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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유르에서의 하루
* 본 작품은 전국 공무원 문예 대전에서 동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이남석(소설가, 한맥문학 등단, 교교 교사)
1. 출발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아마도 내 영혼은 종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끌려 들어갔을 것이다. 내가 이 얘기를 하려는 까닭은 꼭 의도가 있어서도 아니며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위해서도 아니다. 세대를 거듭하며 구전되거나 아니면 후세인들의 입에 끊임없이 회자되기를 바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누군가는 인연을 만들고 다른 어떤 사람은 그것을 기록하거나 전해야 할 사명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억지로든, 아니면 자연스럽게 든.
지루한 장마에 벽지는 눅눅하고 문을 열 때마다 녹슨 돌쩌귀가 이빨 가는 소리를 내던 작년 여름이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당시 나는 자전거여행에 반은 미쳐 있었다. 여비가 없으며 영혼을 팔아먹어서라도 비용을 만들어 밖으로 나가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였으니 가히 나는 자전거여행 중독이라 할 만 했다.
처음 자전거 여행은 카라코람 하이웨이였다. 파키스탄과 중국을 연결하는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자전거로 횡단한 이후 나는 더욱 자전거 여행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나는 다음 여행지로 인디언 히말라야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라다크로 결정했다.
결심 후 모든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여행에 필요한 경비와 준비물들을 마련한 나는 마지막으로 론리플래닛을 배낭에 넣은 후 지체하지 않고 자전거와 함께 델리 행 비행기에 올랐다. 떠나는 날에는 엄청난 비가 내렸는데 하늘과 땅이 서로 뒤바뀌는 것 같았다. 지루하고 무거운 열세시간의 비행 끝에 나는 마침내 델리의 인디라간디공항에 도착했다. 델리에서 하루를 묵은 후 자전거 여행의 기점인 마날리까지는 버스로 이동했다.
히말라야가 시작되는 마날리에서 나는 폭포소리를 쫓아 멀리 꿈처럼 보이는 설산을 향해 자전거 페달을 돌리기 시작했다. 마날리로부터 레까지는 일주일이 걸렸다. 다시 레를 출발해 라마유르를 경유 카길까지 오는 동안 거의 모든 구간이 지옥과도 같은 힘든 여정이었다. 뱃가죽이 등에 붙고 살을 붙잡고 있던 뼈가 녹아 흘러내릴 정도로 여행은 혹독했다. 하지만 현란한 잔스카르의 풍광과 라다크 고원의 영적인 분위기에 마비되어 모든 고통이 행복한 꿈처럼 보일 정도였다. 특히 마날리에서 레까지 오는 동안에는 오천 미터를 넘나드는 높다란 고개를 세 개나 넘어야 했다.
대부분 고원에 텐트를 치거나 아니면 트러커들이 머무는 다바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잠자리에 들 때마다 나는 거의 매일 절벽으로 추락하거나 호흡곤란으로 죽음 직전까지 가는 악몽을 꿨다. 그 정도로 엄청난 고산병에 시달렸다. 밤에는 머리가 갈라질 것 같았으며 낮에는 허파가 터질듯 체력과 인내심은 바닥나기 시작했다. 레에서 스리나가르로 가는 길목에서 나는 여러 번 여행을 포기하려고 생각했었다.
고원의 빛이 산맥의 그림자를 끌어 평원에 놓자 멀리 우뚝 솟아있는 설산은 봉오리에 이고 있던 구름 띠를 거두어들이기 시작했다. 님무라는 조그만 마을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나는 계속 달렸다. 길 좌측으로 동행하던 우렁찬 계곡의 물소리가 흐릿해질 즈음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나는 마을이 나타날 때까지 두 시간 정도를 더 달려 경이로운 풍광의 라마유르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서 하루를 묵고 갈만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았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길 옆 상점에 들어가 한 노파에게 물었더니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라마유르에는 숙소가 없고 여기서 한 삼십여 킬로미터를 더 가야만 있다고 했다. 나는 정신을 놓은 채 하늘을 우러르다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모든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것도 삼십 킬로미터나.
“오늘은 날도 저물고 더 이상은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근처에 텐트를 칠만한 장소가 없을까요?”
“내가 보기에 젊은 분도 아닌 것 같은데 밖에서 잔다니 딱하십니다.”
“부탁드립니다. 어디 야영 할 자리가 있으면 안내해 주십시오.”
“텐트를 칠 곳이야 어디라도 없겠소? 당장 내 집 앞마당이라도 괜찮겠지만 텐트보다는 방에서 자야지요. 여기는 생각보다 밤 기온이 차가워요. 저기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오리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내가 간절하게 부탁하자 노파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방을 알아보려는 듯 불안해하는 나를 안심시켰다. 마침 길 건너편에 밀 타작을 끝내고 주변을 정리하던 농부들이 모여 있었는데 노파는 그 사람들에게로 걸어갔다. 아마도 이 가련하고 불쌍한 자전거 여행자를 재워줄만한 사람을 찾을 요량인 것 같았다. 노파는 몇몇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은 후 그 중 한 청년과 함께 다시 내게로 걸어왔다.
“자르카라는 사람이 당신을 재워주겠다고 합니다.”
“아! 고맙습니다.”
“이 사람을 따라가시오.”
노파의 소개가 끝나자 앞에 서 있던 청년은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피로에 지친 한 동양인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그는 가벼운 미소로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숙소를 구하지 못해 텐트에서 하루를 자야 할 이 절박한 상황에서 나는 염치고 뭐고 없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배낭을 멘 채 자전거를 일으켜 세운 후 청년을 따라갈 준비를 했다. 노파에게 거듭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청년을 바라보니 그는 이미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뭔가 청년에게 말은 걸어야 하겠는데 할 말이 마땅치가 않아 뚜벅뚜벅 걸어가는 청년의 뒤에다 대고 고맙다는 말만 했다. 청년은 그때마다 뒤를 돌아보며 괜찮다는 미소만 지었다. 백양나무가 열 지어 있는 곳에 세 채의 집이 있는데 그 중 두 번째가 청년의 집이었다. 저녁 빛에 반사된 백양나무 잎들은 약한 바람에도 흔들거렸다. 마치 일렁거리는 수면에 석양빛이 내려앉을 때의 반짝거림 같았다. 문 밖에서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안으로 들어간 청년은 누군가와 얘기를 주고받았다. 아마 청년의 어머니인 것 같았다. 잠시 후 청년은 나를 집 안으로 안내했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문 오른쪽에는 작은 스투파가 있고 계단 옆에는 여섯 개의 작은 마니차가 있었다. 거의 모든 라다크인들이 불교도인 점을 든다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집 안에까지 스투파와 마니차가 있는 것은 뜻밖이었다. 내가 묵을 방은 사방이 잘 보이고 바람이 시원하게 통하는 곳이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니, 못했습니다. 그런데 근처에 식당이라도 있다면.......”
“걱정 마십시오. 제가 저녁을 대접하겠습니다.”
나는 청년의 호의를 거절할 의도도 힘도 없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거의 매일 차파티와 인도식 라면인 매기 누들로 위장을 채웠다. 하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하는 고산 자전거 라이딩에는 턱없이 부족한 식사량이었다. 그나마 여행을 떠나기 전 집중적으로 육식을 하며 뱃살을 불려온 것으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라마유르에 도착해서는 내장에 쌓아놨던 비계도 모두 에너지로 써버려 체력은 임계점에 다다른 상태였다.
