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풍습
쥐불놀이 / 논둑 태우기 / 달집태우기 / 오곡밥
우리나라 4대 명절은 설날(음력 1월 1일), 단오(음력 5월 5일), 추석(음력 8월 15일), 한식(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을 꼽지만, 음력 정월 대보름(1월 15일)도 우리나라의 최고 명절 중 하나로, 가지가지 전승 놀이가 많아 어찌 보면 8월 대보름(8월 15일)과 함께 최고의 명절이라 할 수 있다.
설날은 웃어른께 세배드리는 것이 주요 일이지만 정월 대보름은 쥐불놀이, 논둑 태우기, 달집태우기, 연(鳶)날리기, 오곡(五穀)밥 먹기 등 다양한 전승 풍습이 있었다. 연날리기는 예로부터 썰매 타기, 팽이치기와 함께 겨울철을 대표하는 민속놀이기도 하지만, 전쟁 때는 통신 도구로도 사용됐다.
쥐불놀이는 정월 대보름 전날, 논둑이나 밭둑에 불을 붙이고 돌아다니며 노는 놀이인데 이를 쥐불놀이라 했고, 밤에 아이들이 기다란 막대기나 깡통에 불을 담아 줄에 매달아 빙빙 돌리며 노는 것도 쥐불놀이, 서화희(鼠火戱)라고도 했다. 쥐불은 논과 밭의 해충을 태워 없애주어 한 해 농사를 준비하고 새 출발을 다짐했던 조상의 슬기가 담겨있는 놀이이다.
달집태우기는 마을 언덕 위 달뜨는 모습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나무로 틀을 엮고 짚을 씌운 달집을 세워놓은 다음 달이 솟아오르는 것을 처음 본 사람이 ‘보름달이다!’하고 외친다. 그런 다음 달집에 불을 붙이고 달(月)을 향해 마을 사람들은 일제히 절을 한다. 달집이 훨훨 타면 집안이 평안하고 마을이 태평하며 논밭 작물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연날리기는 설날이 지나고 보름이 올 때까지 주로 놀던 놀이인데 누가 가장 높이 올리느냐, 빙글빙글 돌기, 좌우로 움직이기 등 다양한 기술이 있었다. 그러다 정월 대보름이 되면 연에다 개인과 집안의 소원을 적고 연 바로 밑의 줄에다 마른 쑥을 종이로 말아 불을 붙여 높이 올리면 불로 연줄이 끊어져 훨훨 날아 하늘로 오르고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연(鳶)날리기를 하지 않았다.
오곡밥(五穀飯)은 정월 대보름날 먹는 음식인데 약밥(藥食)이라고 하여 찹쌀에 밤ㆍ대추ㆍ감ㆍ팥ㆍ강낭콩ㆍ꿀ㆍ잣을 넣어 밥을 짓기도 하고 오곡(五穀)밥이라고 하여 쌀ㆍ보리ㆍ콩ㆍ팥ㆍ조의 다섯 가지 곡식으로 밥을 짓기도 했는데 여러 집의 밥을 먹어야 그해의 운(運)이 좋다고 하여 저녁이면 아이들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밥을 얻으러 다녔다.
어느 집에 가든지 밥을 한 주걱 담아주는데 꼭 ‘예끼 이놈들~! 거지도 아니면서 밥을 얻으러 다니다니...’ 야단을 치며 주는 것이 풍습이었다. 이것이 우리나라 농경문화(農耕文化)의 특성이라고 해야 하겠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Dallas)에 사는 딸네에서 보름을 보낸 해가 있었는데 미국에도 밥을 얻으러 다니는 아이들이 있어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미국에는 그런 풍습에 익숙하지 못한 가정도 많아 어리둥절, 아이들에게 밥을 주지 않는 집도 있는데 그러면 아이들은 들고 간 휴지를 풀어 뚝뚝 뜯어서 그 집 정원 여기저기에 뿌려놓고는 도망가는 풍습이 있다고 하여 깜짝 놀랐던, 즐거웠던 기억도 있다.
키 쓰고 소금얻으러 가기
자다 오줌을 싸면 키를 뒤집어쓰고 옆집으로 소금을 얻으러 다니는 풍습도 있었다.
내 어린 시절, 내가 이상한 꿈을 꾸다 이불에 오줌을 저렸는데 어머니께서 내 머리에 키를 씌우고 작은 주발을 들려주며 앞집에 가서 소금을 얻어오라고 한다. 어리둥절, 어쨋거나 앞집에 가서 ‘소금 좀 주세요~’ 했더니 앞집 아줌마가 빙그레 웃으시며 소금 한 줌을 주발에 담아주고는 돌아서는 내 엉덩이를 빗자루로 슬쩍 친다.
깜짝 놀라 잉잉 울면서 집에 왔더니 어머니도 빙그레 웃으시며 ‘엉덩이 맞았지?’
그 얻어온 소금을 내가 먹는 반찬에 조금 뿌려주면 다시는 오줌을 지리지 않는다는...
