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해소를 위해 ‘특별 분양’ ‘선착순 분양’ 등의 현수막을 내건 분당 오리역 인근 모델하우스 단지. 왼쪽부터 임광토건 용인 지석역 ‘그대家’, 현대건설 용인 성복 ‘힐스테이트’, 일신건영 죽전 ‘휴먼빌’ 모델하우스. 최정동 기자
은퇴생활자 이회용(가명·63·경기도 용인시 신봉동)씨는 올 들어 마음 편히 잠자리에 드는 날이 없다. 자고 나면 뚝뚝 떨어지는 집값 탓이다. 3년 전 직장을 그만둔 그는 퇴직금 2억여원으론 노후가 불안하다고 보고 부동산 재테크에 나섰다. 살고 있는 집(LG자이 신봉 2차 60평형)을 담보로 돈을 빌려 중도금을 낼 심산으로 2년 전 용인 구성지구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2005년 8억5000만원을 주고 산 신봉동 집은 2006년 10억원을 정점으로 계속 떨어져 이젠 7억5000만원까지 급매물이 나온다. 구성지구 아파트도 한때 2억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다가 지금은 분양가(5억5000만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씨가 집 두 채를 장만하느라 진 빚은 8억원.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계속 올라 그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가 2%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한 달 400만원가량이던 이자 부담이 600만원으로 늘었다. 그러다 보니 구성지구 아파트는 첫 회 중도금만 간신히 내고 연체한 상태다. 연체액(3억원) 이자만 월 200만원가량 된다. 이씨는 “구성지구 아파트를 빨리 팔아 급한 대출을 막고 싶지만 중개업소에서 연락조차 없다”고 하소연했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이씨처럼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무리하게 대출받은 중산층의 상실감도 커지고 있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이자 부담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용인을 선택한 사람의 시름이 깊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용인 집값은 지역과 평형에 따라 최저 1.6%에서 최고 5%까지 떨어졌다. 2년 전만 해도 집값이 크게 오른 이른바 버블 세븐(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및 목동과 경기도 분당·평촌·용인) 중 용인의 하락률이 가장 가파르다. 죽전에 사는 채수일씨는 “대형 평형이 많은 동네 집값은 15~20% 하락했는데 값이 별로 안 떨어진 소형과 합쳐 집계하다 보니 하락률이 낮게 나오는 것”이라며 “2006년 말 청약 광풍을 몰고 왔던 판교 신도시 분양 직후의 최고가와 견주면 최고 30%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용인의 아파트 평균 면적은 123.4㎡(약 37.4평)로 전국 1위다.
인근 성복동 LG빌리지 1차 304㎡는 연초 11억3000만~12억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10억6000만~11억7000만원에 머물고 있다. 성복동 가가자이공인 이순탁 사장은 “중개업소마다 연초나 지난해 나온 매물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용인에서 분양을 하고 있는 건설사들도 죽을 맛이다. 현대건설·GS건설 등 대형업체마저 청약 미달과 계약 포기에 시달리고 있다. 성복ㆍ신봉동에 7000가구를 분양 중인 현대건설ㆍGS건설ㆍ동일하이빌 등은 최근 분양가를 내리고 중도금을 무이자로 빌려 주는 등 사실상 바겐세일에 나섰다. 하지만 단지별 계약률이 30~50% 수준에 머무는 실정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용인이 ‘제2의 강남’으로 각광받아 건설업체마다 경쟁적으로 집을 지었는데 기존 아파트 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비싸진 게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들 건설사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1540만원으로 기존 아파트보다 200만원가량 비싼 상황이다.
삼성증권 김재언 컨설턴트는 “1990년대 신도시 개발과 2000년대 중·대형 선호로 가장 각광받던 지역이 용인”이라며 “이 지역 시장 상황이 심각한 것은 부동산 시장의 대세 하락을 알리는 조짐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용인=황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