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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하계특별산행보고
대 상 지 : 성인봉(986m, 경북 울릉)
등반 방식 : 원점회귀
일 시 : 2009년 8월 19일(수) ~ 8월 22(토)
등반 대원 : 회장(진항교), 이순명, 신현관, 신성호, 고창조(총 5 명)
산행일정 : 8월 19일(수):
대전출발(05:00)-묵호항(09:00)-묵호항 출항(10:00)-울릉도 도동항(12:30, 중식, 카랜트)
산행조: 도동출발(14:00)-안평전-성인봉(17:00)-신령수-투막집-나리분지야영장(19:00)-취침(22:00)
베이스캠프(신현관 회원): 도동출발(14:00)-나리분지야영장(15:30)-설영
8월 20일(목):
산행조: 기상(05:00)-나리분지출발(06:30)-말잔등-성인봉(09:30)-까끼등(KBS중계탑)
-도동-통구미-구암-태하-중리-천부-나리 야영장-취침(22:00)
베이스캠프: 뒷정리, 까끼등으로 이동 산행조 차량지원
8월 21일(금):
기상(05:00)-나리분지출발(울릉도 투워)-태하-공암(코끼리 바위)-송곳봉-천부항-석포(딴바위, 삼선암)-섬목(역행)-도동
-독도체험(13:00-16:00)
8월 22일(토): 기상(06:00)-조식 및 철영(08:00)-도동(09:30)-죽도관광 또는 트래킹(10:00-12:00)-랜트카 반납(12:30)
-도동주변 트래킹(해안산책로,행남등대)-도동항 출항(17:30)-묵호항(20:00)-대전(24:00).
회계보고
생략
글쓴이 : 이순명
이른 새벽에 일어나 준비하기도 참 오랜만이다. 창조형에게 전화를 넣어보았더니 받지를 않는다.
아직 캄캄한 전민동 엑스포4거리 버스정류장에는 현관이랑 성호가 이미 나와 있었고, 회장님과 창조형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좀 있으려니까, 웬 그랜저 한 대가 엉거주춤 나타나서
세운다. 태욱이가 마중을 나왔다. 함께 가자 해 놓고 파토낸 것이 못내 마음이 편치 않았나보다. 디게 반가웠다. 잠시 후 창조형이
형수님이랑 도착하고 이어 회장님이 도착해서 출발한다. 4시 반이 조금 넘었지 싶다.
새벽의 고속도로는 매우 넓었다. 마치 도로를 전세낸듯 하여 졸리지만 않는다면 바닥까지 밟을만 하다. 대관령 지나 횡성까지 내쳐
달려 휴게소서 현관이랑 교대. 묵호항 여객선터미날에 예정보다 일찍 당도했다. 30분 땡길 요량으로 예약표보다 30분 앞에 출발하는
배표로 바꾸고 조식을 든다. 터미널건물 2층< 식당의 백반 메뉴는 그저 그랬다.
시플라워호는 울릉도까지 약 3시간이 걸린단다. 옛 시절과 달리 요즘의 여객선은 갑판으로 나가지 못하고 좌석에 앉아 가므로 영
갑갑증이 난다. 차라리 7시간이 걸리더라도 갑판에서 바람도 쏘이면서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새벽에 일어난 탓에 모두들
곤히 잠이 들어 그나마 다행. 울릉도가 창밖으로 보인다.
먼 육지의 배가 이 울릉도에 닿으면 아마 남양쯤이 될 것이다. 거기서부터 섬을 끼고 섬의 남쪽해안을 따라 항해하여 도동에 다다른다. 도동 여객선터미날은 아주 말끔한 신축건물이 들어섰다. 도동선창가는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렌트카가 깨끗하여 아주 마음에 든다.
차에 올라 일단 시장끼를 해결하고자 저동을 향한다. 저동을 향한 이유는 북적거리는 도동의 식당이 왠지 미덥지 못하여서일 것.
저동 선창가는 비어 있었고 골목을 따라 올망졸망 모여있는 음식점 중 한 집을 찾아 토속음식이라는 홍합밥을 시켜먹었다.
고소하니 먹을만 했다.