청년이 가져온 차파티와 난, 그리고 버터와 과일로 저녁식사를 마치자 여행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포만감을 느꼈다. 나는 자리에 벌러덩 누운 후 천장을 바라봤다. 편안함이 오히려 낯설었는지 정신은 둔탁해지고 명료했던 머릿속은 인더스의 탁류처럼 뿌옇게 변했다. 바로 그때 청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한국에서 오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자 청년은 얼굴이 밝아지면서 얼마 전까지 다소 서먹했던 것과는 달리 매우 편안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봤다.
“처음에는 당신이 일본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아닙니다. 한국에서 왔습니다. 마날리를 출발해 레를 거쳐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렇게 먼 길을 자전거로 오시다니, 대단하십니다.”
달이 떠오르려는지 창문 밖이 빛으로 번하였으며 이따금 들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에 떠 있는 듯 가까이 보이는 높은 언덕은 마치 낯선 행성의 표면 같았다. 청년은 오래 된 친구를 만난 듯 나를 대했다.
“제 이름은 자르카라고 합니다. 델리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지금은 집에 내려와 있지요. 라마유르에는 처음이신가요?”
“인도는 두 번째이지만 라다크는 첫 번째 여행입니다.”
“그러시군요. 라마유르 곰파는 들르셨나요?”
“아니오. 내일 출발 전에 들를 예정입니다.”
자르카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내 모습을 찬찬히 훑어봤다. 그 모습은 마치 자신과 나를 비교했을 때 어디 비슷한 구석이라도 있는지 찾아내려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쑥스러워 잠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라마유르에 살고 있는 우리 가문에 대를 이어서 소중하게 모시는 분이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그분에 대한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불쑥 찾아왔습니다.”
“소중한 분이요?”
“그렇습니다. 아마도 제 추측으로 그분은 수백 년 전에 조선에서 왔던 분 같습니다. 기록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 개인이 기록한 것들입니다. 그래서 그 내용들도 조금씩 다릅니다. 정확히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구전되는 얘기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집안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몇몇 분들은 틀림없이 그분은 조선에서 온 수행자라고 믿고 있습니다.”
자르카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뭔가 결심을 한 사람처럼 뒷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빼더니 창문을 열었다. 푸른 별들이 쏟아지면서 동시에 빙산 같은 바람이 밀려왔다. 다시 창문을 닫은 후 자리에 앉은 자르카는 라마유르에 전해지는 한 조선의 수행자에 관한 긴 얘기를 시작했다. 그는 그 수행자가 어디서 왔는지는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아마 지금의 한국인 조선쯤 될 거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희 아버지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라다크어를 가르치셨죠. 이 얘기는 내가 고등학교 때 아버지에게서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은 것이 없고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기 때문에 더욱 신비롭게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옛날 여기에 머물렀던 그 수행자는 이곳 사람이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해서 티베트 사람도 아니었답니다. 그러니 그는 분명 동쪽인 조선에서 왔을 가능성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승려의 이름이 '시엥후이'라고 전해지는 것을 보면 조선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군요.”
“그런데도 그 수행자에 관해 후대인들이 쓴 기록이 없습니까?”
“특별히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상상력을 동원해 적어놓은 것은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자기 나름대로 추측하고 상상해서 기록한 것들뿐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믿을만한 것은 없습니다. 비슷한 내용으로 구전만 될 뿐이지요. 그분이 머물렀던 곰파는 아직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자르카는 먼저 라마유르의 전설적인 수행자 시엥후이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했다. 자르카가 설명하는 태도가 얼마나 진지한지 나도 모르게 얘기에 빠져들었다. 자르카가 본격적으로 전설적인 조선인 수행자에 관한 얘기를 하는 동안 분위가나 말투가 매우 엄중했는데 마치 그 일을 사명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긴장이 풀리면서 누적된 피로에 자르카의 얘기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빨리 끝내고 자리에 눕고 싶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내일 아침 일찍 빠둠으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르카는 이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쉬운 말부터 천천히 시작했다.
“이 마을에 대대로 살고 있는 사람들 중 저희 집안사람들은 동쪽으로부터 온 수행자 시엥후이의 핏줄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 사람들은 부정하고 있지만 몇몇 사람들은 믿고 있으며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그에 관한 기록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없어지고 시엥후이가 머물렀던 곰파의 무너진 벽과 주추만 있을 뿐입니다.”
인도인을 닮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티베트인을 닮은 것도 아닌 자르카는 여독에 절은 이 낯선 자전거 여행자에게 동쪽으로부터 왔었다는 수행자 시엥후이에 관한 긴 얘기를 시작했다.
2. 동방의 별
물고기 비늘을 닮은 계곡의 붉은 바위가 저녁 빛을 받자 라마유르 곰파의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영탑을 돌던 사람들이 모두 걸음을 멈추었다. 그 바위의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보였으며 곧 튀어오를 것 같았다. 사람들은 붉은색으로 변한 물고기 바위가 자신을 쳐다보기를 간절하게 기도했다. 왜냐하면 축복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는 치앙빠라는 청년도 있었다. 그는 일찍 글을 터득했으며 사물의 변화에 의문이 많고 몹시 현실적이었다. 치앙빠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죽음에 대해 두려워했다. 그는 늘 사는 동안 병으로 고통 받지 않기를 소망했으며 누구보다도 오래 살고 싶어 했다. 치앙빠는 특히 라마유르 곰파의 수좌이며 고명한 승려인 캉충을 존숭했다.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활발하게 숨 쉬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현실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치앙빠의 어머니 판드라는 남편과 일찍 사별한 후 관습대로 죽은 남편의 형인 나칭라빠의 부인으로 살고 있었다. 판드라는 결혼하기 전부터 매우 총명했는데 문 밖에서 라마가 염송하는 경을 듣고 단번에 암기할 정도였다. 판드라는 딸 니앙뜨라와 아들 치앙빠 등 두 명의 자식을 데리고 남편의 형인 나칭라빠 밑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아직 젊었기 때문에 나칭라빠의 귀여움을 받았다. 판드라는 두 명의 자식과 함께 경제적으로 나칭라빠에게 의지하는 것이 몹시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나칭라빠는 동생의 아내였던 판드라와 두 명의 조카를 정성을 다해 거두었다. 나칭라빠는 라마유르에서 농토도 많이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열 마리가 넘는 야크까지 기르고 있어 부유한 편이였다. 그의 부인인 케샴샤는 아이가 없어 판드라와 그녀의 두 자식들을 정성을 다해 돌봤으며 남편의 행동을 잘 이해했다.
이런 판드라에게 두 번째 고통이 찾아왔다. 늦은 저녁 곰빠 순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치앙빠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자리에 누웠다. 처음에 판드라와 나칭라빠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치앙빠의 병은 위중해져 갔다. 자리에 누운 이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심지어 열이 오를 때는 물 한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치앙빠의 몸은 점점 마르기 시작하여 그 형상은 마치 굶은 들쥐와 같았다. 오직 두 눈만 빛날 뿐이었다.
“죽음이 두렵습니다, 어머니!”
“너는 죽지 않는다.”
