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되고부터 1960년대까지
우리 가요의 노랫말에 담긴 어머니는
자식의 성공을 위해 빌고 또 빌었다.
먼 고향에서 갖은 고생으로
뒷바라지하거나
그러다 돌아가신
애달픈 사연의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불러 봐도 울어 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요
다시 못 올 어머니여
불초한 이 자식은
생전에 지은 죄를
엎드려 빕니다'는
가사의 ‘불효자는 웁니다’가
이런 정서를 잘 대변해 준다.
이 노래에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는
자식의 애절함이 묻어난다.
4분의 2박자, 트로트풍으로
가수 진방남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는 내용이다.
진방남(본명 박창오)은
1916년 마산태생의
가수 겸 작사가 반야월
(2012년 3월 26일 별세)의
예명이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건 1938년.
조선일보사와 태평레코드사가
1936년 공동으로 연
전국신인남녀가요콩쿨대회에서
1등을 한 반 선생의 데뷔곡이다.
22세 때 태평레코드사
전속가수가 된
그는 녹음시설이 있는
일본 오사카로 취입 차 떠났다.
그는 악보를 보며
스튜디오로 들어갈 때
분위기가 이상했다.
‘모친별세’란 전보가 날아든 것이다.
그는 한순간 기를 잃고
눈물범벅이 됐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며
생전의 불효에 용서를 비는 내용의
‘불효자는 웁니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음반엔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그는 녹음실에서 통곡했다.
그는 자서전 ‘나의 삶 나의 노래’에서
'통곡하는 슬픔 속에 취입했던
이 노래엔 일생일대 잊지 못할
슬픈 추억과 한이 담겨 있다'고
회고했다.
‘불효자는 웁니다’ 음반이 나오자
인기는 대단했다.
노랫말이 효와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의 가슴을 적셔
히트한 것이다.
재일동포 모국방문,
남북이산가족찾기 등
한 맺힌 만남행사들이 이어지면서
더욱 떴다.
이 노래는 김희갑, 나훈아, 하춘화 등도
리메이크해 불렀다.
1980년대 후엔
악극으로 만들어져
무대에까지 올려졌다.
나훈아의 ‘어머님의 영광’,
남진의 ‘어머님’,
남인수의 ‘어머님 안심 하소서’,
태진아의 ‘사모곡’,
현숙의 ‘나의 어머니’까지
트로트가락 속에서
효도의 정서는 살아 숨 쉬고 있다.
‘불효자는 웁니다’를 노래한 진방남
(반야월, 1916~2012)
‘비내리는 고모령’ 노래비:
노래 제목의 고모령(顧母嶺)은
뒤돌아보는 어머니의 고개란 뜻이다.
모자(母子)간의 애틋함 담긴
‘비 내리는 고모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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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고모령-현인-LP Music -현-미도파 레코드 사운드 - (원곡-1947년 비내리는 顧母嶺 럭키레코드) - YouTube
1946년에 발표된
‘비 내리는 고모령’도
어머니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담긴
가요로
모자지간의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다.
노래 제목의 고모령(顧母嶺)은
뒤돌아보는 어머니의 고개란 뜻이다.
가사에는 일터를 찾기 위해
어머니와 헤어지는 젊은 아들의
가슴 아픈 심정이 녹아 있다.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오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넘어오던 그날 밤이 그리웁고나'
노래 배경지 고모령은
대구의 남쪽 작은 기차역이 있는
언덕길이다.
행정구역상으론
대구광역시 수성구 고모동으로
지금은 호텔이 서 있고
사람들 왕래가 잦은 곳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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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노승렬 | 강남풍 작사 전오승 작곡 김용만 노래 효녀심청 - Daum 카페
'공양미 삼백 석에 재물이 되어
앞 못 보는 부친님과 하직을 하고서'로
나가는 세고천 작사, 전오승 작곡의
‘효녀심청’은
효 노래로 유명하다.
1956년 원로가수 김용만이 불러
크게 히트했다.
4분의 4박자 룸바 풍의 이 노래는
효성이 지극한 소설 속의
심청을 그린 것이다.
‘심청전’에 나오는 이야기가
노랫말 3절까지 그대로 담겨 있다.
이 노래는 나훈아 등
다른 가수들이 리메이크해 부르기도 했다.
노래가 히트하면서
같은 제목의 영화도 만들어졌다.
1960년대 들어선
반야월 작사, 손목인 작곡,
오기택이 부른
‘아빠의 청춘’이 히트했다.
이 노래는 1966년 같은 제목의
영화주제가로 태어났다.
촌부역할을 잘 해낸
인기배우 김승호가 아버지,
태현실, 신성일 등이
자식으로 나오는
영화는 노래와 함께
대중 속을 파고들었다.
노랫말처럼
'이 세상에 부모 마음 다 같은 마음
아들딸이 잘 되라고 행복하라고
마음으로 빌어주는'
아빠 박 영감의 마음을
자식들이 어찌 알까.