식사를 마치고 오늘 산행의 들머리를 어디로 할까로 논의하다가 가장 짦다는 관모봉 안정평코스를 잡는다. 안평전이 어디로
어프로치하는 지는 잘 모르지만 헤메는 네비를 무시하고 산 속으로 산 속으로 차도 같지도 않은 길을 더듬어 찾아 간다.
제대로 찾아오기는 했는데, 지도 상에 사동으로 내려가는 차도는 경사가 험해 차가 다닐 수는 없는 길이라 되돌아가라고 한다.
현관이랑 성호랑 작별을 하고 해바라기 가득 심은 밭고랑을 따라 산을 오른다. 오른편에 관모봉 뾰죽한 봉우리가 보인다.
매우 가파른 동남향의 가파른 경사는 나무가 우거져 햇볕이 들지 않아 습한 너덜. 창조형이나 회장님이나 잠을 설쳐서인지 매우
힘들어보인다. 중간 중간 오징어표식을 한 이정표가 이색적인 성인봉 등로이다. 능선 스카이라인에 올라 한 숨을 돌리고,
드디어 성인봉. 정상에는 관광객들이 제법 많이 모여있었고, 나리령쪽의 말잔등능 정상에는 왠 아지못할 돔 형상의 건축물이
들어서 있었다. 그쪽 능선 방향의 숲길 깊이 웅 웅 공사소음이 한창. 개스가 짙어 나리분지
넘어 천부항 바다와 송곳봉 능선을 보지 못하리라 생각했었는데, 짬짬이 개스가 겉히어 환한 장관을 보여준다.
나리분지 내려서는 길은 목책계단으로 잘 단장되어 있었다. 예전처럼 원시림의 맛은 별로였지만, 나름 깨끗하다는 느낌. 하지만
가파른 계단길은 사람을 질리게 한다. 샘터에서 물맛을 보고 알봉분지의 투막집을 보는데, 옛날처럼 너와지붕이 아니고,
초가를 얹었다. 아마도 옛 투막집의 나무널을 구하기가 영 성가셨던 모양이다. 그렇기는 해도 외형을 너무나도 다른 모습으로
보존하고 있다는 소감이다.
비자나무 숲길을 살뜰 살뜰 걸어 나리분지에 도착. 분지 입구에 공군부대가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도 참 많이도 변해 있었다.
물어보니 나리분지의 야영장은 송곳봉 쪽의 용출소 가는 길 중간쯤에 있었다. 피곤한 다리를 끌고 야영장에 도착하니 현관이랑
성호가 반갑게 맞이한다.둘이서 그 많은 짐을 옮기고 천막까지 쳐 놓아 고마웠다.
철 지난 야영장엔 우리 천막 외에 두어개가 더 있었는데, 내 도래쯤 되는 아저씨 혼자서 식사를 준비 중이었다. 대학 다니는
아들놈 야생을 가르친다고 아들친구랑 셋이 왔다는데 녀석들은 안 보이고 애비 혼자 분주하다.
된장을 좀 퍼주고 식사를 준비하는데, 녀석들이 라면을 사먹고 왔단다. 다소 씁슬한 웃음을 나눈다.
피곤한 덕인가...? 소주 한 두어병 까고 잠자리에 든다. 회장님은 바깥에서 노숙하겠다고.... 밤새 바람이 심했다.
제 2일 8월 20 목요일 날씨 : 맑음
오늘의 애초의 계획은 어제 내려온 길을 통해 성인봉을 거쳐 말잔등 능선을 경유하여 나리봉 지나 천부동의 능선을 답사하는
긴 길이다. 검토해보니 그건 내 생각에 불가능한 길. 예전 기억으로 말잔등 능선의 길은 조릿대로 덮여 길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안다. 헌데도 현지인들은 불투명하게 긴가민가식으로 길이 있을 거라는 답을 한다. 정복이형이 울릉산악회에 알아본
결과로는 있을 거라는 답이었다는데.... 난 그걸 믿지 못한다. 해서 내심으로는 나리령을 올라 현지에서 루트를 살피고
진퇴여부를 가름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말잔등 정상의 군시설물로 볼 때, 그 방면의 길을 가능하리라는 추측.