“어머니! 그 말은 맞지 않습니다. 위대한 나로빠의 제자인 캉충 라마께서는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고 했습니다. 언제 어디에 있던지 죽음을 피할 방법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판드라는 오히려 자신을 위로하는 아들의 손을 잡고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흘릴 눈물조차 없었다. 하지만 아들의 말을 듣고 다시 눈물이 흘렀다. 지금껏 자신의 모든 희망이나 마찬가지였던 아들이 죽는다는 것은 믿을 수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판드라는 눈물을 닦은 후 해가 지기 전 물고기 바위를 보기 위해 라마유르 곰빠의 언덕 높은 곳에 있는 영탑으로 갔다. 이제 그녀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오직 영탑을 돌면서 기도를 하다가 마지막햇빛이 내려앉을 때 물고기 바위를 보면서 소원을 비는 것이었다.
사람들 틈에 끼어 영탑을 돌다가 마침내 해가 알치 설산에 걸리자 그 창날 같은 빛은 여지없이 물고기 바위를 붉은색으로 바꾸어버렸다. 판드라는 그 자리에서 바로 몸의 다섯 부분을 땅에 댄 채 물고기 바위와 알치 설산에 경배했다. 함께 탑을 돌던 사람들은 판드라가 왜 저토록 몸서리를 칠 정도로 물고기 바위를 향해 경배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바로 그때 한 사람이 소리를 질렀다.
“저기를 좀 봐! 누군가 물고기 바위 옆으로 한 사람이 내려오고 있어!”
“지금 이때 저 신성한 바위에 갈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도대체 누구지? 여기 사는 사람은 아닌 게 분명해! 점점 이쪽으로 오고 있어!”
판드라를 비롯해 영탑을 돌고 있던 사람들은 물고기 바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오고 있는 한 낯선 사람을 발견했다. 모두들 놀란 나머지 걸음을 멈춘 채 조심스럽게 낯선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 빛이 들 때는 누구도 신성한 물고기 바위로 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니 마을로 내려오고 있는 사람은 이곳 사람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낯선 사람은 곧바로 마을로 들어왔는데 사람들은 그를 몹시 경계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낯선 사람이 물고기 바위를 넘어서 라마유르에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이따금 빠둠이나 카길, 멀리는 레로부터 상인들이나 구법승들이 오는 경우는 있었지만 방금 도착한 낯선 사람은 구법승도 상인도 아니었다. 더구나 얼굴 모양도 이곳 사람이 아니었다. 간결한 어깨와 가느다란 다리, 심하게 한쪽으로 기운 자세와 오른손에 든 나무막대, 볼품없이 큰 얼굴에 많이 튀어나온 광대뼈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은 고초를 겪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더구나 긴 머리카락은 바람이 불때마다 말갈기처럼 흩날렸다. 얼굴은 평화로웠으나 속병이 있는 사람처럼 표정 안쪽으로 깊은 슬픔이 매달려 있었다. 마치 고통과 불행을 억지로 참고 있는 사람 같았다.
“먹을 것을 구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이곳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어디서 온 사람이며 무슨 이유로 여기에 왔습니까?”
“동방의 조그만 나라에서 왔으며 수행자입니다.”
“동방의 조그만 나라?”
“예. 동쪽에 있는 작은 나라입니다.”
“나는 자신을 수행자라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지만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이오.”
그는 놀랍게도 위굴어와 범어를 모두 할 줄 알았는데 마을의 수장은 처음과는 달리 그가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시엥후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정확한 이름은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곳 사람들의 억양으로 부른 이름이기 때문이었다. 시엥후이는 오직 수행을 목적으로 태어나 살던 곳을 떠나왔다고 했다.
“고향에서 출가를 한 후 더 많은 공부를 하기 위해 천축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뿐입니다.”
“그러면 당신이 라마란 말이오?”
“여기서는 출가 한 사람을 라마라고 합니까?”
“그렇소.”
“출가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깨달음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동방국의 시엥후이는 라마유르에 머무르게 되었다. 물론 그는 더 남쪽으로 내려가고 싶어 했지만 그러기에는 체력이 너무 쇠약해져 있었다. 시엥후이는 인더스를 건넌 것만으로도 천운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라마유르의 풍광이 수려하고 영적인데다가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도 호의적이었던지라 시엥후이는 마음을 바꾸어 이곳에 더 머물기를 원했다.
“이 마을로 오다 보니 좀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큰 바위절벽 옆에 있는 사원 하나를 봤습니다.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던데 허락하신다면 그 사원에 잠시 머물고 싶습니다.”
“거기는 아무도 가기를 꺼려하는 곳이오. 불길한 곳이지요.”
“괜찮습니다.”
시엥후이는 마을의 수장에게 허락을 얻어 물고기 바위에서 한 마장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외벽이 거의 허물어져 폐허가 된 치왁 곰파에 머물렀다. 원래 치왁 곰파는 라마유르 곰파에 소속된 작은 사원이었다. 죽은 사람을 독수리에게 보시하기 위해 천장터로 가던 중 시신을 임시로 안치하던 곳이었다. 때문에 라마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면서 치왁 곰파를 지키고 있었는데 지금은 빈 사원이 된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라마유르 사원에서 수행하던 파르융이라는 라마가 불경한 짓을 하고 치왁 곰파로 쫓겨나 죽은 자들을 위해 경을 염송해주는 역할을 했었다. 원래 라마유르 사원에서 큰 스승 캉충 다음으로 수좌였던 그는 캉충과의 불완전한 관계로 며칠을 고통스러워 하다가 치왁곰파로 쫓겨났다. 그 후 알 수 없는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파르융이 죽자 치왁 곰파는 누구도 가지 않는 빈 사원이 되었다. 그런데 시엥후이가 바로 모두가 가기를 꺼려하고 두려워하는 치왁 곰파에 머무르겠다고 하니 수장도 말리지 못했다.
시엥후이는 열흘에 한번 정도 마을로 내려와 먹을 것을 구했다. 마을사람들은 시엥후이가 자신들이 그토록 가기를 두려워하는 치왁 곰파에 머무르는 것에 몹시 놀라워했다. 평소 마을 사람들은 그곳에 가면 자살한 파르융의 귀신이 나타나 불행한 일을 당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런 불길하고 으스스한 곳에 혼자 머무는 시엥후이가 보통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마을로 음식을 구하러 오면 기꺼이 보시했다.
“제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음식으로 생명을 보전할 뿐입니다. 미안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알치 설산에 뜬 달이 벼린 쟁기의 보습처럼 찬 빛을 뿌리던 어느 날 늦은 저녁, 마을에서 구걸한 음식을 가지고 곰파로 올라가고 있던 시엥후이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판드라였다. 망망한 바다 같은 하늘은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다. 은 쟁반을 닮은 달은 길과 언덕, 그리고 가까운 라마유르 곰파와 먼 곳의 물고기 바위에 창백한 빛을 쏟아 부었다. 판드라는 시엥후이에게 앓아누워 죽을 날만 기다리는 아들 치앙빠 얘기를 했다.
“오! 라마시여! 제 아들 치앙빠를 만나주십시오.”
“만약 고명한 라마를 만나시기를 원하신다면 제가 듣기로는 라마유르의 캉충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그분이시라면 당신의 아들에게 신이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저는 어떤 신력도 영험한 힘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목숨을 끊어지는 날까지 생명을 보전할 음식만을 탐하는 사람이지요.”
