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할 일 중에서 가장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했던 부분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민주통합당 국회의원들과 온갖 언론과 종북좌빨들의 합심단결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
정부조직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된다는 발표를 처음 들었을 때에는 ‘이공계’가 활성화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거기까지였다. 세계 속의 경쟁에서 힘차게 앞서 가게 될 ‘혁신’과 ‘도약’까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부서의 장관 후보자로 ‘김종훈’이라는 재미교포 기업인이 지명되었을 때, 나는 한국축구에서 '혁신'과 '도약'을 일으켰던 히딩크를 떠올렸다.
어디서 본 듯한 인물이기에 기억을 더듬어 보니 2011년 9월, KBS의 ‘글로벌 성공시대’에 등장했던 분이었다.
그 프로그램은 세계 각지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공을 이룬 한국인들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김종훈은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이었고 빈민촌 거주자였다. 학교에서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외톨이였으며, 학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주방보조, 신문배달 등의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날마다 밤을 새다시피 하던 중에 졸음을 참지 못하여 교통사고가 난 적도 있었다. 주경야독으로 공부하면서 고등학교를 전교 2등으로 졸업하고 존스홉킨스대 전자공학과에 진학했다…
메릴랜드 대에서는 평균 5년 걸리는 박사 학위를 2년 만에 취득했고, 메릴랜드 공대학장은 그를 전설이라고 평가했다. 김종훈은 서른여덟의 나이에 미국 400대 부자가 되었다… 2005년에는 벨 연구소 사장직을 맡았다. 86년의 전통이 있었고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벨 연구소는 좌초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망하는 회사와 같이 물에 빠져죽는다고 사장직 맡는 것을 만류했지만, 특유의 리더십으로 회사가 수익을 창출하면서 살아나게 했고 지금은 세계 8개국에 직원이 26,000명이다…
‘성공시대’는 김종훈의 가치관을 이렇게 요약했다.
첫째,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 무언가를 하라.
둘째, 꿈의 크기가 인생을 결정한다.
셋째, 혼자서는 성공할 수 없다. 좋은 팀을 이뤄라.
넷째,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월드컵에서 16강까지 올라가 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대한민국이 2002년에 4강까지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네덜란드인 감독 히딩크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인적자원을 가지고 한국인 감독은 왜 도무지 안 되고 있었는가? 한국인 감독은 주도적으로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다양한 경로로 간섭과 청탁과 압력이 작용했다. 그런데 히딩크에게는 지연이니 학연이니 하는 게 없었고, 전권을 가지고 자신의 구상을 밀어붙일 수 있었으며 한국 선수들은 순수하게 감독의 지시를 따랐다. 그리하여 ‘혁신’과 ‘도약’의 신화가 창조될 수 있었다.
초반에는 다양한 경로로 각종 주문과 공격이 있었다. 멀티플레이를 가능케 하는 기초체력 훈련의 장면에 대해서는 맨날 달리기만 하냐는 비난이 있었고, 히딩크의 프로그램에 의한 것이었건만 유럽 강팀과 평가전 경기에서 5대 0으로 지자 언론은 ‘오대빵 감독’이라는 입방아를 퍼트렸다. 스타일 바꾸라는 주문이 빗발쳤다. 그의 흑인 여자친구에 대해서도 말들을 만들며 그를 끌어내리려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감독직을 ‘맡고’ 있었고, 나름대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 상태였다. 만일 그가 감독직을 맡기 전에 작금의 이석기와 통합당과 대부분의 언론들이 하듯이 그에게 합심단결로 집중포화를 날리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다면, 히딩크는 대한민국 축구대표감독직을 결코 맡고 싶지 않았으리라.
바로 그 ‘김종훈’이라면? 과학(이공계)과 산업 분야에서 바로 그 히딩크 이상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자로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좋은 괴물(?)을 잘 찾아냈구나, 하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는데,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이 김종훈을 끌어내리는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김종훈은 미국의 스파이라는 거였다. 이석기 의원과 한 패가 된 여러 언론은 김종훈의 아내가 국내에 부동산투기를 했고 룸싸롱 사업을 해온 것처럼 지저분한 이미지를 적극 조성했다. 그 부동산이라는 것은 IMF때 김대중 정부가 외국의 투자를 호소할 때 구입한 것이라는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외국인들에게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 것일까?
김종훈은 목격했다. 자신이 일하고자 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첫 단추조차 이석기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 통합민주당의 반대로 꿰어지지 않는 것을. 대통령도 힘이 없구나… 히딩크처럼 지식과 역량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여건이 없구나… 대통령의 힘도 그만큼 밖에 되지 않는다면 종북좌빨과 통합당과 대다수의 언론, 그리고 관료들의 저항을 헤치고 나갈 주도권을 결코 행사할 수 없겠구나… 자신의 아내까지 만신창이로 만드는 대한민국의 정치와 언론의 상황 속에서 김종훈은 절망했다. 나의 희망도 부서졌다.
좌절하고 돌아가는 김종훈의 등 뒤에 대고 또 언론들이 다양한 가래침을 뱉고 있다. 애국심이 있다는 신뢰를 도무지 느낄 수 없는 무리들이, 기꺼이 미국국적 포기세 1000억 원을 지불할 의지가 있었던 이에게 당신에게 애국심이 있었냐, 고 묻고 있다. 단 하루를 국회의원질을 했어도 나중에 매달 연금 120만원씩 챙긴다는 결심을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님들에게 김종훈을 능가하는 무슨 놈의 애국심이 있을까.
이 참담한 절망의 상황을, 통쾌한 승리감을 만끽한다는 듯이 이석기 통합당 의원은 “(김종훈 사퇴는) 박근혜 대통령의 친미적이고 독재적인 사고가 빚은 결과다. 사필귀정이다”는 말로, 고소하다는 표정(나는 그렇게 느꼈다)으로 종편채널에 난데없이 등장했던 새누리당의 김용태 의원은 “협상이 99% 왔는데, 대통령 담화 때문에 어려워졌다”는 말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엿먹이는 기회로 이용했다.
애국가를 역겨워하는 이석기 의원은 신나게 승승장구하고 있고, 1000억 원의 희생을 감당할 의지가 있었던 김종훈 같은 분이 패배하고 멀리 떠나가 버리게 되는 이 나라에 희망이 있을까? 김종훈보다 뛰어난 인물을 찾을 수 있을까?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국민들에게 알찬 복지의 진정한 토대가 될, 월드컵 4강신화 같은 ‘혁신’과 ‘도약’이 과연 있게 될까?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