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산 산행을 마친 후 기차시간에 쫓겨 무거운 배낭을 울러메고
북평역까지 허겁지겁 신작로길을 뛰던
오래전의 기억을 떠 올려 보면서 도착한 동해역.
깔끔하게 단장된 모습이기는 하건만 먼 세월속의 송정해수욕장이며
북평역에서 헤매이는 나그네의 추억은 갈 곳을 모른다.
여하튼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도 피할겸
잠시 대합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수 십년전의 묵호항이며 북평역등을 빛바랜 사진처럼 더듬어 보면서
비약적으로 변한 오늘의 동해시의 한 부분을 내다본다.
3일 8일에 열리는 북평의 5일장은 영동일대에서 알아주는 전통민속장인데
날짜를 맞추지 못해 눈요기를 못하는 게 서운하다.
세상사 마음대로 다 되는 거 아니라지만 비 오는 날 동해역에서는
우산을 빌려준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염치는 차후로 미루고 코레일 로고가 선명한 우산을 빌려
묵호로 삼척으로 진종일 쓰기도 하고 들기도 하면서 부려먹다가
이튿날 반납을 하는데 역무원의 한 마디가 의외다.
"정말 반납하시네요"
변소 갈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얘기를 생각나게 해 주는 반응에
세상인심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등짝이 서늘해 진다.
동해시 천곡동 북평여고 앞 천곡동굴의 이른 아침은 관람객이 붐비지 않아 좋다.
인근도시 삼척의 대이동굴이나 환선굴에 비해서 규모는 작지만 시내에 자리를 잡고 있는 편리한 교통여건의 덕을 톡톡히 보면서 단체관람객들을 비롯해서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 한다.
관람편의 시설이 요란하지 않고 비교적 접근방법이 수월한 탐사로는 남녀노소 모두가 큰 어려움을 모르고 한 바퀴 돌아 볼만 하다.
다만 동굴안을 스산하게 울리는 쇳소리와 촉감 싸늘한 철골구조물 보다는 친환경적인 목재를 사용해서 설치한 부드러운 이동로였다면 더욱
좋았겠다는 욕심을 엉뚱하게 해 본다.
1991년6월24일에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들어 냈으며 약 4~5억년전에 생성된 석회동굴로 길이가 1.4km정도 되지만 그 중 반 정도만 개방을 하고 나머지 구간은 보존지구로 지정해서 관리하고 있다.
학구적인 문제와는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여름 날 시원한 지하동굴의 음습한 공기를 마셔보는 것 만으로도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