하지만 그녀는 이미 시엥후이에 대해 믿음이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누구도 가기를 꺼려하는 치왁의 시엥후이에게 갈 수가 없었다. 판드라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까지 모두 동원하여 아들의 병을 고쳐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그간 기회를 엿보다가 시엥후이에게 온 것이다. 그녀는 시엥후이가 라마유르에 나타난 이후로 계속 그를 관찰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범상치 않아 보이는 낯선 이방인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언덕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판드라의 눈은 이미 달빛을 품은 채 물기로 반짝거렸다.
“부탁입니다.”
“저는 병든 사람을 고칠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도 제 아들을 한 번만 만나 주십시오. 부디 제 마음을 헤아려 주십시오. 제 청을 물리치지 말아주십시오.”
시엥후이는 판드라의 부탁을 받고 매우 괴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드라는 이미 시엥후이가 뭔가 기적이라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 시엥후이는 바로 이런 판드라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시엥후이는 거듭해서 자신은 그저 평범한 수행자로 스스로의 고통도 참지 못하며 욕망은 끓어 넘치니 오히려 아들을 만난다면 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판드라의 청은 너무도 간곡했다.
“세상이 넓지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 사람이 저란 말씀입니까?”
“그런 믿음이 없다면 어떻게 이런 청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음침한 어두움이 쇠처럼 무겁게 누르는 방 한편에 치앙빠가 누워 있었다. 시엥후이는 판드라에게 양유 등잔을 가져오라고 했다. 판드라는 치앙빠가 불빛에 자신의 얼굴이 드러나는 것을 대단히 싫어한다고 했다. 그러자 시엥후이는 등잔을 포기하고 어두운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치앙빠에게 다가갔다. 살점이 붙어있는 야크의 두개골이 부패할 때 나는 냄새가 방 안에 가득했다. 시엥후이가 숨소리를 죽이자 그제야 풀이 흔들릴 때 나는 소리 같은 치앙빠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머니로부터 당신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치앙빠는 자기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시엥후이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밖에서 묻어온 냄새가 방 안의 악취와 섞였다. 지독한 냄새가 기도를 막을 것 같았지만 시엥후이는 개의치 않았다. 치앙빠는 시엥후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입 대신 눈이 얘기를 하고 있었으며 시엥후이는 그것을 읽었다.
“이미 정해진 길로부터 방향을 돌리는 것은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죽는 것은 두렵습니다.”
“저 역시 죽음이 두려우며 무섭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도 가기를 두려워하는 치왁 곰파에 머물고 있잖습니까. 파르융이 치왁에서 죽기 전만 하더라도 천장터로 가는 망자들이 머물던 곳이었습니다. 제가 병이 나서 자리에 눕기 전에는 그곳에 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 한 번도 치왁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오직 죽은 사람들만 들르는 곳이기 때문이었죠. 그곳에 가서 살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곳에 머물면서 죽음을 무섭다고 하시니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출가하기 위해 처음 집을 나올 때만 해도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았습니다.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라마께서는 왜 지금은 죽음을 두려워하십니까?”
“여기까지 오면서 육체와 마음에 걸림돌이 만들어질 때마다 수 없이 경을 염송했습니다. 번뇌가 차오를 때마다 명상과 사유도 많이 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저는 그동안 망상의 바다만 헤엄쳤습니다. 그리고 이후로 죽음의 공포가 찾아왔습니다. 저 역시 밤이 무서우며 추위와 배고픔이 고통스러울 뿐이지요.”
“그런데 왜 당신은 아직도 힘들게 수행을 하고 있습니까?”
“수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수행하는 척 할 뿐입니다.”
“나는 전혀 당신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시엥후이는 치앙빠와 몇 마디 얘기를 더 나누다가 밖으로 나왔다. 그는 판드라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치왁 곰파로 돌아갔다. 판드라는 시엥후이가 별다른 말도 없이 그대로 돌아간 것에 몹시 실망했다.
첫눈이 내리고 고원의 풀들이 스러져가기 시작하던 어느 날이었다. 무너진 곰파의 문을 고치고 겨울을 나기 위한 땔감을 구하기 위해 시엥후이는 곰파에서 나왔다. 그는 주변에서 죽은 향목의 가지와 야크 배설물을 줍기 시작했다. 피부는 짙은 갈색으로 탈색되었으며 가죽을 입은 것 같은 가느다란 뼈는 햇빛에 마른 쐐기풀 같았다. 더구나 물고기 바위 건너편 언덕을 올라가 죽은 향목의 뿌리를 캐려다가 바위에서 구르는 바람에 왼쪽 팔이 부러졌다. 어렵게 회복은 했지만 그는 더 이상 왼팔을 쓰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은 시엥후이가 분명 이번 겨울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왼팔을 쓰지 못하게 되자 시엥후이의 안색은 예전보다 더 창백해지고 우울했으며 눈은 절망으로 가득했다.
라마유르 곰빠위에 몰려있는 구름을 쳐다보며 시엥후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목표가 모두 부질없다는 걸 깨달았다. 발밑에 떨어진 마른 나무 등걸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히는데 긴 그림자와 함께 인기척을 느꼈다.
“아들이 당신 뵙기를 청합니다.”
앞에는 뜻밖에도 판드라가 서 있었다. 이곳 마을 사람이, 더구나 그것도 여인이 두 번씩이나 치왁 곰파에 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간절한 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예전에 만났을 때처럼 눈빛이 절망적이지 않았다. 그녀는 가지고 온 음식을 앞에 내려놓고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했다.
“당신이 돌아간 뒤 치앙빠는 늘 당신 얘기를 했습니다. 자신 말고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한 번 더 만나서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그날 이후 처음으로 얼굴빛이 달라졌습니다. 때가 되면 배가 고프다면서 먼저 음식을 가져다 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치앙빠의 병이 완전하게 나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밖으로 나와 조금씩 걷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치앙빠가 여기로 와서 당신을 뵙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저나 아들이 여기로 왔다는 것을 남편이 알면 싫어할 것입니다. 마을사람들 역시 크게 술렁일 겁니다.”
시엥후이는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준 음식에 대한 답례만 했다. 시엥후이는 자신이 치앙빠에게 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시엥후이는 마침 허기가 들었던지라 그 자리에서 판드라가 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돌아가려던 판드라는 자신의 얘기에는 전혀 주목하지 않고 오직 음식에만 집중하는 시엥후이가 불만이면서도 한편으로 측은했다. 그녀는 다시 시엥후이에게 다가갔다. 시엥후이는 오직 식사를 하는 데만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당신이 살던 마을은 여기서 얼마나 먼가요?”
“수 없이 많은 강과 높은 산맥, 그리고 뜨거운 모래가 있는 넓은 사막을 지나야 합니다. 내가 태어난 곳은 봄, 여름, 그리고 겨울이 반복되는 아름다운 곳이죠. 아마 부모님은 지금 모두 돌아가셨을 겁니다.”
“가고 싶지 않은가요?”
“가고 싶지요. 떠나온 것이 후회가 됩니다. 그러나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습니다.”
“후회할 것을 왜 떠났습니까?”
“.......”
판드라는 돌아갔다. 시엥후이는 곰파의 문을 닫고 여러 날 동안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추위는 더욱 드세져 가지고 있는 옷으로는 견디기가 매우 힘들었다. 쉬지 않고 불을 피웠지만 가혹한 추위의 몽둥이를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산 봉오리 밑으로는 이따금 치루들이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렸으며 밤에는 늑대들이 울부짖는 소리도 들려왔다.