어쨌든 애초 계획의 절반은 수정하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된다. 조식을 지어먹고 오늘은 현관이만 남기고 성호까지 대동하여
나리령을 오른다. 야영장서 지도와 지형을 살핀 바로는 나리령까지 전신주가 일렬로 기어오르는 모습이 보여 그 전신주가
좋은 길잡이가 될 듯 싶었는데, 정확했다. 개울 넘는 포인트를 놓쳐 잠시 헤멤.
길을 찾아 오른다. 나리분지서 저동으로 넘는 유일한 길인 관계로 들머리를 잘 찾으면 뚜렷이 잘 나있다. 어린 성호는 힘든 구석
없이 잘 따른다. 능선마루에도착하니 바람이 심하다. 예상대로 나리봉 쪽의 길은 아예 없다. 허리 이상까지 자란 조릿대 숲이 발
디딜 틈이 없이 빽빽하다. 저동으로 넘는 길을 예부터의 자취로 굵고 좁게 이어지고, 말잔등 쪽은 최근에 길을 낸 공사흔적이
역력하다. 엔진톱으로 숲을 이발하여 널찍하게 길을 내어놓았다. 밟아보니 발 한족장에 두셋뭉치의 조릿대 뿌리가 밟힌다.
이 길을 헤엄치듯 겁 없이 지나쳤던 옛 기억이 새로웠다.
말잔등 못 미쳐 잠시 휴식 간식을 드는데, 왠 부부가 나타난다. 소주한병을 까서 한잔을 권하니까 사내가 혼쾌히 받는다. 그 부부도
나리분서 이 쪽으로 성인봉을 갈 수 있다 하여 올랐다고 한다. 왠지 쓴웃음. 하긴 코스가 짧아 조난당할 염려는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부부가 먼저 앞서 가고 한참 뒤 일어선다. 말잔등에 도착 예의 축조물에서 사진을 한방 박는다. 길이 건물을 우회하는데, 북사면은
지저분하고 남쪽의 사면은 옹벽 공사 중이다. 창조형이 북사면길이 쓰레기통이라 하여 공사 중인 옹벽을 따라 우회한다.
헌데 이게 길이 아니다. 매우 위험하다. 옹벽의 누운 시멘트 경사면을 오르고 트래버스 하기가 위태롭다. 우회를 마치고 나니
널찍한 공터에서 부부가 쉬고 있다. 어디로? 물어봤더니 쓰레기통으로 보였던 그 길로 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쳐 성인봉을 향해 나아간다. 사람들 소리가 가까이 들리는 걸로 보아 바로 앞인 모양인데, 톱으로 잘라 낸 넓은 길이 갑자기 막혔다.
잠시 고생이겠구나 싶다. 운기조식 차 쉬고 있는데, 부부가 나타나서 우적 우적 나아간다. 나도 그 뒤를 따라 우적 우적.
왠걸 바로 코 앞이다. 어제 성인봉
정상서 들은 시끄러운 공사소음이 바로 이 곳이었던 듯... 오후에 인부들이 공사를 재개하면 내일은 새로 난 길을 갈 것이다.
성인봉 정상은 어제처럼 사람들로 시끄럽다. 왠 젊은이가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야영장에서 만났던 그 녀석들이다. 그 아버지라는
양반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오늘도 개스가 왔다갔다 하면서 송곳바위를 사이 사이 보여준다. 성인봉 바로 아래 전망대에서 성호의 기념사진을 챙겨주고, 정상
밑 쉼터에 자리를 풀고 앉아 점심을 든다. 회장님이 현관이에게 전화를 때려 도동으로 내려갈 터이니 그 쪽으로 마중나오라고 지시.
현관이는 청소하고 자리 정돈하고 이제야 한숨 자려는데.... 라면서 툴툴거리고... ^^
어제 내려갔던 그 목책계단이 꼴보기 싫은 걸 어떡해....
안평전 갈림길을 지나쳐 가파르게 내려가는 비탈은 예전의 기억보다 더 심하다. 중간쯤에 아주 멋진 구름다리가 가설되어 있다.
