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학과/학년 : 고려대학교/4학년
[우리들의 대안교육] “우리는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리 알고 있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희망을 노래하는 것
- 간디학교를 기리는 노래 '꿈꾸지 않으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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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KTX에요. KTX만큼 빠르거든요." 꿈틀자유학교에 다니고 있는 전우호(11)군의 활기찬 첫 인사다. 아이들의 꿈을 어떤 틀에 가두지 않은 채, 자유롭게 자라날 수 있도록 아이들의 꿈틀대는 행동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자라는 취지아래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 2동 432의4 5층 건물에 위치한 '놀자! 뛰자! 웃자! 꿈틀자유대안학교'(http://www.ggumtle.or.kr, 031-837-3366)는 비인가 초등대안학교로서 3년째 운영되고 있다.
3명의 선생님과 13명의 학생 총 16명 정도의 인원으로 현재 4학년까지 구성되어 있는 이 학교
는, 교사 1인당 학생수가 10명이 넘지 않도록 방침하고 있으며 교사회와 학부모회가 함께 학교
를 꾸려나가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선생님과 학생뿐만이 아니라 학부모까지 이곳의 일원이
되면 서로의 특징을 뽑아 일반적인 이름이나 존칭의 사용보다는 꽃빛, 달빛, 백곰 등과 같이 별명을 만들어 서로에게 불러주고 있었다.
꽃빛이라는 별명을 가진, 학교 초창기 때부터 선생님인 안지혜(26)씨는 처음 학교에 와서 아이
들이 반말을 쓰는 것에 대해 "너희들 왜 이렇게 반말을 하니?" 라고 물었을 때 솔방울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은솔(9)양이 하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고 한다.
"꽃빛, 미안해.. 하지만 반말을 해도 어른이랑 어린이는 친구가 될 수 있대."
물론,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반말을 하진 않는다. 중요한 건 상대방을 얼마나 존중하느냐지 존대 말을 쓰느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초등학교와 비교해 꿈틀자유학교는 교과목의 이름부터가 다르다. 예를 들어 체육이란 과목은 몸 놀이라는 이름으로, 국어는 말과 글, 수학은 수와 셈 등 규정의 틀을 벗어나고 있다.
특별활동으로 색깔놀이, 스크랩시간, 농구와 축구 등이 있으며 이 학교 교육과정의 꽃이라 불리
는 들살이가 있는데, 이 활동은 한 학기에 한번씩 부모님의 곁을 3박 4일 또는 4박 5일 동안 떠나 그동안 배웠거나 알고 싶었던 것을 스스로 보고, 느끼며 체험하는 시간을 말한다. 작년엔 경주에서 하이킹을 하며 장장 15시간동안 자전거를 탔었으며, 이번여름엔 지리산 정상까지 올라갔었는 것 등 공동체 생활 속에서 자신들의 역할과 힘들더라도 끝까지 함께 하고 쉽게 낙오하지 않는 자신감을 배우게 된다. 현재, 꿈틀자유학교는 생활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생활용품들을 가지고 기부 문화나 나눔의 문화를 체험할 나눔 장터를 준비하고 있다.
안지혜씨는 "우리 학교학생들에게 가장 큰 벌이 무엇인줄 아세요? 학교오지 말라는 거예요. 일반초등학교학생들은 아침마다 학교가기 싫어 억지로 등 떠밀려 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학생들은 학교 나오는 것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방학이 얼른 끝나기를 바라던 녀석들 이었으니까요." 라고 말했다. 야외수업을 나가게 되면 으레 어르신들이 "너희들 어디학교 다니니?" 라는 물음에 "저희들은 꿈틀자유대안학교에 다녀요."라고 자신 있게 외친다. 대안학교는 공부 못하는 애들이 가는 문제아 학교 아니냐는 물음에 아이들은 정확하게 말한다.
"저는 공부 못하지만 우리 학교 민지는 공부 진짜 잘해요. 근데 전 축구를 잘하거든요."
경쟁을 일삼는 기존교육을 뒤로하고 서로의 장단점을 정확히 얘기하여 다른 사람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이들은 꿈틀자유대안학교 학생들이다.