흰 눈이 얇게 대지를 덮은 어느 날이었다. 시엥후이는 먹을 것을 구걸하러 마을로 가기 위해 곰파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사방은 모두 흰 빛이었으며 멀리 알치 설산은 더욱 영적이고 신묘했다.
시엥후이는 여러 날을 굶었으며 땔감도 떨어져 당장 그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굶어 죽거나 얼어 죽을 판이었다. 왼손은 겨우 움직일 만 했지만 아직도 불편했다. 그는 곰파 앞에서 한 발자국을 떼고는 곧 비틀 거렸다. 곰파의 기둥을 잡고 간신히 버틴 그는 알치 설산을 바라보며 주르르 눈물을 흘렸다. 한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막 언덕을 내려가려 하는데 멀리서 누군가가 곰파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무시하고 그냥 내려가려 하는데 자세히 보니 그는 분명 판드라였다. 그녀는 양 손에 무엇인가 잔뜩 들고 있었으며 매우 빠른 걸음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것은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양가죽으로 만든 옷입니다.”
판드라는 가지고 온 옷과 마른 야크고기, 그리고 참파를 내려놓았다. 그녀는 누구도 오기를 꺼려하는 치왁 곰파에 벌써 세 번이나 올라왔다. 처음 왔을 때와는 달리 그녀는 훨씬 명랑한 얼굴이었다. 시엥후이는 남아있던 땔감으로 불을 피우고 그녀가 건넨 겨울옷을 입었다.
“그날 돌아가 당신에게서 들을 얘기를 아들에게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더니 치앙빠는 놀라면서도 한편으로 더욱 당신을 보고자 했습니다. 내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당신이 보통의 수행자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엄청난 힘이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당신을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방 안에서 나와 마당을 걸어 다니기도 하고 조금씩 웃음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마 얼마 후에는 당신을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쓸데없는 일입니다.”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는 겁니까?”
“신비함이나 경이로움 같은 것은 모두가 망념이며 환상이기 때문입니다. 신념이 약해지거나 욕심이 많아지면 그런 것들을 믿게 됩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희망이 기쁨을 줄 수도 있지만 잠시 뿐입니다. 희망은 곧 실망과 절망으로 바뀌지요. 경전의 말씀이 모두가 희망이지만 진실로 깨닫지 못한다면 그건 모두 실현 불가능한 관념일 뿐입니다. 그것에서 빠져나오는 것이야말로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판드라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시엥후이의 눈을 보았다. 조금 전 자신이 준 옷을 입고 한결 안색이 밝아졌다. 하지만 그가 늘 지니고 있던 슬픔과 고통을 인내하는 것 같은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시엥후이는 방금 흘렸던 눈물자국이 그대로 볼에 남아 있었다.
“눈물을 흘렸었군요.”
“.......”
“무엇이 당신을 슬프게 만들었습니까?”
“.......”
시엥후이는 자리에 앉은 채로 말린 야크고기를 먹었다. 판드라는 더 가까이 시엥후이에게 다가갔다. 식사가 끝나자 판드라가 시엥후이의 손을 잡았다. 시엥후이는 그녀의 손을 거부하지 않았다. 곰파 안은 자살한 파르융이 남긴 그릇과 경전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다. 시엥후이는 그 어느 것도 고인의 물건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나는 당신이 다른 어떤 라마보다도 고귀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나는 그걸 믿을 수 없습니다.”
“내가 믿고 있지요.”
판드라는 시엥후이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두 손으로 시엥후이를 껴안았다. 시엥후이의 몸은 마치 불을 붙이기만 하면 순식간에 타버릴 것 같은 삭은 백양나무 가지와 같았다. 시엥후이는 처음으로 한 여인의 따뜻한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기울어진 벽에 붙어있는 탕가 속 나한이 불타는 눈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으며 문틈을 째고 들어온 바람이 악마의 신음처럼 소리를 질렀다. 물고기 바위로부터 몰려온 구름은 약간의 눈만 뿌리고 동쪽으로 물러갔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구름이 만든 그림자가 계곡과 언덕 위를 쏜살같이 지나갔다.
시엥후이가 두 번째로 치앙빠를 만난 것은 알치 설산의 그림자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새해 첫날이었다. 그날은 치앙빠의 큰아버지인 나칭라빠가 직접 시엥후이를 초청했다. 시엥후이가 여러 번 사양하였지만 나칭라빠 역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집안사람들이 모여 새해맞이를 하는 가운데 시엥후이는 음식과 옷을 선물로 받았다. 모두들 시엥후이를 특별한 수행자라고 생각했다. 치앙빠가 시엥후이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수행자께서는 언제쯤 곰파를 내려올 생각이십니까?”
“날이 따뜻해지면 남쪽으로 더 내려가 볼 생각입니다. 그러나 가망이 없을 것 같군요.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것이 목표지만 아직 그러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합니다.”
“제가 몸을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때 직접 찾아뵐까 합니다.”
“내가 보기에 그대의 어머니도 훌륭한 스승입니다.”
“어머니는 저를 위해 무엇이든 하신 분입니다. 바로 그 어머니로부터 당신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영혼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어머니 말씀은 늘 옳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직 나만 죽음에 대하여 두려워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조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저를 위해 게송 하나를 들려주시겠습니까?”
시엥후이는 치앙빠의 생각이 자연스러워 마치 자신의 청년시절을 돌아보는 것 같았다. 눈을 감자 안에서 뜨거운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누군가 이 순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시엥후이는 망설이지 않고 판드라라고 말했을 것이다. 치앙빠에게 들려줄 게송을 떠올려 봤지만 앞은 깜깜했다. 호흡을 가다듬은 후 마침내 입을 열었다.
고귀한 서쪽의 보배
눈 먼 구법승은 오직 해가 지는 쪽으로 걸어갔다.
타클라마칸의 모래바다에서 절망을 깨달았으며
티엔샨의 깊은 동굴에서 두려움을 이해했지.
이제 인더스를 건너
마침내 법의 바다에 도착했건만
죽음은
아직도 건널 수 없는 다리
삼보가 훌륭하지만
아직 내게는 무거운 짐일 뿐.
시엥후이는 스스로 부른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로 이런 내용이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아직도 구법의 불씨가 남아있는 심장으로부터 나온 노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치앙빠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시엥후이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뜻을 정확하게 헤아릴 수는 없지만 아마 오늘 밤이 지나고 내일이 되면 알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대가 마음에 듭니다. 비록 육체는 힘들고 버티기 힘들지만 그것으로부터 무너지는 정신을 지키려는 의지야말로 그대의 큰 장점입니다.”
