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김성희)의 요청에 의해 거창 금원산자연휴양림에 다녀 온 짧은 단상을 <숲과 문화>에 올립니다. 다시 정리하지 못하고
제 일기장의 내용을 그대로 옮김을 양해 바랍니다.
<금원산 자연휴양림에 머문 사흘 단상>
인생의 공허함탓일까? 까닭은 지금도 모르겠지만 숲에 머물고 싶어 지난 주에 이어 이번에는 경남 거창의 금원산 휴양관과
58번 데크를 예약했다.
저녁 8시가 넘어 어두워진 시골길을 네비게이션에 의지해 가다보니 무척 낯익은 곳임을 알게 되었다.
몇년전 장모님과 오래 알고 지내는 이곳 농부댁을 방문해 잣과 복분자를 구하러 온 기억 속 동네였다.
예나 지금이나 스스로 자각하고 살피면 미지의 길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올 곳일텐데,
현대인의 편리함에 대한 의존이 막막할 수도 있음을 알았다.
조용하게 머물 곳으로 힘겹게 예약한 58번 데크
밤이 깊건만 휴양관에서 1km남짓 떨어져 있다 보니 야영객이라고 해야 보이지 않는 언덕 모퉁이에 한 팀만 있을 뿐이었다
아내를 휴양관에 보내고 처가 식구를 기다리며 혼자 텐트를 거의 다 칠 무렵,
후두둑 하는 소리에 너무 놀라 텐트에 머물지 못하고 휴양관으로 가고 말았다
산에 머문다는 일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힘들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사방에 어둠뿐이고, 인기척 조차 없으니 잊었던 두려움, 어둠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몰려온 것이 얼마만이었던가!
이튿날, 감기몸살이 겹쳤지만 새벽에 텐트에 가서 주변에 떨어진 산 밤을 주웠다.
소설 '남부군'의 무대이자 빨치산들이 600여명 집단으로 목욕을 했다는 유안청 폭포와 좋은 계곡, 수목원은 볼거리가 많았다.
골짜기마다 흘러 내리는 물과 물살이 부딪혀 내는 소리, 산산히 부서진 물 분자들이 온 몸에 감기는 감촉,
각양 각색의 나무들과 잡목이 내뿜는 축축한 향기. 숲이 주는 평화......
오후에 처남을 보내고 삼십여 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가조 온천을 들렀다.
이곳은 내가 영천의 사일 온천과 함께 좋아하는 온천 명소 가운데 한 곳으로 노천탕의 오래된 소나무,
하늘과 주변 산이 멀리 얼굴을 내미는 모습이 아름다워 간혹 찾는 곳이다.
냉온탕을 오가며 쉬었더니 오히려 감기몸살이 심해졌다. 그리고 밤 늦도록 앓았다
밤새 비가 내리고 아침에 동서가족이 득달같이 새벽에 달려왔다
그 북적이는 시간의 짧은 틈새에 창밖으로 보이는 편백나무, 소나무, 낙엽송으로 들이치는 빗방울과 낙숫물 소리.
장모, 동서, 처형, 아내와 나의 산책이 시작되었다.
어제와 다른 길에서 만난 문바위- 국내 단일 바위로는 그 크기가 최대라고 한다- , 암벽 토굴사이에서 만난 가섭지마애삼존불상.
1111년에 만들어졌다하니 천년전의 이름모를 장인이 바위를 깎고 염원했을 터였다.
'그대, 피안에 - 저 편 언덕에 이르렀는가, 고향에 이르렀는가...'
해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마다 와서 바위를 사진에 담고 삼존불을 만난다면, 그렇게 10여년을 보내볼까.....
감기는 여전히 지독하다
첫댓글 나무와 바위,계곡 거기서 만남 삼존불, 나무 관세음보살....
