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노량진 노행 앞 고시원이고
전 지방에서 갓 올라왔어요..
저녁 먹을 게 마땅치 않아서 햄버거나 사와서 먹어야겠다 싶어
뛰어갔다 왔는데..... 그냥 이상하게 기분이 울적해서 글 한 번 써봐요.
버거킹 들어갔더니 시간이 늦어서 인지 사람이 없더라구요.
저보다 조금 먼저 들어가신 아저씨 한 분이
너무너무 얇은 미화원복장으로
손이 많이 시려우신지 주름진 두 손을 호호 불면서 서 계셨어요...
계산을 먼저 하셨는데
2300 원을 거슬러 받으셨거든요?
아저씨께서는 고개를 갸우뚱 하시면서 거스름돈이 이게 맞나요? 하고 조심스레 물으셨고
아주 어려보이는 여점원은
"예 가격은 2200 원이고 거스름돈은 2300원입니다." 하시더라구요.
아저씨께서는 곧 고개를 끄덕이시고
자리로 가셔서 가만히 음식을 기다리셨어요.
순간, 여기 2200 원짜리 메뉴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고...
아..제발 아저씨께서 시키신 게 버거가 아니었음 좋겠다....하는 생각을 했어요.
음료도 하나 없이 달랑 햄버거 하나를 드시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나봐요...
그냥 잠깐 쉬시며 따뜻한 커피 같은 거 한 잔 드시러 오신 거였음 좋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곧이어 음식이 나왔고
역시나 거기서 가장 싼 치즈버거 이네요..
메뉴판의 화려한 그림 속 비싼 햄버거들과 다르게 너무나 작아보이는 햄버거를
아저씨가 맛있게 드시는데
차갑게 언 두 손 속 햄버거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어요....
맛있게 반쯤 드시던 아저씨는
결국 조심스레 일어나셔서
웃으시며 아가씨, 5천원 냈으니 500원을 덜 받았네요.
하니까
점원은 계산기를 톡톡 두드리더니
제가 아까 2300 원 드렸나요? 죄송합니다. 하면서 500 원짜리 동전을 톡 하고 집어주네요.
저희 아버지도
환경미화원은 아니시지만
이 추운날 밖에서 힘든 일을 하세요...
고생하신 덕에 아까 그 햄버거 가게의 아저씨처럼 늙고 초라한 모습이지만
그래서 버스를 타면 옆자리에 아가씨들은 잘 안 앉더라 하면서
웃으시며 얘기하시는 너무너무 좋은 아버지세요.
집이 여유롭지 못 해서 근근히 공부했지만
1차 덜컥 붙은 딸내미 후회 없이 공부시키고 싶어
100 만원을 통장에 넣어주시며
한 달동안 3차준비 열심히 하고 오라고 서울 올려보내주셨어요.
전 7000 원쯤 하는 와퍼세트를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찬바람에 손이 곱으신 아저씨께서
음료수 하나 없이
작은 햄버거 하나를 너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
괜히 너무 화가나고 속상하고
짜증이 나서
얼른 햄버거를 받아 와버렸어요.
점원 아가씨도 전혀 불친절하거나 싸가지 없지도 않았고
계산 실수는 흔히 있는일이고
아까 그 상황에서 전~혀 문제 될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런데도 그냥
아무 이유없이
나는 저 7000원짜리 햄버거세트를
이 보일러 뜻뜻한 최신식 고시원 침대에 누워 먹기가 싫어졌어요.
그 사람 좋게 생기셨던
미화원 아저씨를 전혀 동정하거나 불쌍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니 오해마시길...
저는 그냥....
이 추운날에 고생하시며 일을 하시고
정말 얼마안되는 일당을 쪼개어
음료수 값도 부담이 되어 그 햄버거 가게에서 가장 싼 햄버거 하나를 주문하고
500 원을 덜 받은 것 같아
한참이나 고민하다 쭈뼛쭈뼛 일어나 점원에게 말을 꺼내셨을 아저씨 모습에서
제 아버지를 봤나봐요.
내가 만약 점원이었다면
환하게 웃어드리며
아저씨, 제가 계산을 잘못했네요. 너무 죄송합니다.
대신 서비스로 따뜻한 음료 한잔 드릴게요.
하고 내어드렸을 거 같아요. 나중에 제가 계산을 하겠지만.
그냥....
지금 햄버거를 저리 치워두고 이 글을 쓰고 있네요.
눈물이 펑펑 흘러서 제 자신도 놀라울 따름이예요.
그냥... 세상엔 보기 싫은 장면이 많아요.
이렇게 추운날 얇은 옷을 입고 곱아터진 손등을 호호 불며 일해도
허기진 배를 2200 원짜리 햄버거 하나로 채울 수 밖에 없는
이런 세상이 좀 슬퍼요 그냥.
아빠가 보고싶어요. 엄마도.
눈물 콧물 흘리고 있네요 어이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