◆대안(代案)교육 = 끊이지 않는 학교폭력, 대학에 가지 못하는 학생은 들러리가 되어 버리는
입시위주 교육, 여전한 주입식 교육 등 기존 교육이 지닌 문제점을 '제도교육의 틀'안에서 극복
해 보려는 시도들은 최근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중
대안학교는 정규학교나 비정규 학교에서 교육 이념과 운영방식의 독특성을 가지고 기존의 학교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도 하는 대안적인 학교의 형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교육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대안학교에 대한 개념 을 명시하고 있다.
"자연친화적이고 공동체적인 삶의 전수를 교육목표로 학습자중심의 비정형적 교육과정과 다양
한 교수방식을 추구하는 학교를 말한다."
한편, 대안학교연합체인 대안교육연대(http://www.psae.or.kr)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대안교육
기관은 초등과정 17개교, 중학교 16개교, 고등학교 20개교, 중 고등 통합과정 16개교, 그리고 그룹 홈스쿨링 1개교 등 모두 70여개교가 운영 중이다. 우선, 대안학교는 크게 4가지의 유형으
로 나뉠 수 있다. 첫 번째는 자유학교형 대안학교로 종래학교교육과는 다르게, 아이들의 무한한 잠재 가능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 두 번째는 생태학교형 대안학교로 의식주에 관련된 기본적인 활동을 중심으로 지역 사회와 학교의 결합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에 개교한 대안학교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간디청소년학교가 그 이념이 비슷하다.
세 번째는 재적응학교형 대안학교로 부적응 학생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데 대표적으로 영광의
'성지고등학교'를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유 이념 추구형 대안학교로 이 유형의 학교는 매우 독특한 교육 이념과 방식을 바탕으로 하는데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와 일체화된 교육을 지향하는 풀무농업고등 기술학교가 여기에 속한다.
◆교육부인가를 받은 대안특성화학교 = 이 중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인가한 대안교육 특성화
학교는 고등학교 18개교와 중학교 6개교다. 대안교육 특성화 학교는 제 7차 교육과정에 따라 기본교과과정을 모두 이수하는 중.고등학교를 말한다. 일반 사립학교와 설립, 운영기준이 같은 일종의 사립학교로 볼 수 있다. 교육과정은 일반 학교과정에 특성화 교육이 추가된 형태다. 대개 오전에는 국어, 영어, 수학을 배우고 오후에는 각 학교별로 독특한 수업을 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동원동 광교산 산자락에 위치한 '이우(以友)학교'(http://www.2woo.net,
031-711-9295)는 중고등 통합학교로 지난해 9월 개교한 인가받은 도시형 대안학교다.
“남과 경쟁하기 위해 배우지 않는다."와 같이 경쟁보다는 더불어 살며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는 것을 교육이념으로 하고 있다. 입학전형 제출서류 중 학부모 소개서 난에 '생업 이외에 이웃과 사회에 기여하고자 노력했던 점을 서술해 달라'는 문항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계각층의 지원을 받는 '이우공동체'를 기반으로 꾸려지고 있는 이우학교는 현재 중1, 2 각각 3개반, 고1 4개반, 고2 3개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학생들은 아침 7시50분에 등교해 일과를
시작한다. 피아노 건반, 내 삶의 반, 쟁반 등 학생들에 의해 각 반의 특징을 내세운 이름들이
지어져있다. 한 반에 20명씩 배정된 학생들은 교사들이 미리 사이버학습실에 띄워놓은 수업계
획서를 보고 스스로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 수업은 전적으로 토론과 탐구 중심으로 진행된다.
