 발전한다. 몸의 밀착회수가 증가하면서 윤석은 당연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과 죄의식까지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윤석의 의식은 혜숙에게까지 자연히 전해진다.
어느 날 윤석의 아내가 혜숙을 목발을 짚은 상태로 방문을 한다. 그리고 혜숙에게 조심스레 부탁을 한다. 자신의 남편을 잘 보살펴 달라고.
혜숙도 양심과 도덕적 심성을 갖고 있는 여인이기에, 윤석의 아내의 진정어린 부탁에 오히려 고뇌에 잠긴다. 그리고는 급작스레 카페를 처분하고 자취를 감춘다.
텅빈 카페를 방문한 윤석과 준삼, 월요회의 음악연주회도 무산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들이닥친다. 그러나 준삼의 아들과 혜숙의 딸에 의해 혜숙이 강진 백년사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윤석의 부친의 사망소식으로 해서 윤석은 해외로 떠나고, 친구 주삼도 비디오 상점을 정리하니, 혜숙의 산사은거와 함께 그들의 월요음악회가 무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관객은 아쉬움에 잠긴다.
대단원에서 무대전면 객석 가까이에 연주석이 마련되고, 윤석이 아내를 휠체어에 태우고, 연주석 오른쪽에 데려다 앉힌다. 그러자 연주자들이 한 사람 한사람 모습을 드러낸다. 주삼은 검은 정장에 하모니카를 들고, 박혜숙은 회색 승려 복에 첼로를 가지고, 주삼의 아들은 피아노 의자에 착석하고, 혜숙의 딸은 임신을 해서 불룩한 배를 보이며 바이올린을 들고, 윤석은 색소폰을 들고, 각자 연주석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귀에 익은 고 김광석의 노래를 연주한다. 앙코르 곡으로 다른 대중가수의 가요 곡을 연주하며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 속에서 연극은 마무리를 한다.
강신일이 백윤석, 최용민이 김주삼, 남기애가 박혜숙, 이정은이 백윤석의 아내, 류태호가 취조관, 조윤미가 박혜숙의 딸, 이종민이 김주삼의 아들, 강기둥이 학창시절의 백윤석, 방은진이 박혜숙으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연주는 관객의 호응도를 100% 끌어올리며 갈채를 이끌어 낸다.
음악 작·편곡 한재권, 무대 박상봉, 조명 구근회, 의상 김지연, 음향 최웅집, 분장 이동민, 소품 김소하, 조연출 박혜림·김한나, 무대감독 구민철, 기술감독 신용수, 제작총괄 박현숙, 예술감독 김윤철 등 제작진과 스텝 전원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로 뭉쳐, (재) 국립극단의 김광림 작·연출의 <슬픈 인연>을 고수준 고품격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3월 22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