“그 말씀 역시 내일 아침이 되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엥후이는 치앙빠와 꽤 긴 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치앙빠가 말하고 시엥후이가 듣는 형식이었다. 빛이 늘어지자 시엥후이는 치앙빠와 헤어져 밖으로 나왔다. 판드라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시엥후이에게 합장했다. 봄을 기다리기에는 아직도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판드라는 이미 자신의 심장이 뜨거워지고 마침내 끓고 있음을 깨달았다. 시엥후이 역시 판드라를 향해 뻗은 손을 거두어들이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죽음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운명조차 의심하고 부정하는 모습에서 그는 수행자이기 이전에 한 평범한 인간일 뿐이었다. 판드라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시엥후이에 관한 얘기는 마을 전체에 퍼졌으며 라마유르 곰파의 고명한 승려 캉충에게까지 전해졌다. 캉충은 대단한 근기를 가진 승려로서 카길이나 빠둠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에서 그에게 배우고자 하는 학승들이 몰려들었다. 그동안 시엥후이에 관한 소문은 조금 복잡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그가 캉충을 능가할만한 법력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가 죽은 파르융의 현신으로 매우 사악한 기운을 품고 있기에 경계해야 할 인물이라고도 했다. 특히 그가 마을에 내려오는 이유는 음식을 구걸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치앙빠의 어머니인 판드라를 만나기 위해서라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라마유르 곰파에는 삼백여 명 이상의 라마들이 있었다. 시엥후이에 관한 소문을 들은 사원의 큰 스승 캉충이 시엥후이를 찾아가기로 결심하자 주변의 라마들이 말렸다. 캉충은 물론이고 사원의 라마들 대부분이 캉충과 다투고 밀실에 갇혀 있다가 치왁 곰파로 쫓겨난 후 그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파르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캉충과의 지혜를 대결하는 과정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후 스스로 분을 이기지 못한 파르융은 대부분 라마들에게는 이단, 아니면 라마의 옷을 입은 악마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러니 파르융이 머물렀던 치왁 곰파를 찾아가겠다는 캉충을 말렸던 것이다.
“파르융은 원래 뵌의 사제였다. 비록 파르융의 결말은 불행하게 됐지만 그는 분명 근기와 지혜가 뛰어난 사람이었다. 나는 그 사람을 사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캉충은 가지 말라고 말리는 라마들에게 이렇게 말한 후 곧바로 치왁 곰파에 머물고 있는 시엥후이를 찾아갔다. 캉충이 치왁 곰파에 도착했을 때 시엥후이는 마침 불을 피우고 있는 중이었다. 캉충이 공손하게 예를 갖추자 시엥후이 역시 합장을 했다. 시엥후이는 불이 잘 붙지 않는 야크 배설물과 마른 향목의 가지를 뒤적이면서 끙끙대고 있었다. 캉충은 계속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마침내 불이 붙자 그제야 시엥후이는 캉충을 안으로 안내했다. 캉충은 단정하고 무표정 했다. 어깨로 흘러내린 승복의 선홍색 빛이 그의 얼굴과 잘 어울렸다.
“이런 누추한 곳에서 지내시는 것이 힘들지 않습니까?”
“춥고 고통스러우며 어둡습니다. 명상을 하다가도 떨치기 힘든 번뇌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땅히 여기밖에 있을 곳이 없습니다.”
“갑자기 당신이 마치 죽은 파르융의 현신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곳에서 열반한 파르융이란 라마에 관해서 들은바가 있습니다. 어떻게 제가 그분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분처럼 엄청난 도력이나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을만한 법력이 없습니다. 또한 기적이나 인연을 믿지 않지요. 그것은 아직도 수행이 모자라기 때문일 겁니다. 나는 동쪽에서 출발해 길을 따라 여기까지 온 평범한 구법승일 뿐입니다.”
“당신에 관한 소문은 이미 들었습니다. 역시 틀림이 없군요.”
“나는 매일 한 끼를 걱정할 정도로 배가 고픕니다. 밤에는 추위 때문에 몇 번씩 잠에서 깨기도 하지요. 이 먼 길을 떠나온 것이 후회스러우며 다시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음이 슬플 뿐입니다. 아! 수행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것입니까! 수행자라는 망상으로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헛되이 보냈습니다. 만약 다시 현생에 태어난다면 결코 이 길을 밟지 않을 것입니다.”
예측하지 못한 시엥후이의 대답에 캉충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캉충이 계속 침묵하자 시엥후이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파도를 잠재우는 해변처럼 두 사람은 침묵이라는 파도를 몸으로 받아냈다.
“날을 잡아 당신을 라마유르 사원에 초청하겠습니다. 제가 사람을 보낼 테니 거절하지 마시고 꼭 오시기 바랍니다.”
“제가 어떻게 라마의 청을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두 발이 있기에 갈 수는 있지만 오히려 라마께 불편만 드릴 수 있습니다. 그게 두려울 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당신은 훌륭한 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당신과 함께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캉충은 스스로 짊어지고 온 짐을 내려놓지도 못한 채 돌아갔다. 캉충이 치왁 곰파의 시엥후이를 찾아갔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라마유르 마을 전체에 퍼졌다. 이후로 시엥후이는 마을에 내려가지 않았다. 사나운 물이 강바닥에 뿌리를 내린 수초의 줄기와 잎을 흔들었지만 뿌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캉충의 명을 받은 라마가 치왁 곰파로 갔다. 시엥후이는 캉충이 얼마 안가서 자신을 부르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시엥후이가 라마유르 곰파에 도착하자 그곳에서 수행하는 라마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강충이 치왁 곰파로 시엥후이를 찾아간 것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낯선 이방인을 곰파의 가장 높은 스승이 초대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일부 라마들 사이에는 이 일로 인해 곰파에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미 오래 전에 파르융이 캉충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분란을 만들고 쫓겨난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가 당신이 있을 방입니다.”
안내하는 라마를 따라 낮은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자 여러 개의 방이 나왔는데 그 중 가장 안쪽에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시엥후이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라마가 시키는 대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북쪽을 향해 문이 난 방으로 습하고 몹시 추웠다.
“만약 누군가 부르러 오지 않으면 당분간 이 방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무슨 말입니까?”
“이 방 안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문이 닫히자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전부인 방 안은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바로 캉충과 대면하지 않고 어둡고 습한 방에서 기다리라는 말에 시엥후이는 의문이 들었다. 문을 밀어봤지만 밖에서 잠갔기 때문에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시엥후이는 자신이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두렵고 사지가 떨리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벽을 잡고 나는 파르융의 현신도 아니며 죄가 없다고 큰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의 사정을 듣고 문을 열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벽밖에 없었다. 시엥후이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미 수 없이 많은 고통을 겪으며 단련될 대로 단련되어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히 주변을 정리한 후 다시 자리에 앉아 벽을 바라봤다. 시엥후이는 이곳이 자신의 구법여정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직감했다. 눈을 감고 하나의 주제를 정해 생각이 모아지도록 집중하기 시작했다. 창문은 잠깐 환해졌다가 곧이어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잠시 후 그 느낌도 사라졌다.
시엥후이는 점점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토록 치열한 구법의 여정을 경험했지만 이처럼 마음이 평화로워지기는 처음이었다. 무슨 원인이 이렇게 만들었는지 생각하다가 깜짝 놀랐다. 바로 그 한 가지 원인에 골몰하려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바로 모든 고통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깨달았다.
이틀이 지난 것 같았지만 아무도 방에 오지 않았다. 시엥후이는 몹시 배가 고팠다. 갈증은 정도를 넘어섰다. 하지만 어디에도 물과 먹을 것은 없었으며 누구도 가져다주지 않았다. 자리에 누울 때마다 꿈조차 없는 깊은 잠에 빠졌다. 잠에서 일어나면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창문 밖에는 사각형의 하늘만 시간에 따라 변할 뿐이었다. 시엥후이는 뭔가 자신의 정신에서 큰 혁명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생각은 방 안의 벽을 넘어 무한대로 확장되었다. 창문과 벽이 오직 그의 도반이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삼일이 넘어서자 머리는 텅 비어가고 육체를 지탱하던 뼈들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정신은 명료했지만 주변이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 천장은 조금 낮아진 것 같았으며 심한 갈증과 굶주림으로 오장은 이미 자신의 살점들을 먹기 시작했다. 시엥후이는 곧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깨 너머로 판드라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놀란 시엥후이는 그녀에게 손을 뻗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졌다.