회장님이 아주 지쳐 한참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우리들 모두 낫살이 먹어 체력들이 말이 아닌 듯. 조금 더 진행하니 대원사와
사동 갈림길이 나온다. 지도를 살피니 사동쪽 길이 KBS송신탑길이다. 현지인들은 까끼등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 쪽으로 접어들어
얼마 안가 산 중턱에 자리잡은 마을로 내려선다. 할머니 둘이 작은 프라스틱 바구니에 더덕을 담아 만원씩에 팔고 있었다.
저녁에 구워먹자고 만원어치를 사서 배낭에 꾸겨넣는다. 현관이이게 전화를 넣었더니 따개비 칼국수로 점심을 떼우는 중이라고...
그 와중에 창조형이랑 할머니랑 말을 튼다.
“할머니 연세가 어떻게 됩니까?”
“일흔 넘었시오.”
“아이고 누님이시네요”
“아무것도 주는 거 없이 몬 누님이여?”
“^^ ^^ ^^” 내가 거들기를 “동생 생겼는데 누님도 인사치레는 하셔야지...”
환하게 웃으면서 “그려 누이 동생 하면서 서로 말로만...”
그러다가 더덕뿌리를 하나 깎아 내미신다. 서로 나누어 맛보는 중에 현관이가 도착한다.
야영장으로 돌아가는 길은 울릉도의 육상관광 루트이다. 사동을 거쳐 통구미 선창가 해안의 미관을 감상하고, 남양의 투구봉과
비파산 해안가 방파제 공장에 홀로 우중충한 사자암을 볼 수 있다. 간혹 접하는 일차선의 터널은 신호등을 잘 지켜야 한다. 잘못
걸리면 약 5~6분은 족히 까 먹는다.
남양을 지나치면 도로는 더 이상 해안을 따르지 못하고 구불구불한 고갯길로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태하를 경유하여 현포에 닿는다.
현포는 아주 멋있는 항구다. 무슨 박물관도 있는데
들리지는 못했다. 송곳바위가 버티는 추산의 수력발전소를 지나 드디어 천부항. 예서 느긋한 마음에 회 한사라에 쇠주를 까자는
중론인데, 현관이가 빈 텐트가 마음에 걸리는지 빨리 가자고 성화다.
해서 한 횟집을 찾아 회와 매운탕거리를 준비하여 야영장서 한잔하기로 한다. 횟집 아낙에 물어보니 광어는 육지서
들어오는 양식이고, 쥐치나 우럭 등은 바깥양반이 자기 배 타고 나가서 잡아오는 자연산이라 한다. 쥐치랑 부시리를 섞어 달라고
하여 옆에서 쥐치 껍데기 까는 걸 돕는다. 잘 드는 칼만 있으면 회 뜨는 재미도 참 좋다.
천부서 나리분지 들어가는 길은 굽이굽이 고갯길이 매우 가파르다. 한 고개 넘고 또 한고개 넘으면 나리분지 아늑한 품이 펼쳐진다.
숨 가쁘게 들어선
야영장엔 어제 철수한 아비아들 일행 대신 낯선 천막 하나가 쳐져 있고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각자 저녁 준비를 하는 중에 부부가 나타난다. 그들이 저녁 준비하다가 매점에 가서 간식 겸 허기를 떼우고 오는 모양이다. 상을 차리고 둘러앉아 그들 부부를 새식구로 초대하고 밤이 익어간다. 열 살 터울 부부의 바깥양반이 사업을 하고, 술을 두꺼비처럼 잘 넘긴다. 나보다 한 살이 더 많았다. 가만히 말씀을 들어보니 사업이 비수기면 장기간의 여행을 부부동반으로 즐기는데, 울릉도가 초행이라 어디를 가얄지 모른다 하여 내일 우리들 독도 탐방길에 동행을 권유해 본다. 아마도 이처럼 막영도 초심자인지 잠자리 마련에 에어매트리스 바람 넣느라 펌프질도 한창이고 하여 정년기선배의 생각이 저절로 났다. 밤이 이슥하고, 창조형은 술이 아쉽기만 한데, 반강제로 파장을 짓고, 현관이는 성호랑 창에서 잔다고 자리를 뜨고 셋이 천막 안으로 든다. 낮에 본 바다가 파도가 심해 내일 일이 걱정스러운데, 밤새 바람은 그다지 심하지 않고, 가끔 소피보러 나와 올려다보는 하늘엔 별이 총총하다.
