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틀
모든 틀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똑같은 사실을 묘사할 때(또는 생각할 때) 분명히 더 나은 틀이 있다.
아래 한 쌍의 문제를 보자
한 여성이 80달러짜리 연극 표를 두 장 샀다. 극장에 도착해 지갑을 열어보나 표가 없다.
이 여성은 연극을 보기 위해 다시 표 두 장을 살까?
한 여성이 한 장에 80달러 하는 연극 표를 두 장 사려고 극장에 간다. 극장에 도착해 지갑을 열어보니
표를 사려고 넣어둔 160달러가 없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신용카드를 쓸 수는 있다. 이 여성은 표를 살까?
두 문제 중 하나만 본 응답자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틀에 따라 다른 결론을 내린다.
표를 잃어버린 여성 이야기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그 여성이 연극을 안 보고 그냥 집에 가리라고 생각하고,
돈을 잃어버린 여성 이야기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표를 사서 연극을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설명은 이제 익숙하다.
이문제에는 심리적 계좌와 매몰 비용 오류가 담겼다.
틀이 다르면 심리적 계좌도 다르고, 손실의 중요성은 그 손실이 어느 계좌에서 처리되느냐에 달렸다.
특정 연극 의표를 잃어버렸다면 당연히 그 연극과 연관된 계좌에서 처리된다.
비용은 두 배가 될 테고, 연극 한 편을 보는 비용치고 비싸다.
반면에 현금을 잃어버렸다면, '일반 수익' 계좌에서 처리된다.
이 여성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약간 더 가난해지는데,
이때 자문할 내용은 가처분 재산이 약간 줄면 표를 사려는 결심이 바뀌겠느냐는 것이다.
응답자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위 이야기 중에 현금을 잃어버린 이야기는 좀 더 합리적인 결정을 이끌어낸다.
이 틀짜기가 좀 더 나은 이유는
손실은 비록 표를 잃어버린 경우라도 '매몰'로 처리되고 매몰 비용은 무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이력은 문제가 아니며, 현제 주어진 선택과 그 선택의 예상되는 결과만이 문제될 뿐이다.
무엇을 잃어버렸든 중요한 것은 지금은 지갑을 열기 전보다 덜 부자라는사실이다.
표를 잃어버린 사람이 내게 조언을 해달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같은 액수의 돈을 잃어버렸다면 표를 다시 사겠습니까? 사겠다면, 기금 가서 표를 새로 사세요."
더 넓은 틀과 포괄적 계좌로 생각하면, 대개는 더 합리적인 결정이 나온다.
다음은 두 가지 틀이 서로 다른 수학 직관을 촉발하는 예다
두 직관 중 하나는 다른 하나보다 월등히 우수하다.
2008년 심리학자 리처드 래릭(Richard Larrick)과 잭 솔(Jack Soll)은
〈사이언스〉에 〈MPG 착각(The MPG Illusion)〉이라는 논문을 싣고,
잘못된 틀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 큰 손실과 심각한 정책 결과를 초래한 사례를 소개했다.
사람들은 대개 차를 살 때 연비를 따진다. 연비가 좋아야 유지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연비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기준인 'mpg(갤런당 주행 마일)'는
개인에게나 정책 입안자에게나 매우 부실한 지침이다.
비용을 줄이려는 차 소유주 두 사람을 보자,
애덤은 무려 12mpg의 기름을 잡아 먹는 차를 그보다 약간 덜 먹는 14mpg차로 바꾼다.
환경을 생각하는 훌륭한 베스는 30mpg 차를 40mpg 차로 바꾼다.
두 운전자가 연간 같은 거리를 달린다고 해보자
차를 바꿔서 기름을 더 많이 절략하는 사람은 누굴까?
사람들은 베스의 행위가 애덤보다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독자도 직고나적으로 분명히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애덤은 2마일, 베스는 10마일을 줄였고, 애덤은 6분의 1(12 → 14), 베스는 3분의 1(30 → 40),을 줄였다.
그러허다면 이제 시스템2을 써서 따져보자,
두 사람이 1만 마일을 달린다면,
애덤은 833갤런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에서 그래도 연전히 많은 양인714갤런을 소배해, 119갤런을 절약한다.
베스는 333갤런에서 250갤런으로 고작 83갤런을 절약한다.
따라서 mpg는 잘못된 틀이며,
'마일당 소비 연료(갤런)' 또는 대부분의 나라가 사용하는 '100킬로미터당 소비 연료(리터)'로 대체해야 한다.
리릭과 솔이 지적하듯, mpg가 촉발하는 잘못된 직관적 틀 탓에
자동차 구매자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까지도 판단을 그르친다.
캐스 선스타인은오바마 대통령 시절에 정보규제사무국장을 지냈다.
그가 리처드 세일러와 함께 쓴 《넛지Nudge》는 행동 경제학을 정책에 반영하는 기초 안내서다.