“일어나시오.”
“당신은 누굽니까?”
“파르융입니다.”
시엥후이는 놀라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파르융을 알고 있었으며 잠시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는 것 같았다. 라마복을 걸친 파르융은 시엥후이를 똑바로 쳐다봤다.
“치왁에서 열반하신 라마에 대해서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무슨 일로 나를 찾아오셨습니까? 이곳의 스승인 캉충은 나를 라마의 현신이 아니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캉충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시엥후이! 당신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그 말은 거짓일 수도 있지만 진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캉충이 저를 이곳에 가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캉충은 자신보다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이 독방에 감금한 것입니다. 머지않아 당신도 내 운명이 될 겁니다.”
파르융은 시엥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미 다 알고 있듯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시엥후이는 불안했지만 파르융이 여기에 온 것은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라마시어! 나는 보잘것없는 수행자이며 결코 현명하거나 지혜롭지도 않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몸은 피폐할 대로 피폐하여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사람입니다. 위대한 스승 캉충이 그런 나를 미워한다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보살이며 현자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치왁에서 단 한 번 만났을 뿐입니다.”
“캉충은 대단히 명민하고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단 몇 번의 대화로 이미 당신 마음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수행의 이론은 알고 있지만 그 실천을 소홀히 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늘 그 점을 캉충에게 충고했습니다. 하지만 캉충은 내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내가 뵌의 사제였다는 걸 늘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파르융은 담담한 말로 과거 자신과 캉충과의 관계를 설명했다. 날카롭게 선 콧날과 움푹 들어간 볼에 선홍색 라마복을 걸친 파르융은 백양나무가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듯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러면 라마께서는 어떻게 치왁 곰파로 가게 되었으며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당신은 아직도 내가 자살을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나는 라마유르 곰파에서 캉충 다음으로 수좌였습니다. 하지만 캉충의 미움을 받아 이 독방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감금되어 있었습니다. 혹독한 굶주림으로 내 스스로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지요. 곧 죽음에 이를 정도로 몸은 쇠약해져 있었습니다. 그러자 캉충은 라마들을 시켜 나를 치왁 곰파로 옮겼습니다. 결국 치왁에서 보름을 버티지 못하고 숨을 거뒀습니다. 그러나 나는 캉충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다른 라마들을 감동시키고 그들의 신심을 굳게 만드는 힘이 있었지요. 나는 그런 캉충을 위해 내가 한 발 물러섰다는 생각으로 캉충의 학대를 참았습니다. 치왁에 머물면서 나는 오직 내 스스로를 완성시키고 믿음의 꼭대기에서 열반에 이르기까지 내적 행복만을 위해 명상했습니다.”
“하지만 라마께서는 그런 당신의 믿음을 오직 스스로만 깨닫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하지 못한 채 열반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저 혼자만이라도 행복의 문을 열었으니 만족합니다. 치왁에 있는 동안 몇몇 사람들과 라마들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라마유르 독방에서의 굶주림과 캉충과의 관계를 알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사람들에게 더 큰 혼란을 주고 믿음을 부정하게 만든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시엥후이는 이 모든 과정들의 정점은 욕망이며 자신이 탄 수레조차도 이런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파르융은 잔잔한 미소로 시엥후이를 바라봤다.
“라마시여!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나는 동방에서부터 이곳까지 오는 동안 수행자라는 이름만을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내 곁에 따라오는 고통을 참으면서도 나는 수행자이니 그 모든 고통을 참아야 한다는 방법으로 넘겼습니다. 그러니 진심으로 내 자신의 행복을 찾지 못했던 것입니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누군가 단 한 사람, 동방의 현자가 내 뜻을 알아주리라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한 사람의 힘으로 진정한 수행자의 길이 무엇이고 그가 바로 누구인지 기록해 주리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나는 마침내 그 고귀한 수행자를 찾은 것입니다.”
“라마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오히려 제게 부담입니다.”
“캉충은 당신이 라마유르에 와 치왁에 머물자 곧 나의 현신이라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그걸 확인하기 위해 치왁으로 갔던 겁니다. 그리고 당신과의 몇 마디 대화를 통해 그 믿음이 확실해지자 나와 똑같은 길을 가도록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나를 이 방에 가둔 후 물 한모금도 주지 않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대답을 마친 파르융은 붉은색 선홍색 라마복을 두 손으로 받쳐 든 후 가벼운 미소와 함께 흰 빛이 쏟아지는 반대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시엥후이는 마지막 질문을 하기 위해 뒤따라가려고 일어섰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지만 입만 움직일 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희미해져가는 의식을 찾으려 오른손으로 심장을 눌렀다. 하지만 그곳은 심장이 아니라 방바닥이었다. 부드러운 물건이 손에 잡혔지만 알 수 없었다. 창문에는 별들만 촘촘하게 박혀있었으며 방 안에는 오직 시엥후이 자신만 누워있었다. 그로부터 이틀이 더 지나고 의식은 사생의 다리에서 마지막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어날 수 있겠소?”
방문이 열리더니 한 라마가 들어왔다. 그리고 뒤로 여러 사람들이 함께 따라 들어왔다. 시엥후이는 바로 앞에서 질문을 한 라마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바로 캉충이었다.
“치, 치왁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보내주십시오.”
“그렇게 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돌아가 숨을 거두기 전까지 껴안을 수 있는 경전과 기록을 남길 수 있는 필구를 준비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닷새 이상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기 때문에 시엥후이는 살아있는 시신이나 다름없었다. 뒤에 따라온 라마들은 움직이지 못하는 시엥후이를 들것에 실어 한밤에 치왁으로 옮겼다.
시엥후이는 라마들이 놓고 간 물을 마시며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정신과 육체 모두 마지막에 와 있음을 느꼈다. 창문과 벽에서 떨어지는 냉기를 받아내기에 그의 육체는 너무 쇠약해져 있었다. 경전을 펼쳐놓은 후 눈을 감고 명상에 들었다. 알치의 천장터에서는 망자를 보낸 가족들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다음날 시엥후이는 참파와 소금을 물에 타서 곡기를 한 후 문 밖으로 나왔다. 몸은 가벼웠으며 살점에 와 닿는 빛은 고향을 떠나던 날 느끼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붉은 깃털로 장식한 새 한 마리가 낡은 타르초 위에서 울다가 크게 날개를 털더니 라마유르 곰파가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 물고기 바위는 밤에 내린 은백색으로 빛나는 눈옷을 입은 채 치왁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 위에 내려앉은 햇빛을 충분히 느낀 후 시엥후이는 결심을 굳힌 듯 축 늘어진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뒤로 넘겼다.
필구를 꺼낸 후 호흡을 멈추자 고향을 떠나면서 결코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신념들이 모두 녹아내렸다. 지금 이 순간까지는 오직 삼보와 경전에 의지해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다음 생은 자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사생은 사소한 것이며 행복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물음이고 해답이었다. 가볍게 눈을 감자 모든 것들이 한 순간이었다.