제 3일 8월 21일 금요일 날씨 : 맑음
새벽 5시나 되었을까? 잠도 달아나고 주섬 주섬 아침거리를 챙겨본다. 준비한 부식들이 많이 남아있다. 쌀 씻어 않혀놓고 부산을 떨다보니 하나 둘 일어나 합류한다. 오늘은 독도탐방이다. 오전에 태하령쪽으로 미륵봉을 올라 현포로 내려오는 일정인데, 정오 조금 지나 출발하는 독도 배편에 맞추기가 무리일 듯 싶어 그 일정은 포기하기로 한다. 회장님이 어제 산행에 많이 피로한 듯 싶다. 북어국을 끓이고 남은 밥 끓여 구수한 누룽지밥을 나누어 먹고는 옆자리 부부들과 육로관광길을 오르기로 한다. 8시 반쯤 출발. 천부를 지나 동쪽해안을 달려 삼선암과 도로 오른쪽에 설악산 하늘벽을 닮은 현무암벽을 감탄하면서 구경한다. 군데군데 도로 공사로 한창. 섬목의 용굴 못 미쳐 옛 섬목의 선창가는 사진촬영 포인트로 단장되어 있다. 지금은 용굴을 지나 섬목의 선착장이 단장되어 있다. 자연적으로 움푹 들어가 아늑한 만이 형성된 섬목의 선창은 아주 운치가 만땅이다.
다시 되돌아 천부의 송곳바위 촬영포인트를 잡고 일행과 사진을 박는다. 어제 둘러보았던 섬의 북부해안도로를 천천히 둘러보면서 바다를 살핀다. 바다는 여전히 파도가 거칠어 독도탐방을 염려케 한다. 초행길인 부부의 관광을 배려하느라 두어시간이 걸려 도동에 도착. 렌트사무실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일부 짐을 맡기고는 도동의 해안길을 망향봉쪽으로 한바퀴 휘돌아본다. 도동의 선창가는 먼바다를 나갔다 들어온 오징어잡이배가 여러척 정박해있고,
반쯤 피데기가 다 된 오징어를 말리는 덕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 옆 옥외주차장엔 여늬처럼 아낙들의 노점판이 펼쳐져 오가는 관광객들을 호객한다.
그럼에도 오징어잡이배에서 갓 꺼낸 펄펄 뛰는 오징어를 단칼에 회쳐 주는 풍경은 이미 옛일이 되었다. 자금이야 선창가의 노점은 어느 관광명소의 해안가처럼 차일이 펼쳐지고 너른 프라스틱 광주리에 오징어며 고기들을 풀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다소 문명적이고 상업적인 풍경이 대세이다. 예약표를 구매하고 부부의 배편을 알아보니 만선이라(?) 때가 되어 기다려보라는 말이 돌아온다. 출항 전 중식을 위해 식당을 찾아 오징어내장탕을 들었다. 옛날에 버리거나 낚시미끼로 쓸 오징어내장이 요즘은 웰빙식으로 각광을 받는다 한다. 먹어보니 구수하니 별미였다. 정오가 넘어 묵호의 씨플라워호가 모습을 드러내고 객들을 토해낸다.
곧 뒤이어 그보다 30여분 빠르다는 한겨레호가 입항한다. 빠른배가 파도를 덜 타므로 멀미가 덜 하다는 이야기... 배표를 나누어 가졌는데, 회장님의 표가 행불이 되어 다시 매표를 하는 둥 부산을 떨다가 배낭 귀퉁이에 고이 모셔둔 표가 발견되어 웃는 헤프닝 끝에 독도로 출항. 파도가 심하기는 하다. 한 군인이 탑승했는데, 그는 독도에 귀대하는 수비대 소속이란다. 아마 그 병사 때문에 오늘의 날씨면 입도가 어렵다는 독도에 입도할 수 있 으리란 희망을 품어본다.
