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신이 없어 한동안 카페에 자주 오지 못했네요.
간만에 캠핑 후기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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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측도였다.
아래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측도는 선재도 옆에 있는 조그만 섬으로, 간조시에는 길이 나타나고 만조시에는 길이 사라지는 잠수도로를 통해 들어가야 한다. 지난번 영흥도 캠핑에서 말했는지 모르지만, 이곳은 대부도 => 선재도 => 영흥도로 다리가 이어져 있다.
그래도 여름인데 맨날 바다로 가서 해안에서 하루 자보지도 못하고, 이번에는 꼭 해변을 접수하리라 마음을 먹고는 바닷가 중에서 좀 특이한 곳이 없을까 찾던 차에 눈에 들어온 곳이 이 측도였던 것이다.
물때를 찾아보니 간조시간은 오전 7시 30분. 그러니까 6시간 단위로 간조와 만조가 나타나기 때문에 늦어도 오전 10시 30분 전에는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간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일단 친구와 6시에 만나 출발하였다.
영흥도를 갈 때 한 번 지나쳤던 그 곳이다. 한 번 가봤다고 반가운 마음도 들더라.
잠수도로라는게 특별한게 아니고, 그냥 이런 비포장 도로였다. 덜컹거리며 무엇이 있을까 기대하며 들어가는 길.
도로 주변은 이렇게 물이 빠져서 갯벌이 드러나 있었다. 멀리 점으로 보이는 건 사람들이다. 조개를 캐는지 낙지를 캐는지는 모르지만.. 역시 서해라 그런지 이런 사람들이 꽤 많았다.
섬에 도착. 해안을 돌며 잘만한 곳이 없을까 돌아나녀 보았지만.. 해안은 대부분 이런 암벽으로 막혀 있고, 나머지는 평평한 바닥이라 어디까지 물이 들어올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암벽 아래쪽이 젖어있는걸로 봐서는 여기까지 물이 들어올 것만 같았다.
위로 올라가보았자 아무것도 없을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암벽을 기어올라가본다. 베어그릴스 아저씨 흉내내기.ㅋㅋ
설정샷 한방 찍은 후 친구와 나는 이 곳에서는 영 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목적지를 급변경. 물이 차기 전에 영흥도나 선재도로 나가기로 한다.
돌아오는 길에 꼬마아이들이 뭔가를 줍고 있었다.
뭔가 하고 가까이 가 봤더니 조그만 게를 잡고 있었다.
영흥도로 가서 지난번에 캠핑을 했던 곳으로 가 보았더니, 거긴 성수기라고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들어가는 길도 꽉 막혀서 아예 들어가 볼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발견한 해안.
여기엔 뭔가 있을까 기대하며 찾아보았지만, 한참 펜션을 짓고 있는지 부동산 업자들도 돌아다니고.. 사람들도 너무 많았다.
옆으로 난 숲길로 들어서 보았지만, 영 괜찮은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숲 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보면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인지 무슨놈의 지뢰가 그리도 많은지...ㅠㅜ
영흥도도 포기. 선재도로 다시 이동한다.
다리를 건너자 마자 뭔가 그럴듯한 해안이 나올거 같아서 들어갔더니, 철탑들이 서 있고 아저씨들이 낚시중이었다.
내가 서서 사진을 찍은 곳 뒤로 그늘에는 사람들이 꽤 많이 돗자리를 깔고 놀고 있었지만, 밤을 지낼만한 곳은 안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뭔가 있을지 모르니 해안을 따라 쭉 이동해 보았다.
오른쪽으로 한번 힐끗 보고,
왼쪽으로 방향을 정해 걸어간다.
한 10분 걸었을까..
저 너머에 아주 괜찮은 해안이 보인다. 사람은 없지만 뭔가 조립식 건물이 있는 것으로 봐서 인적이 아예 없는 곳은 아닌 듯 했다.
일단 짐을 들고 이쪽을 지나쳐 가기는 길이 험해서 무리일듯.. 차를 타고 저 곳으로 가 보기로 한다.
이 때까지가 측도를 들어간 후 4시간 정도가 지난 시간이라.. 둘은 꽤 정신적으로 지쳐있었다.
네시간동안 자리를 찾지 못한건 가평때를 제외하곤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그래도 드디어 쉴 곳을 찾은 것이다.
조립식 건물은 호버크래프트같은 보트를 만드는 공장이었던 듯 한데, 망한지 오래인 듯 여기저기 자재가 널러있었다.