언덕에 오르자
투명하고 밝은 빛을 보았다.
그리고
그 빛 이외에 어느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온갖 생각과 이원의 분별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것이다.
마침내 무거운 짐을 벗었다.
알치 설산의 설선이 뚜렷해지고 야크들이 풀을 뜯기 위해 언덕으로 올라가기 시작할 즈음 치앙빠는 세상을 떠났다. 판드라가 그 옆에서 아들의 운명을 지켜봤다. 투명한 빛이 알치 설산에 내려앉고 물고기바위의 붉은 빛이 선홍색으로 변하면서 신성함이 최고조에 달할 때 숨을 거두었다. 판드라는 죽은 치앙빠의 손을 잡은 채 돌처럼 앉아 있었다. 죽기 전에 꼭 자신의 힘으로 치왁 곰파에 있는 수행자 시엥후이를 만나보겠다던 결심은 죽음 이후의 세계로 미루게 되었다.
판드라는 울지 않았다. 아들의 죽음은 쉬지 않고 돌아가는 윤회의 수레바퀴가 남긴 짧은 흔적일 뿐이었다. 치왁에 있는 시엥후이를 떠올리자 가볍게 손이 떨리면서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누군가 판드라에게 ‘치왁의 벽에 걸려있는 탕가는 파르융의 저주를 받았기 때문에 그것을 본 사람은 고통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 라고 말한다면 고개를 흔들며 아니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시엥후이가 치왁 곰파에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치앙빠의 영혼을 시엥후이에게 보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과 그 사람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은데 가도 되겠소?”
나칭라빠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판드라를 바라봤다. 치앙빠를 천장터로 옮기기 전 그녀의 결심은 확고했다. 이미 깨진 돌로 담을 쌓는 것은 포기했지만 그 돌 조각 하나만이라도 심장에 품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엥후이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치앙빠는 이제 수행자의 아들입니다. 제게는 아무 두려움도 없습니다. 소문은 소문일 뿐입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무슨 뜻이오?”
“그분께 다녀와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튿날 판드라는 치앙빠가 입었던 옷가지 하나와 음식들을 싸 가지고 치왁 곰파로 향했다. 시간이 안겨준 슬픔은 뒤로 물러나고 핀드라는 마치 새 옷을 꺼내 입은 것 같았다. 간밤에 내린 눈이 한 뼘 이상 쌓여 오르막을 오르는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그녀의 발에 전해지는 느낌은 유쾌하고 건강했다. 그토록 두렵고 험악해 보이던 치왁 곰파도 눈옷을 입으니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곰파의 문은 굳게 닫혀져 있었으며 문 밖으로 난 발자국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시엥후이가 아직도 안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판드라는 조심스럽게 곰파의 문을 열었다. 정면에는 평소처럼 양유 등잔이 켜졌던 흔적이 있었으며 그 중 하나는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기름이 떨어졌는지 불빛은 매우 희미했다. 판드라는 가지고 온 물건을 자리에 놓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두 번째 방문을 열자 바로 앞에 시엥후이가 약간 몸을 앞으로 숙인 채 앉아있었다. 옆에는 참파와 소금이 놓여 있었으며 무릎 앞에는 경전이 펼쳐져 있었다. 긴 머리카락에 가려 얼굴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판드라는 이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합장을 한 후 아주 작은 소리로 그녀가 치앙빠에게 자주 들려주던 경전의 한 구절을 염송하기 시작했다. 열린 문 밖으로 알치 설산이 들어왔으며 곰파 오른쪽으로 선명한 무지개가 걸렸다. 고원에 머물던 동방의 푸른 말이 마침내 갈기를 접은 후였다.
3. 도착
자르카는 얘기를 멈추고 숨을 돌리더니 얘기의 끝맺으려는 듯 창문을 바라봤다. 그리고 침묵했다. 나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그의 얘기를 들었다. 시종일관 자르카의 얘기를 쫓았는데 마치 맨발로 얼음 위를 걸어가는 것 같았다. 자르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입니다.”
“흥미로우면서도 엄숙하군요.”
“그 뒤 판드라는 사내아이를 출산했으며 그 후손들이 지금의 우리들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 전설은 전설일 뿐이며 우리가 순수한 라다크 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얘기로 꼭 신빙성 있는 얘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없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당신이 한국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문득 그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편히 주무십시오.”
“고맙습니다. 결코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자르카가 나가자 비로소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누워 잠을 청했지만 얘기 속에서 나타났던 명료한 장면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꿈속에서 시엥후이와 판드라의 발자국을 쫓아가고 있었다.
다음날 새벽 나는 자르카의 가족들이 일어나기도 전에 일찍 집을 빠져나왔다. 원래는 라마유르 사원에 들르기로 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해가 뜨기 전에 라마유르 사원 뒤에 있는 후트라 고개로 향했다. 무엇보다도 머뭇거리다가 더 이상 자르카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 카길을 통해 빠둠까지 가려면 아직도 삼사일은 더 걸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기운이 날 때 달려야 했다.
얼마나 올랐을까. 엄청난 오르막에 자전거의 스프라켓 으깨지는 소리가 허파에서 올라오는 호흡소리와 섞이면서 온 몸에서 단내가 나기 시작했다. 멀리 후트라 고갯마루가 보이기 시작했다. 해발 사천 미터에 육박하는 고개였지만 그동안 그보다 높은 고개를 여러 번 넘었던지라 겁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뒤로는 라마유르 계곡이 창해에 뜬 섬처럼 아득했다.
길 가에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쉴 요량으로 한쪽 발을 땅에 디딘 채 절벽 아래를 쳐다봤다. 바로 그때 앞에서 우렁찬 엔진소리가 나더니 인디언 오일트럭이 급한 속도로 내려오고 있었다. 자전거를 세우고 서 있던 길이 커브이고 좁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나는 트럭이 거의 자전거 가까이 왔을 때에 비로소 그걸 알았다.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트럭이 지나가고 나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자전거와 함께 그대로 언덕으로 굴렀다. 그리고 잠깐 정신을 잃었다.
동방에서 온 수행자 시엥후이의 영혼이 나를 붙잡아 준 것일까? 절벽의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고 토사가 겹겹이 쌓여 있었기에 나는 상처 하나 없이 무사했다.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니 앞에 두 명의 여인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일어나 그 와중에도 혹시 자전거가 부서지지는 않았는지부터 살펴봤다. 다행이 자전거는 멀쩡했다. 마침 야크를 몰고 가던 여인 둘이서 쓰러진 나를 발견하고서는 깨어날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여인들은 다시 자전거에 오르는 내가 미덥지 못했던지 근심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미소로 괜찮다는 의사표시를 한 후 카길로 출발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나는 자르카의 얘기를 잊지 못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엥후이와 판드라, 그리고 치앙빠의 영혼이 심장 안에서 꿈틀거렸다. 어디엔가 이 얘기를 기록해 놔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늘 미루기만 했다. 마침내 날을 잡아 붓을 세운 후 그 얘기를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니 편안하고 행복하다. 수행은 일념이며 진행이며 결과이니 그것이 끝나면 평범할 뿐이었다.
첫댓글 감사.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굳
깊은 감동을 주는 글이군요 ..
감사드려요 ...^^
건강하세요
감동입니다
건강하세요
감동이네요^^
건강하세요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