하지만 두어시간 험한 항해 끝에 도착한 독도의 바다는 험상궂어 입도를 허락지 않는다. 촬영을 허락한다고 갑판에 나가 두어바퀴 도는 중에 연신 셔터를 눌러대지만 출렁거리는 배는 만족한 앵글을 허락하지 않는다. 독도 역시 세월과 더불어 참 많은 인위적 손길이 가해졌다. 갯바위에 써금써금한 옛 저반장 대신 현대식으로 널찍하게 저반장이 생겨 그 뜨락에 수비병들이 마중을 나와 지나치는 객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 그들도 육지의 사람들(아니 그보다는 사재인간들) 이 그리운 걸까? 그럼에도 창조형이나 현관이 부자는 사람들 북새통이 싫다고 아예 갑판 밖으로 나와보지도 않는다. 그렇게 싱거운 독도탐방을 마치고 배는 울을도로 향하여 귀항한다.
다시 두어시간 뱃길에 시달려야 한다. 앞자리의 모녀가 함께 토악질을 하고, 다시 돌아가는 경비병은 황급히 자리를 옮긴다. 쉰 냄새가 코를 찔러 덩달아 속이 안 좋은데, 성호의 멀미가 시작된다. 선실의 승객들이 하얗게 널부러져 기진맥진 끝에 그리운 육지(? 울릉도)가 보인다.
야영장에 함께 돌아가기 위해 부부에게 핸펀을 때리니까 그 부부 용케도 독도탐방 배표를 구해 곧바로 우리 뒤를 이어 탐방을 마치고 돌아온다는 전갈이다.
주차장에서 짐을 챙겨 돌아가려는데, 부부가 약소고기를 사겠다고 나선다. 미안한 김에 함께 비용을 지불하자고 창조형이 따라 나섰으나, 약소란 게 워낙에 귀해 말 뿐이지 예약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물건이라나? 해서 돼지고기를 사왔다. 오는 길에 쇠고기도 아닌 돼지고기 바비큐를 꿈꾼다 고 석쇠를 사니 머니 시끄럽다가 야영장 매점에서 사기로 하고 돌아왔다. 산행도 아닌 관광이 더 힘들다는 걸 체험. 대단히 피곤하다. 돌아온 야영장 길가에서 현관이가 참나물을 발견해 뜯어서 찬을 했다. 늦은 시간의 저녁준비는 매우 바쁘고 어수선했다. 덕분에 어제 샀던 더덕을 구워먹잔 생각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돼지고기와 소주만 소비한다. 술을 더 들고픈 창조형님은 매점에 가겠다 하지만, 밤이 늦어 매점도 파장이 뻔하여 그냥 잠자리로 직행.
오랜만에 조용한 밤이다.
제 4일 8월 22일 토요일 날씨 : 맑음
마지막날이다. 오늘은 집에 돌아가는 날이다. 야영장 공중변소는 쥐며느리 소굴이라 벋고 몸을 씻을 수 있음에도 거림칙한 곳이다. 돌아가는 날이라 하여 새옷을 챙겨 화장실에서 쥐며느리를 벗 삼아 몸에 물을 축인다. 시원하다.
느릿느릿 아침밥 먹고 철수준비를 한다. 널린 장비들이며 음식들이며를 챙겨 넣고 도동을 향해 출발. 오늘 일정은 약소를 키운다는 죽도를 돌아보고 귀가할 예정이다. 죽도는 사방이 깎아지른 절벽이고 배가 닿는 선창에서 경사가 매우 가파른 콘크리트 계단을 따라 올라야 하는 섬으로 섬의 상부는 너른 평지다.
하여, 두어가구가 모여 더덕이니 약초니 재배하고 비를 받아 식수로 삼고, 가끔 드나드는 관광객들에게 놓아기르는 토종닭 백숙과 더덕주 한잔을 팔아 생계를 꾸리는 섬. 여기서 기르는 한우는 섬에 자생하는 약초를 먹여 키우고, 그 한우는 살아 송아지로 걸어들어가 험한 비탈을 걸어내려 오지 못하는 관계로 죽어 고기로만 내려온다는 섬이다.
