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 봄비가 남녘에 두어 차례 내렸다. 오랜 가뭄이라 흡족하진 않아도 폴폴 일던 먼지 정도는 재웠다. 공중에 떠돌던 먼지도 씻어가니 대기가 한층 깨끗해졌다. 나는 아침 출근길에 반림중학교 울타리 곁을 지난다. 하루가 다르게 개나리 꽃눈이 도톰해져가고 있었다. 며칠 가지 않아 노랑병아리 같은 꽃을 화사하게 피우지 싶었다. 시간차를 두고 벚나무 꽃망울이 피어날 준비를 했다.
삼월신학기 첫 주를 바쁘게 보낸 주말이었다. 집에서 점심을 먹고 현관을 나섰다. 반림중학교를 지나 개나리 꽃망울의 열병을 받으며 남산교회 앞을 거쳐 퇴촌삼거리에서 사림동 주택가를 지났다. 어느 집 정원의 집은 꽃망울은 무게를 참지 못하고 꽃잎을 펼쳤다. 창원대학 뒤쪽 텃밭에선 맏물부추가 통통히 살져가고 쪽파가 싱그러웠다. 밭둑에 심어둔 매실나무도 꽃이 활활 피었다.
개나리, 벚나무, 매실나무, 부추, 쪽파는 모두 사람이 심어 가꾸는 나무거나 채소였다. 사격장에선 클레이 동호인들이 쏘아대는 총소리가 ‘꽝! 꽝!’ 연발 음을 내었다. 나는 우회등산로를 따라 소목고개로 올랐다. 소목고개까지는 주말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정병산으로 오르내렸다. 길가에 흔한 아카시나무는 아직 물이 오른 낌새를 몰라도 오리나무는 잎눈이 부풀어 볼록해져 있었다.
나는 소목고개부터 정병산에 오르질 않고 인적 뜸한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용강검문소 방향으로 뻗은 산등선을 탔다. 보드라운 황토를 밟아가는 운치 있고 호젓한 길이다. 시누대 군락지를 지날 땐 컴컴한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었다. 졸참나무와 오리나무 가랑잎이 쌓인 숲속에서 노루 한 마리가 겅중겅중 뛰어갔다. 아마 내 인기척에 놀라 달아나는 모양이었다. 나는 노루한테 미안했다.
응달의 진달래 꽃망울도 도톰해져갔다. 능선 북사면 탱자나무울타리 사이로 가지치기가 끝난 감나무 과수원이 보였다. 나는 탱자나무울타리를 볼 때마다 외할머니 댁을 골목을 들어서던 어릴 적이 떠올랐다. 듬성듬성 서 있는 생강나무도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쥐똥나무는 소나무를 제외하곤 유일하게 푸름을 간직했다. 인동넝쿨은 묵은 잎이 겨울을 나고 새잎도 돋고 있었다.
능선의 남사면엔 창원컨트리클럽이 넓게 펼쳐졌다. 골프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타고 온 자동차가 산중 주차장에 그득했다. 필드 군데군데 골퍼와 캐디들이 거닐고 있었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운동 가운데 가장 좋은 운동이 골프라던 친구가 떠올랐다. 친구는 시중은행 지점장으로 있기에 여가시간 운동이 평상시 업무의 한 방편인지도 모를 일이다. 나한테는 골프가 격에 맞지 않아 어색했다.
산등선에서 오른쪽을 굽어보니 토목 공사장이었다. 경전선복선과 21호 대체국도 터널이 뚫리고 있었다. 더 멀게는 주남저수지와 대산들녘이 보였다. 봄이 오는 길목 나는 계속 서진하여 도계동으로 향했다. 내가 걷고 있는 능선 길은 한적해서 좋았다. 소목고개에서 한 시간 가량 걸었음에도 등산객 한 사람 만나지 못했다. 내 앞에서 장끼와 까투리만 푸드덕 날아올랐다.
산 능선을 타면서 내 시선을 끄는 새순이 계속 이어졌다. 가을부터 겨우내 빨간 열매를 달고 있다가 빛이 바래 쪼그라들었다. 더러 날짐승이나 길짐승이 열매를 따 먹기도 했을 것이다. 가시가 돋아 넝쿨처럼 뻗어 자라는 찔레나무 새순이었다. 산 능선에는 찔레나무가 아주 많았다. 오리나무를 비롯한 잡목이 우거진 숲에서 파릇한 새잎이 가장 먼저 돋아난 찔레나무 새순이었다.
능선에는 여러 초목이 자랐다. 딸기나무는 물이 오른 기색을 찾을 수 없었다. 칡넝쿨에서도 순은 나오질 않았다. 미국자리공도 잠에서 깨지 않았다. 그런데 찔레나무는 새순이 돋아 봄이 오고 있음을 제일 먼저 알렸다. 움이 튼 새순은 파릇파릇한 이파리를 펼쳐 달고 있었다. 같은 시간이 흘러도 계절은 원점으로 돌아오는데 여정은 종점으로 가고 있었다. 인생도 여정과 같은 지라. 09.03.07
기다린 봄비가 남녘에 두어 차례 내렸다. 오랜 가뭄이라 흡족하진 않아도 폴폴 일던 먼지 정도는 재웠다. 공중에 떠돌던 먼지도 씻어가니 대기가 한층 깨끗해졌다. 나는 아침 출근길에 반림중학교 울타리 곁을 지난다. 하루가 다르게 개나리 꽃눈이 도톰해져가고 있었다. 며칠 가지 않아 노랑병아리 같은 꽃을 화사하게 피우지 싶었다. 시간차를 두고 벚나무 꽃망울이 피어날 준비를 했다.
