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조(失調)를 통한 비판 의식 >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마지막 7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인간 종교를 주제로 한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예상 가능한 극으로 풀어 나가지 않는 것이 이 뮤지컬의 매력이다. 작품의 등장부터 구성까지 발상의 전환을 기반으로 한 진행은 시대를 초월한 본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시사한다.
센세이션한 등장
사실 1971년 원작 초연이 올려졌던 브로드웨이에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관람하러 온 관객들보다 피켓을 들고 항의하러 오는 종교인들이 더 많았다. 의상, 무대 장치 등 이때까지 보지 못했던 공연 구성과 이야기의 도발적인 해석, 파격적인 음악 장르 등 당대 사회 분위기를 거스르는 요소들로 구성된 뮤지컬이었기 때문이다. 문제작이라고 불리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뮤지컬이 추구하는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
도발적인 스토리
예수 그리스도교가 전파하는 종교적 의미는 믿음과 구원이라는 키워드에 있다. 그러나 이 뮤지컬에는 구원도 부활도 존재하지 않는다. 거룩한 종교극이 아닌 실조적인 도전 정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유부단한 예수, 불쌍한 유다라는 인물 설정과 이 둘의 갈등은 극적 탄력을 더한다. 예수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장면에서 유다는 “지저스! 당신은 왜 하필 TV도 없는 기원전 4세기에 태어났지? 차라리 21세기를 선택했다면 기자들이라도 몰려왔을 텐데, 도무지 이해가 안 가. 마호멧의 기적은 그저 PR을 위한 과대 포장이었나?”라고 말한다. 또 죽은 유다는 예수에게 나타나 “2000년 전 당신은 무엇을 선택한 것일까, 당신의 죽음은 현대에 무슨 의미가 된 것일까”라고 질문한다. 이러한 역발상의 이면에는 합리적인 척하며 이기적이고 이익적인 계산이 빠른 현대인들에게 주는 풍자가 있다. 유다가 바로 그런 현대인을 상징한다. 예수를 향해 끊임없이 집요한 질문을 던지는 유다의 배신은 인간의 이중성, 나약함, 사랑, 죄의식 등 본질적인 내면을 그려낸다. 시대가 변해도 인간 갈등의 본성과 신의 존재에 대한 문제는 변함없기에 지금까지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충분하게 작용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파격적인 음악
작곡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을 작업한 뮤지컬 음악계의 거장이다.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인 만큼 음악이 주를 이루는 데에, 신성한 기독교 분위기를 표현하는 장르로 록(rock)을 선택했다. 초연이 올라간 1960~1970년대의 록 음악은, 당시 서구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기존 질서와 기존 세대에 대한 저항과 반항의 상징이었다. 성스러운 예수의 수난을 요란한 록 음악으로 풀어내고 있는 셈이다. 당대 예수가 기존 사회에 대한 개혁적인 인물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절묘한 대비인 셈이기도 하다. 여느 뮤지컬의 웅장하고 클래식한 서곡이 아닌 기괴한 전자 멜로디가 쏟아지는 서곡은 관객들에게 신성한 충격을 주었다. 고통을 감수하며 하느님의 뜻대로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결심하는 기도 장면인 겟세마네(Gethsemane) 기도가 강렬한 록 창법으로 구현된다는 것은 충격과 함께 감동까지 준다. 장르 자체의 정체성과 초월적인 존재를 표현하는 초고음을 소화하는 캐스팅은 고뇌, 원망과 체념, 후회의 감정과 함께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어색하지만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충실했던 음악은 관객들의 몰입에 큰 영향을 주었다.
예수는 록스타처럼 샤우팅하고, 12명의 사도는 히피족처럼 옷을 입고 다닌다? 톤 앤드 매너 의 고정관념을 깨부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실험적인 창작은 오늘날 뮤지컬 장르의 발전과 변화를 이루었다. 어긋난 균형과 잃어버린 조화로서의 이 뮤지컬은, 예수의 죽음을 현대인의 시선으로 재구성하자는 창작 의도와 인간 내면에 대한 재해석으로 접근한 자아 성찰의 역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