세상물정 모르고
‘노랭이라 비웃으며 욕할’ 뿐이었다.
1970년대 가요계에는
새 어머니상이 등장했다.
1970년
시각장애가수 이용복의 데뷔곡
‘어머니 왜 나를 낳으셨나요’는
이탈리아 원곡
‘1943년 4월 3일생’을
번안한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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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arzo 1943 - Lucio Dalla [팝송 속에 숨겨진 이야기][음악다방] - YouTube
못다 한 효도에 대한 한 맺힌 노래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이 노래는 1972년
같은 제목의 영화주제곡으로 쓰였다.
최근엔 박해일, 염정아 주연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에서
박해일의 목소리로
다시 등장했다.
장애인으로 자라면서
어머니와 사연이 많았던
이용복은 1971년
이탈리아 가수 니콜레타의 원곡
‘오 마미’도 번안해 불렀다.
김중순 작사, 고봉산 작곡,
남진 노래의 ‘어머니’도
들을수록 뭉클해진다.
웬만큼 나이 먹은 사람이면
마치 자신을 얘기하는 것 같고
주름진 어머니 얼굴이 떠올라서다.
4분의 4박자 트로트곡이지만
애잔한 느낌이 드는 가요다.
1976년 발표된 이 노래는
전업 작곡가보다 곡을 더 잘 만드는
작사가 김중순씨와
남진의 사모곡이다.
가슴 저미는 내용의 가사로
일찌감치 히트를 예고했다.
김 작사가는
손진석 오아시스레코드사 사장
(2011년 3월 13일 별세)이
연결해준 신인가수 남진을 만나
이 노래를 꽃 피웠다.
그는 전북 출신으로
결혼을 않고 혼자 살다
1999년 61세에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를 취입한 남진
(67, 본명 김남진)도
이야기가 많은 가수다.
그는
'어머니 참사랑에
목이 타는 어린자식'으로 나가는
신 필름 영화주제가
‘어머니의 참사랑’도 불렀으나
‘어머니’가 너무 뜨는 바람에
빛을 보지 못했다.
‘어머니’는 46년차 가수 남진이
공식무대에 선 잘 부르지 않은 지
20년쯤 됐다.
KBS-1TV ‘가요무대’에서
많이 불렀을 만큼 아끼는 곡이지만
이유가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데다
속 깊이 사무친 감정들이 북받쳐
눈물을 쏟을까 두려워서다.
그는 지난해 3월 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남진 데뷔 45주년 콘서트 :
님과 함께 45년’ 공연 땐
모처럼 ‘어머니’를 불러 관중을 울렸다.
최백호의 사모곡
‘내 마음 갈 곳을 잃어’(1976년)도
어머니를 그린 가요다.
최종혁 작곡, 최백호(62)가 작사하고
부른 이 노래는 4분의 4박자,
슬로우고고풍으로
애조 띤 멜로디와
뭔가를 말하려는 듯한 노랫말이
마음을 끈다.
1950년 부산 태생인 최백호는
태어나 6개월 만에 아버지
(제2대 국회의원 최원봉)를 잃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생활은 어려웠지만
매사에 꿋꿋했다.
그의 젊음에 또 한 번 큰 아픔이 다가왔다.
부산 가야고를 졸업,
혈기왕성할 때인 20살에
어머니가 세상을 뜬 것이다.
둥지를 잃은 최백호에겐
기댈 마음의 언덕이 필요했다.
그래서 벗 삼은 게
노래와 글이었다.
군 제대 후
부산시내 음악 살롱무대를 돌며
노래를 했던 최백호는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로 인기를 모았던
가수 하수영에게 발탁돼
1976년 가을 가수로 데뷔했다.
그때 선보인 곡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다.
일찍 아버지를 잃고
품에 안길 수 있었던
어머니마저 돌아가자
쓸쓸함 마음 어디 둘 곳이 없어
만든 노래다.
1980년대 들어서는
가사가 그전의 노래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곡들이 나왔다.
1983년 10월 선보인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가
단적인 예이다.
'냉장고를 열어 보니
한 모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나는 내일 아침에 고등어구이를
먹을 수 있네'란 노랫말을 통해
어머니와 아들간의 정을 담아냈다.
이어 1985년
그룹 들국화의 데뷔앨범 수록곡
‘사랑일 뿐이야’도
어머니를 노래했다.
'어머닌 아마도 제게 하나뿐인 화가처럼
온 세상 그대 손으로
아름답게 물들여요'라는 식으로
승화된 가사가 눈길을 끈다.
어머니가 존경과 사랑의 대상이란 점은
여전하나
눈물도, 사무치는 그리움도 없다.
록의 시대와 함께
가사가 세련돼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0년대 들어선
어머니 소재 노래 가사 흐름이
직설법으로 달라졌다.
1993년 이승환과 김종서는
‘내 어머니’와 ‘어머니의 노래’를 발표했다.
이승환은 ‘내게’,
김종서는 ‘겨울비’가 인기를 모았던 때라
이 노래들이 크게 주목받진 못했지만
공통분모가 있다.