오후 3~4시에 수업이 끝나면 영상제작, 풍물, 생활협동조합 운영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
는데, 이 부분이 일반학교와 가장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중학교1년 시절을 이미 일반학교에서 보내고 온 우명식(중2)군은 일반학교와는 색다른 수업방식에 대해 "몇 개의 프로젝트 수업이 있다. 농사와 기술과정을 직접 배우면서 유기농법으로 키운 배추로 김장을 하고 장애인, 독거노인 등에 찾아가 나누어 주며 봉사활동을 한다. 1년에 두 번 농촌봉사활동도 나간다. 종교프로젝트는 철학과 사회 국어를 혼합한 수업방식으로 종교별 역사를 알아보고 직접 우리들이 '미사'를 재연해 본다"고 했다. 그는 또한 "이미 일반초등학교에서 6년 혹은 일반중학교에서 3년을 보내고 이곳 이우중고등학교를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처음에는 새로운 수업방식에 적응을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자율화 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점차 스스로 배우고 체험하는 학습에 길들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중학교에서의 겉핧기식의 답답한 교육현실을 스스로 발견하고 방황하고 있을 때, 어머니의
권유로 이우학교로 오게 된 김지현(고1)양은 요즘 친구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재
미에 빠져있다. 방과 후엔 사물놀이 동아리 활동을 하고, 대학에 가서 미술을 전공하고 싶다는
그녀는 "사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주위사람들이 학교를 안다닌다고 생각한다. 또 대안
학교를 다닌다고 하면 부적응하는 학생들의 학교라고 말하곤 한다. 우리는 그냥 이우학교를 다
니는 것이다."며 "대안학교는 공교육에 대한 대안의 학교라고, 또 다른 학교의 종류라고, 일반학
교와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이우공동체 소속인 오상윤(고1)군은 "일반학교와의 가장 큰 차이는 자유다. 처음 이곳
에 왔던 우리들은 그저 자유를 즐겼지만 2학기 들어 이런 자유로움 속에서 우리들의 할일을 하
지 않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가 많이 깨달았다. 요즘은 스터디그룹을 친구들끼리 만들어 공부하
고 있다"며 "중3때 이우대안학교 원서를 선생님들께 내밀었는데 왜 하필 대안학교냐고 반문하셨는데 그 당시엔 선생님들께 참 많이 실망하였다. 한의사가 꿈이었는데 이곳에서 바뀌었다.
대안학교 교사가 되고 싶다."고 조심스레 자신의 꿈을 말했다. "다른 아이들이 누리지 못하는 걸 너는 누리고 있으니까 넌 더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부모님이 그에게 해주었던 이 말을 늘 되새기며 자신이 대안학교에 다니는 것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비인가 대안학교 = 비인가 대안학교는 이에 비해 수업내용이나 교사. 시설 요건 등이 훨씬
자율적이다. 따라서 주말.계절학교식으로 운영되는 곳, 가출 청소년만 받는 곳 등 다양하다.
대신 학생들이 졸업 후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상급학교에 진학할 경우 별도로 검정고
시에 합격해야 한다. 다만 비인가 대안학교일지라도 정부로부터 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받은 경
우 학생들은 수업은 그 기관에서 듣지만 일정 기간 수료 후엔 원래 소속된 일반 학교의 졸업증
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력을 인정받는 셈이다. 위탁교육기관은 대개 시도교육감이 1년 마다 교육 내용을 평가, 재 지정한다.
서울 은평구 응암1동 110의25 3층에 위치한 '은평씨앗학교'(http://www.seedschool.net, 02-
384-3518)는 80년대 야학으로 시작해 2002년 2년 4학기제의 비 기숙사형 학력비인정 도시형대안학교로 되었다. 올해 초에는 청소년 대안 공간 '돋움'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 비영리 민간단체에 등록된 학교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14-17세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현재 학생 11명과 상근교사 3명 그 외 외부강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특징적인 과목으로 멘토링(Mentoring) 수업이 있다. 멘토링은 사제관계와 상담의 복합적 의미의 행위로 수업은 교사(멘토)와 학생(멘티)들의 1대1 개인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사진에 대해 배우고 싶은 학생은 사진학과 대학생 자원교사와 짝을 이루어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 과목은 학생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가지고 있으며 긍정적인 어른모델을 제시해 주어 학생들의 의욕을 북돋아 준다. 씨앗학교는 서울시내 다른 대안학교들과의 교류차원에서 11월 1일부터 4일까지 '꿈틀학교','꿈꾸는 아이들의 학교' 등 5개 대안학교와 함께 '바람난 물망개'라는 이름으로 생태체험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성진경(씨앗학교 운영부장)씨는 "공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학생들은 시스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요즘 청소년들이 방황하는 가장 근본적인 뿌리는 가정에서 찾을 수 있다. 아이들이 바라는 학교도 가정 같은 울타리다."라고 말했다.
