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중에는 뜻에 따라 다른 발음으로 읽히는 글자들이 있는데 ‘악(惡)’이라는 글자도 그 가운데 하나다. ‘선악(善惡)’이나 ‘악동(惡童)’처럼 명사나 형용사로 사용될 때는 ‘악’으로 읽히지만 ‘오한(惡寒)’처럼 동사로 사용되면 ‘오’로 읽힌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추위를 싫어한다’는 뜻이 되는데, 일반적으로 몸이 떨리는 증상까지 포함해서 얘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렇게 추위와 더불어 몸이 떨리는 증상은 인체가 근육 운동을 통해 신체 내부 온도를 올리기 위한 반응이라 볼 수 있다. 불수의적인 근육 수축 운동이기 때문에, 멈추고 싶어도 멈춰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고열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한·발열’이란 용어는 관용 어구처럼 쓰이는 편이다. 오한은 이렇게 단순히 추위를 느끼는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는데, 특히 독감이나 뇌수막염처럼 심각한 감염 증상일 경우가 높으므로 더욱 더 각별한 진료가 필요하다.
인조 10년 8월 25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신하들이 왕의 증상을 얘기하는데 “땀이 저절로 나고 오한이 드는 증세와 더불어 한쪽이 허약하여 마비되는 징후가 외부에 나타나고 있으니, 이것이 보통 감기와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라고 말해, 일반적인 감기 이상의 증상임을 얘기하고 있다. 실제 열흘 뒤인 9월 6일의 기록을 보면 왕이 재차 감염된 증세가 있어 거의 몸져누울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하고 있다. 어의들이 “신들이 전하의 오늘날 병환을 삼가 생각건대 내상(內傷)이 주된 증세입니다. 무릇 내상의 증세는 살갗이 단단하지 않아 잠깐 찬바람을 쐬면 바로 오한·발열이 있게 됩니다”라고 말해 인체 내부의 방어력이 손상돼 재차 감염됐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때 인조는 상중이라 음식을 제대로 먹지 않고 병약한 몸을 이끌고 무리한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조선시대 왕들은 유교 율법에 따르다 보니 이렇게 질병이 걸리게 된 경우가 많았다. 실제 현종 개정 15년 3월 6일의 기록에도 왕의 목이 잠기고 두통에 오한 증세가 있다고 되어 있는데, 이는 역시 상중에 과도한 예법으로 몸이 상해서 얻은 병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3월 7일의 기록을 보면, 현종의 얼굴에 부기가 있고 목이 잠기며 얼굴이 새까매진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인후(咽喉)질환이라고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이는 급성 상기도 감염으로 고열과 오한이 발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쨌든 일반적으로 기침·콧물·오한·발열·근육통·두통 등의 증상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밖에 설사와 같은 위장 증상까지 나타나면 상태는 매우 안 좋아진다. 영조 5년 12월 7일의 기록을 보면 선왕(先王)인 경종의 사망 당시 기록이 자세히 나오는데, 그해 7월 17일부터 두통 증세가 있어 침식(寢食)이 모두 감퇴되고 오한과 열로 번뇌하다가 가슴속이 번민(煩悶)스러운 증세가 있었고, 21일 이후에는 설사가 멎지 않아 마침내 위독하게 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서둘러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