우리의 신기한 풍습(風習) 중 하나이다.
그 밖에도 부럼 물기, 귀밝이술, 새 쫓기와 모기 날리기, 소밥 주기(農占), 달 점(月占), 골매기 제(洞祭)도 있다. 다음날인 음력 1월 16일은 귀신 달기 날, 혹은 귀신의 날이라고도 한다.
부럼 물기는 깎은 밤을 오도독 깨물면서 ‘부럼 물자’ 하는데 몸에 부스럼이 없어지라는 의미이다.
귀밝이술은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조금씩이지만 술을 마시는데 귀가 잘 들리라고 마시는 의미이다.
새 쫓기와 모기 날리기는 아직 농사철은 아니지만, 밭이나 논에 가서 ‘후여~후여~’ 새 쫓는 흉내를, 집 마당에 들어서서는 두 팔을 휘두르며 모기 쫓는 흉내를 낸다. 올해 여름은 새와 모기가 사라져라~~~
소밥 주기(農占)는 외양간에 있는 소에게 찰밥과 산나물을 키에 담아주고 어느 것을 먼저 먹는지 살핀다.
소가 먼저 먹는 것이 풍년이 든다...... 즉 한해 농사의 풍흉(豐凶)을 점치는 것이다.
달 점(月占)은 보름달을 쳐다보고 빛깔이 붉으면 가뭄으로 흉년, 흰색이면 비가 많이 내려 풍년이다.
골매기 제(祭)는 풍악을 울리며 골매기(마을 신) 바위에 왼쪽으로 꼰 금(禁)줄에 흰 백지를 드문드문 끼워놓고 마을의 안녕을 빌며 한바탕 풍악(風樂) 놀이를 벌인다.
더위팔기는 아이들이 아침 일찍 이웃집 친구 이름을 부르는데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라’고 한다.
눈치를 챈 친구가 대답하지 않고 반대로 ‘내 더위 사라’고 하면 이름을 부른 친구가 더위를 먹는다.
이것을 매서(賣暑)라고 하는데 더위는 한 번 팔면 되지만 재미있으니 자꾸 파는 아이들도 있다.
귀신 달기의 날은 정월 열엿새(1월 16일)로, ‘귀신을 달래는 날’이라는 뜻이다.
이날은 무당을 불러다 가벼운 제(祭)를 올리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굿을 하는 행사이다.
안방 문 앞 기둥에 체를 걸어놓고 바늘을 꽂아놓았으며, 신발은 모두 방에 들여놓거나 엎어놓았다.
귀신이 혼을 뺏으러 왔다가 체를 보고는 바늘을 뽑아 구멍을 세기 시작한다. 한 줄, 또 한 줄 차례로 세다가 구멍이 너무 많으니 잊어버리자 다시 처음부터 세기 시작하고.... 그러다 날이 훤히 밝아오면 정신이 번쩍 들어 도망을 간다. 신발은 귀신이 신어보고 발에 맞는 사람이 혼을 뺏기는데 신지 못하도록 방에 들여놓거나 엎어 놓기도 했다.
그 밖에 다리밟기도 있는데 개천을 사이에 두고 건넛마을이 있는데 두 마을은 가운데의 다리를 놓고 벌이는 다툼으로, 서로 자기네 다리라고 한밤중 먼저 건느려고 하다가 싸움이 벌어지는데 서로 돌멩이를 던지며 싸워서 석전(石戰)이라고도 했다. 전혀 있을 수 없는 다정한 이웃끼리의 다툼인데 이날 만은 돌을 맞아 머리가 터져도 어른들은 이웃을 탓하지 않고 웃으며 넘어갔다.
한식(寒食)은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큰 명절로 여겨지지 않는 명절인데 중국 전설에서 연유하는 명절이다.
한식은 절기에 따라 음력 4월 5~6일로, 산에 올라가 불에 타 죽었던 중국 개자추(介子推)의 전설에서 비롯된 명절인데, 한식(寒食)에는 불을 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 풍속이 있다. 설날이나 추석과 같이 한식 때도 제사를 지내며, 조상 무덤을 보수(補修)하고 성묘(省墓)하는 시기이다.
‘한식(寒食)’은 ‘찬 음식’이라는 뜻인데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에서는 한식을 ‘냉절(冷節)’, 또는 ‘숙식(熟食)’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 정월 대보름 노래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 즐겨 부르던 달 노래 동요
달 따러 가자<윤석중 사/박태현 곡>
얘들아 나오너라 달 따러 가자 / 장대 들고 망태 메고 뒷동산으로
뒷동산에 올라가 무등을 타고 / 장대로 달을 따서 망태에 담자
달맞이<윤석중 사/홍난파 곡>
(1)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 / 앵두 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 / 검둥개야 너도 가자 냇가로 가자
(2) 비단 물결 넘실넘실 어깨 춤추고 / 머리 감은 수양버들 거문고 타면 / 달밤에 소금쟁이 맴을 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