금원산 자연휴양림을 소개 해주시어 감사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큰 하나로 된 바위가 이곳에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세계에서 하나로 된 가장 큰 바위는 서부호주의 아우구스트산이라고 하고 호주 중부에 있는 에어드락보다 2.5배가 크다고 합니다. 보통 우리들은 미국요세미트 국립공원의 엘 카피탄 바위가 해발 1,000M로 가장 큰 바위로 알고 있었는데 호주 것이 더 크다고 하네요.
숲과 물과 그리고 나무, 그속에 그림처럼 같이 한 사람들이 좋은 추억이 되었겠습니다. 감기 빨리 낳기 바랍니다.
일기도 쓰시는군요. 멋진 글 멋진 사진 그리고 멋진 모델입니다.
무이산에서 본 쇄포암 생각이 납니다.빨래를 해서 걸쳐 놓으니 물이 줄줄 흐르는 듯한
금원산 휴양림과 계곡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현성산 가섭암터~
일찌기 김종직의 문인 조위는 이 가섭암에서 산승과 차를 마시며
'강왕곡의 샘물보다 낫다''육우에게 자랑을 할까'...감탄을 연발하다가
'오장육부가 시원해지네'라며 명쾌한 소회를 시로 읊었답니다.
말 그대로 '오장육부가 시원해지는 금원산휴양림~그리고 계곡~~~
전공자의 '명쾌'한 번역을 기대하면서 원문을 올립니다...
迦葉庵-曺偉
명쾌한 번역이 올라왔으니 원문은 사라집니다~
連筒泉水出嵒腹 줄줄 샘물이 바위에서 나와잔에 쾌히 눈 같은 차를 기울이자
來瀉庵前寒更淥 암자 앞에 쏟아지니 써늘하고 맑아라
山僧掬飮慰朝飢 산승이 움켜 마셔 아침에 요기하니
淸甘遠勝康王谷 맑고도 단맛이 강왕곡 샘물보다 훨씬 낫네
客至呼僧烹日注 객이 오면 중 불러 날마다 차를 끓여
活火風爐飜雪乳 풍로 센 불에 백비탕을 번득이네
誰持三椀寄盧仝 누가 세 사발을 노동에게 부치며
更將絶品誇陸羽 다시 절품으로 육우에게 자랑할까
平生厭食幾斗塵 내가 평생에 먼지 몇 말을 먹어
肺枯吻渴無由津 폐가 시들고 입술이 말라 윤기가 없더니
花甌快傾如卷雪
頓覺六用俱淸新 오장육부가 모두 청신해지네
『속동문선』 제5권 양주동 역입니다.
七椀茶歌 盧仝(당나라시인)
碧雲引風吹不斷 (푸른 구름은 끊임없이 바람을 부르고)
白花浮光凝碗面 (백화는 떠서 차 그릇에 엉기어 있네).
一碗喉吻潤 (첫째 잔을 드니 목과 입술이 부드러워지고)
兩碗破苦悶 (둘째 잔을 드니 고독과 번민이 사라지네).
三碗搜枯腸 惟有文字五千卷 (셋째 잔을 마시니 마른 창자에 오직 문자 오천 권만 남아있고)
四碗發輕汗 平生不平事 盡向毛孔散 (넷째 잔에 이르니 내 평생에 불평스러웠던 일들이 온몸의 털구멍을 통해 흩어지네)
五碗肌骨淸 (다섯째 잔을 마시니 근육과 뼈가 맑아지고)
六碗通仙靈 (여섯째 잔에서 仙靈에 통한다.)
七碗喫不得 唯覺兩腋習習淸風生 (일곱째 잔에서는 마셔도
당나라 陸羽는 茶經를 지어 차에 대한 모든 것을 확립한 다성이고 盧仝은 당나라 시인으로 칠완다가를 지었습니다.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이 인용하는 시입니다. 300자에한도에 걸려 마지막 줄이 빠졌습니다.
(일곱째 잔에서는 마셔도얻을 것이 없구나. 오직 양 겨드랑이에서 솔솔 맑은 바람이 나옴을 느낄 뿐이다)
아미타파(다움카페)에서 따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