섬에 도착해보니 여기도 그 옛 시멘트 계단길은 썩은채 절벽에 잔해를 드러내고 거대한 기둥을 세워 그 기둥을 중심으로 나선형 계단을 가설하여 섬으로 오르도록 해 놓았다. 관광객들 물결에 쓸려 상단부에 올라서니 여기 매표소가 또 있다. 장사를 해도 이쯤되면 짜증이 날만도 하다. 탐방뱃삯에 입장료를
포함하면 간단할 걸 가지고.... 성질 까칠한 한 노부가 화를 불같이 내면서 입장하지 않겠다고 앙탈 끝에 일행이 달래어 들어가는 양을 쓸쓸하게 바라본다.
섬을 한바퀴 돌다보면 송림도 있고, 조릿대숲도 있어 걷기가 아주 그만이다.
한시진쯤이면 느릿느릿 산책을 끝낼 수 있는데, 돌아와보니 일행들이 모여 더덕주 두병을 사서 맛을 보고 있다. 도동에서 사가지고 온 피데기구이를 안주삼는데, 그 곳의 골든리트리버종 개가 주변을 맴돌며 찌꺼기를 달라고 물끄러미 순한 눈을 굴리고 있다. 거지도 저쯤 되면 참 이쁘다. 문득 유람선을 뒤따르던 갈매기떼가 떠오른다. 배 안에서 파는 새우깡은 실은 갈매기밥이었다. 이 거지갈매기들은 던져주는 새우깡을 귀신처럼 낚아챈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 이 동료들을 보면 머라고 했을까? 나야 이제와서는 먹기 위해 나는 저들 거지갈매기나 꿈을 먹기 위해 나는 리빙스턴이나 똑같다는 생각이지만....
도동으로 돌아와 배가 출출한데, 식당에 가서 매식을 할까 말까로 망설이다가 비상식의 라면이 그대로 한 배낭이라 도동의 해안산책길을 따라 적당한 곳에서 라면을 끓여먹자 한다. 가만보니 도동서 저동의 해안은 바위절벽이라 산책로가 없었는데, 방파제를 지나 절묘한 관광코스가 길이다. 화산바위의 음험한 분위기를 내뿜는 굴이며 위태로운 절벽이며를 감상하면서 철썩이는 파도를 옆에 끼고 가다보면 마치 신선이 된 듯 싶다. 중간에 몽돌이 깔린 해안이 나오고 어김없이 장사가 자리를 깔고 객들을 기다린다. 이 곳까지 왔다가 돌아갈 길이 아득한 객들을 배려하여 모터보트도 대기 중이라 한다.
행남등대는 아주 잘 단장된 건물. 등대 본 구조물을 포함해 몇 동의 최신 형식의 사옥들이 들어서 있었다. 그 곳의 수돗물을 받아 저동갈림길의 언덕에 모여 라면을 끓여먹는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저동이 내려다보이고 멀리 죽도도 보인다. 참 전망이 좋다.
허기를 채우고 돌아오는 오후의 해안산책로는 햇볕이 들어 살을 태운다. 올 때는 몰랐는데 갈 때는 한참 멀다. 도동의 방파제에는 도착한 여객선의 승객들 중 안내산악회 따라온 이들이 북적대며 이 길로 오고 있었다. 아마 그들의 울릉도 관광의 한 루트인 걸로 짐작이 간다.
렌트카를 반납하고, 도동선창가 쉼터에 모여 돌아갈 준비를 한다. 일부는 짐을 보고, 일부는 오징어며 산나물이며 특산품들을 선물로 준비하느라 분주.
독도를 다녀온 씨를라워호가 입항하고 우리는 울릉도를 떠난다. 여름휴가 예전과 달리 좀 여유로운 부르조아의 꿈이랄까? 아니 그 보다는 뾰죽한 살이의 모험을 좀 떨어져 바라보는 여유를 품자는 꿈일까? 그렇게 늦은 여름의 휴가를 마친다. 돌아오는 길은 올 때와 달리 아주 평탄한 포장도로와 같이 잔잔했다.
멀리 오징어잡이 배들의 휘황한 도열이 끝날 즈음에 묵호항에 도착.
밤길을 달려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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