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선진국 스웨덴과 덴마크의 공무원, 학자 등 복지 전문가들이 지구 저편 한국을 찾아 복지 성공 사례로 배워 가는 곳이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도심 시니어타운인 ‘더클래식500'이다. 더클래식500은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맞은편 능동로에 자리 잡고 있다. 지상 50층짜리 A동과 지상 40층 B동, 두 개의 초고층 건물로 구성돼 있고, 내부에는 시니어타운과 함께 레지던스호텔(펜타즈)이 들어서 있다. 또 서울의 대표적 초고층 아파트인 스타시티와 함께 주거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8월 13일 더클래식500박동현(56) 대표를 만나 한국형 시니어타운의 필요성과 성공요건에 대해 들어봤다.
박동현 대표는 "현재 총 380세대 587명이 입주해, 2009년 6월 입주 시작 후 4년 만에 입주율 100%가 됐다"고 했다.
박 대표는 더클래식500의 성공에 대해 "(광화문과 을지로 등) 시내와 강남 지역은 물론 경기도까지 20분 이내에 오갈 수 있는 지리적 이점"과 "자체 의료서비스는 물론 직선거리로 100m 남짓 있는 대학병원과 연계된 의료 서비스, 반경 200~300m 이내에 위치한 대학교, 백화점, 극장 등 각종 교육·문화·편의시설을 언제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점"을 언급했다. 특히 그는 "지역주민은 물론 세대와 국적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함께 생활하고 호흡할 수 있는 개방성과 커뮤니티 기능이 강화돼 있는 점 등이 건강한 노후의 삶을 원하는 노령층의 요구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한국은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7.2%를 넘어서며 노령화(65세 이상 인구 7% 이상)사회로 접어들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2.22%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한국 사회가 현실로 닥쳐온 노령화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 사회 노령화 준비의 한 축이 노령층에 양질의 주거·생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타운이다. 시니어타운이 한국에 도입된 건 1990년대 중반이다. 처음엔 용인 등 서울 외곽 등지에 ‘실버타운'이란 이름으로 선을 보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시니어타운들은 주거·생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더 나아가 입주자들과 지역주민 간의 공동체로 진화하고 있다.
박 대표는 국내 기존 시니어타운 개념이 ‘공기 좋고 경관 좋은 곳'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라는 환경적 요인에 몰입돼 있다 보니 서울 등 도시가 아닌 시골이나 교외의 외진 곳에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는 교외형 시니어타운에 대해 "장점도 있겠지만 지리적 거리감이 너무 크다"며 "이런 거리감이 외부와 단절된 폐쇄성을 키우기 때문에 은퇴했다 할지라도 여전히 사회활동이 많은 60대 젊은 시니어는 물론 70~80대 시니어들조차도 답답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공간으로 변해버렸다"고 했다.
"요즘 60~70대는 사회활동이 왕성합니다. 당연히 자신이 활동하는 생활 무대와 멀어선 안 되겠지요. 또 주말이나 명절에 가족과 친구들이 쉽고 편하게 올 수 있어야 하고, 입주민 역시 어디로든 쉽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가장 합리적 방법이 바로 도시 안에 시니어타운을 위치시키는 거지요."
박 대표는 이를 ‘개방성'으로 설명했다. 그가 더클래식500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젊은층과 지역주민 등 외부인과 이곳 입주민과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을 운영합니다. 예를 들어 시니어타운이지만 같은 공간에 레지던스호텔을 운영합니다. 호텔을 운영하면서 입주민들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끊임없이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물론 입주민을 찾아오는 친지나 친구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역할도 하고요. 누구라도 이곳에 입주한 식당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변 아파트 등에 사는 지역주민과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박 대표는 "‘개방성'이란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며 외국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미국 등 노인복지가 앞선 외국에서는 시니어타운을 도시의 대학교 근처에 유치하고, 짓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노령층이 원해서이기도 하지만 도시의 대학교 배후로 병원, 문화, 편의시설을 확보할 수 있고, 또 젊은 세대와 늘 교류하면서 육체적·정신적으로도 젊어지는 효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박 대표는 접근성과 개방성 외에, 성공적인 시니어타운이 되기 위해서는 ‘노인 복지'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시니어타운이 도시에 자리 잡았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곤 시니어타운이 제공하는 세 가지 핵심 서비스를 얘기했다. ‘주거·가사 등 생활지원 서비스, 응급치료 등 의료지원 서비스, 그리고 건강한 노후를 위한 동호회 활동 등 여가지원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박 대표는 이중에서도 시니어타운이 노령층에 특히 세심히 제공해야 하는 것이 의료지원 서비스라고 했다. 그는 "시니어타운이라면 반드시 검증된 의료체계와 의료진부터 갖추고 있어 한다"며 "노령층의 입주민에게 24시간 내내 보호해 주고 있다는 안정감과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입주 세대별로 전담 간호사를 두고 이들과 매일 건강 상담을 할 수 있게 해, 건강에 대한 불안을 최대한 낮춰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지요. 이를 위해 반드시 두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건물 어디서든 입주한 노인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찾아내 대처할 수 있는 응급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또 몇 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종합병원 역시 반드시 배후에 있어야 합니다."
박 대표는 "더클래식500은 건물 거의 모든 곳에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했다"며 "노령층인 입주민의 신체적 움직임이 24시간 동안 발생하지 않으면 무조건 입주민이 있는 곳으로 의료진과 직원이 달려가게끔 한 체계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가 자동차 스마트키 모양의 호출기를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주며 "입주민이 호출기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그가 어디에 있든 의료진과 직원이 달려가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고 했다. 그는 "맞은편에 있는 건국대 병원과 연계해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5분 이내에 응급치료와 이송 치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며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의료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만 ‘노인복지'의 나머지 부분도 가능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시니어타운이 노인복지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하기 위해선 결국 사회적 기능이 모여 있는 도시에 자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도시에 자리 잡은 시니어타운들이 결국 한국형 시니어타운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1982년 신라호텔의 호텔리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박동현 대표. 30년간의 호텔리어 생활을 마치고 2012년부터 더클래식500을 이끌고 있다. 그는 더클래식500 대표로 자리를 옮기며 ‘노인학'과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고 있다. 나아가 노인복지와 노령층의 사회활동을 돕고, 노령화 문제 연구기능을 가진 ‘노인 전문 연구소'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내년쯤 ‘노인 전문 연구소'를 출범시키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