2013년부터 출시되는 모든 자동차에 붙이는 '열 소비율과 환경' 스티커에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마일당 소비 갤런'정보가 표시된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안타갑게도 친숙한 기존의 mpg 정보가 큰글씨로 표시되고,
새로 도입한 올바른 정보는 그 옆에 작은 글씨로 표기되지만, 어쨌거나 올바른 정책 전환은 분명하다.
〈MPG 착각〉이 발표되고 그 뒤 부분적으로나마 올바른 정책이 실행되기까지 걸린 5년이라는 시간은
아마도 심리학이라는 사회과학이 공공 정책에 의미 있게 반영된 최고 속도로 기록될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운전면허증에, 사고로 사망할 경우 장기 기증을 할지 안할지 표시해둔다.
이 표시 형식도 훨씬 더 나은 틀이 따로 있다.
장기를 기증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사람은 없겠지만,
사람들 대부분이 별 생각 없이 이 선택을 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장기 기증률을 비교한 것이 그 증거인데,
이 수치는 문화가 비슷한 이윳 나라들 사이에서도 크게 달랐다. 2003년에 나온 기사에서,
오스트리아는 장기 기증률이 거의 100퍼센터인 데 반해
독인은 12퍼센트에 그쳤고, 스웨덴은 86퍼센트인 데 반해 덴마크는 고작 4퍼센트였다.
이 엄청난 차이는 질문 형식이 유발한 틀짜기 효과다. 기증률이 높은 나라는
장기를 기증하고 싶지 안으면 기증 거부 칸에 따로 표시를 해야 하는 '거부 선택'형식을 택한 나라다.
그러니까 이 간단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기증하겠다는 뜻으로 간주된다.
반면에 기증률이 낮은 나라는 기증하고 싶다면 기증 찬성 칸에 따로 표시를 해야 하는 '찬성 선택을 택한 나라다.
이게 전부다. 서람들이 장기를 기증할지 안 할지를 예견하는 최고의 단일 지표는
해당 칸에 별도로 표시하지 않았을 때 자동으로 선택되는기본 옵션을 무엇으로 지정했느냐다.
시스템1의 특징으로 서령되는 달느 틀짜기 효과와 달리,
장기 기증 효과는 시스템2의 게으름으로 가장 잘 설명된다.
이미 결심이 선 사람들은 해당칸에 표시를 하겠지만,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해당 칸에 표시를 할지 말지 애서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장기 기증 여부를 표시할 때, 해단 칸에 있는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어떤 칸에는 '2+2=?'라고 묻고, 다른 칸에는 '13x37=?'라고 묻는다.
이러면 기증률은 틀림없이 요동칠 것이다.
구성 형식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면, 정책적 고민이 생긴다.
어떤 형식을 택해야 할까? 답은 간단명료하다.
장기 기증이 활발해야 사회에 이롭다고 생각한다면,
운전자의 기증률을 100퍼센트 가까이 끌어내는 구성 형식과
4퍼센트 끌어내는 구성 형식을 두고 중립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까지 거듭 살펴보았듯이 중요한 선택은 해당 상황의 하찮은 특징에 좌우 된다.
중요한 결정을 그런 식으로 내리고 싶지 않건만, 정말 당혹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우리는 우리 생각이 그런 식으로 작동하다고 느끼지 않지만,
인지 착각의 증거를 부정할 수는 없다.
이 증거를 합리적 행위자 이론과의 대결에서 승점으로 기록해두자,
제대로 된 이론이라면 특정한 어떤 사건은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그이론이 옳다면, 그런 사건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러다가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면 그 이론은 부정된다.
그러나 결정적인 반박 증거가 나타나 이론이 부정된 뒤에도 오래 살아남는 이론이었는데,
합리적 행위자 모델도 우리가 목격한 증거를 비롯해 많은 반박 증거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
장기 기증 사례는 인간의 합리성ㅇㄹ 둘러싼 논란이 실제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합리적 행위자 모델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문제에서 선택을 어떤 식으로 제시하느냐는
당연히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 점이 합리적 모델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과의 중대한 차이다.
합리적 모델 신봉자들은 틀짜기에는 관심도 두지 않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우리는 더 안 좋은 결과를 심심찮게 떠 안는다.
합리성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그런 결과에 새삼 놀아지 않는다.
하찮은 것이 선호도를 결정하는 위력에 주목하도록 훈련된 덕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고 그런 훈령이 되었으면 하는게 내 바람이다.
ㅡ
틀 그리고 사실과 관련한 말들
"돈을 얼마나 잃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잃지 않았는가의 관점에서 결과를 틀짜기한다면
결과를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준거점을 바꾸어 문제의 틀을 다시 짜자, 우리가 그것을 소유하지 않았다고 상상해보자,
그렇다면 그것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평가하겠는가?"
"손실을 '일반 수익'을 다루는 심리적 계좌에서 처리하라. 그러면 기분이 한결 나을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보내는 이메일을 받지 않으려면 수신 거부 칸에 표시하라고 말한다.
만약 이메일을 받으려면 수신 찬성 칸에 표시하라고 말한다면
이메일 발송목록이 줄어들 것이다."
543 - 548