◆외국의 대안학교 사례 = 영국의 슈타이너학교, 러시아의 톨스토이학교, 일본의 기노쿠니학교
등 이들은 모두 세계적인 대안학교들이다. 슈타이너 학교는 독일의 교육 사상가인 루돌프 슈타
이너의 인지학을 기초로 하여 일반 과목에 음악과 미술, 시와 연극을 활용하는 예술적 교육방식
이 특징이다. 톨스토이의 교육 사상을 실천하는 톨스토이학교는 '삶의 윤리',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 등 인간과 세계의 이해를 돕는 교과목을 실험중이다. 일본 오사카 인근의 산 속에 있는
기노쿠니 학교는 '프로젝트 학습(공동 과제 수행학습)'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것은 학년에 관계
없이 같은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이 한 반을 이룬 뒤 목공이나 요리 등 하나의 학습 주제를 6개
월~1년에 걸쳐 수행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생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외국
대안학교들의 졸업생 대부분이 창의적인 직업을 가지고 사회와의 조화 속에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 대안학교들의 모델이 되고 있다.
◆문제점 = 우리나라 대안학교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재정문제와 학력인정문제가 있는데, 교육인적자원부에 의해 인가받지 못한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은 교육에 대한 세금을 내고 있음에도 세금에 맞는 1인당 교육비의 혜택을 전혀 받고 있지 않다. 대부분 학부모회에 의해 이끌어지고 있기에 그만큼 사교육비의 부담이 만만치 않고, 교사들 또한 일반 공립학교 교사들에 비해 겨우 최저임금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부모들의 급여상황에 따라 보내고 싶어도 못 보내는 경우도 있고, 장애인인 경우 시설이 부족해 받아들일 수 없어 몇몇 대안학교 교사들은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서울시 대안교육센터와 연계를 이루어 지원을 받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인건비로는 학습공간
의 확보는커녕 새로운 인력을 채용할 수 없는 대안학교도 많다. 비인가 대안학교들에 다니는
학생들은 학력이 인정되지 않고, 스스로 검정고시를 치러야 하는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가를 받는 문제에 있어서도 사실상 대안교육의 목적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제 1의 대안학교인 산청간디학교는 인가를 받은 후 대표적으로 평가의 도마에 올랐었다. 인가
를 받은 직후부턴, 학생들에게 국민 공통 교과목을 가르쳐야 했고 엄청난 문서처리에 허우적
거리며 시간낭비를 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학생들은 또다시 공교육의 틀 속으로 들어
가고 있었으며 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외부뿐만이 아닌 내부에서도 비판의 소리를 들으며
자체평가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아직까진 현실적인 방안이 없어 교사나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가를 받을 것인지 안할 것인지, 각 대안학교간의 선택에 달려있다. 의무교육을 행해야 하는 우리나라 초등교육법에 반해 대부분의 초등대안학교는 교육부인가를 받은 상태가 아니기에 법적으론 불법 단체다. 교육부차원에서는 대안교육이라는 흐름을 배려하고 현실적으로 끌어안겠다는 의도로 대안교육법에 대해 요즘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대안교육연대측은 이름만 대안교육법이지 실내용은 사실상 각종학교법이라며 적극 반대 하고 있다. 학교설립의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설립자의 재정이나 부동산을 고려하지 않기에 학교설립의 장애를 제거한 것처럼 보이지만 좀더 생각해보면 양지학원 등의 사설입시학원들도 학교를 준비 할 수 있고, 돈 많은 사업가가 귀족학교로 변질시키거나 혹은 지역에서 정치 좀 할려고 하는 사람들이 학교를 지어 교육자라는 이름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대안학교를 보내는 부모님들 중에서는 당장 내 아이만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부모들이 있어 대안교육의 이념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 대안교사들은 난처하게 된다.
