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高水長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소리 들렸으랴
이육사, 오늘 5월 18일은 식민지하 속에서 민족정신을 장엄하게 시로써 노래한 이육사 본명, 이원록(李源綠) 선생이 1904년, 경상북도 안동군 도산면 원천동 881번지에서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14대 손으로 태어난 날입니다. 육사라는 이름은 그가 독립투쟁에 헌신하다 대구형무소에 수용되었을 때 수인 번호가 64(또는 264)여서, 그 차음(借音)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그는 일제 말기의 어두운 시대 상황 속에서도 명징한 언어로 꺼지지 않는 독립의지를 노래했습니다. 17회나 투옥이 되며 나라를 위해 몸을 던져 싸움으로써, 민족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어떻게 처신할 것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실천 문학인이기도 했지요.
그의 삶을 보며 산고수장(山高水長)이 떠오릅니다.
山 메 산
高 높을 고
水 물 수
長 길 장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後集), 엄선생사당기(嚴先生祠堂記)에 나오는 이 말은 ‘산은 언제까지나 높게 우뚝 솟아있고, 강은 영구히 흐른다’는 뜻으로 인자(仁者)나 군자(君子)의 덕이 오래도록 후세에 전해짐을 이르는 말입니다.
범중엄(范中俺)이 절강(浙江)의 엄주(嚴州) 태수(太守)였을 때 엄광(嚴光)의 사당을 짓고 그 후손을 불러 제사를 지내도록 했는데, 원문을 보면
雲山蒼蒼 江水泱泱
(운산창창 강수앙앙)
구름이 걸린 산은 수목(樹木)이 푸르고 강을 이루어 흐르는 물은 길고도 넓어라.
先生之風 山高水長
(선생지풍 산고수장)
선생의 덕풍(德風)은 산이 높고 물이 긴 것과 같다 하리라에서 유래합니다.
동생이 수습한 이육사의 절명시(絶命詩) ‘광야(曠野)’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모든 산맥들이
바다로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덕이 오래도록 후세에 전해짐을 이르는 산고수장(山高水長). 지금의 대한민국은 독립투쟁에 헌신하여 전 생애를 통해 17회나 투옥되었던 이육사 선생과 같은 절개와 기개를 지닌 분들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