삼월신학기 첫 주를 바쁘게 보낸 주말이었다. 집에서 점심을 먹고 현관을 나섰다. 반림중학교를 지나 개나리 꽃망울의 열병을 받으며 남산교회 앞을 거쳐 퇴촌삼거리에서 사림동 주택가를 지났다. 어느 집 정원의 집은 꽃망울은 무게를 참지 못하고 꽃잎을 펼쳤다. 창원대학 뒤쪽 텃밭에선 맏물부추가 통통히 살져가고 쪽파가 싱그러웠다. 밭둑에 심어둔 매실나무도 꽃이 활활 피었다.
개나리, 벚나무, 매실나무, 부추, 쪽파는 모두 사람이 심어 가꾸는 나무거나 채소였다. 사격장에선 클레이 동호인들이 쏘아대는 총소리가 ‘꽝! 꽝!’ 연발 음을 내었다. 나는 우회등산로를 따라 소목고개로 올랐다. 소목고개까지는 주말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정병산으로 오르내렸다. 길가에 흔한 아카시나무는 아직 물이 오른 낌새를 몰라도 오리나무는 잎눈이 부풀어 볼록해져 있었다.
나는 소목고개부터 정병산에 오르질 않고 인적 뜸한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용강검문소 방향으로 뻗은 산등선을 탔다. 보드라운 황토를 밟아가는 운치 있고 호젓한 길이다. 시누대 군락지를 지날 땐 컴컴한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었다. 졸참나무와 오리나무 가랑잎이 쌓인 숲속에서 노루 한 마리가 겅중겅중 뛰어갔다. 아마 내 인기척에 놀라 달아나는 모양이었다. 나는 노루한테 미안했다.
응달의 진달래 꽃망울도 도톰해져갔다. 능선 북사면 탱자나무울타리 사이로 가지치기가 끝난 감나무 과수원이 보였다. 나는 탱자나무울타리를 볼 때마다 외할머니 댁을 골목을 들어서던 어릴 적이 떠올랐다. 듬성듬성 서 있는 생강나무도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쥐똥나무는 소나무를 제외하곤 유일하게 푸름을 간직했다. 인동넝쿨은 묵은 잎이 겨울을 나고 새잎도 돋고 있었다.
능선의 남사면엔 창원컨트리클럽이 넓게 펼쳐졌다. 골프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타고 온 자동차가 산중 주차장에 그득했다. 필드 군데군데 골퍼와 캐디들이 거닐고 있었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운동 가운데 가장 좋은 운동이 골프라던 친구가 떠올랐다. 친구는 시중은행 지점장으로 있기에 여가시간 운동이 평상시 업무의 한 방편인지도 모를 일이다. 나한테는 골프가 격에 맞지 않아 어색했다.
산등선에서 오른쪽을 굽어보니 토목 공사장이었다. 경전선복선과 21호 대체국도 터널이 뚫리고 있었다. 더 멀게는 주남저수지와 대산들녘이 보였다. 봄이 오는 길목 나는 계속 서진하여 도계동으로 향했다. 내가 걷고 있는 능선 길은 한적해서 좋았다. 소목고개에서 한 시간 가량 걸었음에도 등산객 한 사람 만나지 못했다. 내 앞에서 장끼와 까투리만 푸드덕 날아올랐다.
산 능선을 타면서 내 시선을 끄는 새순이 계속 이어졌다. 가을부터 겨우내 빨간 열매를 달고 있다가 빛이 바래 쪼그라들었다. 더러 날짐승이나 길짐승이 열매를 따 먹기도 했을 것이다. 가시가 돋아 넝쿨처럼 뻗어 자라는 찔레나무 새순이었다. 산 능선에는 찔레나무가 아주 많았다. 오리나무를 비롯한 잡목이 우거진 숲에서 파릇한 새잎이 가장 먼저 돋아난 찔레나무 새순이었다.
능선에는 여러 초목이 자랐다. 딸기나무는 물이 오른 기색을 찾을 수 없었다. 칡넝쿨에서도 순은 나오질 않았다. 미국자리공도 잠에서 깨지 않았다. 그런데 찔레나무는 새순이 돋아 봄이 오고 있음을 제일 먼저 알렸다. 움이 튼 새순은 파릇파릇한 이파리를 펼쳐 달고 있었다. 같은 시간이 흘러도 계절은 원점으로 돌아오는데 여정은 종점으로 가고 있었다. 인생도 여정과 같은 지라. 09.03.07
좋은 자료라 퍼 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