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식]
김익하 장편소설 『토렴』이 출간되었다.
월간 『창조문예』에 2019년 6월호부터 2020년 8월까지 15개월 연재되었던 1,700매 분량
김익하 장편소설 『토렴』이 <창조문예사>에서 단행본으로 2021년 3월 10일자로 묶어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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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쓰는 동안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통금과 불통시대를 맞았다. 유일한 소통 도구로 문자가 말을 대신하게 되었다. 해서 적확한 쓰임이 유용한데 이 순간에도 목하 많은 문자가 훼손되고 있다. 문자를 소비해서 작품을 제작하므로 상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주어진 작가 처지에선 요즘처럼 글 쓰는 일이 무용하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 문자도 시대 변화를 겪긴 하지만, 현금 세태를 관통하면서 그 문자들이 수침한 논에서 거둬들인 앵미와 같이 변질돼 양곡으로 쓸 수 없는 위기를 맞았다. 문자 곳간인 국어대사전이 전몰장병 기념관의 죽은 자 명부와 다름없도록 세 치 혀에 목숨 건 자들이 왜곡 훼손해서 후대들 언어생활을 황폐화한 전죄前罪를 지었다.
부쩍 쓰임이 잦아진 공정이니, 위민이니, 협치니, 민의니, 혐의 없음, 나는 모르는 일 따위 등 셀 수없이 많은 문자가 생명을 잃고 쓰임새에 따라 수상쩍기도 하지만 남루해졌다. 도저한 문자가 복원 회복이 불가능할 만큼 허섭스레기로 변질한 사태에 자괴감마저 든다. 그러니 훼손된 문자를 포쇄하고 벼려 써야 할 처지에선 선택한 문자도 제 뜻을 바르게 나타낼지 미심쩍다. 참으로 곤욕스럽게 살아가는 불편한 시대다. 희망이란 문자에서도 기다림을 기약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면서도 수세적인 문자인 ‘기다림’을 굳이 설정했고, 설정한 마당이니 기다리기도 했으며 거기에 다가가려고 나름 애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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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에서 받은 목숨의 경외심 땜에 삶을 이으려다가 상처 입고도 이름을 남기지 못한 인간이 아닌 사람에게(이 말은 ‘이 인간아, 사람값을 좀 해라’에서 근거했다) 이 글을 바친다. 바탕 슬픔을 적확하게 전달하지 못한 재주가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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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에는 열다섯 달 동안 혼신의 힘을 다했다. 예서 더한 바람은 제 능력 밖임을 인정하며 읽은 뒤의 느낌은 오롯이 독자 나름 영역이라 말을 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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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엮어낸다는 일 자체가 믿음을 주는 사람들을 번거롭게 하는 일이다.
특히작품을 연재 집필하면서 열악한 문예지 출판 환경에서도 통권 제300호 발간 목표를 문에 붙이고 한 달도 거르지 않고 24년 동안 월간문학지를 발행해 온 임만호 발행인의 뚝심과 자존심에 누를 끼쳐선 안 된다는 명제를 수도 없이 되뇌며 집필을 단속했다. <창조문예> 발행인의 성원 덕분과 편집자의 문선 수고에 힘입어 작품 속 주인공이 세상 빛을 봐 이름을 얻게 되었다. 정밀하지 못한 창작자 처지에서 일면식도 없는 터에 해설을 붙인 이명재 평론가께도 삼가 지면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처질 때마다 등 두들겨 주며 애정의 눈길을 보내준 지인들께 지면 밖에서 일일이 고마움을 전할 작정이다.
2021년 이른 봄
서울 초광재草䒰齋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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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익하 선배님의 장편소설 <<토렴>>발간을 축하드립니다. 월간 『창조문예』에 2019년 6월호부터 2020년 8월까지 15개월 연재되었던 1,700매 분량 책을 받아드니, 글의 내용과 작품성처럼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삼척출신 문인으로는 대학강단에 서면서 일찌기 학계와 문단에 우뚝선 이성교 선배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하게 좋은 작품을 계속 발표하고 있는 정일남 선배님이 존재하고, 뒤를 이어 최홍걸 선배와 김익하 선배께서 좋은 작품을 쓰셨는데, 오랫동안 직장생활이나 삶에 갇혀서 크게 작품으로 성공을 못하는 게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퇴사하고, 사업을 접고, 작품 쓰기에 매진할 때 나는 김익하 선배의 역량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독자에 박수를 받는 좋은 작품을 쓸 것이라는 짐작을 했습니다. 그게 이루어지니 본인은 물론 삼척의 자랑입니다. 특히 삼척 중심의 토속적인 모국어와 개성적인 문장력과 적절한 문학적 비유와 유머감각이 더 소설의 읽는 맛을 더하지요. 큰일 하시느라 기력이 빠졌을 텐데, 보약이라도 좀 때려드시고, 다시 좋은 작품 구상하시기 바랍니다. 삼척의 문학 후배 드림
과찬 과합니다.
부지런히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