빠른 속도로 텐트를 치고, 버려진 나무를 줏어와 판쵸우의에 기둥을 세워 따로 그늘도 만들어둔다.
나무그늘도 잘 져있고, 아무도 없고, 바닥도 너무 좋았다.
이건 식수를 만들어보려고 준비해 간 검은 봉투. 활엽수가지에 비닐을 씌우고 파라코드로 꽁꽁 묶어주었다.
그러면 잎이 호흡을 하면서 수증기가 발생하고, 그것이 비닐 안에 고인다는 원리인데, 결과적으로 실패였다.ㅠㅜ
묶는 위치나 방향이 잘못된 것인지, 나무를 잘못 고른 것인지, 비닐이 뚫린 것인지, 비닐이 작은건지 모르지만.. 아무튼 한방울도 모이지 않았다. 그저 시도해 보았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밖에.. 쩝.
내가 이러고 있는 동안에, 친구는 벌써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가 몸을 담그고 있었다. 물가에 둥둥 떠 있는게 친구녀석이다.
나보고도 빨리 오라고 소리치고 있었다..ㅎㅎ
벌써 머리까지 물에 풍덩 담그고는, 꼬마애처럼 놀고 있는 친구.
아닌게 아니라, 나도 따라 바닷물 속에 누워 있으니 지금까지의 고생을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한동안 우리는 넓은 바닷가를 전세낸 것처럼 딱 두명이서 시원하고 한적하게 망중한을 즐겼다.
한시간이나 놀았을까? 바다에서 나온 뒤 그늘 아래서 잠시 쉬고 있는 모습. 이제 슬슬 허기도 진다.
이번에 준비해 간 전투식량은 MRE(Meal Ready to Eat)라고 불리는 미군 전투식량.
MRE는 24가지던가.. 꽤 많은 버전이 있는게 오늘 가져간 것은 No.19 Beef Roast with Vegetables.
뜯어보면 뭔가 내용물이 많이 나온다.
이건 크래커와 땅콩 버터크림, 스파이스 파운드 케익.
이건 디저트, 간식 등 자잘한 것들이 들어있는 봉투. 이 버전에는 커피, 프림, 설탕, 소금, 껌, 티슈, 물티슈, 성냥 등이 들어있었다.
이건 발열팩이라고 해서, 메인요리를 데울때 쓰는 봉투이다.
이 봉투 안에 들어있는게 저 흰 팩인데, 물과 닿으면 화학적 반응으로 인해 열이 나고 물이 끓게되는 원리라고 한다.
마그네슘 뭐시기라고 하는데, 기억은 잘 안난다.
이게 오늘의 메인디쉬인 Beef Roast with Vegetables.
위에서처럼 발열팩과 함께 봉투 안에 넣은 뒤, 물을 부으면 되겠다.
그 다음 원래 들어있던 종이 박스에 넣어두면 금새 물이 부글부글 끓는다.
데워지는 동안 다른 걸 먹고 있어야겠다.
이게 스파이스 파운드 케익. 약간 매콤한 맛이 나는거 빼곤 별 맛이 없다.
옆에 있는게 스테이크 소스. 글씨가 써져 있어서 굳이 설명할 필욘 없지만..
이건 크래커. 땅콩버터를 발라먹으면 된다.
그 사이에 메인 요리가 다 데워졌다. 스테이크 소스를 뿌려서 맛있게 먹으면 되겠다.
먹었으니 또 움직여야지.
판쵸우의를 치우고 그 기둥과 다른 나뭇가지를 주워 랜턴걸이를 만든다. 가장 밝게 비출수 있는 높이로 각을 조절해둔다.
아무리 랜턴이 밝다고는 하지만 주위 조명의 아무 도움 없이 이것만으로는 그다지 밝지는 않다.
그래서 지난번에도 옷걸이와 호일로 반사판을 만들어보긴 했지만, 아무래도 부피대비 효과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철제 반사판. 랜턴 뒤쪽에 알루미늄 캔을 잘라 반사판을 만들어 끼워보았다.
그 다음에.. 소금물에 몸을 담근 다음이라 씻어야 했지만, 샤워시설을 찾지 못해 그냥 수건에 물을 적셔 몸을 닦을까도 했다가 식수도 모자른데 그러기엔 좀 아깝기도 하고..
그래서 차를 타고 나가 씻을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어찌된게 영흥도, 선재도에는 목욕탕이 없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전부 집에서만 씻는단 말인가!
할 수 없이 아무 모텔이나 들어가서 씻기로 결정했다. 샤워만 하고 나올테니 싸게 해주면 안되겠느냐.. 라는 식으로 말이다.