‘어머니의 노래’가 가리키는 어머니는
곧 ‘지구’란 설명이 있긴 하나
1980년대 보다 가사가
직설법으로 되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록그룹의
리드보컬을 접고
대중음악의 솔로가수가 된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이덕상 작사, 서승일 작곡 4분의 4박자
슬로고고곡인 태진아의 ‘사모곡’(1993년)도
노랫말 구절구절이 가슴을 저민다.
'앞산 노을 질 때까지 호미 자루 벗을 삼아
화전 밭 일구시고 흙에 살던 어머니
땀에 찌든 삼베 적삼 기워 입고 살으시다
소쩍새 울음 따라 하늘 가신 어머님
그 모습 그리워서 이 한밤을 지샙니다'
2000년대 신세대 곡들도 줄이어
2000년대 앞뒤론 어머니 소재 노래들이
크게 변신했다.
노랫말 속의 어머니상이
연인이나 친구 같은 쪽으로
바뀌고 있다.
‘어머니와 고등어’ 이후
어머니 소재 노래는
1999년 god가 발표한 ‘어머님께’다.
'어릴 때부터 우리 집은 가난 했어'로
나가는 ‘어머님께’는
자장면을 시켜놓고도
아들을 위해 끝내
젓가락을 들지 않았던
어머니 사랑을 잘 그려냈다.
일청소년 대상의 힙합 곡임에도
중, 장년층을 포함한
모든 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히트한 데는
'난 당신을 사랑 했어요'라고 말하는
대화체의 정감어린 노랫말이
한몫 했다.
2007년 테이의 ‘어머니’,
박효신의 ‘1991년 어느 추운 날에’ 가사 속의
어머니는 존경 대상이라기보다
친근하고 사랑스런 존재다.
이색적인 어머니 소재 가요들도 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건
어머니와 아들간의 사랑이지만
예외도 있다.
'어머님 용서하세요
그녀에겐 저밖에 없는데
그녈 버릴 수가 없어요'라며
어머니의 뜻에 반대해
혼자 멀리 떠나겠다는 뜻을 담은
F&F의 ‘사랑하는 어머님께’가
그 사례다.
그룹멤버 최성빈이
1990년대 발표한 원곡은
제목 때문에 어버이날이면
방송프로그램의 단골 신청곡이었지만
가사 내용에 걸려
5월 8일엔 방송된 적이 없다.
1996년 윤종신이 부른
‘너의 어머니’에 나오는 어머니 또한
모자간의 장벽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진미령은 2004년 발표한
‘내가 난생 처음 여자가 되던 날’에서
'내일이면 나는 쉰이라네
딸아이가 벌써 시집을 간다
우리엄마 살아계셨더라면
얼마나 기뻐할까
그때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데
그 옛날 엄마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라고 노래했다.
여가수가 어머니를 노래한 것도
드문 일이지만
딸의 성장을 통해
어머니와 자신의 관계를
돌이켜본 게 흥미롭다.
가요계에선 현숙
(본명 정현숙)씨가
효녀가수로 유명하다.
몇 년 전 대전에서
팬클럽까지 만들어졌다.
1959년 5월생으로
1979년
‘타국에 계신 아빠에게’로 데뷔한
현숙은 2009년
제33회 삼성효행상 특별상을 받았다.
효도회 홍보대사,
대한치매학회 홍보대사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매니저이자
가수로 키워준 김상범씨(작고)가
대전 출신이어서
효도회와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김제여고를 나온
그는 1979년 1집 앨범
‘정답게 둘이서’를 내놓고
33년째 가요계를 뛰고 있다.
첫댓글 2회나 걸쳐서 [부모님. 효도를 소재로 한 노래들]을 올려 주셔서 모처럼 나 자신을 뒤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효와 사모곡(思母曲), 더 나아가 '장모님 전상서'까지........
자식과 늘 함께 하는 엄마이기에 자식들은 엄마가 최고의 그리움일 것입니다.
어쩜 아빠들은 섭섭하기도 할 것 같네요.ㅋㅋ
개개인의 입장이 다르겠지만
바람새는 아들들에게 "아빠에게 전화" "아빠에게 선물" "아빠랑 포옹을 ......"^^
가족의 안전을 위해 사회에서 버티어야 할 고충을 담당했던 아버지란 위치를
엄마가 암암리에 느끼게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날. 어머니 노래. 이것 역시 남자 분들이 엄마. 아내에게 바치는 사랑의 노래인 것을......
그렁저렁
노년이 되었네요.
그리도 바쁘게 살아 왔던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되어
집안에서 소외감으로 외로울까 싶을 때가 있답니다.ㅎ
♡바람새야. 내편(남편)에게 잘 해 드려♡ㅋㅋㅋㅋㅋㅋ
내일이면 또 까먹을테지만.ㅎㅎ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을 토대로 지은
양주동 박사의 어머니의 마음과
불효자는 웁니다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