◆대안교육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 이런 문제점들 속에서 대안학교들은 차라리 자율적으로
학교를 이끌어가려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적 대안의 뒤에는 반드시 돈이 아니더라도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지역사회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꿈틀자유초등학교는 학교의
물건들은 대부분 재활용품, 돌려쓰기 물건, 홈쇼핑으로부터의 자재지원 등등에 의해 스스로 꾸
려나가고 있다. 특히 '지역통화'라는 것이 있는데 예를 들어 유기농 야채를 하시는 분에게서
야채를 제공받고 아이들이 직접 그 밭을 같이 일구는, 돈이 없어도 물량과 노동력을 서로서로
제공해 줄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우학교를 다니고 있는 한 여학생(고2)의 어머니 박보혜(41)씨는 "학교인허가의 문제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중요하지 않는 부분일수도 있다. 요즘 아이들은 충분히 검정고시를 봐서 대학을 많이 간다. 지금 일반학교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제공하고 학생 각각의 가치관을 성립시켜 주진 않는다. 체험적인 교육은 없고 그저 익히기만 하기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학교는 제도권 교육에선 불가능하다."며 "대안학교는 말 그대로 대안적으로 되는 학교여야 한다." 고 말했다.
다른 대안학교의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부모님 교육이 자주 진행되고 있는데, 솔직히 부모들이 대안 학교의 취지를 좀 더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부모들은 입시 제도를 은근히 생각하고 있기에 부모들의 욕심과 자식들의 행동이 어긋나게 된다."고 말했다.
강지원(55)변호사와 김영란(46)대법관 슬하에 있는 두 딸 중, 큰딸(21)은 전남 담양의 대안학교
인 한빛고를 나와 현재 미국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 중이다. 작은딸(17) 역시 이우대안학교에
재학 중이다. 부모가 전형적인 엘리트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아이들만큼은 개성을 중시하는 교
육을 받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강변호사는 "자녀의 입시교육을 포기한다는 것, 굉장한 용기
가 필요한 일이다. 공교육이 입시위주로 진행되는 것은 부모 영향이 적지 않다. 요즘 청소년 문
제로 강연할 기회가 많은데, '자녀는 자녀대로 자기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취지
로 강연을 한다. 그러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막상 강연이 끝나고 '자녀가 대학입시
포기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면 '어떻게 입시를 포기하느냐'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
온다. 결국,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한다."고 전했다.
대안교육연대에 몸담고 있는 김수자(실무간사)씨는 "대안교육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도 대안교육에 대해 다양한 스펙트럼이 나오고 있다. 지금의 공교육은 필요 없기에 대안교육이
모델이 되어야 한다거나, 일반 공교육도 있고 직업학교도 있고 민중사관고등학교 등도 있는데
대안학교 역시 다양한 흐름중의 하나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전체의 교육상에서
대안교육의 몫만 하면 된다는 흐름도 있다."며 "확실한 건 모두들 현재의 우리나라 공교육이 변
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있고 그 위에 어떻게 실현되어야 할지에 대한 토론이 진행 중인 것
이다."라고 말했다. 국내유일의 대안대학인 녹색대학의 허병섭 총장대행은 "현재의 입시위주 교
육은 갈수록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교육인 만큼 하루빨리 생명과 환경을 창조, 개성을 키우
는 교육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안학교에 대한 수요가 있는 만큼 정부
에서 체계적으로 검토한 뒤 지원 방안 등을 현실 에 맞게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 2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조사결과, '대안학교를 다니며 삶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심이 생겼
다'는 질문에 62.4%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것이 바로 대안학교의 존재이유이자, 지향점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다음은 어느 기숙형 대안 중학교에 아들을 보낸 한 아빠가 혼자서 학교로 간
아이에게 보낸 편지글의 일부이다.
잘갔니? 너를 보내고 못내 궁금한 것이 있었다. 네가 '중학교표'를 끊었는지 꼼수를 부려 '초등학교 표'를 끊었는지 말이다. 만약에 내가 네 입장이었으면 당연히 초등학교 표를 끊어 2만 몇 천 원을 절약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버지 된 입장에서 자식에서 꼭 '중학생 표'를 끊어야 한다고 말하게 되는 것은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는 옛말과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꼭 중학교 표를 끊기 바란다. 그런 것 하나에서부터 네가 중학생다움을 키워가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가 찾은 교육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 속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순간순간 삶을 온전히 즐기며 여유롭게 살 수 있다면 제대로 길을 가는 것이리라. 그 길 앞에 대안교육이 꿈틀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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