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령 연화대좌
마침내 떠났다
무상無上도 무상無常일까
이 높은 곳의 자리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몰라서 넓은 세상 꽉 찬 세상
있고 없음 또한 둘이 아니어서
누군가 지어 올린 차향茶香을 타고
능선으로 걸렸다가
허공으로 피어
바람으로 흩어진다
아무도 없어 무심코 지나치는 자리
비었지만 차오르는
사라진 느낌의 이 충만함
누가 누구를 떠날 수 있을까
머물다 흘러가는 구름 그림자에
새소리 반짝, 스미기도 한다
<시작 노트>
흔적은 남아 있는 자취다. 경주 남산의 높은 고갯길에서 부처님의 흔적를 만나다. 무슨 연유인지 불상은 없고 텅 빈 자리만 남았다. 주머니가 비듯 허기가 질수록 기도는 절실해지는 법. 빈자리만 남았지만 충만한 무언가가 있다. 이 부재가 부처님의 구현 방식일까. 떨어지는 새소리마저도 중생의 절실한 기구로 스민다. 천년도 넘은 세월 저편, 충담 스님이 길일에 정성스레 차를 지어 올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첫댓글 아래 주소를 누르면 매일신문에 게재된 내용을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https://www.imaeil.com/page/view/2024090116451697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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