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콘서트(2)
최 화 웅
지난해 같은 제목으로 글(13. 7. 28)을 올린 바 있다. 며칠 전 폭우가 부산을 덮쳤었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로 또 여름은 가고 가을이다. 저만치 새로운 계절이 얼굴을 내민다. 저녁이면 소슬바람에 풀벌레소리가 묻어오는 가을의 기운은 한결 싱그럽다. 어느 날 무지개길 산책 때 아파트 초입에서 음악회 소식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단지 안에서 음악회가 열린단다. 그날을 잊지 않으려고 휴대폰에 담았다.
2014년 8월 27일 저녁.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라의 튜닝이 어수선하다. 어둠살이 드는 아파트 단지의 넉넉한 터, 그 비석바위공원에는 꽤 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가족들과 함께 나왔다. 동네아이들이 마구 소리지르며 뜀박질 하는 가운데 젊은 연인들과 노인들도 자리를 잡았다. 금정네오필하모니오케스트라는 ‘한여름 밤의 콘서트’의 첫 레퍼토리 리로이의 ‘피들패들’로 귀를 모으며 손을 풀기 시작했다.
콘서트가 열린 우리 마을을 예부터 장전마을, 또는 소정마을이라 불렀다. 어떤 이는 비석마을이라 부르기도 했다. 장전2동 주민센터에서는 간혹 ‘소정마을 소식지’를 발간하고 주민센터 2층에는 소정도서관이 아담하다. 이곳의 행정구역은 장전동이고 길가상점에는 소정이라는 지명을 딴 가게간판이 드문드문 보인다. 이곳은 원래 동래군 북면 상(上)리와 하(下)리였다. 상리는 장전마을, 하리를 소정마을로 금정산 동쪽 기슭의 자연부락이다. 그 뒤 장전마을과 소정마을이 지금의 장전1, 2, 3동이 되었고 부산대학교 캠퍼스를 둘러싼 대학촌을 형성하고 있다.
장전(長箭)마을 이름이 ‘긴 화살’이라는 뜻을 가졌듯이 예부터 군기(軍器)인 화살을 만들거나 그 재료를 공급하던 곳이었다. 소정(蘇停)이라는 지명은 처음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동래현 고적조에서 소하정(蘇蝦停)으로 기록하였고 “금정산 기슭에 있는 정자로 소하라는 신선이 흰 사슴을 타고 금귀선인(金龜仙人)과 노닐었다.”는 전설에 “예로부터 이곳에는 참새들이 깃들지 못하였다.”고 전한다. 금정산이 소정마을을 품듯 병풍처럼 둘러친 금정산 자락 소정마을은 어머니의 기품을 풍긴다. ‘깨어나 머무른다.’는 의미를 가진 마을, 소정(蘇停)으로부터 삼밭골과 시밭골 계곡으로 이어지는 들머리에는 200여 년 전에 세운 금정산성부설비가 큰 바위 위에 우뚝 섰다.
그 바위에 새겨진 백록동천(白鹿洞天)이 옛 금정산 기슭의 자연을 잘 말해준다. 신선이 놀만큼 아침햇살 좋았던 소정마을은 8.15와 6.25 이후 무허가주택건설과 난개발이 이어지는 동안 무절제한 아파트 건설로 자연환경이 여지없이 망가졌다. 그 과정에서도 비석바위 덕분에 한 뼘 땅이 쌈지공원으로 지켜졌다. 그게 비석바위공원으로 남은 이유다. 금정산은 옛 동래의 진산이다. 금정산에 오르면 북쪽으로 양산시, 남으로 동래구 서쪽으로 북구, 동쪽으로 금정구와 접한다. 주봉인 고당봉(801.5m)을 중심으로 북으로 장군봉(727m), 남으로 상계봉(638m)을 거쳐 성지곡 뒷산인 백양산(642m)에 이르는 능선 따라 사적 제215호로 지정된 금정산성이 둘러쳤다. 금정산성은 17.3km에 걸쳐 축성된 우리나라 최대 규모란다. 신라 때 왜구를 막고 가야와의 국경으로 축성한 이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여러 차례 보수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금정산성은 순조 7년 1807년 동래부사 오한원이 동문을 신축하고 이듬해 문루를 세워 산성의 면모를 새롭게 한 기록을 금정산성부설비(부산시지정기념물 제15호)에 남겨 오늘에 전한다. 이곳은 당시 동래읍성에서 금정산성을 오가는 군사와 승려, 그리고 백성들이 다진 삶의 통로로써 지금은 금정산성 연구에 필요한 사료현장이 되었다. 눈여겨보면 주위에는 온통 우리 선조들이 남긴 체취가 묻어난다. 계절이 쉼없이 흐르는 비석바위공원에서 콘서트 덕분에 마을의 내력과 전통을 더듬으며 선조들의 삶을 헤아릴 수 있었다. 한여름 밤의 콘서트가 끝나고 이웃들과 밤 인사를 나누며 돌아서는 길에는 가로등 불빛 따라 가을의 전령, 풀벌레의 노래가 나직이 깔리고 있었다.
첫댓글 아름다운 저녁풍경이 그려지네요.
바로 얼마전 폭우 소식으로 아직도 염려되는 마음이 남아있었는데 일상이 평온해지신것같아 다행이예요^^*
저녁 산책길에 풀벌레소리가 가을 기운을 더 한층 느끼게 해주더군요.그리움님 사시는 아파트단지 안에서 가을 콘서트가 열려 참 이채롭고 정겨운 느낌 났을 것 같습니다.좋은시간 되셨는지요.글 흥미롭게 읽고 갑니다.늘 건강 잘 챙기시기를 빌어봅니다.
폭우를 뒤로하고 가을의 길목에서 "한여름 밤의 콘서트" 시원한 바람과 산뜻함에 장전마을,소정마을에 울려진 아름다운 선율이 여기에도 전해오는듯 아름다운 밤 이었겠어요^^*그날 행복 했을그리움님 표정그려지네요..좋은 날, 즐거운 날이 많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God with us1"
한여름밤에 콘서트를 여는 소정마을의 아름다운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한여름 밤의 콘서트"가 정말 낭만적이네요.
일상의 삶에서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시고 아름답게 엮어가시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두 분 건강하시고 복된 나날 되세요. ^^*
부산에 그런 낭만적인 아파트 단지가 있군요. 올 여름은 이렇게 가는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의 아파트 뒤가 '동래 읍성'입니다..역시 역사가 숨쉬는 곳이지요..^^*
얼마전 광화문에서도
교황님 집전 미사전에
백건우씨의 피아노연주가
있었는데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에 맞추어 매미의 합창소리가 어우러져
무척 깊은 감동을 받았네요^^
가을의 초입에서 열린 야외연주회 너무 아름다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