뭐.. 대실비보단 싸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들어갔는데, 너무나 고맙게도 주인 아주머니는 어차피 청소할 방이 있으니 거기서 샤워하고 나오라는 것이다. 역시 난 아줌마들한테 먹히는 외모인건가.. 음..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씻고 원래 자리로 돌아온 뒤 낮잠을 한 숨 자 둔다. 워낙 새벽같이 출발했으니..
그래도 바닷바람이 꽤 선선해서 나름 편하게 잘 수 있었다. 나도 사진을 찍고 바로 낮잠을 즐겼다.
얼마나 잤는지 눈이 부셔서 일어나보니, 텐트 너머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아직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기 전까지는 한시간 반정도 남아 있었지만, 지금쯤 저녁을 준비하면 딱 시간이 맞을것이다.
오늘의 술안주는 조개구이와 닭도리탕!
이번엔 귀찮기도 하고.. 밥은 과감하게 생략하기로 했다.ㅋㅋ
불을 피운 뒤 아까 씻으러 갔을 때 직판장에서 사온 조개를 굽는다.
불이 활활 일어나고.. 배고프다고 친구가 파먹었던 참치캔도 올려둔다.
슬슬 조개가 익어간다. 먹음직스럽게 드러난 가리비 살.
다 익은 대합 살. 너무 커서 한번에 먹기 아깝다. 삼등분해서 술안주로..
조개를 굽는동안 끓인 닭도리탕. 닭다리로만 만들었다. 양이 많아서 넘치려한다.
저녁이 되니 바람이 생각보다 많이 불어서 버려진 스티로폴 판을 주워 바람막이 용도로 나뭇가지를 꽂아서 세워두었다.
어둑어둑해질 쯤 닭도리탕이 완성되었다. 어두워서 흔들렸지만 맛있는 닭다리살 한 컷.
주변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져간다. 멀리 마을의 불빛이 보인다.
아까 해수욕을 즐겼던 바닷가. 지금은 물이 완전히 빠져서 갯벌이 드러났다.
정면에 작게 보이는 불빛은 등대였다.
조개도 이제 거의 다 먹어가지만, 불은 활활 타오른다.
매번 랜턴사진으로 마무리를 짓지만, 식상해 보여도 이런 사진 한장이 마지막에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가 싶다. 흐흐.
멀리 들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이제 잠을 청할 시간. 랜턴만이 우리 주위를 밝혀준다.
캔으로 만든 반사판도 이번에는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해 준 것 같고, 아무도 없는 더운 여름의 바닷가도 운치있는 밤이었다.
첫댓글 엇~ 전투 식량! 열량이 꽤 있어 보이네요...ㅋㅋ
네 그래서 한개를 둘이서 나눠먹었습니다.ㅎㅎ
^^* 멋지내요.
감사합니다^^
낭만가득!!! 멋진 여행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가끔 광어가 입질하는 곳인데.... 야영하기 좋은 곳이군요^^
앗 낚시도 해볼걸 그랬군요.ㅠㅜ
즐거운 여행이네요 ^^ 식량도 맛나보이구....ㅋㅋ
ㅎㅎ네 그럭저럭 먹을만 했슴다.
식수만드는 봉다리까 너무 까메서...광합성할 빛이 적어서는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다음에 한번더 도전해 보세요.바닷가면 바닷물로 만드시는게 더 좋았을겁니다.
네 검은봉지로 해야 한다고 해서 해본건데.. 역시 이론과 실전은 다른가봅니다. 말씀하신대로 바닷물로 해볼걸 그랬네요. 조언 감사드립니다.^^
도전과 여유가 묻어나는 여행이었네요^^
ㅎㅎ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측도도 가셨네요.. 측도가 한5-6년 전만해도 좋은곳이였는데 몇년전 가보니 좀 바꼈더군요. 한곳만 더 다녀오심 영흥.선재.대부도 구간은 훤~ 하실듯 합니다. 즐감했습니다^^
측도에서 자진 못했지만 좀 더 둘러볼걸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후기를 보는순간 비가 많이 내리니 조개구이에 삐루 한잔 생각만 간절하네요 ㅎㅎ
으윽.. 아무래도 술한잔 하러 가야겠습니다.ㅎㅎ
정말이지 멋지게 사는 분들 정말 많으신거 같습니다...또 한 수 배우고 갑니다^^V*
저한텐 배우실게 없는데..^^ 칭찬 감사합니다~
멋진생활의발견~~~~
하하..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